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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국회

[볼만한 총선전] 대구 동을- 유승민 vs 진박, 대구 표심 '가늠자'

잠용(潛蓉) 2016. 1. 27. 11:30

[대구 동을]

유승민 대 진박, 대구 표심 ‘가늠자’
주간경향ㅣ1161호ㅣ2016.01.26 
 
유승민, 4승 도전… 이재만 전 동구청장은 친박 세력이 지원

“진박이고 뭐고 다 시끄럽다. 대통령 바쁘다 카드니 뭐할라꼬 지역구 선거까지 일일이 참견하노?”

(직장인 석효천씨·44·대구 동구 율하동)

“대통령이 끝까지 잘하구로 힘 실어준다는 기 뭐 잘못 됐나?”

(상인 최모씨·68·대구 동구 방촌동)


대구 동구 을 선거구는 이른바 ‘진박’ 대 친 유승민계의 대결을 보는 가늠자 역할을 하는 곳이다. 한때 ‘원조 친박’이었으나 박근혜 대통령을 ‘배신’한 인물로 찍힌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4선에 도전한다. 이에 맞서는 이재만 전 동구청장은 친박세력의 지원에 힘입어 유 의원을 ‘물갈이’한 뒤 후보 공천을 노리고 있다. 대구의 선거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새누리당 내 공천경쟁 중 가장 핵심인물들이 맞붙는 근원지가 바로 대구 동구 을인 셈이다.



↑ 대구 동구 을 선거구의 대표적 전통시장 중 하나인 방촌동 방촌시장의 모습. / 김태훈 기자


유권자들은 “민생문제에 집중하라”
 “방금 전까지 택시기사들을 만나서도 대구지역 경기가 말도 아니라는 얘기를 듣고 들어왔다. 올해 경제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는데, 법안 몇 개 통과시켜서 될 일이 아니다.” 유승민 의원은 지역에서 주민들을 만날수록 현재 서민들이 처한 상황이 말이 아니라는 현실을 접한다고 말했다. 가장 효과적인 지역 민원 해결은 민생경기 회복에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나서서 노동 관련법안 처리를 압박하고, 이른바 ‘진실한 사람들’을 대구지역 공천경쟁에 투입하는 정치적 행보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힘들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동구 을에서 만난 지역 유권자들의 목소리도 여당 내 정치권력 다툼보다는 민생에 집중하라는 요구에 모아졌다. “유승민이건 이재만이건 먹고살기 힘들어지는 거부터 좀 우예 해줬으마 좋겠심더.” 율하동에 있는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비정규직 직원 이모씨는 “안 그래도 (건설) 현장 일을 하는 남편이 요새 일거리를 못 받아와서 집에서 손가락만 빨고 있다”고 나직이 말했다. 마트에 들른 주민 박유미씨(39)도 “장 보러 올 때마다 사가야 할 건 정해져 있는데 주머니는 가벼워지니까 장바구니는 점점 비어가는 느낌”이라며 “이명박 대통령 때만 해도 덜했는데 박근혜 대통령 되고 나서부터 안 좋아지니까 그 당 사람들도 곱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구 을 선거구는 금호강 건너 동북쪽으로 길게 늘어선 불로동, 동촌동, 방촌동, 안심·반야월 일대를 묶은 곳이다. 비교적 도심에 가까웠던 동촌동과 방촌동 일대와는 달리 새롭게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안심·반야월 일대와 대구혁신도시 주변에는 새로 유입된 젊은 층 유권자들의 비율이 높다. 유 의원과 이 전 구청장 모두 지역 내 인지도는 높았지만 동네에 따라 지지성향은 다소 차이를 보였다. 지역구 전반적으로 유 의원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목소리가 이 전 구청장 지지자들보다 높았지만, 몇몇 곳에서는 이 전 구청장을 강하게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결집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이재만 전 구청장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동네와 유권자층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한편, 공천경쟁에 필요한 당내 지지가 높은 상황이라 유 의원을 제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 전 구청장은 “무엇보다 지역인재론을 펴고 있는데, 지역에 깊게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상대편보다 지역문제 해결에 앞설 수 있다는 점을 유권자 분들에게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구청장의 선거사무소가 있는 방촌시장 주변은 비교적 이 전 구청장 지지여론이 강한 곳이다. 대체로 이 전 구청장 지지여론은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지지가 한 묶음으로 엮여 표현되곤 했다. 이곳 시장 상인 한모씨(62)는 “박 대통령이 대통령 자리에서 원만하이 일을 할라 카믄 정치인이나 국회의원이나 다들 손발을 맞춰야 할 거 아이가. 삐그덕거리는 사람은 바꿀 수도 있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유 의원 사이에서 유 의원의 손을 들어주는 목소리도 적잖이 나왔다. 방촌동 주민 김모씨(53)는 “대통령이야 이제 할 만큼 다한 사람이고, 유승민 의원은 앞으로 더 큰일을 할 수도 있는 사람인데, 둘 중에서는 장래성 있는 쪽을 미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진박’ 홍보 과하면 반감 유발 가능성도
 대구 외곽에 자리잡고 있고 공군기지를 가까이 두고 있어 전투기 비행으로 생기는 소음피해에 가장 민감한 지역 특성상 기지이전 문제는 지역 내 가장 대표적인 현안이다. 유 의원 측은 빠르면 총선 이전까지 기지 이전 결정과 후보지 공개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어 기지 이전이 확정되면 당내 경선에서도 유 의원 측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이 전 구청장 측은 유 의원이 지역 주민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기지 이전을 빠른 시일 안에 마무리짓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이 나란히 새누리당 입당을 거쳐 공천경쟁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동구 을의 유 의원 대 이 전 구청장 대결구도는 대구 곳곳에서 친 유승민계 대 진박 세력의 대결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인다. 정 전 장관은 유 의원의 이웃 지역구인 대구 동구 갑에, 추 전 실장은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달성군에 출마할 예정이다. 두 곳은 각각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류성걸·이종진 의원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해당 지역구에 출마를 타진하다 추 전 실장에게 넘긴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윤두현 전 홍보수석 역시 유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의 지역구에서 공천경쟁을 벌인다. 대구 중구·남구의 김희국 의원과 대구 서구의 김상훈 의원이 이들의 도전을 받아내야 하는 입장이다.
 
 동구 을 유권자들 가운데서는 과도한 ‘진박’ 홍보가 오히려 지역구를 넘어 대구 전역에서 반감을 유발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동호동에서 대구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박성수씨(42)는 “대구에서 박 대통령을 밀어준 건 맞지만 그렇다고 대구가 그쪽 파벌이 (후보를) 꽂기만 하면 당연히 뽑아주는 데로 생각하는 건 괘씸하다”며 “적당한 선에서 자제를 안 하고 밀어붙이기만 하면 거꾸로 역풍을 맞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내에서 유 의원과 이 전 구청장 간의 대결은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여기에 대적할 야당 후보는 아직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승천 지역위원장이 지역구에서 활동해 왔지만 현실적인 당선 가능성 등을 고려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현실적으로 출마를 결정하는 것이 적잖은 부담인 건 사실이지만 수성 갑의 김부겸 전 의원 등 대구에서도 야권 지지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 당 차원에서 생각해 출마 여부를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