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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법률·재판

[헌재] '한글 전용' vs '한자 병용' 다시 심핀대에 올라

잠용(潛蓉) 2016. 5. 11. 11:46

'우리글=한글'...

제정 11년만에 심판대 오른 국어기본법
연합뉴스 | 입력 2016.05.11. 07:01 | 수정 2016.05.11. 10:49 


 "한자도 우리의 國字" vs "우리 고유문자는 한글뿐"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한글만을 우리 고유문자로 규정한 국어기본법이 2005년 제정된 지 11년 만에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 등의 단체와 개인들이 한자를 한국어 표기문자에서 제외한 현행법이 어문생활을 누릴 권리, 한자문화를 누리고 교육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다며 2012년 10월 헌법소원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한글 전용 정책에 따라 교과서의 한자 혼용을 금지한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등 하위법령도 줄줄이 헌재 심판대에 오를 예정이어서 이번 결정이 미칠 파장은 상당할 전망이다.

 

◇ 심판대 오른 국어기본법 제3조… "한글 전용은 기본권 침해"

국어기본법 제3조는 '국어를 표기하는 우리의 고유문자'를 '한글'로 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한자는 외국 문자와 다를 바가 없어 국어를 표기하는 '국자'(國字)로서 인정받지 못한다. 이 국어기본법 제3조가 헌법에 어긋나는 지에 관한 헌재의 심리가 12일 시작된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첫 공개변론을 진행한다. 이번 헌법 소원의 청구인은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를 비롯한 학부모와 교사, 출판사 대표 등 333인(대리인 법무법인 신촌), 이해관계인은 문화체육관광부(대리인 법무법인 지평 외1)이다.

 

국어기본법 위헌을 주장하는 측은 한글을 우리의 고유문자로 정하고 공문서를 작성할 때는 한글을 쓰도록 규정한 조항이 어문생활에 관한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추진회는 11일 "국가의 모든 공적 문서 작성에서 한글 전용의 표기원칙이 강요되고 있다"며 "한국어의 공용문자인 한자로 자신의 모국어를 표현할 수 있는 문자선택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진회는 국어기본법상 한글 전용 원칙에 따라 교과서 내 한자 혼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하위 규정들도 문제로 삼았다.

 

 

이들은 "심판 대상 규정들은 한글 전용의 표기 원칙을 초·중·고등학교의 교육과정에서 강제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의 미래세대가 자신의 모국어인 한국어를 정확히 배우고 창의력과 사고력을 기를 가능성을 국가가 봉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구인 측 참고인인 심재기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는 "한자는 국어 어휘의 핵심 요소로 한글과 한자는 배타적 관계가 아니라 상보적 관계"라면서 "현재 초등생들은 한자어 낱말과 한자를 배우지 못해 그 뜻을 짐작해 읽고 그 글자에 대한 가르침을 받지 못한 채 국어교육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수웅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자를 국민의 어문생활에서 배제하는 것은 국가가 국민의 어문생활에 직접 간섭해 국가가 의도하는 일정한 방향으로 언어문화를 형성하고자 시도하는 것으로 문화국가원리에 반하고 '한글과 한자는 한국어를 표기하는 공용문자'라는 불문헌법(不文憲法·문서의 형식을 갖추지 않은 관습법)에 반한다"고 청구인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 "한글 사용 장려할 일"… 국어정책 분수령 될 수도

반면 국어정책을 담당하는 문체부는 청구인 측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다. 국가가 우리글인 한글을 장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그렇다고 해서 한자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적도 없다는 게 문체부 측 대응논리다. 문체부는 "국어기본법 제3조 등은 바람직한 국어 문화 확산과 국어 정보화를 위한 국가의 의무를 담은 것으로 당연히 국가 정책으로 장려할 일"이라며 "한자 배척 및 말살 내용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또 "(청구인 측이 한자 혼용을 금지했다고 주장하는) 교과용 도서 관련 조항에는 '교과용 도서는 어문규범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밖에 없다"면서 "교과용 도서가 어문규범을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하며 이를 어겨도 처벌이 따르는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문체부 측 참고인인 권재일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는 "한자어를 한자로 표기하지 않아도 충분히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며 "우리가 오랫동안 한자를 빌려 썼다고 해서 한자를 우리 글자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상임대표는 "국한문혼용은 일제 치하에서 잠시 나타난 표기방식이고 한글 전용은 1990년대 국민이 주도한 문자혁명의 결과로, 이 과정에서 정부가 법적·제도적 압력을 가한 일은 전혀 없다"고 한글 전용에 찬성했다. 헌재는 이번 공개변론에서 양측의 진술과 참고인 의견을 들은 뒤 국어기본법 제3조 등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만약 헌재가 청구인 측에 손을 들어준다면 국어기본법에 따라 만들어진 하위 법령들도 수정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번 결정은 앞으로의 국어정책에 커다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eun@yna.co.kr]

 

한자혼용 "한글의 불완전성 보완" vs "필요성 오해·과장"
뉴스1 | 윤진희 기자 | 입력 2016.05.12. 15:40

 

'한글전용' 국어기본법 헌법소원 공개변론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초·중등학생들에게 한자교육을 하지 않고 공문서를 한글로 작성하도록 한 것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지에 따져보기 위한 공개변론이 열렸다. 헌법재판소는 12일 오후 2시 헌재 대심판정에서 공문서한글사용 원칙과 초·중등 국어교과에서 한자 교육을 배제하고 있는 국어기본법에 3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헌법소원 심판대상인 국어기본법 3조 등은 한글을 우리 고유문자로 정하고 있고, 공공기관의 문서는 한글로 작성하도록 정하고 있다.

 

 

[사진]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한글 전용' 국어기본법 제3조 등 위헌소원 사건 공개변론을 앞두고 한글학회와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 회원들이 각각 찬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민경석 기자초중등학교 재학생과 초중등학교 교사 및 교장, 출판사 대표, 교과서 집필자 등 청구인 332명은 "국어기본법이 한글전용·한자배척의 언어생활을 강요하고 있다"며 국어기본법이 어문생활에 대한 자기결정권, 학부모의 자녀교육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청구인측 대리인인 김문희 법무법인 신촌 변호사는 "한글이 산업근대화 행정현대화애 크게 기여한 점은 높게 평가하지만, 어느 제도나 완벽한 것은 존재하지 않고 한글 역시 그러함을 부정할 수 없다"며 한글의 불완전성을 주장하며 변론을 시작했다.

 

김 변호사는 "국어기본법이 엄연한 공융문자인 한자를 제외하고 한글만을 고유문자로 정하고 있는 국어기본법 조항들은 한글사용을 국가의 의무로 부과하고 국민의 일상생활에서 한자사용을 배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최고규범인 헌법이 한자를 혼용하고 있다"며 "헌법이 한자를 혼용하고 있는데 한자를 고유글자로 인정하지 않으면 국가 근간인 최고규범이 외국어로 쓰여있다는 얘기가 된다"고 주장했다.

 

청구인 측 주장에 대해 이해관계인인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대리인인 법무법인 지평의 박성철 변호사가 반론을 펼쳤다. 박 변호사는 "모든 신문이 한글 가로쓰기를 하고 있고, 복잡하고 의미를 명확히 해야 하는 법률용어를 담는 판결문도 한글로 작성되고 있으며, 법제처가 '알기쉬운법령' 사업을 시행해 법률용어와 법문을 한글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법을 한글로 알기쉽게 바꾼 결과 국민 88.2%가 법령이해에 도움이 된다고 답변했다"며 "한자혼용이 헌법적 관습이라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헌재 역시 결정을 통해 한글을 우리글로 인정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또 "초등학교 교사들의 한자교육 반대비율은 66%에 이르며 한자교육을 도입하면 유아들의 선행학습 등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자를 모르는 사람의 알권리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한자혼용'주장이 위헌적"이라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공개변론 내용을 참고해 심판대상 국어기본법 조항의 위헌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juris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