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짱 낀채 웃으며 조사 받는 우병우
조선일보ㅣ김아사 기자ㅣ2016.11.07 03:00 수정 2016.11.07 08:12
수사 75일만에 검찰 출두… 포토라인서 고개 들고 시종 '뻣뻣'
수사 팀장실에서 茶 대접 받고, 휴식중엔 담소… '황제 소환' 현실로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6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지난 8월 말 검찰이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고검장)을 구성해 우 전 수석의 횡령·직권 남용 혐의, 처가(妻家)의 강남역 부동산 거래를 둘러싼 의혹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지 75일 만이다. 우 전 수석은 일주일 전인 지난달 30일 경질됐다.
이날 오전 9시 55분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나타난 우 전 수석은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 조사에 성실히 답변하겠다"고만 했다. 앞서 구속된 최순실(60)씨나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은 검찰청 포토라인에 섰을 때 "죽을죄를 지었다"거나 "잘못에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두 차례 대국민 사과를 하며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은 이날 사과나 유감 같은 말은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는 대신 '가족 회사 자금을 유용했느냐'는 질문을 한 기자를 한동안 쏘아보기도 했다.
↑ 우병우를 대하는 검찰의 자세 - 6일 밤 9시 25분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11층에서 검찰 조사를 받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모습을 본지 카메라가 포착했다. 우 전수석은 자신을 조사한 김석우 특수2부장실(1108호) 옆에 딸린 부속실에서 점퍼의 지퍼를 반쯤 내린 채 팔짱을 끼고 여유 있는 표정을 짓고 있다. 옆쪽 창문으로는 검찰 직원으로 추정되는 두 사람이 일어서서 앞으로 손을 모은 채 우 전수석의 얘기를 듣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검찰을 쥐락펴락했던 우 전수석의 ‘위세’를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고운호 객원기자
우 전 수석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김석우 특수2부장에게 밤늦게까지 조사를 받았다. 그는 조사 도중 간간이 휴식을 취하면서 검찰 직원들과 담소(談笑)를 나누는 모습이 목격됐다. 그는 본격적으로 조사를 받기 전 수사팀장인 윤갑근 고검장실에 들러 차 대접을 받았다. 야당에선 "황제 소환"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은 이날 우 전 수석이 가족 회사인 '정강'의 회삿돈 2억원을 생활비 등으로 유용(횡령)하고 의경으로 복무 중인 아들이 간부 운전병으로 특혜 선발되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혐의(직권 남용)를 조사했다.
이 두 사안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이다. 우 전 수석은 또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으로 근무하던 2011년 서울 강남역 인근에 있는 처가 소유의 부동산을 넥슨이 1326억원에 사줄 때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받았다. 검찰은 이 같은 혐의·의혹 상당 부분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 게이트'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의혹도 받고 있지만, 검찰은 "이번 조사는 최순실씨 사건과는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우병우 다가오자 수사관들 벌떡... '팔짱 컷' 렌즈에 잡았을 때 짜릿했다"
오마이뉴스ㅣ2016.11.07 18:26l 최종 업데이트 2016.11.07 18:26l 김은혜 (graceguess)
이제 갓 2년 차에 접어든 사진기자가 대어를 낚았다. '뻗치기'라는 기약 없는 기다림 5시간만에 피사체가 렌즈 속에 나타났을 때 그는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없을 정도로 놀라웠던 장면은 앉아있던 수사관들이 벌떡 일어서는 장면이었다. 기자는 그때 '아, 이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구나' 하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7일자 <조선일보> 1면을 장식한 '팔짱낀채 웃으며 조사받는 우병우' 사진 특종을 터트려 화제를 모은 고운호 <조선일보> 객원기자 (27)가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에 소감을 밝혔다. 비위혐의 등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이른바 '팔짱컷'은 전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출석 당시 질문을 한 여기자를 노려보는 모습만큼이나 온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6일 오후 편집회의가 끝난 뒤 "검찰 밖에서 보이는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아니라 조사실의 우병우를 찍어보라"는 부장의 지시를 받고 선배기자와 함께 취재에 들어갔다. <조선일보>에 밝힌 고 기자의 취재기에 따르면 "사진부 야간 데스크가 검찰 출입기자에게 연락해 우병우 전 수석이 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조사실 층수와 호수 정보를 파악해줬다"며 "밤 8시 30분 쯤 조사실이 잘 보이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맞은편 건물 옥상까지 운좋게 별다른 어려움 없이 올라갈 수 있었다"고 말한다.
고 기자가 취재에 사용한 카메라는 캐논 1DX 카메라, 렌즈는 600mm 망원 렌즈. 여기에 2배율 텔레컨버터 (화질은 떨어지지만 2배로 확대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를 끼우고 모노포드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300여 미터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고배율 망원경을 틈틈히 사용해가면서 조사실의 분위기를 살피며 기약없는 '뻗치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 11월 7일 <조선일보> 1면에 보도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 조선일보 관련사진보기
▷ 취재 경위를 좀 말해 달라.
"5시간 동안 뻗치기를 하며 총 3번 우병우 전수석의 모습을 렌즈에 담았다. 오후 8시 50분쯤 처음 카메라에 포착됐고 이어 밤 9시 25분쯤 우병우 전 수석의 모습이 1분쯤 포착됐다. 이때 우병우가 다가오자 수사관들이 벌떡 일어서는 장면에서 뭔가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10시 55분에도 우병우가 보이긴 했다. 그때는 혼자 서있기만 했다. 밤 9시 19분에는 우병우의 변호인 곽병훈 변호사가 나타났다. 곽 변호사는 당시 바지주머니에 손을 넣고 검찰 관계자들과 크게 웃는 모습이었다."
▷ 우병우 전 수석이 렌즈에 나타났을 때 기분은 어땠나?
"낚시를 해보진 않았지만 '이거다' 하는 짜릿한 느낌이 왔다. 특종기자들이 늘 하는 말이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고 하는데 저도 말 그대로 느낌이 왔을 때 손가락을 떼지 못하고 연사 기능에 의지해 미친듯이 찍었던 것 같다. 거기서 한 번 쾌감을 느꼈고 취재를 마친 다음 찍은 사진들을 넘겨보면서 '제 사진이다'라는 느낌이 들 때 또한번 기쁨을 느꼈다."
▷ 사진기사에 대해 검찰 쪽은 사진 한 장으로 조사 분위기를 단정지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우병우 전 수석은 5시간 동안 3번 찍혔다. 제가 본 기억에 의하면 우병우 전 수석은 3번 모두 여유로운 느낌이었다. 다른 사람이 봤을 때 피의자 신분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한 자세라고 할 수 있었다. 검찰에 조사를 받으러 온 사람이 누구나 팔짱을 낄 수는 없지 않나?. 가장 놀랐던 것은 앉아있던 수사관들이 벌떡 일어나는 것을 봤을 때 '아 이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구나' 직감했다. 변호사가 와서 활짝 웃는 부분도 있다. 전혀 강압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 취재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5시간 동안 900여 컷을 찍었지만 쓸 만한 사진을 100여 컷 정도였다. 통신과 다르게 마감시간이 있다 보니 마음이 급했다. 찍은 사진은 많은데 평소 같으면 고르면서 마감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그때만큼은 그간 연습해온 집중력을 발휘해서 가장 괜찮은 사진을 떨리는 와중에 선택했던 것 같다."
↑ 검찰 수사 받는 우병우 태도 논란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대변인이 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전날 검찰수사를 받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사진을 들어보이며 우 전 수석의 태도를 비난하고 있다. ⓒ 연합뉴스
2년차 기자로서 특종을 했다. 소감을 말해 달라.
"올초 영화 <내부자들>을 봤을 때 영화는 영화일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최순실 게이트' 관련 뉴스들을 보면서 영화가 아닌 실사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 그 현장을 렌즈를 끼고 봤을 때 다가오는 충격적인 느낌들이 컸다. 제가 렌즈로 봤던 충격이나 감정, 알리고 싶은 메시지들이 독자들에게 알려져서 변화가 생기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조운호 기자는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했고 2014년 12월부터 <조선일보> 객원기자로 근무중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검찰에 놀러 간 우병우?"… 팔짱 낀채 조사받는 사진에 온국민이 공분
한국경제ㅣ2016-11-07 14:28:43 | 수정 2016-11-07 14:28:43
↑ 조선일보 7일자 1면 갈무리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팔짱을 낀 채 여유있는 모습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모습을 담은 조선일보의 7일자 1면 사진이 화제가 되고 있다. 횡령·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소환된 우병우 전 수석이 청사 안에서 웃는 얼굴로 팔짱을 낀 채 서 있는 모습이 공개되자 검찰이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이런 모습은 검찰 출석 당시 우 전수석이 보여준 고압적 태도와 겹쳐 여론을 더욱 들끓게 하는 모양새다. 우 전수석은 전날 취재진 앞에서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한동안 기자를 쏘아봤다.
↑ 2014년 12월부터 조선일보 사진부에서 객원기자로 일하고 있는 고운호 기자. /사진= 페이스북 갈무리
6일 밤 9시25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11층에서 검찰 조사를 받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모습을 조선일보 사진부 카메라가 포착했다. 우 전 수석은 자신을 조사한 김석우 특수2부장실(1108호) 옆에 딸린 부속실에서 점퍼의 지퍼를 반쯤 내린 채 팔짱을 끼고 여유 있는 표정을 짓고 있다. 옆쪽 창문으로는 검찰 직원으로 추정되는 두 사람이 일어서서 앞으로 손을 모은 채 우 전 수석의 얘기를 듣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검찰을 쥐락펴락했던 우 전 수석의 ‘위세’를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사진을 촬영한 조선일보 고운호 사진기자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에 놀러 간 우병우. 저들은 분노와 좌절의 함성을 지르며 거리로 나선 국민을 시간이 지나면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개, 돼지로 인식하고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유유자적하고 있다"며 "저들이야말로 자기들 위신만 생각하는 개다. 영화 '내부자들'은 현실이다"는 글을 올렸다.
고 기자는 6일 밤 8시30분께 서울중앙지검이 보이는 반대편 건물 옥사에 올랐다. 다섯 시간 동안 세 번의 우 전 수석 모습을 기록했다. 900여컷의 사진을 찍었고 이중 쓸만한 것은 100여컷이었다고 한다. 2014년 12월부터 <조선일보> 사진부에서 객원기자로 일하고 있는 고 기자는 이날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취재하는 시간에 계속 신문은 인쇄되고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독자들에게 사진을 보여주기 위해서 빨리 마감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제일 컸다"며 시간이 오래 지나면서 추위도 점점 느껴졌고 기약 없이 기다리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팔짱낀 채 웃으며 검찰 조사 받는 우병우"
조선비즈ㅣ2016-11-07 07:51:45 | 박민정
6일 검찰에 소환된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 조사를 받으며 팔짱을 끼고 웃는 모습이 포착됐다.
<조선일보>는 6일 밤 9시 25분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11층에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우 전 수석 모습을 촬영해 7일 보도했다.
↑ 팔짱낀채 웃으며 조사받는 우병우 /news.chosun.com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6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지난 8월 말 검찰이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고검장)을.. 사진에는 팔짱을 끼고 있는 우 전 수석과 검찰 직원으로 추정되는 두 사람이 우 전 수석 옆에 서 있는 모습이 담겼다. 사진이 공개되자 SNS에서는 검찰과 우 전수석에 대한 비난이 잇따랐다. 우 전 수석은 지난 6일에도 당당한 태도로 도마에 올랐다. "가족회사 자금을 유용했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우 전수석은 한동안 기자를 빤히 쳐다봤다. 우 전수석은 이날 쏟아지는 질문에 "검찰 조사에 성실히 답변하겠다"고만 밝혔다.
↑ 6일 질문을 한 기자 얼굴을 쳐다보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 / 이하 뉴스1
우 전 수석은 6일 밤 늦게까지 조사를 받았다. 조선일보는 우 전 수석이 조사 도중 간간이 휴식을 취하며 검찰 직원들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또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가기 전, 수사팀장인 윤갑근 고검장실에 들러 차 대접을 받았다고 전해졌다.
↑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7일 새벽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는 우 전 수석
이같은 검찰 조사에 야당은 "황제 소환"이라고 비판했다. 우 전 수석은 가족 회사인 (주)정강의 회삿돈 2억원을 유용(횡령)하고 의경으로 복무 중인 아들이 간부 운전병으로 선발된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혐의(직권 남용)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우 전수석의 이번 조사는 최순실 씨 사건과는 상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도읍 "우병우 팔짱 사진, 인간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
뉴시스ㅣ2016-11-07 15:48:13
[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7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실 부속실에서 팔짱을 낀 채 여유있는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 보도와 관련, "어찌됐든 정치적 문제를 떠나 검찰에 20여 년 있던 사람이니까 '차 한잔 하실래요' 이런 것은 인간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검찰 출신인 김 수석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조사를 받는 사진이었다면 우 전 수석 앞에 등 돌려 보이는 사람이 한 명 있었어야 했다"며 "그 장면은 조사를 받는 모습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수석은 "(기사에도) 특수부장 부속실이라고 나왔다. 특수부장 부속실은 조사하는 장소가 아니고 조사실이 따로 있다"며 "쉬는시간이라고 했는데, 조사받다가 갈 데가 없고 부장실에 있을 수는
없으니까 부속실 간의 의자에 앉아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은 밖에서 못 보게 (조사실 안쪽에) 커튼을 다 친다"며 "그런데 부장실 부속실은 조사하는 데도 아니고…"라고 우 전 수석을 둘러싼 '저자세 수사' 논란을 일축했다. 앞서 이날 조선일보는 1면 사진 기사에 특수2부장 부속실에 서 있는 우 전 수석의 모습을 포착, "우 전 수석은 자신을 조사하는 김석우 특수2부장실(1108호) 옆에 딸린 부속실에서 점퍼의 지퍼를 반쯤 내린 채 팔짱을 끼고 여유 있는 표정을 짓고 있다. 옆쪽 창문으로는 검찰 직원으로 추정되는 두 사람이 일어서서 앞으로 손을 모은 채 우 전 수석의 얘기를 듣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검찰을 쥐락펴락했던 우 전 수석의 위세를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보도했다. [jhkang@newsis.com]
[사설] 웃고 떠든 禹 조사실, 檢察 마지막 기대 접게 한다
조선일보ㅣ2016.11.08 03:19
7일자 조선일보 1면에 실린 '팔짱 낀 채 웃으며 조사받는 우병우' 제목의 사진만큼 지금의 검찰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도 없을 것이다. 우 전 수석은 점퍼 차림으로 목을 젖혀 돌리며 스트레칭을 했다. 맞은편 책상의 검사와 수사관이 벌떡 일어섰다. 30분 뒤엔 우 전 수석의 변호인이 나타나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웃어댔다. 우 전 수석 역시 팔짱을 낀 채 웃고 있었고 검사와 수사관은 손을 앞으로 모았다. 이것으로 우 전 수석이 조사받는 풍경이 어땠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검찰에 대한 마지막 기대까지 접게 만든다. 왜 국민이 세금을 내 이런 조직을 유지해야 하는가?
보통 사람은 검찰청에 들어서면 오금을 펴기도 어렵다. 검찰의 정치적 수사였다는 혐의가 다분한 자원 비리 수사와 롯데그룹 수사에서 두 사람이 자살까지 했다. 압박감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검찰이 우 전 수석을 일반 피의자처럼 조사했다면 팔짱 끼고 웃는 여유를 보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런 수사를 믿을 국민은 거의 없다.
검찰이 8월 23일 우 전 수석 혐의를 대상으로 특별수사팀을 구성했지만 그를 소환한 것은 75일이나 돼서다. 검찰은 그를 소환 안 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뭣하러 부르느냐"고 했다. 최순실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그때에야 "서면으로 조사할 수 있다"고 했다.
우 전 수석이 지난달 30일 물러난 다음에야 소환 방침을 정했고, 우 전 수석은 출두하면서 질문하는 기자를 기세등등하게 노려봤다. 중요 수사의 출발은 압수 수색으로 관련 증거를 확보하는 일이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내사했던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대해선 특별수사팀을 꾸린 후 자택·사무실·휴대전화를 압수 수색했지만 우 전 수석에겐 그러지 않았다. 이 특별감찰관을 '국기 문란'이라고 공격한 것도 우 전 수석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심지어 검찰은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 내용을 우씨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검찰이 제 구실을 했으면 대통령과 최순실도 두려워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이런 국정 농락과 세계적 수치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국민이 아니라 승진시켜주고 좋은 자리 보내주는 대통령과 우 전 수석에게 충성했다. 최씨 등은 마치 검찰이 없는 듯 여기며 활개 쳤다. 검찰은 정권이 바뀌면 또 새 대통령을 위한 '칼춤'을 출 것이다. 그래서 많은 국민이 우 전 수석과 검찰을 최씨 국정 농락 사건의 공범이라고 말하고 있다. 검찰은 어이없는 조사실 풍경 사진이 보도되자 갑자기 우 전 수석을 출국 금지하고 직무 유기 혐의를 수사하겠다고 했다. 한심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어제 서울대 교수 728명의 시국 선언은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잃은 검찰 수뇌부는 모두 교체돼야 하며 근본적 검찰 개혁 방안이 실행돼야 한다'고 했다. 검찰은 해체와 재건 수준의 대개혁이 불가피하다.
팔짱끼고 웃는 우병우와 눈물 흘린 '비선실세들' ... 왜?
윤진희 기자 입력 2016.11.09 12:23 수정 뉴스1 2016.11.09 13:55 댓글 726개
↑ 비선실세로 지목된 차은택씨(좌)와 최순실씨(우)가 검찰 소환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는 반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가족회사인 정강에 횡령 혐의를 묻는 취재기자를 노려보고 있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검찰조사에 대해 ‘황제소환’ ‘황제조사’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비선실세'로 국정을 농단하며 마구잡이식 횡포를 부렸던 최순실씨(60·최서원으로 개명)와 차은택씨(47)가 검찰 조사를 앞두고 눈물을 흘린 반면 검찰 출석 당시 우씨는 여유로움은 물론 오만함까지 내비쳤다. 검찰 안팎에서는 우씨 오만함의 원인을 검찰 내 주요 포스트에 포진하고 있는 이른바 ‘우병우 사단’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검찰총장 직접 나서 우씨 '직무유기' 수사 지시 … '황제소환' 때문?
조선일보가 보도한 우씨의 사진이 공개되자 ‘황제소환’ 논란은 거세졌다. 정치인들은 검찰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였고 국민적 비난여론이 들끓었다. 논란이 거세지가 검찰관계자는 “김수남 검찰총장이 ‘황제소환’과 ‘특별대우’ 논란과 관련해 수사팀을 질책했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검찰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우씨의 직무유기 혐의까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8일 “김수남 검찰총장이 ‘황제수사’의 잘못을 지적하고, 출국금지를 시키는 등 뒤늦게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총장의 지시로 만들어진 우병우 특별수사팀이 3개월 동안 이렇다 할 수사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늑장수사’를 해 비난여론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런데 검찰총장이 3개월여 만에 우씨 수사와 관련해 직접적인 지시를 내린 데는 다른 배경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검찰 소식통은 검찰이 지난달 30일 우씨의 아내 이모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것이 우씨가 김수남 검찰총장에게 전화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우씨와 김 총장의 구체적인 통화 내용에 대해서는 “우씨가 검찰총장에게 섭섭함을 좀 거칠게 표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상황에 보태 조선일보가 7일 검찰청사내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던 우씨가 팔짱을 낀 채 웃고 있는 사진을 공개해 검찰에 대한 비난여론이 극에 달해 총장이 직접 나선것 같다”고 전했다.
◇ 김 총장 직접나선 배경 두고 ‘우병우 사단’에 대한 경고 분석도
김수남 검찰총장은 지난 8월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에 의해 직권남용과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 우씨를 수사하기 위해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특별수사팀은 출범 이후 3개월 동안 비교적 복잡하지 않은 우씨 혐의에 대해 이렇다할 수사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이 때문에 ‘늑장수사’ 논란이 일었고 ‘수사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우씨의 범죄 의혹이 제기된 지난 8월쯤만 해도 검찰 안팎에서 거론되는 ‘우병우 사단’의 실체는 또렷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3개월 동안 우병우 사단으로 지목되는 인사들이 ‘늑장수사’ 등을 통해 스스로 우병우 사단임을 자인하는 듯한 행태를 보였다. 이제 검찰 안팎에서 ‘우병우 사단’의 실체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우씨 혐의를 밝히기 위해 특별수사팀을 만들 것을 지시하고 윤갑근 대구고검장을 팀장으로 임명했다. 윤 고검장은 우씨와 사법연수원 동기로 우씨와 ‘근무인연’이 깊다.
윤 팀장과 우씨는 2008년 서울중앙지검에서 각각 특수 2부장과 금융조세조사 2부장으로 근무했다. 2010년 8월쯤부터 1년여간 윤 팀장과 우씨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와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을 지냈다. 또 윤 팀장과 우씨는 2014년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을 함께 맡아 처리하기도 했다. 우씨와 윤 팀장의 '근무 인연'이 깊었던 탓에 우병우 특별수사팀 출범 당시부터 수사 공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에 대한 윤 팀장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공정하고 원칙적인 수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특별수사팀’까지 꾸려 수사를 진행했음에도 가시적인 수사 성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늑장수사’라고 비판하며 "수사의지 자체가 없다"고 평하기도 했다.
◇ 우병우 '직무유기' 범죄성립 어렵다는 검찰관계자
‘비선실세’로 기업 등을 상대로 마구잡이식 전횡을 저지른 최순실씨와 차은택씨도 검찰 소환과정에서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검찰에 범죄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는 우씨는 전혀 위축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검찰 안팎에서는 우씨의 이런 ‘자신감’이 검찰 내 요직에 포진해 있는 ‘우병우 사단’을 근거로 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7일 "김수남 검찰총장이 우 전 수석 수사와 관련해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 어긋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했다고 담당 수사팀을 나무랐다"고 말했다. 이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우씨의 직권남용 혐의를 직접 수사해야 하는 수사팀 책임자는 대검 관계자가 우씨의 직무유기 혐의 수사 계획을 밝힌 것을 모르고 있었다. 최순실 게이트 수사팀 책임자는 취재진이 "우씨 직무유기 혐의 수사위해 다시 소환하냐"고는 질문하자 이에 자신은 우씨의 직무유기 혐의 수사를 밝힌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대검에서 연락을 못 받았냐는 질문에는 "대검에서 저희가 연락받고 하고 그런건 없다"고 답했다. 그는 "제가 밝힌 건 없지만 대검관계자가 그렇게 말씀하신 모양"이라며 "모르겠다 하여튼 아직까지는 확실한 혐의 나온 건 없는데 만약 수사 과정에서 혐의 발견된다면 누구라도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또 그는 우 수석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순실수사팀의 책임자는 8일 "우씨에 대해 아직 특별하게 (국정개입·강제모금 사전 인지 관련)나온 것은 없다"며 "직무유기가 범죄가 성립하기 굉장히 어려운 죄다. 직무포기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 소재 법학전문대학원의 한 교수는 "직무유기는 포기의사가 아니라 유기의사, 즉 해야 할일을 안한 것만 있으면 충분히 성립된다. 어려울 것도 없는 얘기"라며 수사팀 관계자의 발언을 일축했다. 그는 "나태하거나 이런 것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민정수석으로 마땅히 해야 할 주요 소관업무를 하지 않은 것을 단순한 나태로 볼수는 없기 때문에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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