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故 박예슬양 동생이 대통령에게 띄운 편지
"박 대통령의 두 눈을 기억합니다, 어쩌다 적이 됐나요?"
노컷뉴스 | 입력 2016.04.16. 15:05 | 수정 2016.04.16. 16:29
"2년 전 오늘 4월 16일 온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했던 사건. 그때부터 우리 모두가 세월홉니다. 2년이 지난 오늘은 희생자를 추모하는 날만이 아닙니다. 기억하는 날, 약속하는 날… 아직도 우리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다시 봄이 왔습니다. 더 이상 이런 아픔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희생된 분들을 위해 함께 묵상하겠습니다." 경기방송 석아윤 아나운서의 말과 함께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 정부 합동분향소에 추모 음악이 울려 퍼졌고, 2500여명의 참석자들은 비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16일 오전 10시쯤 시작된 '세월호 참사 2년 기억식'에 앞서 이미 눈시울이 붉어졌던 세월호 유가족들은 터져 나오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차마 크게 소리내지 못하고 우는 시민들도 얼굴을 떨며 눈물을 떨어뜨렸다. 참석자 사이사이에는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노란 망토를 두른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故 전찬호군의 아버지이자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인 전명선씨는 머리 숙여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입을 뗐다.
[사진] 세월호 참사 2주기인 16일 오전 경기도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세월호 참사 2년 기억식’ 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사진] 세월호 참사 2주기인 16일 오전 경기도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진행된 ‘세월호 참사 2년 기억식’ 에 참석한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기억하는 말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안타깝게도 우리 가족들은 아직도 2014년 4월 16일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시 봄이 왔지만, 여전히 우리에게는 내일 또 4월 16일이라는 참담한 현실이 그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직도 세월호냐고 묻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우리도 정말 벗어나고 싶습니다. 왜 우리 아이들이 죽어야만 했는지 이유라도 알고,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만 진다면,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2년간 고통스러웠던 세월과 기억을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가는 전 위원장 앞에 분향소는 더욱 숙연해졌다.
"참사 당시 팽목항에는 국민을 보호하는 국가는 없었습니다. 진상규명 특별법이 제정돼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지만, 그것은 꿈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강제로 조기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대통령과 19대 국회에서 약속했던 특검 역시 무산될 위깁니다." 이어 정부와 국회에 호소했다. "정치인 분들께 진심으로 호소합니다. 부디 진상 조사가 조기에 중단되는 사태를 막아주십시오. 세월호가 온전히 인양되고 미수습자 9명이 가족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전 위원장의 발언에 이어 제종길 안산시장,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남경필 경기도지사,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석태 세월호참사 특별위원장이 추모사를 읊었다.
[사진] 세월호 참사 2주기인 16일 오전 경기도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진행된 ‘세월호 참사 2년 기억식’ 에 참석한 2학년 3반 고 박예슬 학생의 동생 박예진 양이 편지글 낭독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숙연하던 분위기는 박예진(17·여)양이 언니인 故 박예슬양에게 띄우는 편지에서 울음바다가 됐다. "언니와의 추억만 남긴 이 곳은 여느때와 다르지 않게 봄이 찾아왔어. 언니는 이곳에 마지막 봄을 맞았고, 그동안 시간이 흘러 어느새 2년이 흘렀네… 평생 함께 할 줄만 알았던 우리가 서로를 찾아 속삭이듯 말하는 우리가 이제 서로의 빈 자리를 바라보는구나. 내가 이렇게 아파할 때면 '다 괜찮아' 하며 끌어 안아주던 언니의 품이 그리워. 그 손의 온기도 잊히지가 않아. 가끔 외로우면 언니의 온기가 느껴지곤 해."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새어나오는 가운데 예진양은 울먹거리며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지금 우리는 언니, 오빠, 선생님들 그리고 세월호 모든 희생자를 위해 열심히 싸우고 있어. 우리가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아파할 때면 많은 분들이 옆에서 힘이 돼 주곤 해. 전화를 하면 받을 것만 같은 언니… 우리 언젠가 만나겠지? 함께 있을 그때의 우리를 위해 더 열심히 싸우고 힘내자. 작은 순간마저 잊지 않을게. 마지막으로 너무 사랑해.
2016년 4월 16일 말 안 듣는 동생 예진 올림."
눈물을 훔쳐내던 예진양은 이어 또다른 편지를 읽었다. 정부·여당에 보내는 편지를 읽는 예진양은 더 이상 울먹거리지 않았다. "우리는 억울하게 떠나보낸 가족들을 위해 힘을 모아 싸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싸울 것이며 우리 모두가 끝이라고 외치는 그날까지 여정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세월호라는 뼈아픈 참사는 정치에 무관심한 우리에게 정치인들의 무관심, 무능을 비로소 알게 했습니다." 예진양은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말을 남겼다. "박 대통령님. 우리 언니 오빠들이 고통에 허우적대고 있었을 때 진도를 방문하셨죠? 그때 마주친 두 눈을 기억합니다. 가장 믿었고, 힘내라고 말했던 정부가 어쩌다 우리에게 등 돌린 적이 됐을까요? 부디 본보기가 되어 주세요."
[사진] 세월호 참사 2주기인 16일 오전 경기도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진행된 ‘세월호 참사 2년 기억식’ 에 참석한 4.16 가족합창단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기억식의 끝은 4.16가족협의회가 장식했다. 검은 옷을 차려입은 가족들이 차분하게 부른 '어느 별이 되었을까?'와 '잊지 않을게'는 분향소에 고요히 울려 퍼졌고, 참석자들은 젖은 눈으로 가족들을 바라보았다.
[김구연 기자, 김기용·김미성 수습기자]
총선에 승리하고도 세월호 추모는 잊은 더민주 (종합)
[노컷뉴스] 2016-04-16 12:14
김종인 대표 행사 불참… 이종걸 등 일부 의원만 개인자격 참석
세월호 참사 2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에 희생자들의 영정이 놓여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6일 세월호 참사 추모 2주기 행사에 참석하지 않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추모 1주기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을 당시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던 더민주가 20대 총선에서 제1야당 지위를 획득한 뒤에는 공식적으로 세월호 추모 2주기 행사에 불참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15일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 행사 참석 여부에 대한 실무진의 보고를 받고 당 차원에서는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경기도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열리는 세월호 2주기 기억식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추모 문화제 모두 참석하지 않는다. 당 관계자는 "민간단체가 주도하는 추모제의 경우 정당 대표가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불필요한 정치적 공방이 일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종걸 원내대표는 개인 자격으로 안산 분향소를 방문하고 진도 팽목항 추모식에 참석한다. 당 관계자는 "수도권 의원과 당선자들 20여명이 개별적으로 세월호 추모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공식 일정을 잡지 않자 개인 자격으로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다.
◇ 1년 전 박 대통령 불참 공격하더니 태도 180도로 바뀌어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해 꽃다발을 받은 뒤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더민주의 행태는 1년 만에 180도로 바뀐 것이어서 또다른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민주는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1주기 추모식 불참에 대해 대대적인 공세를 폈었다. 지난해 4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콜롬비아와 칠레, 페루, 브라질 등 중남미 4개국 국빈방문을 위해 출국했는데 더민주(당시 새정치민주연합)는 이를 비판하며 세월호 인양과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철회를 촉구한바 있다.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고 어떤 약속도 지켜진 게 없는데 첫해부터 자리를 피하는 모습은 책임 있는 대통령의 모습이 아니"라며 "참사 1주기 바로 그날 굳이 해외순방을 떠나겠다는 박 대통령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적어도 4월 16일만큼은 국민과 함께 아픔을 나눠야 진정한 지도자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에는 문재인 전 대표 등 지도부가 경기도 안산에서 열리는 합동분향식에 참석하고, 소속 의원단은 당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추모행사에 참석한 바 있다.
이는 다른 야당들과도 전혀 다른 행보다. 세월호 참사 추모와 관련한 공식일정 없는 곳은 더민주가 유일하다. 국민의당은 천정배 공동대표와 주승용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10시 진도 팽목항에서 열리는 '세월호 사고 2주기 추모식'에 참석했다. 정의당도 심상정 상임대표가 같은 시간 경기도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열리는 '세월호 참사 2년 기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공식문자에서 "16일 주요 당직자의 일정은 없다"고 밝혔다. [정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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