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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신당

[안철수] '난 애플사 쫓겨난 스티브 잡스'

잠용(潛蓉) 2015. 12. 14. 15:38

安, 내년 서울 노원병 출마...

"난 애플사 쫓겨난 스티브 잡스" (상보)
뉴스1 | 조소영 기자,서미선 기자  | 입력 2015.12.14. 13:21 | 수정 2015.12.14. 13:32  
 
'내년 노원 출마' 질문에 "변경사항 없다" 답변

"탈당 기자회견장 가면서도 어떤 제안도 다 수용하겠다는 '文 답변' 기다려"

존 스컬리에 쫓겨난 스티브 잡스에 자신 빗대... "그 다음 결과는 잡스의 노력의 몫"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서미선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14일 내년 총선에서 현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에 재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이날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한 경로당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에도 여기에 출마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가 어제 (탈당을) 발표하고 나서 처음 방문하는 곳이 저희 지역 어르신들 아니냐"며 "변경사항이 없다"고 답했다. 안 의원은 전날 탈당 기자회견에서 신당 합류 및 내년 총선 출마에 관한 질문에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겠다"고 했었다.

 

 

↑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14일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10단지 경로당을 방문해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5.12.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안 의원은 향후 정치세력화를 위한 인재영입 방안이 있느냐는 데 대해선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 초심으로 돌아가 먼저 여러 분들 말씀을 듣겠다"며 "제가 처음 정치를 시작하면서 약속했던 새로운 정치, 즉, 국민의 삶에 중심을 두는 정치, 국민의 삶의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하는 정치를 하겠단 다짐을 한 번 더 하게 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그러면서 천정배 무소속 의원 등 신당파들을 비롯해 정치권의 '중립적 인사들'로 꼽히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 정운찬 전 국무총리,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과 연대 가능성이 있는지, 신당 추진 당시 함께 뛰었던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김성식 전 의원 등과 다시 힘을 합칠 것인지 등에 관한 질문을 받았으나 말을 아꼈다.

 

안 의원은 오는 15일 부산을 찾으면서 오 전 장관을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약속한 일정들 중심으로 만나뵙고 말씀을 들을 것"이라고만 했다. "손 전 고문이 안 의원의 탈당 소식을 궁금해하며 (관계자들에게) 물었다더라"는 데 대해서도 "일반 국민 분들의 말씀을 먼저 듣기 위해 여러 지역으로 다니겠다. 현장의 목소리들을 듣는 게 제게 가장 큰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17일엔 광주를 찾는다. 안 의원은 또 현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기도 한 정 전 총리, 박영선 새정치연합 의원과의 이번달 초 만남을 가진 데 대해서도 "전혀 어떤 정치적인 의미를 가진 모임이 아니었다. 오히려 제가 얘기하는 공정성장론과 동반성장이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을지, 그런 얘기들을 나누는 자리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문병호 의원 등 당내 일부 의원들이 안 의원을 따라 탈당한다는 데 대해선 "그 의원들과 얘기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어제 정론관(국회 기자회견장)으로 걸음을 옮기면서도 문재인 대표가 '우리 당을 살리기 위해 어떤 제안도 다 받아들이겠다. 터놓고 얘기해보자'고 말씀하길 기다렸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어 문 대표의 측근인 진성준 전략기획본부장이 "문 대표가 안 전 대표가 주장하는 혁신전당대회 가능성을 열어두고 제안을 받겠다고 했는데, 안 전 대표가 탈당을 한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안 의원은 이날 자신과 문 대표와의 관계를 애플사의 존 스컬리-스티브 잡스와의 관계에 비유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스티브 잡스가 애플사 공동 창업주였는데, 존 스컬리 대표한테 쫓겨났다"며 "그 다음 결과들은 스티브 잡스의 노력의 몫인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자신을 존 스컬리(문 대표)에게 쫓겨난 스티브 잡스에 빗댄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존 스컬리와 결별한 후 영화 및 애니메이션 등을 제작하는 픽사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겪었다. 이후 1996년 13년 만에 다시 애플사로 복귀해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내놓으며 전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뒀다.[cho11757@]

 

문재인의 무한책임... 안철수의 적전분열
한겨레 | 입력 2015.12.14. 13:56 | 수정 2015.12.14. 14:26 

 

뻔히 예고된 파국도 못 막고… 문재인 ‘무한책임론’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정치력과 포용력 부족, 리더십의 부재도 더욱 도드라지게 됐다. 안 의원의 탈당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파국을 막지 못한 총체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탓이다. 무한책임이 요구되는 당의 대표로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분열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막지 못한 가장 큰 책임은 문 대표 몫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해 3월 김한길 대표 등 비주류가 ‘새정치추진위원회’를 꾸려 신당을 추진하던 안철수 세력을 끌어왔을 때, 문 대표 등 주류세력은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문 대표는 안철수 세력을 끝내 포용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다시 내쫓은 꼴이 됐다.

 

문 대표는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안 의원의 뿌리 깊은 불신을 덜어주지 못했다. 문 대표는 지난 9월 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프레임”이라는 말로 안 의원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안 의원이 친노·486을 겨냥해 ‘낡은 진보’를 비판했다는 이유였다. 안 의원은 12일 밤 탈당을 만류하기 위해 찾아온 박병석·원혜영·노웅래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어떻게 나한테 ‘새누리당’ 운운할 수 있냐”며 격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가 ‘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부’를 제안했을 때도 안 의원은 진의를 의심했다.

 

 

2012년 대선 당시 정권교체라는 명분 속에 대선 후보를 사퇴하고 문 후보에게 양보했는데, 문 대표는 고마워하기는커녕 필요할 때만 도와달라고 매달리는 것처럼 느꼈다는 게 안 의원 쪽의 얘기다. 안 의원은 평소에도 “문 대표는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며 서운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새벽, 문 대표가 안 의원의 상계동 자택을 찾아왔을 때 안 의원은 “만나고 난 뒤에 문 대표는 늘 말이 달라졌다. 공개적으로 약속하지 않으면 못 만난다”며 깊은 불신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가 ‘상황 관리’를 제대로 못한 책임도 크다. 문 대표는 전당대회 때 ‘친노 패권주의’가 문제라는 말을 들을 때면 “우리 당에 친노가 어디 있느냐. 그렇게 몰고 가는 언론 탓이 크다”며 안일한 인식을 보였다. 자신들을 쳐낼까 불안해하는 비주류들을 어르고 달래며 함께 가는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흔들어댄다”며 노여워했다. 안 의원이 제안한 10대 혁신안도 한참 지나 상황이 꼬일 대로 꼬인 뒤늦게야 수용할 뜻을 비쳤다. 측근 총선 불출마 등 이른바 ‘읍참마속’ 조처들도 빛이 바랬다.

 

문 대표가 고심 끝에 결단한 ‘문안박 공동지도부’가 성사되지 못한 배경엔, 문 대표가 치밀한 전략 없이 덜컥 제안만 해버린 탓도 크다. 당내에선 문 대표의 정치력 부족을 지적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문안박 공동지도부가 구성되려면 사퇴 수순을 밟아야 하는 최고위원들에게조차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고, 최고위원들이 반발하면서 여론도 악화됐다. 만약 문 대표가 안 의원 쪽과 물밑 접촉을 충분히 하고, 최고위원들의 공감도 얻었더라면, 총선 승리라는 대의명분에 밀려서라도 안 의원은 문 대표와 손을 잡았을 가능성이 있다.

 

안 의원이 칼날을 품고 치고 들어올 만한 조건을 자초한 것도 문 대표다. 문 대표는 지난 2월 전당대회 이후부터 ‘당의 혁신을 위한 시스템’ 마련을 외쳤다. 하지만 전략공천 없는 시스템 공천의 결과는 4·29 재보궐선거에서 수도권 3곳은 새누리당에, 호남 1곳은 무소속 천정배 의원에게 내주는 ‘전패’로 나타났다. 대표가 된 지 석달도 안 된 이 재보선을 기점으로, 문 대표에 대한 불안감이 당내에 번져가기 시작했고 비주류는 지도부 비판에 수위를 높여갔다. 취약한 리더십은 곧 호남 여론 악화로 이어졌고, 비주류는 “호남이 지지하지 않는 문재인으로는 총선에 이길 수 없다”며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이유주현 기자edigna@hani.co.kr]

 

안철수, 끝내 ‘분열’의 길을 가다

지난해 3월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을 선언한 직후다. 그는 어느 원로 정치인에게 자랑스레 전화를 걸었다. “제가 드디어 민주당을 먹었습니다. 의원들과 당원들 대부분이 저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김한길 대표와 함께 공동 대표지만 조만간 단독 대표가 될 겁니다.”

 

요즘 이 원로는 혀를 차고 있다. “예전에 안철수 신당을 지지했던 건 영남을 기반으로 강고하게 구축돼 있는 새누리당의 한쪽을 허물고자 하는 뜻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안 의원이 거꾸로 야당을 분열시키고 있어요.”

안철수 의원은 13일 탈당을 선언하며 “저는 이제 당 안에서 변화와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라고 ‘분열의 책임’을 새정치민주연합에 돌렸다. 그러면서 “안에서 도저히 안 된다면, 밖에서라도 강한 충격으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합니다”라고 탈당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객관적 정황과 지표는 안 의원에게 더 큰 책임을 묻고 있다.

 

모든 중재안 거부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과 안 의원의 ‘혁신 전당대회’는 워낙 간극이 컸다. 둘 다 혁신을 얘기하지만 접근 방법은 완전히 딴판이었다. 그래도 의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여러가지 타협안을 짜냈다. 중재안 가운데 가장 의미있는 것은 수도권 의원들이 제안한, 문재인 안철수가 공동으로 책임지는 비대위 체제였다. 문재인 안철수 두 사람이 사실상의 공동 대표로서 공천권 등 전권을 행사하라는 내용이었다. 중재안에는 수도권 의원 64명 중 40여명이 서명을 했다. 당직을 맡고 있거나 주류 비주류 색체가 강한 의원들은 빼고 서명을 받은 만큼 수도권 의원들의 ‘총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안 의원 쪽은 “문·안·박의 변형에 불과하다”며 거부해버렸다.

 

형식면에서 ‘문·안 비대위’가 문·안·박과 비슷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내용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문·안·박은 문 대표가 법적인 대표 권한을 유지한 채 안 의원의 협조를 구하는 거라 안 의원의 염려대로 ‘들러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재안은 안 의원에게 공동 대표로서의 권능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이를 존중하겠다는 수도권 의원들의 ‘충성 서약’이 따라붙어있다. 문 대표가 설사 꼼수를 쓰더라도 수도권 의원들이 이를 막아주겠다고 집단 보증을 선 셈이다.

 

더구나 이 중재안은 문재인 표 혁신안과 안철수 표 혁신안 모두를 과감하게 실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안 의원이 마음 먹기에 따라 수도권 의원들을 자신의 우군으로 삼아 자신의 혁신안을 실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수도권 의원들의 집단 서약은 12일 한밤중의 의총에서 의원 74명의 호소문으로까지 확대됐으나 안 의원은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13일 새벽의 ‘문전박대’는 그 연장선에 불과했다. 안 의원이 일고의 고려도 없이 차버릴 만큼 수도권 의원들의 고민이 가벼웠는지 의문이다.

 

전당대회 주장은 당내 소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만이 유일한 활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내 의원들의 여론분포를 보면 명백한 소수다. 공개적으로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한 의원들은 비주류 의원들의 모임인 ‘구당모임’ 소속 19명, 통합행동 소속의 현역 의원 4명, 주승룡 유승희 최고위원과 이종걸 원내대표 정도다. 전체 의원 127명 가운데 30명이 채 안된다. 한 언론사가 새정치연합 초·재선의원 37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을 해 본 결과 ‘혁신 전대’ 요구는 단 두명( 5%) 뿐이었다. 수도권 의원들과 같은 내용의 ‘문안 공동비대위체제’ 의견이 전체응답자의 37%(13명)으로 다수였다. 그 다음은 ‘문 대표 선사퇴, 비대위 구성’(7명, 19%), ‘문안박 연대’(3명, 8%) 등의 순이었다. 어떤 형식이든 문재인과 안철수 두 사람이 공동으로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그런데도 안 의원은 탈당 선언문에서 “더 큰 혁신은 배척당하고, 얼마 되지 않는 기득권 지키기에 빠져 있습니다. 

 

혁신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혁신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규정했다. 자신의 혁신안 말고는 모두 ‘기득권 지키기’로 낙인찍어버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김상곤 혁신위원회를 꾸려서 몇달 동안 고민한 결과 혁신안을 만들었다. 당의 의결기관인 중앙위원회와 당무위원회를 거쳐서 당론으로 확정됐다. 이 혁신안이 통과되는 긴 여름 동안 안 의원은 한번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당연히 어떤 의견도 내지 않았다. 그리고는 다 끝난 뒤 “김상곤 혁신안은 실패했다”고 말했다. 조직인의 도리와는 거리가 멀다. 김기식 의원은 이와 관련해 “정치인에게는 자기 책임의 원칙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선택한 당에 문제가 있으면 바꾸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거나 아니면 정치를 그만두거나 해야 한다. 그것이 당을 선택한 자기 결정에 대한 자기 책임이다. 그래서 탈당은 정치인이 결코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내미는 손길 번번히 거절

안철수 의원은 문재인 대표가 내미는 손길을 잡은 적이 없다. 지난 5월 문 대표는 안 의원에게 당 혁신위원장을 제안한 뒤 다음날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혁신위원장을 안 의원이 맡았으면 좋겠다는 최고위원들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안 의원은 곧바로 “어제 문 대표와 저는 당 혁신의 당위성에 대해 공감한 바 있지만, 혁신위원장을 제안받고 ‘제가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말씀드렸다”고 고사했다. 문 대표는 당에 새로운 인물을 불러들이는 인재영입위원장도 안 의원에게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렇다고 안 의원이 당 지도부와 공통분모를 찾기 위한 별도의 노력을 기울인 것도 아니다. 그는 최근 두 차례의 민중총궐기 대회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고, 국정교과서 투쟁에도 부정적이었다.

 

창당의 명분과 세력 부족

여의도 정가에서는 신당 창당의 세가지 요건으로 돈, 명분, 사람을 꼽는다. 돈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그가 신당 창당의 필요조건인 명분과 사람(세력)이 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많다. 최근의 야당의 신당 창당 사례와 비교하면 안철수의 탈당이 더욱 초라해진다. 열린우리당은 2003년 11월 새천년민주당에서 떨어져 나갈 때 민주당 40명, 한나라당 5명, 개혁신당 2명 등 47명의 의원이 있었다. 민주당에 남은 의원이 더 많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을 뒷받침한다는 명분이 있었다. ‘전국 정당’을 표방하면서 지역주의 타파를 외쳤기에 창당 하자마자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정동영 등 차기 대권주자들도 열린우리당으로 몰렸다.

 

1995년 김대중 총재가 만든 새정치국민회의의 경우 명분은 좀 약했지만 세력이 강했다. 민주당 의원 95명 가운데 65명이 김대중 총재를 따라 당을 옮겼다. 그해 6월 김대중 총재가 지방선거를 이끌면서 서울시장을 당선시키는 등 압승을 거둔 동력이 있었다. 이에 비하면 안철수 의원의 탈당과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신당은 명분과 세력 모두 약하다. 고작 전당대회를 받아주지 않는다는 게 탈당 명분이다. 안 의원의 비서실장 출신인 문병호 의원은 연말까지 30명이 탈당할 것이라고 장담하나, 당의 대체적 관측은 10석 안팎이다. 한참 거리가 멀다.

 

무엇을 위한 탈당인가

안철수 진심캠프의 상황실장이었던 금태섭 변호사는 자신의 책 <이기는 야당을 갖고싶다>에서 2012년 대선 때 안철수 후보의 갑작스런 사퇴 이유가 “깨끗하게 포기해야 후일을 기약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적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도대체 안철수라는 개인이 선거를 깨끗하게 포기하고 이미지를 지켜서 후일을 기약하는 것이 어떻게 가장 중요한 목적이 되어야 하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비슷한 일이 또 벌어지는 게 아닌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철수의 ‘멘토’라고 불리는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어차피 내년 총선은 틀린 것이고 다음 대선을 위해서라도 현재의 제1야당을 일단 무너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의 주장이 안 의원의 생각을 어느 정도 대변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안 의원의 탈당은 한 교수가 제시한 길로 내딛는 첫걸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그의 탈당으로 다음 총선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는 민심이 한풀 꺾일 것만은 분명하다. “그럼 답은 명료하다. 나는 현 집권세력이 한국사회에서 그 어떤 정치적 확장성을 가지는 것에 반대한다. 제가 만일 어떤 길을 선택한다면 그 길의 가장 중요한 좌표는 이것이 될 것이다.” 안철수 의원이 2011년 정치에 첫발을 떼면서 한 말이다. 과연 그는 그 ‘초심’을 지키고 있는 것인가? [김의겸 선임기자 kyummy@hani.co.kr]


뻔히 예고된 파국도 못 막고… 문재인 ‘무한책임론’
한겨레ㅣ2015-12-13 19:31ㅣ2015-12-13 22:10

 

 

[사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3일 새벽 안철수 의원의 탈당을 만류하기 위해 서울 노원구 상계동 자택을 찾았으나 안 의원이 만남을 거부하자 차량에 앉아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정치력과 포용력 부족, 리더십의 부재도 더욱 도드라지게 됐다. 안 의원의 탈당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파국을 막지 못한 총체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탓이다. 무한책임이 요구되는 당의 대표로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분열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막지 못한 가장 큰 책임은 문 대표 몫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해 3월 김한길 대표 등 비주류가 ‘새정치추진위원회’를 꾸려 신당을 추진하던 안철수 세력을 끌어왔을 때, 문 대표 등 주류세력은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문 대표는 안철수 세력을 끝내 포용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다시 내쫓은 꼴이 됐다.

 

문 대표는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안 의원의 뿌리 깊은 불신을 덜어주지 못했다. 문 대표는 지난 9월 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프레임”이라는 말로 안 의원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안 의원이 친노·486을 겨냥해 ‘낡은 진보’를 비판했다는 이유였다. 안 의원은 12일 밤 탈당을 만류하기 위해 찾아온 박병석·원혜영·노웅래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어떻게 나한테 ‘새누리당’ 운운할 수 있냐”며 격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가 ‘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부’를 제안했을 때도 안 의원은 진의를 의심했다.

 

2012년 대선 당시 정권교체라는 명분 속에 대선 후보를 사퇴하고 문 후보에게 양보했는데, 문 대표는 고마워하기는커녕 필요할 때만 도와달라고 매달리는 것처럼 느꼈다는 게 안 의원 쪽의 얘기다. 안 의원은 평소에도 “문 대표는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며 서운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새벽, 문 대표가 안 의원의 상계동 자택을 찾아왔을 때 안 의원은 “만나고 난 뒤에 문 대표는 늘 말이 달라졌다. 공개적으로 약속하지 않으면 못 만난다”며 깊은 불신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가 ‘상황 관리’를 제대로 못한 책임도 크다. 문 대표는 전당대회 때 ‘친노 패권주의’가 문제라는 말을 들을 때면 “우리 당에 친노가 어디 있느냐. 그렇게 몰고 가는 언론 탓이 크다”며 안일한 인식을 보였다. 자신들을 쳐낼까 불안해하는 비주류들을 어르고 달래며 함께 가는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흔들어댄다”며 노여워했다. 안 의원이 제안한 10대 혁신안도 한참 지나 상황이 꼬일 대로 꼬인 뒤늦게야 수용할 뜻을 비쳤다. 측근 총선 불출마 등 이른바 ‘읍참마속’ 조처들도 빛이 바랬다.

 

문 대표가 고심 끝에 결단한 ‘문안박 공동지도부’가 성사되지 못한 배경엔, 문 대표가 치밀한 전략 없이 덜컥 제안만 해버린 탓도 크다. 당내에선 문 대표의 정치력 부족을 지적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문안박 공동지도부가 구성되려면 사퇴 수순을 밟아야 하는 최고위원들에게조차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고, 최고위원들이 반발하면서 여론도 악화됐다. 만약 문 대표가 안 의원 쪽과 물밑 접촉을 충분히 하고, 최고위원들의 공감도 얻었더라면, 총선 승리라는 대의명분에 밀려서라도 안 의원은 문 대표와 손을 잡았을 가능성이 있다.

 

안 의원이 칼날을 품고 치고 들어올 만한 조건을 자초한 것도 문 대표다. 문 대표는 지난 2월 전당대회 이후부터 ‘당의 혁신을 위한 시스템’ 마련을 외쳤다. 하지만 전략공천 없는 시스템 공천의 결과는 4·29 재보궐선거에서 수도권 3곳은 새누리당에, 호남 1곳은 무소속 천정배 의원에게 내주는 ‘전패’로 나타났다. 대표가 된 지 석달도 안 된 이 재보선을 기점으로, 문 대표에 대한 불안감이 당내에 번져가기 시작했고 비주류는 지도부 비판에 수위를 높여갔다. 취약한 리더십은 곧 호남 여론 악화로 이어졌고, 비주류는 “호남이 지지하지 않는 문재인으로는 총선에 이길 수 없다”며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