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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국회

[총선분석] 성난 20대 77% '지역후보로 野黨을 선택했다'

잠용(潛蓉) 2016. 4. 18. 07:35

 '앵그리 보터' 20대 "지역구 후보 야당 찍었다" 77%
중앙일보 | 안효성 | 입력 2016.04.18. 01:28 | 수정 2016.04.18. 03:27

 

투표한 20대 153명 SNS 설문
더민주 후보에 58%, 국민의당 17%
비례는 28대 27, 정의당도 22%
양당 → 3당 체제 전환에 영향 
4·13 총선 직후 20대 젊은 층의 ‘전략투표’ 성향이 ‘여소야대’ 국회를 만들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가 지난 15~1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20~29세 총선 투표자 153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실제로 이들이 ‘앵그리 보터(angry voter·분노투표자)’로서 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 설문조사에서 지역구 출마자 중 더불어민주당에 표를 줬다는 20대가 58.2%(89명)에 달했다. 또 국민의당 후보에 투표했다는 20대는 17%(26명), 정의당 1.3%(2명)였다. 응답자의 76.5%가 야권에 표를 몰아준 것이다. 반면 새누리당에 표를 줬다는 답변은 15.7%(24명)에 불과했다.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투표 때는 선택이 달라졌다. 지역구에선 당선될 가능성이 있는 더민주 후보에게 표가 몰렸지만 정당투표에선 더민주와 국민의당, 정의당에 골고루 표를 분산시켰다. ‘3당 체제’ 출현에 20대 표심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 가능한 대목이다. 20대 153명의 정당투표 결과는 ▶더민주 28.1%(43명) ▶국민의당 26.8%(41명) ▶정의당 21.6%(3명) ▶새누리당 12.4%(19명)였다.

 

 

중앙일보 조사에서 이렇게 교차투표를 했다고 답한 20대는 52.3%(80명)에 달했다. 더민주에 투표한 유권자 중 60.8%(54명)가 비례에는 다른 정당을 지지했다. 새누리당의 경우 지역투표 때보다 정당투표에서 3.3%포인트가 낮아졌다. 20대에서도 교차투표로 인해 정당투표에서 손해를 본 셈이다. 20대의 ‘분노투표’ 성향은 야권에 표를 준 이유에 대한 답변에서 드러났다. 20대는 지역구 투표를 결정한 이유로 현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39.2%)을 가장 먼저 꼽았다. 더민주에 표를 준 89명 가운데는 54명(60.7%)이 정부·여당을 심판하기 위해 더민주에 표를 줬다고 응답했다.

 

 

 

정당투표에서도 그런 의식이 엿보였다. 정당의 정책이 마음에 들어 투표했다는 답변이 35.9%(55명)로 가장 많았지만 둘째 이유로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심판(21.6%, 33명)을 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선 “잘못하고 있다”는 답변이 95.4%(146명)나 됐다. 이유로는 독단적인 국정운영(47.1%), 경제정책 실패(15.7%), 공약 불이행(9.8%) 등을 꼽았다.

 

 

이번 총선에선 20대의 투표 참여가 역대 어느 선거보다 높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세대별 투표율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출구조사로 볼 때 20대 투표율은 49.4%라는 발표가 있었다. 이는 선관위가 집계한 지난 2012년(19대 총선) 20대 투표율(41.5%)에 비해 7.9%포인트 높은 수치다. 특히 적극적 투표성향을 반영하는 사전투표율이 전 세대 중 20대가 가장 높았다. 선관위에 따르면 사전투표에 참여한 20대는 132만2574명으로 전체 20대 유권자의 17.9%였다. 평균 사전투표율(12.2%)보다 5.7%포인트가 높았다. 249표로 당락이 갈린 경기 남양주갑의 경우 4월13일 본투표에서는 조응천 당선자(3만85표)가 새누리당 심장수 후보(3만536표)에게 451표를 졌다. 하지만 사전투표에서 조 당선자(2522표)가 심 후보(1870표)보다 652표를 더 얻으며 결과를 뒤집었다.

 

선거 참여 늘고 야권 쏠림 뚜렷
수도권 격전지 당락 결정적 역할

20대 투표율이 올라갔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표심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야권 쪽으로 쏠렸다는 분석이다.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지난 19대 총선 비례대표 투표에선 20대의 59.8%가 야권(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에 표를 줬다. 이번 총선에선 20대의 76%가 야권(더민주·국민의당·정의당)에 쏠렸다. 공교롭게 본지 설문(76.5%) 결과와도 수치가 거의 일치하고 있다. 이런 20대의 투표성향은 수도권 격전지 판세를 바꿔놓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전국적으로 더민주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를 5%포인트 차로 이긴 접전지만 30곳”이라며 “이런 경합지역에서는 20대의 높은 투표율과 야권 쏠림이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① 20대 높은 투표율 “유권자 규모 작아 큰 영향 없을 듯" 반론도
② 27세 취준생 “여당 과반 땐 취업 더 힘들어질거라 생각”

 

서울대 장덕진(사회학) 교수는 “20대 불만의 근본원인은 보수정권 8년의 경제상황이 만들어낸 노동시장에서의 불만과 좌절”이라고 분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은 2013년 8%에서 2014년 9%, 2015년 9.2%로 매년 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12.5%로 정점을 찍었다. 장 교수는 “그동안 스펙쌓기 등의 개인적 노력으로 상황을 돌파하려 했지만 이제 개인 노력으로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공감대가 생기면서 투표율이 올라가고 야권에 표가 쏠린 결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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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투표=1인2표제에서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정당투표를 분리해서 투표하는 형태. 이번 총선에서 야권 지지자들 가운데 지역구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에 투표하고, 정당투표는 국민의당 등에 엇갈려 투표한 이가 적잖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