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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품] 1인용 이동수단 어디까지 왔나?

잠용(潛蓉) 2015. 11. 28. 08:30

1인용 이동수단 어디까지 왔나?
동아일보 | 입력 2015.11.28. 03:05 | 수정 2015.11.28. 03:22 

 

[동아일보] ‘뚜벅이’가 사라지는 세상이 올까. 자전거, 스케이트보드 등으로 대표되던 1인용 이동수단은 점차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하며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르노, 혼다, 도요타, GM 등 자동차 기업 외에도 보쉬, 만도 등 부품 기업들도 1인용 이동수단 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세그웨이, 나인봇 외에도 양발에 바퀴를 달아 움직이는 새로운 형태의 ‘포스트모던 스케이트보드’, 체중계처럼 생긴 네모난 발판으로 움직이는 ‘워크 카(Walk Car)’, 신발에 네 바퀴가 달린 신개념 롤러스케이트 ‘워크 윙(Walk Wing)’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을 시험받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 수평을 유지해 넘어짐을 방지하고, 몸의 기울기를 읽고 방향을 잡는다. 두 손으로 운전대를 조작한다기보다 신체를 직접 활용해 조작하는 형태다. 이용자의 움직임의 각도를 파악해 몸의 각도와 기기의 운동방향을 맞춰주는 자이로스코프 센서 등을 통해 이용자들은 마치 신체의 일부가 확장된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아직까지 1인용 이동수단을 일부 얼리어답터나 키덜트 제품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혁신적인 디자인 및 기능, 전기에너지라는 친환경적 교통수단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은 차이가 없다. 쉽고 간단한 데다 전기에너지를 이용하니 친환경적이다. 사람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갈 수 있고 주차 문제 등에서도 자유로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인용 이동수단 시장은 2020년까지 이용자 3500만 명, 출시 모델 200여 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이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1인용 이동수단 종류에는 무엇이 있을까. 모양이나 성능에 따라 종류가 점차 다양해지면서 이용자들은 생활습관 및 동선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우선 서서 타는 신개념 전동 스쿠터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제품은 나인봇 E+다. 큼지막한 두 개의 타이어로 아스팔트나 잔디밭 등 지형에 구애받지 않고 주행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1인용 이동수단 중 가장 고급스럽고 다양한 기능을 자랑하지만 그만큼 가격이 비싼 것(약 460만 원)이 단점이다.

 

이달 초 출시된 나인봇 미니 프로는 크기나 무게, 가격을 모두 낮춘 제품이다. 나인봇이 “1인용 이동수단의 대중화를 이끌 제품”이라고 자랑했을 정도로 디자인이나 성능이 매력적이다. 가격은 약 99만 원, 무게는 12.8kg. 4시간 정도 충전하면 30∼35km를 이동할 수 있다. 최고 속도는 시속 18∼20km. 외발형 1인용 이동수단인 나인봇 원 시리즈는 초반에 제품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만 부피를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고, 세련되고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다. 균형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어렵지만, 타는 재미가 있어 익스트림용으로 많이 활용된다.

 

이 밖에 혼다는 앉아서 타는 ‘유니 커브(Uni Cub)’ 시제품을 최근 공개했다. 이중 휠 구조로 돼 있는데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이 가능하다. 도요타는 아이로드(I-Road)라는 지붕 달린 3륜 오토바이와 비슷한 소형 전기차를 선보였다. 최대 주행 거리가 50km로 도시에서 웬만한 이동은 가능하다는 것이 도요타의 설명이다. GM은 2009년 세그웨이와 공동으로 ‘PUMA’라는 1인용 이동수단을 공개했다. 최근 중국, 유럽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전기자전거도 1인용 이동수단에 속한다. 국내에서도 삼천리, 알톤스포츠 및 만도에서 전기자전거를 출시하고 있지만 국내 판매량은 2013년 기준 글로벌 전기자전거 판매량(3500만 대)의 0.5% 수준으로 낮다.

 

삼천리자전거가 올해 4월 새로 내놓은 ‘팬텀 미니 전기자전거’(135만 원)의 경우 페달을 밟으면 모터가 동시에 작동하는 ‘파스(PAS·Power Assist System)’ 기능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 페달을 밟을 때 누군가 뒤에서 부드럽게 밀어 주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쉽게 속도를 올릴 수 있다. 또 모터로만 주행하는 ‘스로틀(Throttle)’ 기능을 갖추고 있어 언덕도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1인용 이동수단의 혁명]

날개 단 산업, 발 묶는 법규
입력 2015-11-28 03:00:00 수정 2015-11-28 03:20:57

 

[사진 1] 중국 샤오미의 1인승 전동 스쿠터 ‘나인봇 미니’. /샤오미 홈페이지 캡처


“1999위안(元)!”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돈 35만 원. ‘원조’ 세그웨이의 가격이 400만 원대, 전 모델인 ‘나인봇 미니 프로’도 가격이 100만 원에 가까운 것을 생각하면 ‘혁명’이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는 가격이다. 지난달 19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北京) 크라운플라자호텔. 샤오미의 전동 스쿠터 ‘나인봇 미니’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엔 ‘짝퉁 애플’을 만드는 회사로 치부됐고, 그 후엔 ‘좀 괜찮은’ 휴대용 배터리를 만들어 ‘대륙의 실수’ 정도로 인식되던 샤오미는 단숨에 혁신의 상징이 됐다. 세그웨이에 대해 특허권 침해 논란이 일자 원조 세그웨이를 아예 인수해버리는 ‘패기’로 논란을 끝내긴 했지만 말이다.

 

반응은 국내에서도 폭발적이었다. 당장 직구·공구(공동구매)를 준비해야겠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지금은 중국에서도 물량을 구하기 힘들 정도로 팔려 나가고 있다. 조만간 자동차가 필요 없는 ‘이동수단 혁명’이 이뤄지리라는 전망도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이동수단 혁명론’은 이미 세그웨이가 발명됐을 때부터 등장했다. 하지만 세상의 예상과 달리 세그웨이는 ‘혁신적이라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가 되며 경영학계의 타산지석이 됐다. 큰 크기와 부담스러운 가격 때문에 사람들은 선뜻 지갑을 열지 않았다. 반면 나인봇 미니는 이런 기존 단점을 보완하는 제품으로 주목받았다. 

 

나인봇 미니의 등장으로 전기자전거·전동휠 등 ‘스마트 모빌리티’가 주목받고 있지만 국내의 법과 제도, 도로 상황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용자들은 물론이고 산업적으로 육성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 이들 1인용 이동수단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아직 국내 도로 상황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맞서고 있다.

 

◇ 나 홀로 씽씽 달린다 “대기오염-교통체증 해결할 미래 유망산업”

 

 

[사진 2] 세그웨이를 타고 순찰을 도는 해외 경찰(쪽 사진)과 세그웨이를 타고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둘러보고 있는 관광객들의 모습(아래쪽 사진). 세그웨이는 경영 위기를 겪은 후 경찰과 여행사 등 단체 수요를 공략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다. /세그웨이 홈페이지·구글 이미지 캡처


“자동차를 대체할 교통수단이 탄생했습니다.”

최근의 이야기가 아니다. 14년 전 ‘원조’ 세그웨이의 개발자 딘 케이멘이 한 말이다. 자신만만하게 ‘이동수단 혁명’을 외치며 자동차 산업을 위협할 것으로 호언장담했지만 오늘날까지도 자동차 산업은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으로 남아 있다. 오히려 보기 힘든 것은 세그웨이다. 한국 사람이 실제로 세그웨이를 볼 수 있는 경우는 해외 공항이나 유명 관광지에 갔을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토록 혁신적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세그웨이는 왜 널리 퍼지지 못했을까? 그리고 14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기능적으로는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샤오미의 ‘나인봇 미니’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이동수단 혁명’을 맞이할 준비가 얼마나 돼 있을까?


◇ 14년 전 이동혁명 예고… 혁신적이었는데도 몰락

 세그웨이는 정말 혁신적인 제품이었을까? 그랬다. 세그웨이는 이전에 없던 교통수단임이 분명했다. 바퀴가 두 개 달린 T자 모양의 전기 스쿠터인 세그웨이는 자기 스스로 균형을 잡는 세계 최초의 주행기구였고 따로 운전을 배울 필요도 없었다.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하는 자이로스코프(회전의)는 요즘 스마트폰에 들어가 있어 일반인들도 아는 기술이 됐지만, 당시에는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이다. 그저 몸을 앞으로 숙이면 앞으로, 뒤로 젖히면 후진해 운전이랄 것도 없었다.

 

온갖 찬사가 쏟아졌다.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 퍼스트 보스턴은 “세그웨이가 출시되면 과거 세상에 나온 발명품들이 첫해에 거둔 어떤 성과보다도 뛰어난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부 언론들은 케이멘이 “5년 내에 빌 게이츠를 넘어서는 억만장자가 될 것”이라고 했고 도처에서 투자금이 몰려들었다. 투자자 중에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저스와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있었다. 베저스는 “도시의 풍경을 바꿔 놓을 혁명적인 교통수단”이라고 말하며 잡스와 함께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다.

 

출시 6개월이면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리라던 세그웨이는 그러나, 생각처럼 널리 퍼지지 못했다. 세그웨이를 막상 이용하려던 사람들은 몇 가지 난관에 부닥쳤다. 가려던 목적지에 도착한 뒤 세워둘 곳을 찾기 힘들었고, 크기가 커서 차에 실을 수도 없었다. 29kg으로 어린아이 몸무게 수준이어서 버스나 기차에 들고 타기도 힘들었고 계단을 오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인도에서 타야 하는지, 차도에서 타야 하는지도 헷갈리게 했다.

 

이런 단점들과 마주치니 8000달러(약 916만 원)에 이르는 가격은 부담으로 다가왔고, 사람들은 “차라리 차를 사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안전 문제도 드러났다. 배터리가 약해지면 쉽게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2003년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세그웨이를 타다가 넘어졌고 이 장면은 미디어에서 농담 소재로 거론되기도 했다. 회사는 결국 2009년 영국의 사업가 지미 헤셀든에게 매각됐는데, 이듬해 헤셀든이 세그웨이를 타다가 절벽에서 추락사하는 사고까지 발생한다. 이후 순찰을 도는 세계 각국의 경찰과 유적을 돌아보는 상품을 운영하는 관광업체 등 단체 수요를 위주로 공략하는 전략으로 그나마 명맥은 유지했지만 이미 대세는 돌이킬 수 없게 됐다.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는 “세그웨이는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획기적인 기술이 필요하다고 착각한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 나인봇 미니, 세그웨이 넘어설까?

 

[사진 3] 세그웨이와 나인봇 미니 비교

 

4월 ‘나인봇, 세그웨이를 인수하다’라고 쓴 현수막 앞에 가오루펑 나인봇 최고경영자(CEO)가 당당히 섰다. 설립 3년차 나인봇에 따라붙던 수식어는 늘 ‘카피캣(모방꾼·독창적이지 않고 남을 흉내 내 만든 제품이나 기업을 비하하는 용어)’, ‘짝퉁 세그웨이’ 등이었다. 하지만 이날 “친환경 1인용 이동수단은 대기오염,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도시에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라는 말은 나인봇의 입을 통해 세상에 전해졌다.

 

김재문 LG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퍼스널 모빌리티(1인용 이동수단)가 가져올 효과에 대해 “주로 전기를 쓰고 출력이 매우 작아 친환경적”이라며 “경제적으로 차를 사기 어려운 젊은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차가 있는 사람도 가까운 곳을 갈 때나 주차 문제를 피해 이용한다면 교통 체증을 해소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10월 세그웨이가 나인봇을 상대로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낸 데 대해 나인봇이 아예 세그웨이를 인수하는 식으로 해결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다소 황당하게 둘 간의 특허권 갈등이 일단락된 셈이다. 나인봇은 세그웨이 인수를 위해 ‘대륙의 카피캣’이란 샤오미 등으로부터 8000만 달러(약 916억 원)를 투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더 이상 가격경쟁력으로 승부하는 카피캣이 아니다”라며 “나인봇의 사례처럼 자체 혁신과 인수를 통해 급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나인봇은 세그웨이 인수를 통해 제품 소유권과 400여 개 핵심특허, 생산라인, 유통망을 확보하게 됐다.

 

이제 나인봇은 혁신을 바탕으로 한 ‘시장 파괴자(disrupter)’로 꼽힌다. 나인봇 측은 “두 브랜드 모두 보전할 것이며, 친환경적 미래 교통수단을 대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인봇은 세그웨이를 아예 인수해 버리는 방법으로 카피캣이라는 오명을 벗었고, 동시에 중국 제품은 시장 선도업체의 제품을 베껴 가격 경쟁력으로만 승부하는 곳이란 비난을 피한 일종의 ‘사건’을 만들었다.

 

나인봇은 현재 세그웨이, 나인봇 두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다. 비싼 가격과 안전에 대한 우려감 때문에 인기를 끌지 못했던 세그웨이도 나인봇에 인수된 뒤 가격이 절반가량 내려갔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과 연계돼 주행거리, 속도, 외부환경 등을 분석하는 등 기능이 다양해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세그웨이가 10여 년 동안 쌓아온 특허권 등 기술력을 손에 넣은 나인봇도 이후 판매가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4000대 정도 판매됐고, 올해는 그 2배인 8000대 수준의 판매가 예상되고 있다.

 

나인봇은 원조 세그웨이에 비해 무게를 12kg대로 낮췄고 크기도 줄여 한 손으로 들고 이동할 수 있게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곧바로 제품에 반영하는 발 빠른 소통도 세그웨이는 하지 못했던 일이다. 하지만 역시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은 가격이다. 사람들은 ‘35만 원’이라는 가격을 듣자마자 ‘충분히 사볼 만한 제품’으로 인식하며 나인봇을 더 친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샤오미는 어떻게 이런 가격혁명을 이뤄냈을까.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대표적으로 철저한 외주업체 활용과 ‘원모델 전략’을 들고 있는데, 이는 애플의 전략이기도 하다. 본사 직원들은 연구개발(R&D)과 기획, 디자인 분야에만 집중하고 제조는 외주업체에 맡겨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또 한 번에 하나의 모델만 내놓음으로써 부품의 대량구매가 가능하게 되고, 이는 역시 원가 절감 효과로 이어진다. 제품에 필수 기능 이외의 것은 잘 넣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이 외에도 대부분 제품 포장을 종이로 통일하는 등 포장 비용을 절감했고,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해 제품을 판매하면서 유통비도 줄이는 등 사실상 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가격 파괴’를 실현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 가격은 힘들다”고 보는 사람들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비결’로 꼽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제품을 생산할 때 일부 장비가 쓰이지 않았더라도 감가상각을 계산해 원가에 포함시키지만, 중국은 쓰지 않은 장비의 감가상각은 정부로부터 보전받을 수 있어 원가 체계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샤오미도 이 같은 정책의 혜택을 입었다는 뜻이다. [김성규기자 , 서동일기자 , 이철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