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바뀌는 부동산제도... "한숨 깊어진다"
머니투데이ㅣ송학주 기자ㅣ입력 2016.12.19 05:20 댓글 281개
잔금대출부터 LTV·DTI까지 규제 늘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로 내년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가운데 2017년 정유년(丁酉年)에는 집단대출 잔금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가 종료되는 등 대출규제가 더욱 강화된다. 소득세와 상속·증여세 등 세 부담이 가중되고 12월엔 재건축초과이익환수 유예도 끝난다. 내 집 마련 계획을 세우는 주택 수요자를 위해 내년부터 새로 시행되거나 달라지는 제도를 살펴봤다.
◇ 잔금대출 심사 강화…7월부턴 LTV·DTI도 강화
당장 새해 시작부터 주택 관련 대출 심사가 강화된다. 정부가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후속으로 내놓은 '11·24 가계부채대책'에 따라 내년 1월1일 이후 입주자모집공고를 내는 모든 분양아파트의 잔금대출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된다. 소득증빙자료 강화, 비거치·분할상환, 금리상승 가능성을 반영한 상환능력 평가 등과 함께 총체적 상환능력심사(DSR)가 도입돼 대출받기가 한층 까다로워진다. 생애 첫 주택구입자나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던 디딤돌대출의 DTI 기준도 80%에서 60%로 줄어든다. 아울러 현재는 유주택자도 대출 후 3개월내 처분조건이면 디딤돌대출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무주택자만 가능하다. 지난 '8·25 가계부채대책'에 따라 현재 은행권에서 시행 중인 분할상환 원칙도 내년부터 보험사 주택담보대출(주담대)까지 확대 시행된다.
가장 신경써야 할 금융 관련 변화는 주담대 한도액을 담보가치·상환능력에 따라 일정 비율 이하로 제한하던 LTV·DTI 규제 완화가 7월 종료된다는 것이다. LTV·DTI 규제 완화는 2014년 8월 1년간 한시 도입(LTV 50~70%→70%, DTI 50~60%→60%로 상향)된 이후 2015년과 지난 4월에 각각 한 차례씩 일몰이 연장됐다. 다시 일몰시한이 돌아오는 내년 7월 예정대로 규제 완화가 종료되면 전체 대출 규모가 축소될 수밖에 없어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 세 부담도 증가…임대소득과세 2년 더 연장
부동산 관련 세법도 일부 바뀐다. 우선 양도소득세 과세표준에서 1억5000만원 초과 구간이 세분화됐다. 예전에는 1억5000만원이 넘으면 38%로 모두 동일했으나 내년부터는 5억원을 넘을 경우, 세율 40%가 적용된다. 현행 소득세 최고세율은 38%로 과표 1억5000만원 초과부터 적용되는데 내년부터는 과표 1억5000만~5억원 이하는 38%, 5억원 초과는 40%의 세율이 적용된다. 상속·증여세 신고세액에 대한 공제도 축소된다. 현재 상속세는 3개월 이내, 증여세는 6개월 이내 자진신고를 하면 산출세액의 10%를 공제했으나 내년부턴 7%로 축소된다. 연간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한 소득세 과세 유예는 2년 더 연장됐다. 소형주택(전용 60㎡ 이하, 기준시가 3억원 이하)의 전세보증금에 대한 비과세도 2018년까지 연장된다. 소형 주택 기준은 내년부터 전용 85㎡에서 60㎡로 바뀐다.
◇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부활'
가구마다 수천만원 부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는 내년 12월 끝난다. 이 제도는 2006년 도입돼 당초 2012년 종료 예정이었으나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연장된 상태다. 초과이익환수 대상이 되면 조합원 1인당 수천만원의 세금을 내야 하는 만큼 내년 연말까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하기 위해 조합 측은 최대한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부터 11·3대책에서 조정대상으로 선정한 37개 시·구를 제외한 곳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청약가점제를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민영아파트 전용 85㎡ 이하 주택에 대해 40%를 의무 적용하던 가점제 비율을 조정할 수 있는 것으로, 무주택 서민 등 가점이 높았던 수요자들의 당첨 기회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최초 분양계약부터 주택거래를 신고하는 실거래가 시스템이 1월부터 적용돼 미분양 통계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수요자도 분양상황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6월부터는 친환경주택 에너지 의무절감률도 강화된다. 현행 전용 60㎡ 초과는 40%, 60㎡ 이하는 30%에서 각각 60%, 50% 이상으로 늘어난다. 현재 시범 실시 중인 부동산전자계약이 상반기엔 광역시, 하반기엔 전국으로 확대 시행될 예정이다.
◇ 아파트 리모델링 쉬어지고 내진설계 강화
경주에서 발생한 강진과 여진으로 내진 설계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내진 설계 의무 대상이 현행 3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 이상에서 2층 또는 연면적 500㎡ 이상의 건물로 확대된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단지 전체 구분소유자(집주인)의 75%만 동의해도 리모델링 사업 추진이 가능해진다. 현재는 50% 이상의 동별 집주인 동의와 80% 이상 단지 전체 집주인 동의가 필요했다.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가 내년 1월20일부터 시행된다. 고단열 건축자재와 신재생에너지를 결합해 외부 에너지 유입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주택·업무시설, 근린생활시설 등이 해당된다. 인증을 받으면 용적률 최대 15% 완화, 기반시설 기부채납률 최대 15% 완화, 신재생에너지 설치 보조금 30~50%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받는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새해 들어 강화된 대출 규제들이 속속 시행되기 때문에 실수요자들 가운데 자금 확보가 어려워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렵게 됐다"며 "청약당첨이나 계약 성사단계에서 계약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래저래 한숨이 깊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학주 기자 hakju@mt.co.kr]
"특가에도 안팔려"... 빌라시장 얼어붙었다
동아일보ㅣ입력 2016.12.19 03:06 수정 2016.12.19 08:49 댓글 184개
다세대-연립주택 공급과잉 몸살
미국 금리 인상 발표 직후인 18일 서울 은평구 역촌동과 응암동 일대 빌라 밀집 지역과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등에선 ‘급매’ ‘특가 분양’ 등이 적힌 빌라 분양 홍보물과 현수막이 쉽게 눈에 띄었다. 은평구에서 빌라를 분양하는 업체의 한 관계자는 “1, 2년간 빌라 시장이 반짝했다가 올해는 분위기가 확 죽었다”라며 “해를 넘기지 않겠다며 필사적으로 분양하는 곳이 늘었다”라고 귀띔했다.
↑ 최근 수도권에 빌라 공급이 큰 폭으로 늘면서 미분양도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은평구(왼쪽 사진)와 강서구 빌라촌 일대의 신축 빌라 분양홍보물.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가격을 내렸는데 (계약률은) 예년만 못해요. 빌라는 정말 끝물인 것 같아요.”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시장이 급랭하면서 빌라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빌라’는 다세대주택이나 연립주택을 말한다. 최근 2, 3년간 지속된 전세난으로 각광 받으며 서울 외곽 지역과 경기도 일대에서 분양이 많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다세대와 연립주택 준공 물량은 10만7000채로 2006년(1만6000채)의 10배나 된다. 올해도 10월까지 10만4259채로 작년 물량을 넘어설 기세다. 공급 지역은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올 10월까지 수도권에서 지어진 다세대와 연립주택은 8만5000채로 전국의 80% 수준이고,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빌라 홍보물은 서울 강서·광진·중랑구와 경기 광주·안산시 등 신축 빌라가 대거 들어선 지역에선 어김없이 홍수를 이뤘다. 강서구 화곡동 R중개업소 사장은 “지난해까지 방 두 개짜리 역세권 소형 빌라는 2억 원 이상에 팔렸지만, 지금은 2억 원을 넘는 곳이 거의 없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내년에는 경기가 더 나빠지고 아파트 입주 물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빌라 급매물이 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수도권에 빌라가 집중 공급된 것은 2, 3년간 지속된 전세난과 무관하지 않다. 아파트 전세를 얻지 못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로 눈길을 돌리면서 인기를 끌었다. 저금리가 이어지자 소형 빌라를 사 임대 수익을 얻으려는 수요도 빌라의 몸값을 올렸다. 뉴타운·재개발·재건축 등 정비 사업 구역 상당수가 지구 지정에서 해제되고 건축 규제가 풀린 것도 빌라 공급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와 미국 금리 인상 등 부동산 시장에 악재가 겹쳐 빌라 시장의 전망이 더 어두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부동산 시장 위축과 미국발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대출을 많이 받은 사업자들은 조바심을 낼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아파트 입주 물량 증가로 매매는 물론 임차 수요도 빌라에서 아파트로 옮겨 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에만 37만 채의 아파트가 준공되고, 내후년에는 그보다 많은 40만 채 이상이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환금성이 낮은 만큼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보단 실거주 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대를 고려한다면 주변의 공실률과 시세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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