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노래 부르자' (봄을 讚美하자 1930) < 1 > 강산에 다시 때 돌아 꽃펴지고 강산의 동무들아 모도다 몰려라 춤을 추며 봄노래 부르자.
< 2 > 오너라 동무야 소리를 높이 봄노래 부르면서 이 강산 잔디밭 향기 우에 문들네 꽃을 따며 다같이 이 봄을 찬미하자 이 봄이 가기 전.
< 3 > 오너라 동무야 피리를 맞춰 봄노래 부르면서 엉금성 뛰여라 씩씩하게 봄잔디 풀밭 우에 다같이 뛰잔다 엉금성금 이 봄이 가기 전.
우리 가요계 최초의 가수인 채규엽(蔡奎燁)의 '힛트송'으로 1930년 '콜롬비아 레코드社'의 디스크이다. 일제(日帝)의 탄압에 시달려 기진맥진하여 할 말이 있으도 하지 못하고 답답한 심정은 풀 길이 없고, 화산처럼 터져나올 듯한 분노를 가슴에 안고 살아가지만, 빼앗긴 강산에 봄이 오거던 우리도 춤을 추고 마음껏 뛰어 놀자는 민족의 노래이다. 지금 들으면 동요 반 민요 반인 멜로디의 노래이나, 우리들의 기억에서 영원히 지울 수 없는 보가(寶歌) 중의 하나라고 할까? <출처: 歌謠半世紀(省音社 刊)에서>
◆ 한국 유행가 가수 1호 채규엽 1930년 서울에서는 콜럼비아레코드 서울지사 설립을 축하하는 자축연이 화려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여흥 좌석에는 일본어로 "나니와 부시(浪花節)"를 노래한 것이 계기가 되어 1930년 3월에 일류변사 김영환이 김서정이란 예명으로 만든 "봄노래 부르자", 채규엽 자신이 직접 만든 "유랑인의 노래"를 발표하였다.
채규엽은 1907년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났다. 원산중학교 시절에 서양음악을 접하고부터 음악에 대단한 관심을 가져왔다. 1927년 일본으로 건너가 신전(神田)음악학원에서 1년간 성악기초를 닦고 1928년 귀국하여 YMCA에서 독창회를 개최하였는데 당시의 피아노 연주 1인자인 김영환이 반주를 하였다. 1922년 서양음악 독창회를 윤심덕이 처음으로 개최한 이후 1928년 2번째 독창회를 개최한 몇 사람중의 하나가 채규엽이었다. 그 해에 일본에는 조선 프로레타리아 예술동맹 동경지부가 결성되었는데 음악부 위원으로 피선되기도 하였다. 1930년 3월 안국동에 있던 근화여자 학교에 음악부가 신설되어 성악교사로 학생들을 지도하던 중 콜럼비아레코드 경성지사 설립 자축연에 참석한 것이 성악가 채규엽의 인생행로를 유행가 가수로 바꾸어 버렸다.
유행가 가수가 되고부터 채규엽의 주변은 수 많은 염문과 사건으로 얼룩져 있다. 일본을 오가면서 그의 행적은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한곳에 정착된 가정을 가진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1934년 동경에 있는 28세의 여인이 채규엽을 결혼 사기죄로 고소하여 피소되기도 하였고 1937년에는 대전의 일류 기생 한선월에게 3백원을 빌려서 못 갚자 사기죄로 고소당하여 구속되기도 하였다. 이 돈으로 자칭 콜럼비아 악단을 조직, 무명가수들을 모집하여 흥행을 하였으나 실패하고 단원들은 뿔뿔이 헤어져 버렸다. 당시 신문기사에 의하면 악극단이 해체되고 여관에 남아있던 24살의 김춘방과 19세의 박길수라는 처녀가 도망쳐 나온 집을 갈 수도 없고 무일푼의 몸으로 실의에 빠져 음독 자살 하였다.
1933년 [삼천리] 잡지에 게재된 채규엽의 투고글을 요약하여 본다. "유행가는 탄식한다. 연말은 청산의 시기이다. 내게도 1933년을 마지할 청산이있다. 유행가나 부르는 내게 무슨 청산이 있겠느냐며 조소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도 틀림없는 민요일 것이다. 우리가 음악사를 펴볼 때 현대음악의 권위를 잡고 있는 교향곡 취주악 등이 모두 민요의 형식이 발전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내가 유행가곡을 가지고 유일의 예술이라고 역설함은 아니다. 유행가곡에 대한 과거의 관념을 청산하고 새로운 신념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과거의 유행가곡에 대한 식자들의 관념은 이러하였다. [유행가라 함은 부패한 하류계급에나 부를 것이며 사회를 멸망에 이끌며 민심을 속악으로 끄는 해독만 주는 가치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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