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용의 타임머신... 영원한 시간 속에서 자세히보기

범죄·법률·재판

[억울한 사형] 국가, 경제학자 권재혁씨 유족에 35억 배상판결

잠용(潛蓉) 2016. 1. 4. 10:48

법원 "국가는 남조선해방전략당 사건 유족에 국가가 70억 배상해야"
머니투데이 | 한정수 기자  | 입력 2016.01.04. 09:47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1960년대 이른바 '남조선해방전략당'이라는 반국가단체를 만든 혐의 등으로 처형된 경제학자 권재혁씨 등 피해자 4명의 유족들에게 국가가 총 70억여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0부(부장판사 이은희)는 남조선해방전략당 사건에 연루된 권재혁씨, 이일재씨, 이형락씨, 김봉규씨의 유족 2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권씨 유족에게 35억여원 등 총 70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 서울법원 종합청사 /사진=뉴스1

 

이 사건은 1968년 중앙정보부가 통일혁명당 사건을 수사하던 중 한 재야의 모임을 발견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권씨 등을 연행해 조사한 뒤 이들이 '남조선해방전략당'이라는 반국가 단체를 조직했다고 발표했다. 대법원은 이듬해 9월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권씨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2개월 만에 형이 집행됐다. 권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나머지 12명도 모두 징역 7년∼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이일재씨는 20년간 수감생활을 했다. 이형락씨는 10년1개월, 김봉규씨는 7년1개월간 수감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년 "중앙정보부가 권씨 등을 53일이라는 장기간 불법구금하고 고문과 가혹행위를 통해 허위자백을 받아냈다"며 "남조선해방전략당이라는 반국가단체를 구성하고 가입했다는 범죄사실이 조작됐다"고 발표했다. 대법원은 이같은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에 따라 지난해 5월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45년 만에 누명을 벗게됐다. 이후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총 18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국민 개개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할 의무가 있는 국가기관이 오히려 조직적으로 공권력을 이용해 무고한 시민의 생명과 자유를 박탈한 인권침해사건으로, 다시는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피고인들과 유족들이 평생 간첩과 간첩 가족이라는 오명 속에 사회적 냉대를 받으며 살아야 했고 여러 경제적·사회적 불이익을 당했을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점, 유죄판결로부터 무죄의 재심판결이 확정되기까지 45년 가까운 시간이 경과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