朴대통령 "당선후 지금까지 배신의 정치, 국민이 심판해야"
연합뉴스| 2015/06/25 10:52
각의서 '민생법안 외면·연계법안 처리행태' 국회 작심비판
"당·과 후보 지원했지만 정치적·도덕적 공허함만 남아"
"與 원내사령탑, 경제살리기 협조 의문" 유승민 직접 겨냥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정치적으로 선거수단으로 삼아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해주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제 우리 정치는 국민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만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어 "우리 국민의 정치수준도 높아져서 진실이 무엇인지,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인지 잘 알고 계실 것"이라며 "지금 우리는 오랜 침체에 빠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들어야 하는 절박한 과제를 안고 있다. 이제 국무위원들께서 자기 자리에서 소신 있게 국민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실 때만이 나라가 바로 서고 국민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한 "당선되기 위해 정치권에 있는 분들의 한결같은 말은 '다시 국민이 기회를 주신다면 신뢰정치를 하고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맹세에 가까운 선언을 했다"며 "그러나 신뢰를 보내준 국민에게 그 정치적 신의는 지켜지지 않았고, 저도 결국 그렇게 당선의 기회를 달라고 당과 후보를 지원하고 다녔지만 돌아온 것은 정치적·도덕적 공허함만이 남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저는 정치의 본령은 국민의 삶을 돌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치가 정도로 가지 않고 오로지 선거에서 이기겠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정쟁으로만 접근하고 국민과의 신의를 저버리고 국민의 삶을 볼모로 이익을 챙기려는 구태정치는 이제 끝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정부가 제출한 경제활성화·민생 법안이 장기간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황에서 오직 위헌 논란이 있는 국회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켜 정부에 이송한 것에 대해 불만을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국회는 기가 막힌 사유들로 처리 못 한 법안들을 열거하는 것이 어느덧 국무회의의 주요 의제가 돼 버린 현실 정치가 난감할 따름"이라며 민생법안 지연 및 연계법안 처리 행태를 열거했다. 그러면서 "아마 내년 총선때까지도 통과시키지 않고 가짜 민생법안이라는 누명을 씌워놓고 갈 것인지 묻고 싶다"며 "진정 정부의 방향이 잘못된 것이라면 경제법안 내용을 한번이라도 살펴본 후에 그런 비판을 받고 싶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정치 대립으로 인해 다수 국민에게 꼭 필요한,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제때 하지 못하는 일이 일상화되면서 정치 문제가 경제와 민생을 위협하는 상항이 지속돼 오는데도 정치권에서는 정부 비판과 반목만 거듭해오고 있다"며 "국회가 꼭 필요한 법안을 당리당략으로 묶어 놓고 있으면서 자신들이 추구하는 당략적인 것은 빅딜을 하고 통과시키는 넌센스적인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저는 보다 근본적 문제로 정치권이 국민을 위해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의 존재 이유는 본인들의 정치생명이 아니라 국민에게 두어야 함에도 그것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며 "여당의 원내사령탑도 정부 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가는 부분"이라며 유승민 원내대표를 직접적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min22@yna.co.kr]
朴대통령, 국회 맹공... 새누리엔 "배신·패권주의" 직격탄
연합뉴스 | 입력 2015.06.25. 12:12 | 수정 2015.06.25. 13:53
거부권 행사하며 '민생법안 지연·연계법안 행태' 초강력 질타
靑 "새누리, '집권'만 하려하지 '여당'되기를 포기했다고 판단"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위헌 논란이 빚어진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이를 정부에 넘겨 정치권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날 청와대에서 자신이 직접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거부권)안을 의결시키면서 국회의 '민생법안 지연 및 당리당략주의에 치우친 연계법안 처리 행태'를 지적, 여야를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 박 대통령과 황교안 총리의 대화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국무총리가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현안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 박 대통령, 국무회의 주재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전에도 정부의 경제활성화 및 민생법안을 국회가 제때 처리하지 못한데 대해 문제를 지적한 적이 있지만 대체로 국회에 당부와 촉구 메시지를 던지는 선에서 메시지를 관리해왔다. 하지만 자신의 임기가 절반 가까이 지나가는 동안 국회의 정치행태에 변화가 없이 국회법 개정안만이 정부로 이송돼 온 것을 계기로 그동안 쌓인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가지가지 기가 막힌 이유들로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법안들을 열거하는 것이 어느덧 국무회의의 주요 의제가 되어버린 현실 정치에 난감할 따름"이라고 말한 것은 이러한 상황인식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특히 박 대통령은 민생법안이 제때 처리되지 않으면서 시행령 등 행정입법을 정책 추진의 차선책으로 삼아왔지만 오직 국회법 개정안만 통과시킨 것은 정부의 이른바 '고육지책'마저도 국회가 통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정부에서도 통과시키지 못한 국회법 개정안을 다시 시도하는 저의를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은 다른 의도로 보면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충분한 검토도 없이 여야가 합의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등으로 지적, 상당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 것. 그런 만큼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 수위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했고, 어조도 매우 단호한 가운데 상당히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정부가 제출한 일자리·경제살리기 법안이 3년째 국회에 발이 묶인 현실을 거론, "아마 내년 총선까지도 통과시켜주지 않고 가짜 민생법안이라는 누명을 씌워 끌고 갈 것인지 묻고 싶다"며 "진정 정부의 방향이 잘못된 것이라면 한번 경제법안을 살려본 후에 그런 비판을 받고 싶다"고 토로했다. 또한 지난 1월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영유아보육법 처리시에는 이와 관련없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 특별법을 연계처리하기로 합의한 뒤 정작 영유아보육법은 처리하지 못한 것 등 여야의 '법안 연계처리 행태'의 사례를 들면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묶인 것들부터 서둘러 해결되는 것을 보고 비통한 마음마저 든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정부를 도와줄 수 있는 여당에서조차 그것(민생법안)을 관철시키지 못하는 상황" 등의 표현을 써가며 여당에 대한 불만도 여과없이 표출했다. 게다가 "여당의 원내 사령탑도 정부 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가는 부분"이라며 "정치는 국민들의 민의를 대신하는 것이고 국민들의 대변자이지 자기의 정치 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지적, 유승민 원내대표를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그동안 증세논란 때나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공론화 논란 때 정부와 사사건건 엇박자를 보여온 유 원내대표에 대한 불신임을 국회법 개정안 논란을 계기로 그대로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당 대표 및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선거를 언급, "저도 결국 그렇게 당선의 기회를 달라고 당과 후보를 지원하고 다녔지만 돌아온 것은 정치적·도덕적 공허함만 남아있다", "정치적으로 선거수단으로 삼아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해주셔야 할 것" 등으로 비판한 것도 정부에 비협조적인 여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께서 이번에 위헌 논란이 다분한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을 보고 새누리당이 '집권'만 하려 하지 '여당'이기는 포기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min22@yna.co.kr]
與, 국회법 거부보다 대통령의 날선 비판에 '충격'
연합뉴스 | 2015/06/25 12:16페이스북
오후 의총 주목… 친박·비박 별도 회동, 대응책 논의
지도부, 파장 최소화 노력…유승민 거취 최대 뇌관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기자 = 새누리당은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크게 술렁였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자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측면이 있지만, 유승민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를 겨냥한 박 대통령의 날선 비판에 충격파가 상당한 분위기다. 특히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사실상 유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압박'의 성격이 내포돼 있다는 관측에 무게감이 실리면서 당내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청와대 국무회의 결과가 나오기 직전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비박'(비 박근혜)계 지도부를 향한 '친박'(친 박근혜)계의 '원내지도부 책임론' 압박 기류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친박계 좌장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국회법에 대해 거부권이 행사돼 국회에 다시 이송된다면 우리 당은 대통령의 뜻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면서 자동 폐기 절차를 밟을 것을 강하게 요청했다. 서 최고위원은 또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유승민 책임론'에 대한 질문에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으면서도 "나 같은 경우에는 과거 원내총무할 때 노동법 파동으로 내가 책임진 일이 있다"며 에둘러 압박했다. 서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가 참여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같은 취지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한발 더 나아가 국회법을 둘러싼 당청갈등을 언급, "지금 당청 간에 서로 선명성 경쟁을 하는 것이냐"면서 "대통령하고 여당이 선명성 경쟁을 하고, 서로 다투고, 존재를 부각하고 하는 관계는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최고위원은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성을 거듭 주장하며 "국가의 가장 근본적인 틀을 당에서 제대로 정리를 해주지 못해서 대통령이 거부권까지 행사를 하고, 이 중차대한 시기에 국가의 큰 힘이 다른 곳으로 분산된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에 비박계로 분류되는 김태호 최고위원은 "대통령의 뜻이 존중돼야 한다는 것은 사안의 본질이 아니다"며 맞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유 원내대표는 오후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응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유 원내대표는 자신의 거취문제에 대해서도 "의총 끝나고 밝히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김무성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직후 이례적으로 약식 기자간담회를 청해 "대통령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지도부의 정리된 입장을 전하며 거부권 정국의 파장을 최소화하려고 부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의 거취와 관련해서도 "논의된 바가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1시 30분과 본회의 직후 두 차례에 걸쳐 소집된 의원총회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친박 대 비박 갈등'은 장외로 번지는 양상이다.
김태흠 의원을 비롯한 일부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벌써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개인성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박계 의원들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긴급 회동을 하며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박민식 황영철 의원 등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비박계 회동은 당내 재선급 의원들이 주축이 돼 의총에서 표출될 목소리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런 와중에 유 원내대표와 원유철 정책위의장,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지도부는 최고위 직후 원내대표실에 모여 한 시간째 미동도 없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야당이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 전까지 모든 의사일정을 보이콧 하겠다고 나선 데 따른 대야 전략을 구상하기도 전에 자신들의 거취까지 걱정해야 하는 엎친 데 덮친 상황에 포위된 처지가 됐다. [minaryo@yna.co.kr
'국회법 거부권 쓰나미'에 정치권 일정 전면중단 위기
연합뉴스 | 2015/06/25 11:56
새누리, 친박-비박간 내홍 휩싸일 가능성
새정치연합, 의사일정 전면 거부… 대여 투쟁 강화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후 정치권에 몰아닥친 후폭풍의 규모는 당초 예상치를 뛰어넘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단순히 거부권을 행사하는 수준을 넘어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 "여당 원내사령탑이 경제살리기에 협조했는지 의문" 등을 언급하며 여야 정치권과 새누리당 지도부에 대해 최고 강도의 비판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관련 대책을 담은 법안을 포함해 모든 국회 의사일정 협의를 중단키로 함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6월 임시국회는 물론 앞으로 정치 일정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평년 같으면 하한 정국을 앞둔 정치권이 여야, 당청, 입법·행정부가 다면 충돌하는 극심한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새누리당은 당장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진화 시도에 나섰다. 김무성 대표는 거부권 발표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국회의원들이 이 법이 위헌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통과시킬 수는 없는 문제 아니냐"면서 "불가피하게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대통령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쉽게 불길이 잡히기는 어려운 형국이다. 가장 큰 뇌관은 국회법 개정안 협상의 당사자였던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다.
비박(비 박근혜)계는 유 원내대표에게 책임을 물어서는 안된다며 재신임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친박(친 박근혜)계 강경파를 중심으로 이미 협상 실패와 당청 소통 부재 등을 이유로 유 원내대표 사퇴를 촉구하며 지도부를 흔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자신의 거취에 대한 즉답을 피했지만 이르면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거취문제를 포함한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10개월도 남지 않은 내년 4월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헤게모니 다툼과도 연결 짓는 시각이 많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의 투톱을 중심으로 비박계가 다수인 현재 최고위원회 체제를 최대한 흔들어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된다면 친박계의 지분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유 원내대표가 사퇴한다고 해도 지난해 7·14 전당대회 패배를 비롯해 세력이 위축되며 그동안 숨죽였던 친박계의 공세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단순히 국회법 개정안의 재의를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 국회법 재의 일정을 잡을 때까지 모든 의사일정의 협상을 중단을 선언하고 '전면전'이라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삼권분립이라는 황금률의 삼각형 한 축이 일그러져 버렸다. 지금이라도 완전한 삼각형으로 복원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우선 국회의장이 재의 안건을 부의하는 일정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 프로세스가 진행되기 전까지는 모든 여야 협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단순한 재의가 아니라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재의결을 원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이를 거부함에 따라 결국 여야간 충돌은 피해갈 수 없는 외통수 상황에 처했다. 이 경우 정부·여당이 경제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역점 추진 중인 서비스산업발전법, 관광진흥법, 크라우드펀딩법 등은 장기 표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입법부와 행정부간 힘겨루기도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번 논란 자체가 정부의 권한인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권한을 강화하려는 데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당장 8월까지 정부 예산 결산이 예정돼 있고, 9월부터는 내년도 예산 심의를 위한 정기국회가 예정돼 있어 입법부와 행정부간 힘겨루기가 연말까지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aayyss@yna.co.kr]
朴대통령, 정국급랭 '후폭풍' 부담에도 거부권 '원칙' 선택
연합뉴스 | 2015/06/25 13:12
헌법수호 의무 대통령으로서 위헌법안 수용불가 천명
시행령 수정요구·野 연계전략 남발 우려도 거부권 행사 가닥 배경
與내홍·野 반발 부담… 오늘 본회의 민생입법 처리 차질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입법부인 국회와의 정면충돌에 따른 국정운영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배수진으로 공을 다시 국회로 되돌렸다. 헌법수호 의무를 지닌 대통령으로서 위헌논란이 있는 법안을 받아들일수 없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라는게 청와대 설명이다. 더불어 행정입법권이 침해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허용할 경우 남은 임기동안 행정부 수반으로서 국정을 이끌어가는데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는 현실적 판단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 논란이 표면적으로는 '위헌 논쟁'으로 전개됐지만, 그 논쟁의 본질에는 임기 반환점을 앞둔 대통령 권력에 대한 문제도 스며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헌법 정신 수호라는 '원칙'도 지키고 국정 장악력도 잃지 않겠다는 박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국회법 거부권 결단으로 발현됐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여러 논란이 있었고 수정 중재안까지 국회가 내놓았지만 정부로 이송돼온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성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성 문제가 커지자 법안을 수정하면서 (행정입법에 대한 수정·변경) '요구'를 '요청'으로 한 단어만 바꾸었는데 요청과 요구는 사실 국회법 등에서 같은 내용으로 혼용돼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와 여야 합의를 거쳐 애초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의 조문 가운데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를 '요청'으로 바꾸며 '자구수정'을 거쳤지만 이마저도 위헌성이 제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국회가 행정입법의 수정 변경을 강제할 수 있느냐는 문제에서도 국회가 말끔하게 논란을 해소하지 못한 점도 지적됐다.
박 대통령은 "국회가 행정입법의 수정 변경을 강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법을 통과시킨 여와 야, 그리고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해석이 통일되지 못한채 정부로 이송됐다는 것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위헌 논란의 핵심이던 국회의 수정·변경 '요청'이 강제성을 띠느냐를 두고 해석이 분분했지만 야당이 '강제성이 있다'는 주장을 접지 않아 거부권 행사로 가닥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무엇보다 국회법 개정안이 "행정업무를 마비시키고 국가의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부권 행사는 불가피했다고 박 대통령은 강조했다.
이 법안이 공포돼 실행될 경우 남은 임기동안 정부의 정책추진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드러내는 언급이다. 정부는 국회선진화법 탓에 경제활성화·민생 입법 등 국정과제 실현을 뒷받침할 주요 입법이 지연되는 와중에 행정입법을 차선책으로 활용해왔다. 하지만 이 법으로 인해 행정입법을 통한 정책 추진에 줄줄이 발목이 잡히는 동시에 각종 개혁과제 추진 과정에서 야당의 '연계전략'이 빈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새정치연합은 지난달말 국회법 통과후 모법(母法)과 상충하는 시행령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태세를 보이며 문제 시행령 리스트를 공개까지도 한바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가뜩이나 국회에 상정된 각종 민생법안조차 정치적사유로 통과되지 않아 경제살리기에 발목이 잡혀 있고, 국가와 미래세대를 위한 공무원연금개혁조차 전혀 관련도 없는 각종 사안들과 연계시켜 모든 것에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의 정치 현실"이라고 강력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로 여의도 정치권과의 갈등이나 여야의 정면충돌 등 정치적 후폭풍과 부담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누리당은 국회법 개정안이 다시 국회로 돌아오면 재의결을 하지 않고 폐기 수순을 밟는 쪽으로 내부 정리가 되는 모양새여서 야당의 강력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야당은 당장 국회 전면 보이콧 카드를 들고 나왔다. 이처럼 여야 관계가 급속이 얼어붙으면서 국회에 계류돼 있는 각종 정책 법안의 처리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초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던 '크라우드펀딩법'이라 불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대부업법' 등 민생경제법안 등이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당청관계에 있어서도 거부권 행사 자제를 요청해온 비박(비박근혜)계와의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여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비박계 지도부와의 관계 개선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이번 국회법 논란으로 당정청 회의가 청와대의 거부로 중단되는 등 당청관계는 이미 악화할대로 악화한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대(對) 국회 관계는 물론이고 당청 관계, 여야 관계 등 전방위 영역에서 '폭탄'을 떨어뜨린 형국이어서 각 영역의 질서 재편시까지 혼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min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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