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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념

[역사 교과서] 박 정권 사활로 비화… 이념문제 아니라 사활문제

잠용(潛蓉) 2015. 10. 24. 08:08

교과서 국정화 더 단호해진 靑, 대북 노이로제
“만경대 사진, 이거 학생에게 보여줘야 하나?”

입력 2015-10-24 03:00:00 수정 2015-10-24 03:23:32


靑 5자회동 이후 국회운영위 국감서 2라운드 

“우리 아이들을 뭐로 보고 ‘미래지향적’이라는 말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십니까.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 “검정을 해보지 않았습니까. 해봤는데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바꾸겠다는 겁니다!”(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23일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에 대한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정감사장. 이 실장은 만경대(김일성 생가) 사진이 실린 한 역사 교과서의 복사본을 들고 흔들었다. 마이크가 꺼질 때까지 “이런 것을 가르치는 것이 (현재) 역사 교과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국감은 청와대와 야당 의원 간에 팽팽한 설전(舌戰)이 오가면서 전날 청와대 ‘5자 회동’의 2라운드가 됐다. 

 

[사진] 눈 질끈 감고…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왼쪽)이 23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실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도중 눈을 질끈 감고 있다. /뉴스1 

 

[사진] “답변 이렇게…”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오른쪽)이 23일 국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진재관 편사부장과 답변 내용을 상의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학생들에게 북 만경대 사진 꼭 보여줘야 하나?”

청와대 5자 회동 이후 청와대의 대응은 단호해진 듯했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분명한 의지를 강조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실장은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가 될 것’이라는 야권의 공세에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교과서를 쓰면 여러분이 가만히 두겠느냐”고 반박했다. ‘국정화를 채택한 나라가 거의 없다’는 지적에는 “(분단국가라는)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맞섰다. 새정치연합 신정훈 의원이 “역사 교과서에 만경대 사진이 게재된 게 좌경적 시각인가”라고 따지자 “그러면 의원님은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만경대 사진을 꼭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받아쳤다.

 

이 실장은 국정화 추진과 관련해 “청와대가 직접 교육부에 지침을 내린 것은 없다”며 “교육부가 주체가 돼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자체적으로 최종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만 ‘검정제를 부실하게 운영해 사달이 났다’는 지적에는 “지난 10년 동안 (역사 교과서를) 방치했던 것에 대한 정부 나름의 책임도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KF-X 보고 조금 미흡했다”

미국의 핵심 기술 이전이 무산된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에 대한 공방도 치열했다. 야당이 외교안보 라인의 책임을 묻자 청와대는 “4가지 기술은 사업 추진의 필수조건이 아니며 자체 개발이 가능하다”고 맞섰다.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은 “4가지 기술은 우리가 10년 안에 자체 개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국방장관이던 2014년 “(KFX 사업을) 책임지겠다”고 한 발언이 문제가 되자 “국방장관으로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한 것이지 사업 전체를 책임지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주철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의 교체 배경을 묻자 이 실장은 “기술 이전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고 어떻게든 살려 보려고 노력하느라 (대통령) 보고과정에서 조금 미흡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여부를 놓고 새정치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우리 동의가 없으면 자위대가 못 들어온다는 게 맞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김 실장은 “우리 헌법의 대한민국 영토 규정에 따라 북한에는 자위대가 들어올 수 없다. 우리의 승인이 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 국방위원회 예산결산소위원회에 계류 중인 KFX 사업에 배정된 내년도 예산은 670억 원으로 확인됐다. 국방부가 요청한 1618억 원의 40% 정도로 절반 이상이 삭감된 것이다. 예산 삭감이 예고되면서 KFX 사업 전망도 더욱 불투명해졌다.


청와대 vs 야당 ‘기 싸움’
이날 국감에서는 청와대 인사들과 야당 의원들 간에 일촉즉발의 ‘신경전’이 수시로 벌어졌다. 회의 도중 현기환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새정치연합 진선미 의원에게 “웃지 마세요”라고 했다가 사과 요청을 받았다. 이 실장이 같은 당 최민희 의원에게 ‘십자포화’를 맞자 진 의원이 이 모습을 보고 웃은 것이 불씨가 된 것.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현 수석은 “야당 의원님들이 ‘문고리’ ‘도둑이 제 발 저린다’ 등으로 저희들을 죄인 취급하는 데 수모감을 느껴 그렇게 말했다”며 사과했다. <홍수영 기자·차길호 기자>

 

[사면초가 국정교과서]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를 객관적으로 얘기할 수 없는 사람

[경향신문] 2015-10-23 22:02:56ㅣ수정 : 2015-10-23 23:17:42

한국사 연구자 도널드 베이커 교수가 본 ‘교과서 국정화’

해외의 한국사 전공자들에게도 한국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큰 관심사다. 도널드 베이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아시아학과 교수(70)도 그중 한 명이다. 일본 교토에서 연구년을 보내고 있는 베이커 교수는 지난 22일 전화인터뷰에서 국정교과서가 답이 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이 역사에 대해 좀 더 종합적인 견해를 갖도록 하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바람이라면 서로 경쟁하는 다양한 교과서들이 제공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베이커 교수는 연구자로서 1971~1974년과 1980년 광주에서 지내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사진] 현재 일본에 체류 중인 도널드 베이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는 인터뷰에서 “정부가 역사를 어떻게 가르쳐야 되는지 명령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 박 대통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는 역사를 어떻게 가르쳐야 되는지 명령해서는 안된다. 현재 교과서가 너무 좌파적이지 않으냐는 논쟁에 대한 양측의 논지를 모두 경청해봤다. 양측 모두 역사를 과도하게 정치화하고 있다. 교과서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현대사 해석을 약화시키는 팩트는 배제하고 싶어한다. 나는 학생들이 역사에 대한 좀 더 종합적 견해를 가질 수 있도록 서로 경쟁하는 다양한 교과서들이 제공되기를 바란다.”

- 현행 교과서들이 너무 좌파적이라는 인식에 동의하나?

“교과서들에서 주체사상을 칭찬한다는 공세는 사실에 기반해 있지 않다. 학계가 일반인에 비해 좀 더 진보적일 수는 있다. 따라서 교과서들이 학계 밖에서 쓰여질 때보다는 대체로 진보적 색채를 띨 수 있다. 박근혜의 관점에서 보기에 지금의 교과서가 좌파적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박근혜의 관점일 뿐이다.”

- 박 대통령이 이런 논쟁을 촉발하는 것이 적절한가?

“그는 객관적인 사람이 아니다. 무엇보다 그는 박정희의 딸이다. 아직도 박정희에 의해 고초를 겪은 사람들이 살아있다. 그 사람들에게 박근혜가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려고 한다면 믿겠는가. 객관적인 역사를 얘기하려고 한다면 자신이 직접 겪지 않은 사람들로 하여금 쓰도록 해야 한다. 역사는 본디 어지러운 것이다. 하나의 교과서만 있다면 깨끗하게 보일 수는 있겠지만 역사는 그런 게 아니다.”

- 국정교과서를 만들 경우 어떤 부분이 가장 우려되나?

“그들이 제주, 광주에 대해 뭐라고 쓸지 모르겠다. 아마 별로 기술하지 않을 것이다. 제주, 광주 사람들은 자신들이 겪은 일을 나머지 한국인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낀다. 만약 두 지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다루지 않은 교과서가 나오면 정부로부터 소외감을 더 느낄 것이다.”

- 당신은 좌파인가, 우파인가?

“나는 미국·캐나다 이중국적자인데, 캐나다에서는 신민주당에 투표했고 미국에서는 민주당에 투표했다. 그렇다고 아주 왼쪽에 있지는 않다. 가령 나는 북한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다소 왼쪽에 있지만 좌파 역사가들의 편견에 대해서도 인식한다. 광주에 대해 좌파 학자들이 기록한 방식 중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광주 사람들이 처음부터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는 기술이다. 일부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데모를 했던 것은 맞다. 하지만 도시 전체가 항거한 것은 정부군에 의한 동료 시민들의 죽음 때문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생명을 위해 싸웠다.”

- 스스로 객관적인 역사학자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는데...

“박정희에 대해 가르치는 것은 참 어렵다. 나도 그 시대를 살았다. 인권 문제에 대해 얘기할 것도 있고, 경제적 성취에 대해 얘기할 것도 있다. 둘 다 실제적인 것이었다. ‘전체적 평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경제는 잘했고 정치나 민주주의는 못했다. 박정희라는 사람 자체가 매우 복잡해서 하나만 확정해 얘기할 수 없다. 내가 비록 왼쪽에 있고 박정희에게 탄압받은 사람들을 심정적으로 지지하지만 글에서나 강의에서는 두 가지 다 제시하려고 한다. 교수로서 내 일은 어느 한쪽 시각을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다 보여주고 각자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첫 강의 때 나는 ‘여러분들이 이 강의실을 떠날 때, 이곳에 처음 들어올 때보다 더 혼란을 느끼면서 나가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한다.” <워싱턴 | 손제민 특파원 jeje17@kyunghyang.com>

 

[사면초가 국정교과서]
서울대 외국인 교수들도 "국정화 반대는 학자로서의 보편적 양심"

경향신문 | 김상범 기자  | 입력 2015.10.23. 22:36 | 수정 2015.10.23. 23:18  


'반대 선언' 동참한 미·일 교수들
지난 22일 서울대 역사전공 교수 36명의 ‘역사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 선언에는 3명의 외국인 교수도 참여했다. “바람직한 역사교육은 다양한 역사 해석의 가능성에 입각해야 한다”는 5개 학과(국사·동양사·서양사·고고미술사·역사교육과) 교수들의 선언에 함께 이름을 올린 것이다. 역사를 배우고 연구한 나라는 달랐지만, 저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고개를 젓는 시각과 몸짓은 단호했다.

 

[사진] 데이비드 라이트 교수 | 이케 스스무 교수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인 데이비드 라이트 교수(42·미국)와 역사교육학과 정교수로 임용돼 학생들을 가르치는 이케 스스무(池享·일본·65) 교수는 23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잘못된 방향”이라고 입을 모았다. 라이트 교수는 집필 거부 선언에 동참하게 된 계기에 대해 “역사를 연구하는 연구자의 입장에서 강하게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미국의 역사 서술도 과거 정치권력에 좌우된 경험이 있는데, 이런 실수로부터 (한국이) 배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트 교수는 국정화가 될 경우 정부가 역사 해석에 있어 특정한 이념을 강제하고 남용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했다. 그는 “역사의 영역과 정치의 영역은 반드시 구분돼야 한다. 역사엔 다양한 목소리가 있고, 한국뿐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정치적 주류의 목소리가 역사에 반영되는 것은 위험하다”며 “내가 (국정화에) 반대하는 것은 역사를 대하는 학자로서의 보편적 양심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트 교수는 “일단 정부의 의지대로 국정화가 된다면, 단지 이 정부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게 된다”며 “그 다음에 올 차기 정부에서도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마음대로 교과서 형태를 바꿀 가능성이 생긴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케 교수는 “특정 시각만 반영하는 역사란 불행한 것”이라며 “역사 서술과 역사교과서는 다양한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고 국정화 반대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일본에서도 패전 전까지는 군국주의와 천황제를 칭송하는 국정교과서 체제가 지속됐다”며 “한국은 오랫동안 국정 체제가 지속돼오다 검정체제로 바뀐 지 수년 만에 다시 정치적 문제로 국정제로 돌아가는 분위기여서 반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도 패전 이전 국정교과서 체제하에서는, 서술이 상당히 국가주의적이고 배외(排外)적인 기술들이 있었다”며 “한국에서도 국가가 역사 서술을 주도할 경우 (교과 내용이) 국가주의적으로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케 교수는 “역사교과서는 공교육을 통해 시민을 양성할 때 필요한 지식과 역사를 대하는 인식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며 “민주주의·인권 등 헌법상 가치들이 어떻게 발전·유지돼올 수 있었는지 등이 중심이 돼야 하고, 교과서 선택 과정에 있어선 현장 교사의 의견이 가장 중심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사면초가 국정교과서]
“민주주의와 전체주의의 싸움”… 대학 교수들도 거리로
  
 
안병욱·이이화 교수 등 20여명 오늘 행진… 학생 등 참여 확산

 원로 사학자와 대학 교수들이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항의해 거리 행진에 나선다. 자발적인 서명과 1인 시위를 통해 ‘하나의 역사’를 강요하는 국정교과서에 저항하는 청소년들도 늘어나고 있다. 중도성향 기독교 교사단체까지 최초로 실명 비판에 나서면서 주말 범국민대회를 앞두고 국정화 반대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 ‘국정화 반대’ 대구로 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왼쪽)가 23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친일·독재 미화 국정교과서 반대’ 대국민 서명운동을 하면서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교수들 주말 거리행진

 원로 사학자인 안병욱 가톨릭대 명예교수·이이화 전 서원대 석좌교수를 포함해 서울지역 대학교수 20여명은 주말인 24일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거리행동’에 나선다. 교수들은 오후 4시 서대문독립공원에서 출발해 서대문역~시청역을 거쳐 행진한 뒤 오후 6시 청계광장 범국민촛불대회장에서 시민들과 합류할 예정이다. 거리행동에는 검정교과서 집필자, 역사 연구자, 역사 교사·학생 등 200여명이 함께한다.

 

교수들은 23일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정부는 우리들의 의견을 묵살한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이념전쟁이 아니라 권력과 학문의 싸움이자 전체주의와 민주주의의 싸움”이라며 “거리에서 국정화 행정예고 철회와 학문의 자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결의를 밝힐 것”이라고 발표했다. 부산·울산·경남지역 14개 대학 역사전공 교수 87명은 이날 “역사교과서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국정교과서 집필·수정·심의 작업과 이후 국정교과서를 활용한 정책 연구 및 출제 등 제반 활동에 일절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23일 현재 집필을 거부한 교수들은 86개 대학 690여명이다.

 

■ 청소년들 자발적 반대 행렬

‘국정교과서반대 청소년행동’(청소년행동)은 23일 기준으로 초·중·고 서명자가 28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서명은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됐고, 신도봉중·오산중·인헌고·구로고 등 10여개 학교 학생들은 서명용지를 그리거나 출력해 서명지를 제출하기도 했다. 청소년행동 활동가인 최서현씨는 “교육부의 국정화 발표 전인 11일부터 첫 거리행동에 나섰던 청소년들이 국정화 행정예고 후에 스스로 1인 시위에 나서고 집회·서명운동 참여자도 늘고 있다”며 “학생들이 국정화 문제를 자신들의 문제로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주말인 24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부터 파이낸스빌딩까지 국정화 반대 대자보를 들고 거리행진을 할 예정이다. 수원지역 청소년들도 이날 오후 2시 수원역 중앙광장에 모여 거리행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 기독교 교사들 최초 실명 비판

 중도성향 기독교사 모임인 ‘좋은교사운동’은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 권력이 과도하게 교육과정에 개입하게 될 때 교육은 왜곡되게 마련”이라며 “우리는 특정 정치세력의 입장을 획일적으로 강요하는 교육과정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선언에는 교사 1017명이 실명으로 참여했다. 좋은교사운동 소속 교사들이 실명으로 정부 정책을 비판한 것은 이 단체 창립 후 처음이다. 교사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교사로 하여금 특정 정치세력의 이념을 선전하도록 강요하는 것이고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흔드는 행위”라며 “교육의 중립성과 전문성을 침해하는 권력의 횡포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 교육부 “엄정 조치”…교사들 반발

교육부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예정에 없던 긴급 브리핑을 열고 “교사들의 시국선언 및 서명운동 참여, 정치 편향 수업 등으로 교육 중립성이 훼손되는 사안에 대해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앞서 지난 21일에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이달 말 예정된 시국선언을 강행할 경우 징계 및 형사고발을 하겠다고 밝혔다.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교원의 시민권을 제한하는 교육부의 직권남용”이라며 “시국선언을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한 것은 정부·여당”이라며 “적반하장”이라고 말했다. <정원식·김지원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사면초가 국정교과서]
국정화’ 반대는 47% 찬성은 36%

[경향신문] 2015-10-23 22:07:28ㅣ수정 : 2015-10-23 22:36:31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한 여론 무게중심이 ‘반대’로 쏠리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은 지난 20~22일 전국 성인 1010명을 대상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해 물은 결과 36%는 ‘찬성’, 47%는 ‘반대’라고 답했다고 23일 밝혔다. 17%는 입장을 유보했다. 찬성 답변은 지난주 조사보다 6%포인트 하락한 반면, 반대는 5%포인트 올랐다. 국정화 방침 발표 직후인 지난 13~15일 조사에선 찬반이 42%로 같았다. 

 

 

반대 여론 확산세는 전 연령대에서 나타났다. 20·30·40대에선 반대가 각각 69%, 66%, 55%로 절반이 넘었다. 50대에선 찬성 여론이 51%로 절반을 넘었지만 전주보다 6%포인트 줄어들었다. 여권에 우호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60대 이상에서도 찬성 여론이 8%포인트 감소했다. 지역별로도 수도권·호남·충청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확산했다. 호남은 20%포인트, 충청은 15%포인트 반대 여론이 대폭 늘었다. 여권의 전통적 지지층인 영남에선 큰 변화가 없었다. 다만 대구·경북은 찬성 여론이 2%포인트 늘고, 반대도 3%포인트 증가해 찬반 격차가 좁혀졌다.

 

박근혜 대통령 업무수행 지지도는 긍정 평가가 42%로 지난주보다 1%포인트 줄었다. 오차범위 내에서 2주 연속 하락한 수치다. 부정 평가는 47%로 3%포인트 늘었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이 22%로 가장 많았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단독]국정 교과서 홍보에 '반상회'까지 동원한 정부... 유신 회귀
[경향신문] 2015-10-23 17:20:59ㅣ수정 : 2015-10-23 19:25:57  

교육부가 오는 25일 열리는 ‘10월 반상회’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홍보해달라고 행정자치부에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역사학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치고 여론도 나날이 악화돼 사면초가에 몰린 정부가 정책 홍보에 반상회까지 동원하는 것이다. 국정교과서 홍보도 정부의 일방적 주장이나 장밋빛 표현만 담고 있어 유신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4일 행정자치부에 오는 10월 정례 반상회보에 국정교과서 홍보 광고를 실어달라는 협조요청 공문(사진)을 보낸 것으로 23일 밝혀졌다.

 

[사진] 교육부가 10월 반상회’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홍보해달라고 행정자치부에 보낸 공문.

 

교육부는 공문에서 “2015년 10월 정례 반상회 홍보자료를 추가 제출하니 동회보에 게재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며 ‘올바른 역사교과서 이렇게 만들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국정 교과서 홍보 광고를 첨부했다. 광고에는 ‘균형 잡힌 교과서’ ‘최고 품질의 교과서’ ‘자긍심을 높이는 교과서’로 만들겠다며, “헌법적 가치에 기반해 사회적 합의와 통설을 중심으로” “우수한 집필진들이 서술하며” “외침과 국난을 극복한 자랑스러운 역사”를 담겠다고 밝히고 있다.

 

역사학계 전반의 집필 거부로 중립적이고 실력있는 집필진 구성부터 벽에 부딪친 정부가 일방적 미사여구로 국정교과서를 포장한 셈이다. 교육부가 행정자치부 장관(자치행정과장) 앞으로 공문을 보낸 지난 14일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행정예고한 이틀 뒤로, 국정화 발표 직후 정부가 반상회까지 동원해 여론 잡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일제 강점기 ‘반회’ ‘애국반’에 모태를 두고 있는 반상회는 1961년 5·16 군사정변 후 ‘지방자치단체법’과 ‘시·군·통·반 설치조례’를 제정해 법적 근거를 갖춘 뒤 유신시대인 1976년 5월부터는 관 주도로 통상 매달 25일에 운영되기 시작했다.

 

[사진] 교육부가 행정자치부에 보낸 공문 중 ‘올바른 역사교과서’ 홍보 문구


교육부 관계자는 “국민들이 알아야하는 정책과 홍보자료를 취합해 (행자부에) 보내면 이를 각 지역 반상회가 취사선택해 반상회보에 싣게 된다”며 “현재 (국정화)반대 의견들도 있지만 일단 정부에선 국정화에 대한 정책 방향이 정해져있고 행정예고 기간이 끝나면 바로 집필에 들어가야 하므로 국민들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 이준식 연구원은 “일제시대 군국주의 홍보를 위해 만들어진 반회 조직을 유신 치하에서 되살린 것이 반상회 조직”이라며 “국정교과서 홍보를 위해 반상회마저 이용하는 것은 유신시대로 회귀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