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그들이 사는 세상, 2016년 '제5공화국'
세계일보ㅣ김건호ㅣ입력 2016.12.01 23:39 댓글 379개
“지금 동네 라이온스 클럽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1984년 어느 날, 고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회장과 양정모 국제그룹 회장 등 재벌총수들이 서울 모처의 한 호텔로 들어섰다. 이 곳에서는 일해장학회재단을 만드는 일이 한창이다. 3년에 걸쳐 총 300억원에 달하는 재단 설립기금을 강요받은 대기업 총수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재계서열에 따라 기금을 냈다.
당시 혼란한 정국과 민주화를 염원하던 세대를 그려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드라마 ‘제5공화국’에서 최순달 전 일해장학재단 이사장은 10억원을 쾌척한다는 정 회장에게 “지금 동네 라이온스 클럽을 만드는게 아니다”며 무안을 주고 결국 15억원을 받아냈다. 2016년 12월, 제5공화국때와 같은 일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청와대와 대기업의 밀실회담이라는 정경유착 비리가 1일 출범한 특검을 통해 낱낱이 파헤칠지 주목된다.
닮아도 너무 닮은
일해재단과 K스포츠·미르재단
1988년 5공 청문회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자금을 전경련이 주도적으로 나서 모금한 사실이 밝혀졌다. 전 전 대통령의 아호인 ‘일해’를 이름에 쓴 이 재단은 1983년 미얀마 아웅산 묘소 폭발사건 희생자 유족을 지원하고 장학 사업을 펼친다는 목적을 내세웠다. 당시 전두환 정권은 재단 연간 운영비용으로 3년에 걸쳐 300억원을 확보하기 위해 표면적으로 대기업들에게 모금에 참여할 것을 권유했지만 실제 모금은 강압을 통해 이뤄졌다. 당시 모금에 부정적이었던 국제그룹은 전두환 정권에 ‘미운털’이 박혀 결국 해체수순을 밟았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모금과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국문화를 전 세계에 확산한다’는 미르재단과 ‘스포츠를 통해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인다’는 K스포츠재단은 그럴 듯한 포장을 내세우며 기업들로부터 총 774억원을 조성했다. 기업들의 자발성이라기보다는 사실상 반강제적 모금 수법도 동일하다. 일해재단은 장세동 당시 대통령 경호실장이, 미르와 K스포츠재단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수시로 모금상황을 챙기면서 기업들을 압박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숱한 정치바람에 단련된 기업들도 순순히 응할 리가 없다. 기금 출연의 대가로 총수의 사면, 경영권 방어, 사업 인허가, 검찰 수사와 세무조사 무마 등 민원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크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대응도 판박이
검찰 수사를 거부하며 특검을 고집한 박 대통령의 모습에서 전 전 대통령의 골목성명 당시 모습이 보인다. 전 전 대통령은 1999년 12월 연희동 자택 앞에서 “종결된 사안의 수사는 진상 규명을 위한 게 아니라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으로, 어떠한 조치에도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른바 ‘골목 성명’을 발표하고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내려가 버렸다. 검찰이 12·12 군사쿠데타와 5·18 광주 민주화 항쟁 당시 내란 및 내란목적 살인 혐의 등을 수사하겠다고 발표한데 대한 항의였다. 이에 검찰은 법원에서 사전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전 전 대통령을 구속한 뒤 그가 수감된 안양교도소로 가서 출장조사를 벌이는 ‘초강수’로 대응했다.
박 대통령도 지금까지 3차례에 걸친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대면조사 요구를 모두 묵살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4일 대국민 담화에서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히 임할 각오”라고 한 약속도 공염불이 됐다. 표면적으로는 ‘촉박한 변론 준비기간 등 일정상 어려움’이지만 청와대의 검찰 장악력이 급격히 떨어진 상황인 데다 검찰이 예상밖의 강수를 들고 나오자 차라리 특검 조사에 집중하는 쪽으로 전략을 튼 인상이 짙다.
특검 수사 주류도
박 대통령과 대기업간 ‘밀실회담’
검찰은 지금까지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 규명에 수사력을 모아왔고 공을 넘겨받는 특검수사의 핵심도 결국 박 대통령의 뇌물죄 규명이다. 직권남용과 강요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비선 실세 최순실(60)씨와 안 전 수석의 공범으로 박 대통령을 지목한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 이어 롯데그룹과 SK그룹의 면세점 사업 신규 진출 및 재선정 과정에서 최씨와 박 대통령의 관여가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올해 초 SK 최태원 회장, 롯데 신동빈 회장과 독대했는데, 검찰은 최, 신 회장에게서 면세점 사업 등 현안에 관한 부탁을 들은 박 대통령이 ‘경제수석에게 검토를 지시하겠다’는 긍정적 취지로 답변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대 후 두 그룹은 K스포츠재단 추가 출연 요청을 받았다.
검찰은 면세점 특혜 의혹 등으로 롯데와 SK를 압수수색하면서 영장에 ‘최씨와 안 전 수석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 규명을 위해서’라고 적시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과 공범 관계다. 결국 타깃은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죄 규명인 셈이다.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죄 혐의와 관련한 직접조사 등 검찰에서 해결하지 못한 난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서 갈릴 것으로 관측된다. 특검이 대통령 수사 과정에서 뇌물죄를 적용해 공소장을 변경하거나 추가기소할 경우 정치권의 탄핵 절차에도 큰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한국보수/ 여론조사]
반공과 지역주의에 기댔던 가짜보수, 둑이 무너졌다
최민우 입력 2016.12.02 02:09 수정 2016.12.02 06:34 댓글 2407개
↑ 최순실 게이트에 얽혀 퇴진담화 하는 朴대통령
"난 보수" 했다간 왕따 되는 분위기… 의식조사, 진보 30% 보수 26% 첫 역전
진보에 보편적 가치 주도권 뺏겨… DJ·노무현 10년에도 없던 붕괴 불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보수 세력의 위기가 보수의 이념마저 뿌리째 흔들고 있다. 정치적으로 보수는 이미 사면초가다. 집권여당 새누리당은 당 지지율 3위까지 떨어졌고 친박-비박 내분에 휘말리며 파산 수순을 밟고 있다. 집권층의 와해와 동시에 보수성을 기치로 내걸었던 각종 정책·법안도 전면 후퇴하고 있다. 역사 국정교과서는 시작부터 식물 교과서로 전락했고, 국회에선 법인세 인상 등 ‘경제민주화’ 법안이 대기 중이다. 개성공단 폐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등도 원점 재검토가 힘을 얻고 있다.
보수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던 안보 분야마저 위협받는 꼴이다. 여기에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극우 세력의 특권 카르텔이 문제” “가짜 보수 세력은 불태워야 한다”며 보수 낙인찍기에 앞장서고 있다. 보수 쇠퇴는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본인의 이념 성향은 어느 쪽인가”라는 한국갤럽 조사에서 자신을 보수라고 규정한 비율은 “나는 진보”라는 응답보다 올해 내내 2∼9%포인트가량 앞서 있었다. 하지만 11월 결과는 급변해 보수(26%)가 진보(30%)보다 적었다. <그래픽 참조> 정수연 한양대 겸임교수는 “요즘 ‘난 보수주의자야’라고 했다간 바로 왕따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해방 이후 70여 년간 한국 사회를 추동해 온 저변엔 사실 보수 이념이 자리해 왔다. 남과 북으로 대치된 지정학적 조건과 ‘잘살아 보자’는 국민적 염원 등이 보수의 반공주의·성장론에 힘을 실어 줬다. 이런 연유로 야권은 자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항변해 왔다. 분단뿐 아니라 유권자 구성(영남 1059만 명, 호남 414만 명)이나 미디어 환경 등에서 보수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정치지형이라는 주장이었다.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파악한 유권자 이념 성향(0은 매우 진보, 5는 중도, 10은 매우 보수)에 따르면 2012년 총선(5.399)과 대선(5.65), 2014년 지방선거(5.55) 등에서 한국인은 중도보수 경향을 일관되게 띠었다. 급진보단 안정적 개혁을 선호한다는 의미다. 임동욱 한국교통대 교수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이른바 ‘잃어버린 10년’ 때도 목격하지 못했던 보수 몰락이 진행되고 있다. 둑이 무너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치는 왜 부정당할까?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는 “사이비 보수가 득세했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역시 “가짜 보수가 반공과 국가주의에만 기댄 탓에 보편적 가치를 모조리 진보에 빼앗겼다”고 분석했다. 허튼짓을 하다가도 선거 때면 무작정 종북 딱지를 붙이거나 ‘우리가 남이가’에 호소하는 지역주의가 보수의 경쟁력을 스스로 갉아먹었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2000년대 이후 한국 사회를 강타한 무상급식·반값등록금·흙수저론 등은 진보성을 매개로 한 치열한 논쟁이었다. 2012년 대선 때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복지 증진을 내세우는 등 좌클릭했고, 현재 여권의 주요 잠룡들 역시 ‘양극화 해소’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임동욱 교수는 “형식적 제도 내에선 보수 세력이 권력을 잡았을지언정 교육과 문화예술 등 사상과 담론 전쟁에서 보수는 진보에 완벽히 주도권을 내줬다”며 “보수의 허약한 철학적 기반이 결국 부메랑이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보수는 여전히 관(官) 주도, 성장 지상주의, 위계질서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동시대 현안을 포착해 내지 못한 채 낡은 ‘박정희 패러다임’에만 안주해 왔다”고 말했다. 반면 김원용 전 이화여대 교수는 “한국 사회는 저성장, 양극화, 저출산·고령화의 3대 난제에 직면해 있다. 이는 사회 시스템을 근본부터 뜯어고치지 않고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보수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에서도 1990년대 후반 잇따라 민주당이 집권하며 보수 위기론이 커지자 보수그룹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이른바 ‘4P 이론’을 제시했다. 즉 보수의 철학화(Philosophy)를 통해 가치를 재정립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대중에게 알리면서(Popularize) 조직적 정치화(Politicize)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자선활동(Philanthropy) 등 사회적 책임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를 통해 미국의 보수주의는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평가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근본도 없고 절차도 무시하는 한국의 보수가 곱씹어야 할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친노도 2007년엔 ‘우리가 폐족’이라며 반성하지 않았나. 하지만 보수는 자유를 억압했던 유신체제마저 외면해 왔다. 참회하지 않는다면 계속 ‘꼰대’와 기득권으로만 폄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수 논객 복거일씨는 “보수의 진정한 가치인 자유·경쟁·책임을 회복시켜야 한다. 도덕적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보수카페 <일베>서도 朴대통령 하야요구.. "보수 다 죽는다"
[중앙일보] 입력 2016.11.07 17:57
'최순실 게이트'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글이 이따금 올라오고 있다. 네티즌 '대공***'는 '박근혜 대통령 하야'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박 대통령이 하야를 선언하는 패러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네티즌 '개밥***'는 "박근혜 대통령 왜 하야 안하나"라며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다. 이밖에 '빨리 하야해서 보수 기반이라도 지켜야 된다', '모든 보수층을 전부 무당 믿는 XX으로 만들어버렸다', '박 대통령 한 명 때문에 보수 세력 전체가 다 죽는다'등의 글이 올라왔다.
대통령을 옹호하는 글도 눈에 띈다. 네티즌 '좌빨***'는 '박근혜 당신은 정치인이고 대통령임을 잊지말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싸워라 그리고 대한민국을 지켜라. 당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동력을 유지하라"고 적었다. 네티즌 '세**'는 '진짜 하야 해야 될 사람은 문재인이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는 여전히 박 대통령을 옹호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서울 상암동 JTBC 본사 사옥 앞에서 "최순실 테블릿 PC 입수경위를 밝히라"며 시위를 벌였다.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는 지난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회를 벌이던 도중 맞은편에서 촛불집회에 참가한 여고생의 뺨을 때리기도 했다. [홍수민 기자 sumin@joongang.co.kr]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최성규 <국민대통합> 위원장 임명 철회해야"
연합뉴스 | 2016/12/01 18:28
↑ 최성규 국민대통합위원장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한국불교 주요 29개 종단 협의체인 한국불교종단협의회(종단협의회)는 최성규 국민대통합위원장에 대한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종단협의회는 1일 '최성규 목사 국민대통합위원장 임명에 대한 불교계 입장문'을 내고 "종단협의회 대표들과 2천만 불자들은 최성규 목사에 대한 임명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종단협의회는 "(최 목사는) 가족을 잃은 세월호 유족의 마음에 못을 박는 실언과 전직 대통령을 '북한 대변인'에 비유하는 발언으로 국론을 분열시켰다"며 "군사 쿠데타를 '역사적 필연'이라고 미화하는 등 사회갈등을 치유하기는커녕 오히려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내고, 갈등을 조장하고 증폭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 목사는 과거 부적절한 편향발언으로 민심을 분열시키는 논란의 장본인"이라며 "국민대통합위원장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 자기 사람 챙기기가 금번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 임명에서도 일말의 반성이나 개선 과정 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불자들은 커다란 실망과 분노를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 정국 상태에 대한 국민의 우려에 대해 대통령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깊게 고심하여 국가의 정상화를 위한 결단을 내려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 역시 정치·종교 편향을 이유로 국민대통합위원장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종자연은 이날 성명을 내고 "국민통합위원장으로 임명된 최 목사는 과거 특정 정치세력을 편드는 발언과 역사관을 연이어 내비쳤다"며 "편향적 종교관과 역사관을 지닌 인물을 국민통합위원장에 앉힘으로써, 박근혜 정권은 헌법상 정교분리원칙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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