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간교한 한 사람을 분별 못해 대통령 업적 다 잃었다"
경향신문 2016.11.07 10:52:01 수정 : 2016.11.07 12:42:49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새누리당 지도부 내 유일한 비박계인 강석호 최고위원이 7일 전격 사퇴를 표명해 지도부에 ‘균열’이 생겨남과 동시에 지도부의 ‘친박 색채’가 한층 더 짙어지게 됐다. 이정현 대표를 비롯해 ‘강성 친박’으로 분류되는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들은 이날 ‘사태 수습을 위해 사퇴 불가’란 명분으로 결기를 다졌다. 새누리당 김성원 대변인은 이날 강 최고위원의 공개 사퇴 표명이 있었던 오전 최고위원회의 후 브리핑에서 “지금은 너무 엄중한 시기이기 때문에 최대한 혼란을 방지하고 사태를 빨리 수습하고자 하는 결의를 다지는 시간이 됐다”고 밝혔다.
앞서 최고위원회의 공개 모두발언에서는 ‘위기 극복’ ‘사태 수습’ 등을 들어 ‘사퇴 불가론’을 펴는 친박계 이정현 대표와 다른 최고위원들의 결의 넘치는 발언들이 쏟아졌다. 이 대표는 구약성경 중 창세기의 에덴동산 일화를 언급했다. 이 대표는 “금지돼 있는 선악과 과일 하나를 따먹은 죄로 인류의 조상인 아담과 하와는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고 자손 대대로 벌을 받고 있다”며 “한 간교한 사람을 분별하지 못함으로 인해 대통령을 포함해 여러 사람이 평생 쌓아온 모든 명예와 업적과 수고를 다 잃었고 새누리당은 폭탄 맞은 집이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국정농단 사태의 한 축인 최순실씨의 비리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과 여권이 애꿎은 ‘선의의 피해자’가 됐다는 인식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지난 대국민사과와 대국민담화에서 스스로 최씨와 직접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고 실토한 사실을 외면하는 발언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당 안팎에서 불거지는 사퇴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앞으로도 얼마를 더 잃어야 평정을 되찾을지 앞이 보이지 않는 실정” “국민 전체가 심한 분노와 배신과 실망에 빠져 절상적인 일상이 영위되지 못할 지경” 등 발언으로 심각한 현실 인식에 동감을 표하면서도 “1년4개월이나 남은 대통령의 직무들은 하나하나가 국가와 국민의 운명과 미래를 좌우할만큼 매우, 매우 중차대하다”고 말했다.
이어 “염치없지만, 뻔뻔스럽기 그지 없지만, 입이 차마 떨어지지 않지만, 국정에 큰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헌정중단 사태가 오지 않도록, 국민에게 피해가 최소화되는 선에서 사태가 수습되도록, 당대표로서 가장 힘들고 어려움에 처해있는 대통령을 도울 수 있도록, 저에게 조금만 위기관리의 시간적 여유를 허락해달라”고 호소했다. 현 시점은 사퇴할 때가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대표는 “제 심정은 0.1초도 머뭇거리지 않고 당장 내려놓고 달아나고 숨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며 “그러나 위기를 방치하고 도망가는 무책임한 당대표이고 싶지는 않다. 사태 수습을 포기하고 배에서 혼자 뛰어내려 달아나는 비겁한 선장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류에 편승하는 카멜레온이 되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처한 현 상황을 “폭탄 맞은 집” “대지진으로 둑이 금이간 저수지” “천지개벽할 만큼 변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 는 말로 표현하면서 “변화는 변화대로, 수습은 수습대로” 원칙을 재차 주장했다.
↑ 새누리당 강석호 최고위원(왼쪽)이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퇴장하기 전 취재진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이날 회의에선 친박계 최고위원들도 ‘사퇴 불가’ 의사를 강하게 드러냈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새 내각이 구성되고 수습되는 상황이 오면 당 지도부가 진퇴결정도 해야한다. 그때까지는 이정현 대표를 중심으로 함께 해야한다”며 이 대표가 특검, 거국중립내각, 청와대 인적 개편 등 건의를 박 대통령에게 직접 했다는 점을 치켜세웠다. 이장우 최고위원은 2001년 미국 9·11 테러 당시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이 수습책과 로드맵을 제시하고 시민들을 단합시켰다며 “난파 직전인 새누리당호에서 선장·항해사 등 책임있는 사람들 다 뛰어내리면 그 배가 폭풍우를 뚫고 나아갈 수 있겠냐”며 이 대표 체제 유지에 힘을 실었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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