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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청와대

[5자회동 이후] 여야 지도부 거리에서 정치쇼… '국민을 뭘로 보고'

잠용(潛蓉) 2015. 10. 24. 07:00

靑 회동 뒤 얼어붙은 정치권... 與 추진한 '3+3 회동' 野 거부
한국일보 | 이동현  | 입력 2015.10.23. 23:45 
 
野, 朴대통령 국회 연설 참여 재검토
일부선 "상임위 보이콧" 주장도
與는 국정화·경제살리기 드라이브

청와대 5자회동 이후 여야 관계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여야 원내대표, 수석부대표, 정책위의장이 참여하는 ‘3+3 회동’에 불응하기로 결정하면서 향후 국회 일정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2016년도 예산 및 법안 처리는 예정대로 진행하지만 국정교과서에 대해서는 투쟁의 수위를 높이기로 결정했다.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가 전날 청와대 회동에 따라 3+3회동을 추진할 계획을 밝힌 가운데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당분간 ‘3+3 회동’은 어렵다. 이대로 당할 순 없다”며 거부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해봐야 기본 (협상) 시작조차 힘든 것 아니냐”, “너무 어이 없고 미래 전망을 가질 수도 없다.

 

우리 입장과 요구를 준비하려다 포기해 버렸다”며 회동 자체에 회의적 입장을 나타냈다. 당장 새정치연합은 이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을 요구하며 30일로 예정된 한ㆍ중 FTA 여야정 협의체 첫 회의 참가를 보류하기로 했다. 이 원내대표는 “상임위 차원에서 정부 차원의 대안과 피해보전 대책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며 “대책이 수립된 후 비준 시기를 살피겠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 일부에서는 청와대 회동 후 상황이 달라진 만큼 상임위 보이콧 등 강경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장 27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참여 여부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당은 당초 시정연설 정상참여로 잠정 결론을 내렸지만, 전날 회동이 성과 없이 마무리되자 원점 재검토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새누리당은 ‘청와대 5자회동’을 계기로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당위성과 함께 민생경제 살리기의 시급성이 확인됐다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청와대 회동에서 문재인 대표도 민생과 관련한 국회 예산, 법안을 다른 역사교과서 등과 연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역사교과서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국회는 민생 현안 처리와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이번 회동에서 박 대통령이 직접 야당 지도부를 만나 노동개혁 등 4대개혁 법안과 예산안 처리 등을 호소했다는 사실을 집중 부각하며 “이제 정치권이 답을 내놓을 때”라며 야당을 압박했다.

박상준기자buttonpr@hankookilbo.com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이슈분석-청와대 '빈손 담판']

'정치쇼' 5자 회동.. 여론전 노림수
국민일보 | 한장희 기자  | 입력 2015.10.23. 22:27  


어차피 서로 설득못할 상황 '하고싶은 얘기라도 하겠다'...
여야 대표, 노골적 대립각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22일 ‘5자 회동’을 두고 하는 말이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방 주장만 오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대통령의 국회 시정 연설을 코앞에 둔 시점이라 합의 도출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회동 후 “싸우는 게 안 만나는 것보다 낫다”고 애써 의미를 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양측은 “‘생각이 정말 다르구나’라는 것을 확인한 것 외에는 의미가 없다”고 평가하며 ‘상대 탓’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치 지도자들의 회동이 경쟁적으로 상대의 말이나 끊는 언쟁으로 전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에선 양측의 전략이 애초부터 결렬 상황에 맞춰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라는 첨예한 의제를 두고 어차피 상대를 설득할 수 없는 상황이면 하고 싶은 얘기라도 모두 하겠다는 전략이 충돌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이 전략이 지지층을 결집하고 향후 여론전을 펴는 데 있어서도 훨씬 득이 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나쁜 합의보다 좋은 결렬을 택하겠다”는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의 회동 전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당내 입지가 불안한 여야 대표의 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23일 “여야 대표가 역사 교과서 강성 대결을 벌인 이면에는 복잡한 당내 관계가 배경에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친박(친박근혜)계와 공천 룰 전쟁을 최대한 늦추고 박근혜 대통령과 관계 개선이 필요했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신당 창당과 비주류의 공세를 무마하기 위해 여권과 확실히 각을 세워야 할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정치공학적인 측면보다 소신이 작용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과거 ‘사학법 개정 반대’ ‘세종시법 개정 반대’ 때와 마찬가지로 박 대통령이 이번 역사 교과서 문제도 정략적 접근이 아닌 소신을 바탕으로 한 정공법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역시 ‘대통령의 진정성’을 강조한다. ‘정치쇼’로 끝났다는 혹평을 받고 있는 청와대 5자 회동 이후 ‘역사 전쟁’ 전선은 더 뚜렷해졌다.

 

박 대통령의 의중을 똑똑히 확인한 여당 의원들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단일대오’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고 판단, 국정화 이슈를 내년 총선까지 이어가겠다는 심산이다. 다만 문 대표는 정기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거나 예산 심사를 거부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