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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오피스텔 투자, 아 옛날이여'

잠용(潛蓉) 2016. 11. 2. 13:01

오피스텔 투자, 아 옛날이여
주간동아 일자2016.10.26 1060호(p58~59)

 

 

최근 5년간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오피스텔 투자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 [동아일보]

 

매매가↑수익률↓수익형 부동산은 옛말…

세금·임대 의무기간 발목 잡을 수도

1983년 10월 19일 한 일간지에 광고가 실렸다.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들어선 한 빌딩이 입주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난생처음 보는 단어가 독자의 이목을 끌었다. ‘국내 최초의 오피스텔 임대 개시.’ 1970년대 서울 강남과 여의도에 들어선 대단지 아파트에 막 적응할 무렵 등장한 새 주거시설에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올해로 국내 주택시장에 도입된 지 34년 차를 맞은 오피스텔과 첫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오피스텔은 업무지역에 지은 빌딩을 사무실 임대로만 채울 자신이 없던 건설사가 집처럼 쓸 수 있게 고쳐 팔기 시작한 아이디어 상품이었다.

 

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시기 도심 한복판에 주거와 업무를 겸할 수 있는 오피스텔의 등장은 국내 주택시장에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때마침 정부가 1986년 8월 건축법에 ‘주거용 오피스텔 건축 허용’이라는 조항을 넣으며 활로를 열었고, 오피스텔은 일약 ‘수익형 부동산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중흥기를 맞았다. 그러던 오피스텔이 최근 수익형 부동산 투자를 고려하는 수요자의 우선순위에서 차츰 밀려나는 분위기다. 달아오른 주택시장을 틈타 오피스텔 가격은 계속 오른 반면, 임대수익률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수익률 최근 5년간 지속적 하락
서울메트로 9호선 양천향교역 7번 출구를 나서면 오피스텔 건물 수십 채가 강서로 대로변에 줄지어 서 있다. 주변 부동산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오피스텔 매물이 적잖다. 강서구 마곡동 T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전용면적 22.25㎡짜리 오피스텔의 전셋값이 7월 1억2000만 원에서 1000만 원 정도 내린 뒤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면서 “보증금 500만~1000만 원에 50만 원이던 월세도 5만 원 정도 빠져 45만 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며 계약을 권유했다. 서울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이라던 마곡지구에 최근 몇 년 새 오피스텔 입주 물량이 집중되자 전·월세 가격이 내림세로 돌아선 것이다. 시장에 나오기 무섭게 완전 판매되던 일 년 전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집을 빌려주고 월세를 받는 수익형 부동산시장에서 오피스텔은 가장 대중화된 상품으로 꼽혀왔다. 아파트보다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목적에 딱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시대 상황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1995년 7월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오피스텔에 바닥난방을 허용했다. 한기가 돌던 오피스텔 바닥이 따뜻한 온돌 난방을 갖추게 된 것이다. 98년에는 주거면적을 최대 50%까지 확보할 수 있도록 하면서 그야말로 ‘집에 가까운 사무실’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거침없이 내달리던 오피스텔에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정부가 관련 정책을 들쭉날쭉 내놓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오피스텔 과잉공급을 우려한 정부는 2004년 오피스텔의 바닥난방을 전면 금지했다 2년 뒤인 2006년 전용면적 50㎡ 이하 오피스텔에 한해 바닥난방을 재허용했다. 이후 주택시장이 활황세를 맞으며 전셋값이 급등하자 2009년 바닥난방을 85㎡ 이하 오피스텔까지 확대 허용하는 등 갈팡질팡한 모습을 보였다.

 

투기 우려가 일면 오피스텔 규제를 조이고, 주택 공급이 부족하면 규제를 푸는 정책을 반복하자 오피스텔 사업도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오락가락한 정책에 공급 물량도 널뛰기를 반복했다. 건설사가 앞다퉈 오피스텔 사업에 뛰어든 2004년 9만8209실을 기록하며 정점에 올랐으나, 규제가 거듭되자 2009~2010년 1만 실 미만으로 뚝 떨어졌다. 이후 규제가 다시 풀려 2011년 1만3651실, 2013년 3만4154실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도 6만3000여 실의 신규 입주가 예정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피스텔 수익률도 내림세로 돌아선 지 오래다. 온라인 주택거래 정보 사이트 부동산114에 따르면 3분기(7~9월) 전국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전분기(5.62%)보다 0.05%p 내린 5.57%를 기록했다. 2011년 3분기 6.04%였던 임대수익률은 최근 5년간 단 한 번의 반등 없이 하락해 5%대 중반까지 내려왔다. 더욱이 서울지역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5.22%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전국 오피스텔 매매가격은 전분기 대비 0.22% 뛰며 지난해 1분기 이후 7분기 연속 오름세를 그렸다. 투자금액과 수익률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 지 1년 9개월 차에 접어든 것이다. 오피스텔이 수익형 부동산시장에서 매력이 떨어진 데는 만만치 않은 세금 규정이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신규 분양 대신 기존 건물 매매로

 

 

수익률 하락에도 저금리 기조에 여전히 오피스텔 투자를 고민하는 이가 많다. [동아일보]

 

세금을 감안하면 얘기가 또 달라진다. 오피스텔 취득세율은 집값의 4.6%, 부가가치세는 약 5.45%(신규 분양 기준)이다. 매입한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임대할 경우 취득세 736만 원, 부가세 872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를 적용하면 임대 첫해 수익률은 -6%가 된다. 여기에 은행 대출 이자와 공실에 따른 임대수익 하락까지 더해지면 수익률은 그 아래로 떨어진다. 분양 당시 건설사가 홍보한 ‘연간 8~9%대 수익률’이 멀어 보이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세금을 줄일 생각에 임대사업자 등록을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취득세와 재산세를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임대 의무기간 5년이라는 걸림돌과 만난다. 만일 5년 이내에 임대용으로 등록한 집을 팔면 그동안 감면받은 세금을 모두 내야 한다. 또 임대 의무기간 중 임대사업자가 아닌 사람에게 집을 팔다 적발되면 최대 2000만 원 벌금까지 물게 된다.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오피스텔 투자 수요는 여전하다. 저금리 기조에 종잣돈을 은행에 맡겨봤자 이자가 형편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오피스텔에 투자해 조금이라도 이윤을 끌어올려보자는 계산은 오피스텔 투자를 쉽사리 포기하지 못하게 만든다. 마곡지구 R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내년부터 본격화하는 기업 입주에 대비해 시세보다 싼값에 오피스텔 매물을 사려는 문의가 꽤 있다”면서도 “집주인들이 1~2년만 버텨보자는 생각에 매물을 내놓지 않아 거래 자체는 뜸하다”고 말했다. 임대수익률이 예금금리를 웃도는 한 수요자의 오피스텔 투자는 계속될 거라는 얘기다.

 

부동산 컨설팅 전문업체 유엔알의 박상언 대표는 “오피스텔 공급이 넘쳐나는 데다 다가구주택 등 대체 상품의 공급도 이어져 앞으로 수익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수익률이 내림세일 때는 공급이 집중된 지역은 되도록 피하고, 주거 수요와 업무 수요가 대체 가능한 도심권 물건 위주로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감가상각이 심한 오피스텔의 특성을 고려할 때 신규 분양 물건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신축 오피스텔과 기존 오피스텔의 매매가 차는 크지만 임대료 차는 5만~  10만 원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 만큼, 신규 분양 오피스텔 인근의 기존 오피스텔을 매입하는 등 투자방법을 바꿔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아파트 매매 한달 새 반토막..얼어붙는 연초 부동산 시장
중앙일보 | 황의영 | 입력 2017.02.01 02:45 | 수정 2017.02.01 06:28


대출규제, 공급과잉 우려에 1월 거래량 4년 만에 최소
신규 분양 22곳, 11곳 미달

정유년 연초 주택시장 온도가 뚝 떨어졌다. 기존 주택 매매거래가 크게 줄었고,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에선 청약 미달 단지가 잇따랐다. 11·3 부동산대책과 대출 규제, 주택 공급과잉 우려, 경기 위축 등 잇따른 악재로 주택 매수심리가 식었기 때문이다. 3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4215건(잠정)으로 지난해 1월(5431건)에 비해 22% 줄었다. 1월 거래량 기준으로는 2013년(1196건) 이후 4년 만에 가장 적다.


거래가 줄면서 집값 상승세도 주춤하다. 한국감정원은 1월 전국 아파트값(전월 대비)이 평균 0.01% 올라 지난해 12월(0.05%)보다 상승 폭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했다. 서울은 0.03% 올라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는 두 달째 약세를 보였다. 강남구(-0.24%)의 낙폭이 가장 컸고 서초·송파구는 각각 0.11%씩 내렸다. 강여정 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11·3 대책 이후 강남권을 중심으로 투자 수요가 빠지면서 서울 집값의 상승 폭이 줄었다”고 말했다. 강북권의 가격 상승 폭도 줄었다. 1월에 마포구는 0.22% 올라 지난해 12월(0.26%)보다 오름 폭이 0.04%포인트 감소했다. 성북구(0.34%→0.2%)와 서대문구(0.25%→0.17%)도 상승 폭이 줄었다. 모두 재개발단지가 몰려 있는 지역이다.


신규 분양 열기도 주춤했다. 부동산정보회사인 부동산 114가 1월 전국 아파트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을 조사한 결과 6.15대 1로 지난해 12월(7.34대 1)보다 낮아졌다. 1월에 청약을 받은 22개 단지 중 11곳이 1순위에서 미달됐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입주물량이 많은 수도권 외곽과 지방에서 2순위 내에 주인을 찾지 못한 단지가 속출했다”고 말했다. 1월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2만4000여 가구로, 2000년 이후 1월 물량으로는 17년 만에 최대치다. 서울(5254가구)을 포함한 수도권이 1만3224가구, 지방은 1만1527가구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집 때문에 잠 못 자는 사람들
주간동아ㅣ2017.01.181072호(p24~27)



최근 위례신도시, 미사강변도시 등 입주가 늘면서 서울 강동구, 송파구 일대에는 전세매물이 크게 증가해 ‘역전세난’ 우려가 일고 있다. [동아일보]
 

공급과잉에 깡통주택·전세 급증 우려, 대출 규제 및 금리인상에 전전긍긍
정유년 새해가 밝았지만 대통령 탄핵정국을 비롯해 강대국들과 외교 마찰, 경기불황, 최고 실업률 등 희망보다는 걱정 어린 이슈가 사회 곳곳에 퍼져 있다. 특히 요즘 서민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단연 ‘집’이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부동산정책에 최근 주택시장 한파까지 몰아치면서 집이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집 때문에 잠이 안 오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 집은 마음 편히 ‘사는 곳’보다 재테크 수단 혹은 교육을 위한 곳으로 여겨진다. “부동산 말고는 돈 벌 방법이 없다”는 푸념 또한 집에 대한 비뚤어진 인식을 그대로 반영한다. 그렇다고 집이 누구에게나 부를 안겨주는 것은 아니다. 집이 품은 양날의 칼은 무척이나 날카로워 자칫 집 때문에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


공급과잉→역전세난→집값 하락→깡통주택·전세 



서울 외곽 지역과 경기 일대에서 빌라 공급량이 빠르게 늘어났지만 최근 금리인상 등의 악재로 ‘깡통전세’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상윤 기자]


최근 부동산 전문가 사이에서는 일명 ‘깡통주택’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깡통주택은 집값 하락으로 시세보다 대출금 혹은 전세금이 많아 집을 처분해도 남는 게 없는 경우를 일컫는다. 최근 이러한 불안감이 점점 더 커지는 이유는 바로 ‘공급과잉’ 시그널 때문이다. 온라인 주택거래 정보 사이트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부터 2018년까지 2년간 아파트 78만여 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특히 7월부터 내년 2월까지 8개월 동안 입주 물량이 집중돼 월평균 3만8899가구가 입주한다. 이는 지난해 월평균 입주 물량 2만4311가구와 비교해 1.6배 많은 수준이다. 또한 12월에는 4만9662가구가 입주할 예정으로,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0년 이래 월간 기준 최다 물량이다.


공급과잉은 전셋값 하락에 이어 ‘역전세난’을 불러온다. 2002~2008년에도 밀어내기 식 분양으로 연평균 입주 물량이 33만 가구나 쏟아진 사례가 있다. 그 탓에 2008년 하반기에는 서울 강남에서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사례가 빚어졌다. 당시 단기간에 1만 가구 이상 입주를 진행한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역전세난이 발생하면서 전셋값이 1년 동안 18% 하락했다. 입주 물량이 늘어나기 전 2년 동안 전셋값이 급등했다는 점도 현 상황과 매우 비슷하다. 2006~2007년 전국 전셋값은 평균 13.3% 올랐으며 2015~2016년 전국 전셋값 역시 평균 17.5% 상승했다. 

 

수도권에서 입주 물량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1위는 경기 화성시(5만2089가구)다. 그 뒤를 경기 시흥시(2만5243가구), 용인시(2만2469가구), 김포시(2만1740가구), 수원시(1만7446가구)가 잇는다. 지방의 공급과잉 상위 5개 지역은 세종시(2만8398가구), 경남 창원시(2만6338가구), 충남 천안시(1만9404가구), 충북 청주시(1만4398가구), 대구 달성군(1만4201가구)이다. 권대중 대한부동산학회장은 “공급이 많아지면 가격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렇기에 무리하게 대출을 끼고 집을 산 경우, 얼마 안 되는 초기 자금으로 청약받은 경우 향후 공급과잉으로 집값이 하락하면 치명타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인상과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따른 부동산시장 위축도 집에 대한 불안감을 부채질한다. 깡통주택은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뿐 아니라 대출금 상환 능력이 없는 경우에도 일어나는 현상인 만큼, 금리 상승이야말로 투자자의 숨통을 죄는 가장 위협적인 무기다. 2009년에도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공급 물량이 늘어난 상태에서 금리가 16%까지 급등해 결국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이가 속출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2%에 머물던 대출금리는 현재 3~4%대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시중은행의 평균 고정금리는 3.5~4.62%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금리가 오를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미국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2~3차례 더 올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그에 맞춰 국내 금리도 오르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갭 투자’ 잘못하면 ‘깡통’ 찰 수도


자료 | 국토교통부


정부의 부동산정책도 부동산시장의 기상도를 바꿔놓았다. 최근 정부는 1300조 원 규모로 불어난 가계부채가 경기침체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해 최근 다양한 부동산정책을 쏟아냈다. 바뀐 내용을 보면 집단대출(잔금대출)을 받을 때도 소득 능력을 증명해야 하고, 돈을 빌림과 동시에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나가야 한다. 또 올해부터는 금융사가 소비자의 모든 대출금과 원리금 상환 부담을 파악하고 이를 대출심사에 활용하는 DSR(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 제도를 도입해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일이 더욱 어려워졌다. 권대중 학회장은 “전매를 목적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은 집값이 떨어짐과 동시에 집이 팔리지 않고 잔금대출까지 어려워져 결국 초기 분양금을 날린 채 입주를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신규 분양이 아니더라도 ‘갭 투자’를 통해 집을 여러 채 보유한 경우라면 위험성이 매우 높다. 지난 2~3년 사이 유행하던 갭 투자가 부동산시장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온다. 갭 투자는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매매가격과 전셋값의 차액을 투자해 집을 사는 투자 방법을 말한다. 매매가 4억 원짜리 주택의 전셋값 시세가 3억5000만 원이면 5000만 원만 투자해 집을 사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집값과 전셋값이 계속 올라야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로, 지금처럼 부동산시장이 침체기인 경우에는 집값 하락 및 부동산 거래 실종으로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김모 씨는 최근 법원에서 아파트 경매 절차를 밟고 있다. 2년 전 투자 목적으로 매매가 2억5000만 원인 아파트를 전세 1억8000만 원을 끼고 샀는데, 갑자기 사업이 부도가 나 아파트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은행에서 경매가 들어온 것. 김씨는 “괜히 욕심을 부렸다 큰 손실을 봤다. 집에 투자한 돈을 사업자금으로 썼다면 이렇게 쉽게 부도가 나지 않았을 것 같다. 다들 갭 투자로 돈을 번다고 하기에 별 생각 없이 부동산에 뛰어들었다 큰코다쳤다. 지금은 한강에라도 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김씨처럼 집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정부의 11·3 부동산대책과 8·25 가계부채관리방안 후속 조치 이후 주택 거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1월 5일 부동산정보 제공 사이트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 전체 아파트 거래량은 9465건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달과 비교해 14%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5월 1만166건이 거래된 이후 처음으로 1만 건 아래로 떨어졌다. 주택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쏟아지면서 앞으로 주택 거래량이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전국 주택 매매가가 평균 0.8%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거래량 감소는 지방에서 더욱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부산 수영구 한 공인중개사무소에는 최근 아파트 매물이 수십 건 쌓여 있다. 부산은 지난해 분양시장 호황을 바탕으로 집값과 전셋값이 많이 올라 전국에서 갭 투자 수요가 몰려들었다. 하지만 정부가 11·3 부동산대책과 각종 대출 규제를 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 공인중개사는 “한꺼번에 집 4채를 처분해달라고 내놓은 사람도 있는데 거래가 되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사실 대출금리가 아직 많이 오른 건 아니지만 앞으로 오를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매수자, 매도자 모두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송파구 일대에서도 전세 매물이 크게 늘어나면서 집주인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최근 위례신도시나 미사강변도시 입주가 이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던 김모 씨는 인근 하남 미사강변도시 청약에 당첨돼 최근 이사했다. 기존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았지만 아직 세입자를 찾지 못했다. 새 아파트 대출을 없애고 기존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은 게 화근이었다. 집값 하락이 가시화되면서 전세 수요자들이 대출이 포함된 아파트를 계약하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강동구 명일동 한 공인중개사는 “대출금이 많은 집과 그렇지 않은 집은 전셋값이 5000만 원까지 차이가 난다. 물건이 없을 때야 대출금이 많은 집도 전세가 나갔지만, 요즘처럼 물량이 쏟아질 때는 대출금이 많은 집을 꺼리는 게 당연하다. 차라리 전세가 아닌 월세로 들어가려는 사람도 많다”고 귀띔했다. 이는 곧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를 뜻한다. 대출금이 많은 집은 집주인뿐 아니라 세입자에게도 큰 부담인 것. 깡통전세는 전셋값보다 집값이 더 내려가 집주인이 집을 처분한다 해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상황을 말하는데, 빌라 같은 다가구주택에서는 이미 현실화된 모습이다. 집주인이 대출금 이자를 연체해 채권자인 금융기관이 해당 집을 경매 신청하면 기존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상자기사 참조).


취약계층에게 뻗쳐 있는 깡통전세의 덫 

서울 성북구 연립주택에 사는 세입자 최모 씨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3개월 후 계약기간 만료 때 전세보증금 5000만 원을 올려달라는 통보를 받고 고민에 빠졌다. 최씨는 “기존 전세보증금이 2억5000만 원이고, 현재 이 집 시세가 3억5000만 원이다. 집주인 요구대로 5000만 원을 올려주면 전셋값이 집값의 85%를 넘어서기 때문에 집주인에게 문제가 생기거나 집값이 떨어질 경우 전세보증금을 다 돌려받지 못할까 봐 걱정된다. 다른 집을 알아보려 해도 이 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소액보증금으로 전세를 살고 있는 취약계층은 깡통전세로 전 재산을 날리는 경우도 있다. 2014년 7월 깡통주택에 세 들어 살던 2급 지체장애인 손모 씨가 전세보증금 2500만 원을 받지 못한 채 온 가족이 길거리로 쫓겨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소액보증금 우선변제 대상은 전세금 2200만 원 이하로, 손씨처럼 그 기준을 살짝 넘는 경우에는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기 어렵다. 


급기야 ‘깡통전세’를 노리는 사기범도 등장했다. 노숙인 등 속칭 ‘바지’를 내세워 깡통주택을 구매한 다음 매매대금을 부풀린 ‘업(up)계약서’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뒤 임차인의 소액보증금까지 떼어먹는 방식이다. 이들은 소액보증금은 우선변제된다는 점만 강조하면서 계약을 종용하는데, 실은 그렇지 않다. 여러 건의 근저당이 설정되고 경매가 예견되는 상황과 시세보다 저렴한 보증금으로 체결한 전세계약은 소액보증금 우선변제를 받지 못한다. 결국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서민은 입주 후 곧바로 경매 등으로 강제퇴거를 당하고 전세보증금까지 돌려받을 수 없게 된다. 


최근 2~3년간 서울 외곽 지역과 경기 일대에서 빌라 공급량이 빠르게 늘어난 만큼 ‘깡통전세’의 위험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동안 빌라가 인기를 끈 이유는 아파트 전세를 얻지 못한 사람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로 눈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까지 더해져 소형 빌라를 사 임대 수익을 얻으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빌라의 몸값은 더욱 올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5년 전국 다가구주택과 연립주택 준공 물량은 10만7000채로 2006년(1만6000채)과 비교해 10배가 넘는다. 2016년에도 전년도 물량을 넘어섰다. 주로 서울 강서·광진·중랑구와 경기 광주·안산시 등에 공급이 집중됐다.


그렇다면 올 한 해 집에 대한 고민을 조금이라도 덜려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실거주가 아닌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을 보유한 경우라면 하루빨리 리스크 관리에 돌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동산가격이 아직까지는 소폭 하락 내지 보합세를 보이는 만큼 집값을 조금 낮춰서라도 처분하는 게 현명하다는 얘기다. 고 원장은 “본격적으로 하락장이 펼쳐지면 거래절벽 현상이 일어나 매매 자체가 사라져버린다. 그렇기에 매수 타이밍보다 중요한 것이 매도 타이밍이다. 부동산도 주식처럼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판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보증금 안전하게 지키려면…



지난 2~3년 사이 유행하던 갭 투자가 부동산시장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상윤 기자]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6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월 4일 KB부동산이 발표한 12월 전국 주택 매매·전세시장 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전달(11월)보다 0.1%p 낮은 73.2%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전셋값이 급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전세가율이 높은 게 사실이다.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2011년 50%, 2013년 60%에 이어 2015년 7월 70%를 돌파했다. 또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2016년 1분기 부동산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전세가율은 전국 75%, 수도권 74.8%이고 서울 72.2%, 경기 76.5%, 충남 77.2%, 광주 80.1%까지 치솟았다. 그렇기에 깡통주택,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요즘 혹시 모를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여전히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주저하는 이가 많지만 2016년 4월부터는 부동산중개업소에서 가입할 수 있도록 금융감독원이 관련법규를 개정한 만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SGI서울보증 가입을 고려하는 게 좋다.


HUG의 경우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금과 전셋값 합산액이 아파트가격의 90%를 넘지 않아야 가입할 수 있고, 빌라 같은 다가구주택은 80% 이하여야 한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주택은 세입자 처지에서 굳이 전세보증보험을 들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집에 속한다. 그렇기에 전세금 보호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HUG의 전세금반환보증 상품 가입은 2만6000여 건에 불과하다. 비싼 보험료도 실수요자의 발목을 잡는다. 지난해까지 전셋값의 0.15%였던 보험료가 2월부터 0.128%로 줄어들긴 하지만, 세입자 처지에서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SGI서울보증의 전세금 보장 신용보험은 가입한도가 없는 대신 보증료율이 연 0.192%(아파트 기준)로 높은 편이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는 직장인 강모 씨는 “집 시세에 비해 전세가율이 높아 주변에서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3억 원 전셋값에 따른 보험료가 연 45만 원이나 됐다. 2월부터 조금 낮아지긴 하지만 그래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한 전세보증보험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상품이라 집주인이 보험 가입을 거절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맹점이 있다. 집주인 동의 없이 가입할 수 있지만 보험사가 안내문을 집주인에게 보내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집주인이 거절하면 가입이 어렵다.


권대중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전세보증금 전액을 보험에 가입할 것이 아니라 집값 하락 예상금액을 세입자가 직접 정해 그 부분에 대해서만 전세보증보험을 확대 실시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세보증금은 서민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정부는 전세보증보험제도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지속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