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용의 타임머신... 영원한 시간 속에서 자세히보기

북한·남북통일

[한국교회] '친일과 반공의 과거사, 통일 위해 이제는 참회해야'

잠용(潛蓉) 2015. 8. 20. 15:27

친일과 반공의 과거사, 한국 교회 참회해야
오마이뉴스 | 정중규  | 입력 2015.08.20. 10:09


[주장] 남한 단독정부 수립 등에 기여...

이제는 남북한 평화 위한 물꼬 터야
[오마이뉴스 정중규 기자] 올 8.15는 마침 광복절 그날 관객 수 10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암살>로 각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영화의 한 장면. 의열단 약산 김원봉 단장이 백범 김구 선생을 만나 술잔마다 불붙이며 항일무장투쟁하다 떠난 동지들 이름 부르다 던지는 대사.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었습니다. 잊혀지겠지요?"

가슴에 여운을 남기는 장면이다. 그랬다. 오로지 민족 해방과 독립을 위해 자기 한 몸 던진 사람들은 잊혀지고, 해방의 기쁨도 잠시, 한반도는 열강을 등에 업은 분단세력에 의해 남북으로 갈라서고 말았다. 약산도 백범도 그들에 의해 비극적 최후를 맞게 된다.

 

 
▲ "친일을 암살하라!"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암살'의 포스터 ⓒ (주)쇼박스

 

올해 광복절 앞두고 어김없이 되살아난 '건국절' 논란도 그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이승만 대통령도 대한민국이 3.1독립만세운동을 통해 건국되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는데, 이승만을 추종하는 자들이 이승만 수준의 역사의식에도 미치지 못한대서야 말이 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들이 이 논란으로 노리는 것은 1945년 8.15를 광복절로 할 경우 친일과 항일 구도지만 1948년 8.15를 건국일로 잡을 경우 좌우익 구도로 바뀌니, 그를 통해 친일 논란을 잠재우고 우리 사회를 이념 갈등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광복 70년이 분단 70년이 된 역사가 뼈아픈 것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 남북 대치 상황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악화일로다. 보수언론들조차 내용이 없다고 질타한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담화는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말해 준다. 한반도는 다시 열강이 각축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G2 패권싸움에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소용돌이치고 있다. 하지만 주체적으로 대응해야 할 이 결정적 시기에 우리 민족은 남북 상호 간 증오의 칼날만 세우는 자해만 거듭하고 있다. 67년 전 남북 단독정부 수립 역사가 더욱 뼈아픈 대목이다.

 

외눈박이로 동족의 반쪽을 외면하고 분단 고착에 한 몫한 교회

이런 분단의 고착에 한국 그리스도교회가 한 몫했다는 것을 참회의 심정으로 돌아봐야 한다. '교단 차원에서 교회 지도층이 앞장서 친일했다'는 해방 전 일제강점기 때의 잘못은 제쳐 놓고서라도 해방 정국에서의 교회 행적은 어떠했던가? 마침 북녘에 공산당 정권이 들어서자 '반공주의'를 기치를 내건 교회는 남북 분단의 한 축으로 빠르게 자리 잡아 갔다. 특히 1946년 김일성 정권이 토지개혁을 실시하면서 교회 소유 토지나 재산이 대부분 몰수 당하는 등 종교적 박해를 견디다 못해 대거 남쪽으로 피난 오면서 반공주의 세력의 정치세력화에 기여한다.

 


▲ "겁이나요, 아직도..." 국민보도연맹 양민학살 사건을 다룬 영화 '레드튬' ⓒ 레드툼

 

좌익 척결을 외치며 제주 4.3사태, 보도연맹 등에서의 민간인 학살은 물론 김구 등 민족주의 지도자들을 암살한 극우반공단체 서북청년단 등 거기에 북한에서 남하한 개신교인들이 주축임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천주교는 미군정과 이승만 세력과 손잡고 남한 단독정부 수립에 공헌한다. 제헌의회가 '반민족자처벌법'을 통과 시켰을 정도로 좌익이 우세했던 정치 지형에서 천주교가 우익 측에 서게 된 것은 물론 반공주의 때문이었다.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무수히 투옥 학살 당한 한국전쟁은 교회의 반공 이데올로기를 더욱 강화 시켰다.

 

민족은 분단의 칼에 찔려 신음하는데 교회는 외눈박이로 한쪽을 따라다니며 분단 상황 고착에 힘을 보탠 것이다. 해방정국과 한국전쟁 때의 행적, 그 트라우마로 인해 교회는 한동안 남북통일운동에 나서지 못했다. 기껏 해야 북한 공산주의 정권의 회개만 바라는 기도문만 외우는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교회가 다시 남북통일과 민족화해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에 저항한 민주화운동에 나서면서였다. 참된 민주화는 분단이 극복되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1980년대 이후 민족화해와 통일운동에 적극 동참했다.

 

마침 그 시기에 독일 통일이 있었는데, 거기에 크게 기여한 독일 교회의 역할을 보면서 더욱 자극 받았다. 그러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천주교와 개신교 모두 보수화의 길로 접어들면서 교회의 진보적 통일운동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렸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기를 맞아 남북 당국 차원에선 6.15, 10.4 남북합의가 성사되는 등 교류가 활발해졌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교회 차원에선 침체기에 접어들었던 것이다.

 

교회, 광복 70년, 분단 70년, 무엇을 했는가?

남북통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은 일반 국민도 마찬가지다. 분단의 역사가 길어지고, 남북의 이질성이 커지면서다. 통일부가 초중고생 11만 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통일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은 전체 절반을 조금 넘는 53.5퍼센트로 나타났다. 또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가 전국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통일의식조사 역시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자가 55.8퍼센트였다. 통일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는 가장 큰 이유로 남북 간 경제 격차를 꼽았는데, 어떤 방식의 통일이든 막대한 통일비용이 들 것인 반면, 통일로 인한 이익은 체감하기 어렵다는 의견들이었다.

 

교회도 그러한가? "내 혈족인 동포들을 위해서라면, 나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떨어져 나가기라도 했으면 하는 심정입니다"(로마 9,3)는 사도 바울의 고백 같은 절절함을 교회는 지닐 수 있는가? 광복 70년, 분단 70년, 바빌론 유배 70년(예레 29,10) 같은 이 세월, 교회는 무엇을 했는가. 그 70년 동안 이스라엘 백성들은 유배지에서 민족 일치를 도모했고, 민족정신과 종교적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경전을 정리하며 해방의 그날을 준비했다. "바빌론 강기슭 거기에 앉아 시온을 생각하며 우네. 거기 버드나무에 우리 비파를 걸었네. 예루살렘아, 내가 만일 너를 잊는다면 내 오른손이 말라 버리리라. 내가 만일 너를 생각 않는다면 내가 만일 예루살렘을 내 가장 큰 기쁨 위에 두지 않는다면 내 혀가 입천장에 붙어 버리리라"(시편 137,6) 같은 애끊는 간절함이 지금 교회에 있는가?

 

교회, 빈 들에서의 정화 시간이 필요하다

구약시대에도 애끊는 간절함으로 이스라엘의 구원을 갈망한 예언자들이 있었다. 바빌론 유배 70년을 예언했다 민족의 배반자로 찍혔지만 조국의 패망 앞에 누구보다 가슴 아파하며 비탄에 잠겼던 참된 예언자 예레미야. 남유다와 북이스라엘로 찢어진 조국이 하나로 통일되기를 바랐던 예언자 에제키엘, 그에게 남북이 하나 되는 비전이 보이는데, 마른 뼈들이 뒹구는 빈 들에서였다(에제 37,1-28). 그뿐 아니다. 호세아도 빈 들로 불러 내었다(호세 2,16). 모세도 출애굽을 시작하기 전 먼저 빈 들에서 살았다. 예언자 엘리야는 늘 빈 들에서 살면서 하늘의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일찍이 예언자 이사야가 예언한 빈 들에서 외치는 소리 세례자 요한은 평생이 빈 들의 사람이었다. 예수조차 공생활 전에 빈 들로 가서 40일간 지내고 영이 충만한 상태로 세상으로 돌아오신다.

 

왜 빈 들인가? 교회가 일제강점기 때 친일하고, 해방정국에선 우익으로 좌익 척결에 앞장서고 미군정과 이승만 세력과 손잡고 단독정부 수립에 공헌한 것은 한국교회의 권력지향성을 드러냄이 아니었던가. 반공이란 깃발 역시 무신론에 대항하는 차원이라기보다 김일성 정권의 토지개혁으로 자산이 몰수 당하며 피해 입은 것에 대한 반작용은 아니었던가? 빈 들로 가는 것은 바로 그런 정화의 길로 걸어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거기에서 빈 들처럼 툴툴 털어 버리며 모든 것에서 자유로울 때 마치 득음을 하듯 교회도 예언자의 목소리를 지닐 수 있을 것이다. 하늘은 그런 빈 들의 사람을 통해 일을 하신다. 빈 들에서 외치는 소리에 권위가 있음이다. 구원이 빈 들로부터 오는 이유다.

 

빈 들로 교회를 불러내는 빈 들의 사람 프란치스코 교황

교회의 기원이 빈 들이었다. 공생활 앞둔 예수께서 굳이 빈 들의 사람 세례자 요한을 찾아가 세례 받으신 것은 빈 들의 그 야성을 교회의 마음으로 삼겠다는 뜻. 그 전통을 이어받은 교회 역시 어느 문제든 언제나 빈 들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이미 2세기부터 사막수도회가 나온 것도 그 까닭, 모든 쇄신은 빈 들에서 이루어졌다. 수비아코 동굴에서 거듭난 누르시아의 베네딕토, 움브리아 빈 들에서 눈을 뜬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만레사 동굴에서 가슴에 불을 지핀 예수회 창립자 로욜라의 이냐시오, 빈 들은 모든 개혁의 모태였다.

 

그리고 이 시대 문득 교황청에 나타난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빈 들의 사람이다. 그가 태어난 땅 라틴아메리카는 빈 들의 대륙, 가난의 대륙이다. 500년 전, 교회의 강제 개종은 겉옷만 껴입힌 것일 뿐 영혼을 껴안지는 못했다. 언제나 슬픔에 젖어 있는 그들의 눈에서 교회의 손길로도 채울 수 없었던 텅 빈 마음을 본다. 거기에서 빈 들의 신학, 해방신학이 나왔다. 그 빈 들의 예언자 프란치스코가 교회를 향해 '거리로 나가라'고 재촉한다. 빈 들로 가라는 뜻이다.
 


▲ 대한민국은 어떻게 해방되었는가? 일제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중국 남성들의

전통 의상인 창산(長衫)을 입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 ⓒ 백범김구기념관

 

북한을 도우는 것이 가난한 이를 위한 가난한 교회 구현하는 길

이제 한국 교회가 빈 들로 나갈 때다. 거기서 남북 대립 구조를 혁파할 하나 됨의 비전을 에제키엘처럼 받을 때다. 이 시대의 구원을 위해, 교회 자신의 쇄신을 위해, 우리 민족의 하나 됨을 위해 빈 들로 가서 외눈박이로 민족의 반쪽을 외면했던 속 좁음의 지난날을 참회의 심정으로 고백하고, 진정한 해방과 광복을 강림시키는 남북 화해의 제사장이 되어야 한다.

 

특히 분단 현실에서 가장 고통 받고 있는 북한 주민의 삶을 껴안아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교회에 주문한 '가난한 이를 위한 가난한 교회', 지금 한반도에서 그들만큼 가난한 이들이 또 있을까. 독일 통일 전의 서독 교회처럼 북한을 향한 물적 인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 남북 화해와 통일의 밑거름을 쌓아 나가야 한다.

오는 2019년 4월 13일은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 전문에서처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백년이 되는 '건국일'이다. 이날을 남북이 분단의 벽을 허물고 하나 됨의 계기를 만드는 희년으로 삼았으면 싶다.

 

이 글을 마무리하려는데 부산대학교 고현철 교수의 투신 소식이 들려 온다. 민주화 결실인 총장 직선제를 대학 자율 수호 차원에서 지켜 내기를 바라며 몸을 던졌다. 이명박근혜 정권이 총장 직선제를 폐기하려는 의도야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혀 보수 일색인 우리 사회에서 유일하게 남은 진보 섹터인 대학사회마저 보수화시켜 장기집권의 토대를 확고히 해 놓겠다는 것.

 

이들에게 대학이 인류역사에 지녔던 보편적 가치가 이해나 될 것인가. 이처럼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세력의 집권은 또 다른 형태의 바빌론 유배가 아니겠는가. 대학사회가 진리 수호 차원에서라도 직선제를 지켜야 하는 이유다. 대학이 지성의 전당이라는 것은 그 지성이 양심과 함께 할 때다. 죽어 가는 이 시대를 살리려면 대학이 부활해야 한다. 유신독재를 무너뜨린 부마항쟁의 불씨가 당겨진 그 곳. 부활은 늘 죽음 뒤에 온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일성 참배, 오히려 북측이 말려"
오마이뉴스ㅣ김도균ㅣ2015.08.20 13:26 최종 업데이트 2015.08.20 13:26

 


▲  김대중 대통령 서거 6주기를 맞아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추모토크쇼가 <오마이뉴스> 황방열 기자(맨 왼쪽)의 사회로 진행 되고 있다. 패널에는 (오른쪽 부터)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 노회찬 전 정의당 국회의원,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이 참석 했다. ⓒ 이희훈

 

김대중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모 토크쇼... '평화와 민주주의 위기'

북한의 DMZ 지뢰 도발에 대응한 우리 군의 대북확성기 방송에 반발한 북한군이 17일 확성기를 틀어 맞대응에 나섰다. 남북이 장성급군사회담 후속합의서를 통해 비무장지대 내에서의 선전활동을 전면 중지하기로 합의하고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14년 전 상황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는 김대중 대통령 서거 6주기를 맞아 추모 토크쇼가 열렸다.

 

'평화와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주제로 2시간여 진행된 이날 토크쇼는 황방열 <오마이뉴스> 기자의 사회로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와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노회찬 전 정의당 국회의원이 패널로 참석해 남북관계와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론했다. 토크쇼 참석자들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통일 대박론'을 천명했던 박근혜 대통령 정부 아래서 남북관계는 오히려 대결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뜻은 고맙지만 당신들 남쪽에 돌아가면 어떻게 되겠느냐?"

국민의 정부 시절 대북 특사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던 박지원 의원은 정상회담 당시 공식수행원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당시를 상기했다. 정상회담 직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 대통령에게 "군인은 총을 가지고 있으면 쏘고 싶은 유혹을 한없이 느낀다, 북측에서 남측으로 매일 대남방송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먼저 중단하겠다"고 언급했고, 곧 이를 실천에 옮기겠다고 약속한 것이 상호 확성기 방송 중단으로 이어졌다는 것.

박 의원은 "목함 지뢰 사건으로 대북방송이 시작되고, 북한에서는 박 대통령의 모습을 그려놓고 총을 쏘아대고 대남방송까지 하니 상황이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문정인 교수는 이달 초 이희호 여사의 방북 당시 통일부가 당국 간 회담을 제의했다가 북측으로부터 거부당한 일은 우리 정부의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방북은 나름대로 의미는 있었다고 본다"면서도 "(이 여사가 방북하던)8월 5일 통일부가 북에 전통문을 보내서 당국자 회담을 제의해 이 여사의 방북을 평가절하한 것은 상당한 패착이었다"고 지적했다. 노회찬 전 의원은 지난 2000년 9월 방북 당시의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당시 50여 명의 민간방북단 중 몇 명이 '평양을 방문했으니 예우차원에서 김일성 주석의 유해가 안치돼 있는 금수산 궁전을 참배하고 싶다'는 의사를 북측에 전했지만, 북측은 이를 거절했다는 것이다.

 

노 전 의원은 당시 북측으로부터 "뜻은 고맙지만 당신들이 남쪽에 돌아가면 어떻게 되겠느냐, 남쪽에는 이 문제를 굉장히 민감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남북관계가 모처럼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문제가 남북관계에 손상을 입히지 않을까 걱정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남과 북이 서로 이러한 배려를 상대방에게 보인다면 많은 문제가 자연히 풀리리라고 전망했다.

 

박 의원도 "과거 방북 당시 북측의 고위관리가 '남측의 극좌적인 사람들은 제발 북한 방문에 참가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해서, '북측에서 받지 않으면 될 것 아니냐'고 했더니 '우리들 좋다고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받지 않겠느냐, 이 사람들이 와서 극렬한 행동을 하니 오히려 남측과 적대적 관계가 심해진다'고 말하더라"고 소개했다. 박 의원은 "북한도 알 건 다 알고 있다"면서 "남북 간에 극좌적, 극우적인 행동은 서로 삼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황악화 막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

 


▲  김대중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모 토크쇼 패널로 참석한 (오른쪽 부터) 노회찬 전 정의당 국회의원,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 이희훈
 

지난 6월 북한군 병사의 숙박귀순, 이달 초의 목함 지뢰 사건 등 군 경계태세의 허점을 드러낸  박근혜 정부의 안보무능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 의원은 "우리 측 관리지역에서 목함 지뢰가 폭발해 장병 2명이 중상을 입은 것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잘못된 일이지만, 북한의 소행이라고 한들 (사전에 이를 막지 못한) 우리 국방이 굉장히 염려된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다른 건 실수해도 되지만 국방은 실수하면 다 죽는다, 이번만은 박 대통령이 군기를 확실하게 세워서 국방장관, 합참의장, 책임자들을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남북이 비무장지대를 두고 첨예한 대립을 하는 상황에서는 우발적이거나 계획적인 사건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계획적 사건이었다고 해도 경고방송하고 비방방송을 해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 국가의 존재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다시 남북합의서의 기본정신으로 돌아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책임자 처벌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위기국면을 전환해 남북 간에 신뢰구축의 전기를 마련하는 것이 현명한 정부"라고 지적했다.

 

노 전 의원은 남북관계 악화의 근본 원인으로 새누리당이 늘 남북관계에 앞서 국내정치에서의 이해타산을 따지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노 의원은 "과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는 과정에서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의) 남북관계 개선노력에 대해 '퍼주기 했다'고 폄하하면서 정치적 이익을 도모했던 것처럼, 지금도 '어떻게 하면 남북관계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느냐'의 판단기준보다는 '어떻게 하면 국내 정치에서 지지를 얻는데 도움이 될 것인가'하는 판단의 결과로 늘 강경대응이 채택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새정치연합, 갑자기 안보정당, 성장정당이 되려하니 헷갈려"

토크쇼 2부는 민주주의 위기를 주제로 진행됐다. 특히 참석자들은 한국사회가 겪는 민주주의의 후퇴상황 속에서도 무력한 모습만 보여주는 야권의 현실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박 의원은 총리 인사청문회와 공무원 연금개혁, 추경예산안 통과에 협력한 야당은 최소한 세월호 문제와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는 무엇이라도 얻어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야당은 야당다워야 하는데, 아무것도 얻어 내지 못하고 다 줘버리기만 하니 '무기력한 야당'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새정련이 새누리당보다도 치열하지 못하다"라면서 "새누리당은 굉장한 세대교체를 이루었는데, 새정련은 김대중 대통령이 발굴했던 386들이 586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우리가 과거 70~80석일 때는 야당다웠지만, 18,19대 국회에서 130석이 되니 '웰빙 야당'이 되어버렸다, 치열함을 가지지 않으면 또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불행하지만 신당 창당은 상수라고 본다"고 했던 그는 분당 쪽 입장에 서있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정치는 생물이다, 미래의 일을 지금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야권이 단일화해서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이루어내야 하고, 새정련은 통합단결해서 승리의 길로 가야한다"고 밝혔다. 노 전 의원은 "'정권교체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늘 40%가 넘는 유권자들이 '그렇다'고 답변하지만,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답변한 사람들에게 '야당을 지지하느냐'고 물으면 일부만 '그렇다'고 답변한다"면서 "정권교체는 필요하지만 지금의 야당으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에서의 야권연대에 대해서 노 전 의원은 "한국과 일본이 사이가 좋지 않을 때도 있지만 외계인이 쳐들어오면 힘을 합쳐 싸워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차이가 있을 때는 이합집산을 되풀이 하는 것보다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도 큰일에서는 힘을 합하는 '협력적 경쟁관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 전 의원은 새누리당의 의석을 단 한 석이라도 줄이기 위해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기어서라도 국회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어디서 출마할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당에서 함께 논의해서 정할 것"이라며 "선택의 폭이 없는 것은 아니다, A 아니면 B"라고 답변했다.

 

문 교수는 "유권자들은 정당을 선택할 때 비젼을 보고 투표하는데, 그동안 평화정당, 복지정당, 평등정당을 표방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이 갑자기 안보정당, 성장정당이 되려고 하니 헷갈리는 것"이라며 "대표가 바뀌었다고 하루 만에 정체성이 바뀌는 정당에 신뢰가 가겠느냐"고 지적했다. 이날 진행된 토크쇼의 자세한 내용은 팟빵과 아이튠즈에서 들을 수 있다. [김도균 capa1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