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사적인맥 장악한 정실인사... '네포티즘 정권' 비극
매일경제ㅣ2016.11.15 17:58 수정 2016.11.15 20:20 댓글 46개
◆ 대한민국 턴어라운드⑥ / 관료-이익집단 연결고리 끊어라
학연·지연 밥그릇챙기기→회전문인사 악순환
로비스트제도 공식화·감사원 감찰기능 정상화
'최순실 게이트'의 그림자가 관료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낙하산 인사'가 박근혜 정권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불법적인 관행이 도를 넘어 국정 농단 수준까지 도달했다. 특히 우병우 사단, 안종범 사단, 차은택 사단 등 특정 인맥을 중심으로 그들끼리 요직을 독차지하고 끼리끼리 자리를 해먹은 작금의 현실에 대해 일반 공무원들의 분노와 허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끼리끼리'의 사적(私的) 네트워크가 공적 관계를 잠식하는 것은 국가 기강과 시스템을 잠식하는 '네포티즘(nepotism)'의 전형이다.
성경륭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네포티즘은 특정 인맥이 공조직을 차지해 사익을 추구하는 데서 출발했다"며 "최순실 게이트는 그 정도가 극단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사회의 견제와 감시가 심해지며 학연·지연을 내세워 드러내놓고 '밥그릇'을 챙기는 일은 줄었다. 대신 네포티즘은 모습을 바꿔 더욱 은밀해졌다. 이권을 매개로 삼아 전·현직들이 물밑에서 한통속이 돼 산하기관 등에서 한몫 차지하는 '관피아'가 새로운 네포티즘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5년 단임제 구도에서 탄생한 정권이 구조적으로 관료들의 네포티즘을 부추기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는 "관료화된 조직은 자연스럽게 네포티즘의 두 축인 족벌주의와 정실인사 특혜를 통해 자기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하려고 한다"며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고, 검찰을 비롯한 사법 권력까지 카르텔에 포함되면서 네포티즘에 대한 견제 기능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네포티즘은 이권을 미끼로 관료들을 무능과 부패, 그리고 복지부동으로 몰아넣었다. 단적인 예가 대우조선해양 관리 부실 사태다. 지난해 2조9000억원대 적자를 내며 파국으로 치달은 대우조선 부실 이면에는 관피아를 중심으로 한 전·현직 관료들의 공고한 카르텔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관료와 산업은행, 대우조선을 잇는 회전문식 인사가 계속되다보니 퇴임 후 자리 보존이 우선인 관료들이 시장 논리에 따른 구조조정을 계속 미뤘다는 설명이다.
2014년 세월호 사태 당시 드러난 '해피아'나 2013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신고리·신월성 원전의 제어 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 사실을 적발하면서 불거진 '원전 마피아'도 이 같은 네포티즘을 보여주는 빙산의 일각이다.
네포티즘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전문가들은 정책 결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홍근 서울과학기술대 행정학과 교수는 "결국 네포티즘의 해법은 정보 공개"라며 "로비스트 제도를 규정한 '로비규제법'을 도입해 외부 요인이 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현직을 잇는 네포티즘의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장 선임 과정에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 따른 기관장 선임 절차에도 불구하고, 실제 인사는 청와대나 관계 부처의 입김에 따라 '낙하산' 투하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 관계자는 "애초에 정부 입김을 배제하기 위해 공운법이 만들어졌지만 너무 이상적으로 만들어지다보니 실제로는 낙하산이면서 아닌 척 하느라 사회적 비용만 늘었다"며 "차라리 대통령이나 장관이 기관장을 공개적으로 추천하고 심의하는 게 투명성·효율성·책임성 면에서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후보 검증 단계에서 키를 쥐고 있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독립성을 가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기만 해도 잘못된 낙하산의 폐해는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공직자들의 대거 로펌행 등 전직 관료들이 업계 로비의 통로가 돼서 현직 관료들에게 조직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감사원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MK(매경) 현인그룹 소속 전문가 15명에게 문의한 결과 응답자의 87%가 "네포티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선 감사원이 정책감사보다 직무감찰과 회계검사 등 본연의 역할에 더 충실할 수 있도록 구조를 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별취재팀 = 조시영 차장 / 고재만 차장 / 전지성 기자 / 서동철 기자 / 전정홍 기자 / 전범주 기자 / 정석우 기자 / 김규식 기자 / 김세웅 기자 / 이승윤 기자 / 김윤진 기자 / 나현준 기자]
◇ 네포티즘 Nepotism [정치] 권력자가 자기의 친족에게 관직이나 지위 따위를 주는 친족 중용 주의. 10~11세기 무렵 로마 교황이 자기의 사생아를 네포스(nepos), 곧 조카(nephew)라 칭하며 중요한 자리에 앉힌 것에서 유래되었다. cf 족벌 정치(族閥政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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