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시간 지나면 분노여론 가라앉을 걸로 생각"
동아일보ㅣ2016.11.18 03:06 수정 2016.11.18 04:24 댓글 1478개
[혼돈의 정국] 前現 검사들이 보는 조사회피 배경
[동아일보]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대응하고 있는 모습은 언뜻 보면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많다. 정치적인 관점, 수사적인 관점 모두 그렇다. 정치인은 공식 석상에서 한 말을 뒤집으면 엄청난 여론의 비난에 직면한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성실히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가 불과 10여 일 만에 이를 뒤집어 불리한 여론을 자초했다. 대형 수사 경험이 풍부한 전·현직 검사들은 박 대통령이 최재경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비롯한 공식, 비공식 라인을 통해 검찰 내부 기류를 읽은 뒤 탄핵 절차를 통해 시비를 가리는 방법을 택한 것 같다고 추측하고 있다.
검찰은 이미 박 대통령을 최순실 씨(60·구속)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7·구속)의 공범으로 판단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대면조사를 받든 아니든, 검찰은 박 대통령의 혐의를 최 씨 등의 공소장을 통해 공개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박 대통령으로선 어차피 공개될 거라면 최대한 조사 시일을 미루며 반격 기회를 엿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전정지 작업으로 박 대통령은 이른 시일 안에 대면조사를 원하는 검찰에 견제구를 날렸다. 박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17일 “관계자의 진술 내용이 생중계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보도가 있다. 자칫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수사기밀 유출 보도가 줄기를 바란다”며 마치 검찰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특수통 검사들은 박 대통령의 반격은 분노 여론이 조금 사그라진 뒤 대통령 본인이 탄핵 심판 공개 변론에서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검찰의 공소장 공개나 여야 합의 특별검사의 수사 진행과 맞물려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면 박 대통령은 헌재의 공개법정에 서게 되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역이용한다는 것이다. 탄핵심판이 시작될 때까지는 최소 2, 3개월가량의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에 여론이 냉정을 되찾으면 본인의 해명이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지지를 얻을 것이라는 기대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여전히 박 대통령을 18일에 대면조사하겠다는 입장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동시에 검찰은 공소장에 박 대통령에 관한 내용을 어떤 수준으로 담을지도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명확히 적시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지만 최 씨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을 뺀 채 ‘안 전 수석 등과 공모하여’ 등의 방식으로 흐려 작성하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김준일 기자 ikim@donga.com]
[단독] 박 대통령, 예고없이 참모들 찾아가 '위민관 회의'
최문선 입력 2016.11.18 04:42 댓글 1112개
예전엔 안 가던 비서들 근무처 하루 두번도 찾아
언론계 보수인사도 만나는 듯
김기춘, 최재경과 대책 마련 設도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지키겠다는 강한 집념을 보이며 ‘변신’에 나섰다. 최근 들어 박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이 근무하는 비서동인 청와대 위민관을 자주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에는 참모들이 상상도 하지 못하던 일이다. 이전까지 박 대통령은 대통령집무실이 있는 청와대 본관과 관저에 머물며 주로 전화통화와 서면보고로 업무를 봤다. 박 대통령의 위민관 방문은 지난 4년 동안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게 과거 청와대에 근무했단 인사들의 전언이다.
박 대통령은 위민관 3층 영상국무회의실에서 참모들과 머리를 맞대고 정국 수습책을 논의한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박 대통령이 예고 없이 하루에 두 번 위민관을 찾은 날도 있었고, 몇 시간 동안 머물기도 했다”고 전했다. 위민관 회의에는 한광옥 비서실장과 최재경 민정수석, 허원제 정무수석, 김현숙 고용복지수석, 배성례 홍보수석, 강석훈 경제수석 등 청와대 수석급 참모들이 대부분 참석한다. 박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믿을 만한 측근들이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달 들어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문고리 3인방(이재만ㆍ정호성ㆍ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 등 최측근들을 한꺼번에 잃었다. 손발 없는 처지가 된 박 대통령으로선 청와대 공식 비서조직에 크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권 인사는 “노련한 한광옥 실장 등이 박 대통령을 집중적으로 달래는 것으로 안다”며 “박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들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닫고 관저로 불러들이는 경우가 많아졌다”고도 말했다.
박 대통령은 최씨와 정호성 전 비서관이 구속된 이달 초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다가 최근 들어 안정을 찾았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박 대통령은 16일 안총기 외교부 2차관을, 17일 유동훈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임명하며 다시 강력한 국정운영 의지를 보였다. 정부 인사는 “정부부처 업무가 차관 중심으로 이뤄지는 만큼, 내각을 정상화하고 국정 공백을 막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다음 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검토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버티기 장기전’에 대비한 검찰 수사 대책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이명재 민정특보, 최재경 민정수석 등이 짜고, 국회 관계를 비롯한 정무 대책은 청와대 참모들이 구상하고 있다는 얘기가 무성하다. 박 대통령은 또 최근 보수 언론계 인사들을 만나는 등 소통 행보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갑자기 재정비한 참모 조직이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이 편향된 조언만 듣다가 ‘품위’있게 퇴진할 기회조차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최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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