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인용하라" "황교안 퇴진하라"
추위 속 8차 주말 촛불집회
연합뉴스ㅣ2016.12.17 17:59 댓글 1176개
헌재·총리공관 앞 100m까지 행진 예정...
보수단체도 대규모 맞불집회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리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 즉각 퇴진과 헌재의 탄핵심판 인용,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사퇴를 촉구하는 8차 주말 촛불집회가 17일 열렸다. 민주노총 등 진보진영 1천500여개 단체의 연대체인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 공범처벌·적폐청산의 날' 집회를 개최했다. 추운 날씨를 고려해 이날 집회는 전과 달리 사전행진 없이 초대가수 공연으로 사전행사를 연 뒤 시국발언과 영상 상영, 공연으로 짜인 본 행사로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전날 박 대통령 측이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탄핵 이유가 없다"고 밝힌 것을 규탄하며 박 대통령이 즉각 퇴진해야 하고, 헌재가 신속히 심리를 진행해 하루빨리 탄핵심판을 인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퇴진행동은 "국민의 명령은 '박근혜 즉각 퇴진'뿐"라며 "지금 대통령 행세를 하며 '박근혜 없는 박근혜 체제'를 강행하는 황교안 총리는 즉각 사퇴하고, 헌재는 한치 머뭇거림 없이 박 대통령을 신속히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최 측은 본 행사 시작 시각인 오후 5시 기준으로 광화문 일대에 연인원(누적인원) 30만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경찰은 오후 5시 즈음해 일시점 운집인원을 4만명 가량으로 본 것으로 알려졌다. 본 행사가 끝나면 오후 6시30분께부터 청와대와 총리공관, 헌재 방면으로 4개 경로를 이용한 행진과 집회가 이어진다. 법원은 퇴진행동이 경찰의 금지·조건통보에 대해 신청한 집행정지를 일부 받아들여 총리공관 100m 앞(우리은행 삼청동영업점 앞)과 헌재 100m 앞(안국역 4번 출구)에서 오후 10시 30분까지 집회와 행진을 허용했다. 청와대에서 100m 떨어진 효자치안센터 앞은 오후 5시 30분까지, 팔판동 126맨션 앞은 오후 10시 30분까지 집회와 행진이 가능하다.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 등 청와대에서 200∼400여m 떨어진 곳도 오후 10시 30분까지 허용됐다.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단체들도 상당한 인원이 참가한 맞불집회를 열었다. 박정희대통령육영수여사숭모회 등 50여개 단체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전 헌법재판소 인근인 종로구 안국역 앞 삼일대로 일대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박 대통령은 종북세력과 언론의 선동으로 억지 탄핵을 당했다"며 "좌파세력은 헌재 협박을 당장 멈추고, 헌재는 탄핵심판 기각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정의로운 심판을 내리라"고 요구했다.
주최 측은 집회에 100만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일시점 최다인원 기준으로 약 3만명이 참가했다고 추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마부대봉사단 등 다른 보수단체들도 세종문화회관 앞 세종로소공원에서 같은 성격의 집회를 열어 탄핵안을 의결한 국회를 규탄하고, 헌재에 탄핵심판을 기각하라고 촉구한 뒤 서울역으로 행진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 도심에 경비병력 228개 중대(1만8천200여명)를 배치해 촛불집회와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 간 충돌 방지와 안전관리에 나섰다. 행진 과정에서 양측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으나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의 8차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2016.12.17 kane@yna.co.kr (끝)
"김진태 잡으러 광화문 오세요"... 촛불 민심에 또 기름
노컷뉴스ㅣ이진욱 기자ㅣ입력 2016.12.17 10:33 댓글 3515개
↑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대통령 하야반대 및 국가안보를 위한 집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춘천분들, 경춘선 타고 광화문에 김진태 잡으러 오세요." - 트위터 사용자 '@m****'
잇단 막말로 '춘천 트럼프' '일베 대통령'이라 불리는 새누리당 김진태(재선·강원 춘천) 의원의 SNS 글에 누리꾼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내일 탄핵반대 애국집회에 저도 참석합니다. 이 추위에 고생하실 분들을 생각하니 가만 있을 수가 없군요. 머릿수 하나라도 보태야겠습니다. 우리도 백만 모일 수 있습니다. 그럼 내일 두 시 광화문에서 만나요!"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엄마부대 등 보수단체는 17일 광화문광장 옆 세종로소공원에 집회 신고를 하고, 행진 코스에 안국역을 포함하는 등 맞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김 의원은 SNS 글로 이날 집회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달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촛불은 촛불일 뿐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고 촛불민심을 폄하하는 발언을 해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김 의원의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풍자 섞은 글로 상식을 벗어난 그의 행보를 비판하고 있다. 트위터 사용자 '@n*****'는 17일 김 의원 발언을 다룬 관련 기사를 건 뒤 "오늘은 더 많이 광화문광장으로 나와야 할 듯. 얘(김 의원) 때문에 쉴 날이 없네. 끈기있게!"라고 적었다.
'@j*****'도 "김진태 의원님! 그정도 모이면 나라곳간 망합니다. 계산해보면 차비만 2만원씩 줘도 백만한테 2조가 지불돼야 제 계산이 맞는지… 누가 이 날씨에 차비도 안받고 나오나요. 본인 주머니에서 안 나온다고…"라고 지적했다. "춘천분들, 경춘선 타고 광화문에 김진태 잡으러 오세요."(@m****), "100만 안 모이면 장 지진다고 해보지 그래"(@k*****) 등의 의견도 눈에 띈다.
'@M*****'는 "춘천 시민을 대표하는 의원인가요? 그럼 우리는 누구인가요? 국민을 적으로 보세요? 사퇴하고 거기(박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보수단체) 백만명 중의 한사람으로 일하세요"라고 질타했다. 소설가 이외수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정당한 방법으로 증명해 보이지 못하신다면 국회의원 뱃지 떼실 용의 있습니까"라고 김 의원을 비판했다. 이외수는 "촛불 혁명 중단하지 말라고 하늘도 오늘부터 한파를 거두어 가기로 했답니다.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의 주범과 공범들은 모조리 감옥으로 보내고 재산까지 몰수해 버려야 합니다. 광화문의 열기, 세상이 바뀔 때까지 끓어 오르게 만듭시다"라고 시민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박정희 정신'이 사람을 노예로 만든다"
노컷뉴스ㅣ2016-12-15 06:00ㅣ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노컷 인터뷰]
시인·문학평론가 김응교 교수 "죽어가는 모든 것 살피는 게 혁명"
↑ 지난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근린공원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흉상이 빨간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훼손돼 있다. 흉상의 얼굴, 계급장, 군복에는 빨간색 페인트가 칠해졌고 좌대에는 '철거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시를 쓰는 마음으로/ 꽃을 꺾는 마음으로/ 자는 아이의 고운 숨소리를 듣는 마음으로/ 죽은 옛 연인을 찾는 마음으로/ 잃어버린 길을 다시 찾은 반가운 마음으로/ 우리가 찾은 혁명을 마지막까지 이룩하자' - 시인 김수영 '기도' 중에서
◇ "내년 2017년은 윤동주·박정희 탄생 100돌"
내년 2017년은 시인 윤동주와 전 대통령 박정희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박정희는 1917년 11월 14일 경북 구미에서 태어났고, 윤동주는 1917년 12월 30일 만주 명동마을에서 태어났다. 내년 100돌을 기념해 박정희 기념사업은 1873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정부 주도로 기념관, 기념식, 기념우표 등을 계획하고 있다. 반면 윤동주 100주년 기념은 몇 가지 심포지엄 외에는 차분하고 소문 없이 진행될 예정이다.
책 '처럼-시로 만나는 윤동주'의 지은이인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54, 시인·문학평론가)는 14일 CBS노컷뉴스에 "이번 촛불집회를 통해 박정희(1917~1979)에 대한 허상이 완전히 깨지고 지워지길 바란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노예적·도구적 인간을 만드는 것이 바로 박정희 정신"이라고 비판했다. "1917년 윤동주와 박정희가 태어났을 때 두 아이는 얼마나 해맑고 귀여운 아이였을까요. 두 사람의 삶이 확연히 달라지는 것은 20대부터입니다. 1938년 학번으로 윤동주는 연희전문에 입학하고, 1939년 박정희는 (일제의 괴뢰정권인) 만주국 육군군관학교에 입학합니다.
박정희는 스물두 살이던 1939년 만주군관학교에 들어가 1942년에 우등생으로 졸업하면서 졸업생 대표로 '만주국의 왕도락토(王道樂土)를 지켜 대동아공영권을 확립하는 성전에 참여, 벚꽃처럼 산화하겠다'라는 답사를 낭독했습니다. 앞서 만주군관학교에 지원하면서도 혈서로 '일사봉공'(一死奉公)이라고 썼는데, 이 말이 나중에 우리나라 육군사관학교의 돌에 새겨졌어요. 다카키 마사오(高木正雄)로 창씨개명도 상당히 일찍 했죠. 결국 이 사람(박정희)은 전체주의의 부속물로서, 스스로 도구적 존재가 되기를 바랐던 겁니다."
"(당대 일본 제국주의로 상징되는) 전체주의의 도구가 되겠다는 인간형이 박정희의 세계관이고, 그것이 딸 박근혜로 이어지면서 (지금 한국 사회에서까지도)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진단이다. "지금 촛불집회가 만들어낸 정국은 시민혁명의 초기 단계예요. (노태우 정권이 혁명의 에너지를 앗아갔던 1987년 6월항쟁 때처럼 상황이) 충분히 뒤집힐 수 있다는 말이죠.
박정희의 후손들은 끊임없이 박정희를 반인반신으로 만듦으로써 어버이연합, 엄마부대처럼 (그를 추종하는) 노예적 인간들을 양산해 왔어요. 에리히 프롬(1900~1980·독일 출신 사회심리학자)이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염려했던 것처럼 (박정희 정신은) '자유'를 버리고 '노예'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을 키워 온 거죠. (내년 박정희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비) 1873억 원을 들여 우상화 작업을 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더 나아가 사람들을 영구적인 노예로 만들려는 시도가 바로 역사교과서 국정화입니다."
◇ "도구적 노예 양산하는 '박정희 정신' 대 자유로운 단독자 키우는 '윤동주 정신'"
↑ 숙명여대 김응교 교수(사진=김 교수 페이스북 페이지 화면 갈무리)
김 교수는 박정희와 같은 해에 태어나, 마찬가지로 내년에 탄생 100돌을 맞는 시인 윤동주(1917~1945)를 "박정희와 상반되는 삶의 궤적을 지닌 인물"로 지목했다. "윤동주는 버티다 버티다 1942년 1월 29일 창씨개명을 합니다. 전체주의의 압제에 괴로워하며 창씨개명 하기 닷새 전에 쓴 시가 '참회록'입니다. 스물두 살이던 1938년 연희전문에 들어간 윤동주의 모든 시에는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으려는 자유로운 '단독자'의 정신이 들어 있습니다. '나무가 춤을 추면/ 바람이 불고// 나무가 잠잠하면/ 바람도 자오'라고 노래한 (짤막한) 그의 시 '나무'만 봐도 그래요. 박정희의 세계관이 '바람에 완전히 충성하는 나무'라면, 윤동주는 '나무도 바람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 것이죠."
그간 윤동주 연구에 천착해 온 김 교수는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박정희가 상대를 (상명하복에 따라) 충성하는 '도구적 존재'로 봤다면, 윤동주의 존재론은 한 사람, 한 사람과의 관계가 모두 소중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시'의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는 표현은 자유로운 단독자의 것이죠. 시 '오줌싸개 지도'에서도 보면, 이불에 오줌을 쌌지만 빨 수 없어 그냥 빨래줄에 걸어둔 결손가정 아이들에 주목하듯이 한 명 한 명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는 게 윤동주의 세계관이에요." 그는 "이렇게 인간론에서 두 사람(박정희와 윤동주)의 삶이 대비 되는데, 이는 두 사람의 후손들이 취하는 자세만 봐도 단적으로 드러난다"며 말을 이었다.
"박정희를 신앙적 존재로 만들려는 그의 후손들과 달리, 윤동주의 후손들은 그분의 책이 많이 팔리는 것마저도 조심합니다. 윤동주를 기념하는 도서관 건축도 반대하신 분들이에요. 우상화보다 중요한 것은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살'리고 싶어했던 윤동주 정신을 살리고 싶은 것이 유족 분들의 마음이죠. 그분들은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는 윤동주의 정신을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람을 움직이는 거대한 '나무'와 같은 존재로 성장해 나가길 바라고 있어요. 윤동주의 정신이 제대로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후손들은) 윤동주가 우상화 되는 것을 철저하게 경계하고 있는 겁니다."
◇ "윤동주 시처럼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혁명적 존재"
↑ 내년 나란히 탄생 100돌을 맞는 시인 윤동주(왼쪽)와 박정희 전 대통령(사진=자료사진)
"두 사람의 죽음까지도 비교할 필요가 있다"며 김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박정희의 죽음은 1979년 10월 26일(향년 61세), 윤동주는 1945년 2월 16일(27세)입니다. 박정희의 죽음은 '사람을 죽이는 죽음'이에요. 그의 죽음 뒤 박정희 동상이 어마어마하게 세워지고, 국정교과서까지 강조되면서 사람을 노예로 만들고 있으니까요. 반면 윤동주의 죽음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자긍심을 주는 '살리는 죽음'이에요."
'윤동주처럼 살기란 어떤 것이냐'는 물음에 김 교수는 먼저 '자아성찰'을 꼽았다. 그의 표현을 오롯이 빌리면 "자기 존재의 고유성을 사랑하는 인간"이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라고 한 '서시'를 보세요. 자기를 철저하게 바라보는 키에르케고르(1813~1855·덴마크 출신 철학자)의 '단독자' 정신, 성경으로 말하면 '너희는 소금이 되고 빛이 되어라'가 아니라 '너희는 이미 빛이요 소금'이라는 예수의 마음인 겁니다. 결국 윤동주 정신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우쳐 준다는 데 의미가 커요."
김 교수는 특히 "모든 언론, 논문이 윤동주를 '자아성찰' 안에 가두고 있다"며 "윤동주는 그야말로 혁명의 시인"이라고 강조했다. "윤동주는 1941년 4월 31일 쓴 시 '십자가'에서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라고 하잖아요. 1941년 11월 29일 쓴,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죄로 코카서스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먹히는) 프로메테우스가 등장하는 시 '간'에서도 '코카서스 산중(山中)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며 간을 지키자// 내가 오래 기르는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 먹어라, 시름없이'라고 노래해요. 저는 이것을 1980년대,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해 허리에 밧줄을 묶은 채 건물에 매달려 목숨 걸고 유인물을 뿌리던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헌신성이라고 봅니다."
"윤동주처럼 산다는 것은 스스로를 냉철하고도 고독하게 바라보는 것, 그것을 방 안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을 쪼개어 광장에서 촛불을 들든, 독거노인을 위해 연탄을 나르든 자기 능력껏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라고 김 교수는 말했다. "꼭 정치적 행위뿐 아니라, 주변의 죽어가는 모든 것을 살피는 사회, 그 자체가 곧 혁명이라고 저는 믿어요. 윤동주의 시처럼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혁명적 존재입니다. 이러한 윤동주 정신을 계승한 것이 김수영(1921~1968)의 시예요. 윤동주가 '쉽게 쓰여진 시'에서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라고 노래한 것을 이어받아 김수영은 시 '푸른 하늘을'에서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이라고 전합니다. 4·19혁명이 지난 뒤인 1960년 5월 18일에 김수영은 시 '기도'를 통해 '우리가 찾은 혁명을 마지막까지 이룩하자'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 "민초들 낱낱의 개성에 뿌리내린 시민정신 되살리는 '11월 혁명' 돼야 한다"
↑ 박근혜 대통령 퇴진 제7차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의미로 304벌의 구명조끼가 놓여져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김 교수는 "성찰 없는 시민이 주도하는 혁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끝내 미완에 그친 4·19혁명, 6월항쟁 등은 시대정신을 교체하지 못했다는 데 실패의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별한 지도부 없이 학생들, 여성·장애인·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 외국인 관광객까지 다양한 주체들이 만들어가는 촛불집회는 윤동주에서 김수영으로 이어져 온 정신이 살아 있는 현장이에요. 수많은 단독자들이 박정희에서 박근혜로 계승된, 인간을 억압하는 전체주의의 도구적 노예에 항거하는 모양새를 갖고 있으니까요."
한편으로 김 교수는 "매주 집회를 나가면서 6월항쟁 당시 전두환·노태우를 떠올리기도 한다"며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에만 집중하다가 정작 중요한 시대정신과 시스템의 교체를 놓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정권 교체를 넘어 '시대' 교체를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지금 우리 시대에 요구되는 사고·시스템으로 바꿔 나가려면 우선 사상적 노예를 양산해내는 국정교과서부터 빨리 없애야 합니다. 최저임금 시급도 현재 시간당 6470원에서 1만 원 이상으로 시급히 올려야 해요. 그동안 어른들은 '대학생들의 이기주의'라는 식으로 뭐라 해 왔는데, 이번에 제자들이 집회에 정말 참가하고 싶어한다는 걸 실감했어요. 결국 학생들을 옭아매 왔던 알바로부터 다소 자유로워지는 길은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는 겁니다. 비정규직도 어서 타파돼야 해요. 그렇게 육체적 노예의 틀을 부숴야 합니다. 결국 그동안 우리를 개·돼지로 전락시켜 서로 싸우도록 만들었던 정책들을 하나씩 없애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에요."
김 교수는 "(박정희 정신을 신봉하는) 저들은 언제든지 민초들을 속일 마음을 갖고 있다"며 "지금 그 시간을 벌고 있을 테니, 절대로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탄핵정국은) 장기화될 겁니다. (미국산 쇠고기 협상 문제와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불신으로 타오른) 2008년 촛불집회 당시 나중에는 50만 명씩 쭉쭉 빠져나가면서, 마지막에는 종각 앞에서 30명이 모여 촛불을 든 적이 있어요. 저들이 바라는 것도 이런 모습이겠죠. 결코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그는 끝으로 "박정희 정신의 대척점에 있는 윤동주 등을 우상화하는 것 또한 철저하게 경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동주뿐 아니라 조영래, 장준하, 함석헌, 전태일을 비롯해 이름 없이 스러져 간 수많은 민초들 낱낱의 개성에 뿌리내린 시민정신을 되살리는 '11월 혁명'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정희도 윤동주도 어릴 적 꿈을 지녔을 때는 모두 다 아름다웠을 겁니다. 문제는 구조에 있다고 봐요. 박정희가 악의 중심에 서면서 그 악을 유지하기 위한 구조를 만들었을 때, 박정희의 악은 구조화됐어요. 그 구조화된 악이 우리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거죠. 반대로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을 것 같은 윤동주가 만약 해방 뒤에도 살아 대학교수가 되고 국회의원이 됐다면 어땠을까요? 악의 시험대에 올랐을 수도 있어요. 결국 우리가 순수한 윤동주, 악으로 구조화 되기 전의 순수했던 박정희를 간직하지 못한다면, 우리 안에서도 위험한 악의 시험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거예요. 나 자신이 도구적 노예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 성찰하며 두 눈 부릅뜨고 경계해야 합니다."
촛불 든 '세월호 세대'는 '어른들 구태'에 분노했다
노컷뉴스ㅣ2016-12-11 09:00ㅣ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퇴진 제7차 촛불집회가 열린 1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의미로 304벌의 구명조끼가 놓여져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10일 오후, 촛불집회 참가를 위해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들은 광장 한복판에서 쉽사리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그곳에는 304벌의 구명조끼가 빼곡히 놓여져 있었다. 상상조차 하기 힘든, 그 아픔의 깊이를 직관적으로 전하는 풍경 앞에서 동요한 시민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먼발치에서 흐느껴 우는 이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이날 광장에 뿌려진 '광장신문' 제3호 3면에는 <"우리 땐 말야"…"됐거든요">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386 친권자' 둔 청년이 '부심' 쩌는 기성세대에게>라는 부제는 기사의 논조를 보다 선명하게 설명하고 있다. 자신을 '촛불집회 참가자'로 소개하고 있는 글쓴이 공혜원 씨는 기사를 통해 "386세대 이후의 운동권인 친권자 곁에서 내가 주체가 되어 운동을 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었다"며 "항상 뒤에는 '누구의 딸'이 끈질기게 쫓아왔고, 나는 운동가가 아닌 그저 대견하고 기특한 아이였다"고 전했다.
"아직도 여전히 '성숙한' 어른들은 '미성숙한'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이런 나라를 물려줘서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고, 우리가 지켜주고 보호해야 하는 존재로 보며, 집회 현장에서 마주할 때마다 흐뭇한 미소로 어깨를 다독인다." 그런데 그는 '성숙한 어른들'을 향해 "우리는 당신들의 보호를 받기 위해, 기특하고 대견한 모습으로 칭찬받기 위해 광장으로 나온 것이 아니다"라며 "당신들이 망쳐놓은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당신들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님을 외치기 위해 광장으로 나왔다"고 역설하고 있다. "민주주의로 가는 길은 박근혜의 탄핵만이 아니다. 거리로 나온 수많은 노동자, 안전하지 못한 일터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혐오에 맞서는 여성들과 성소수자, 계속 투쟁하고 있는 장애인,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탈핵을 외치는 이들 등 아직도 수많은 이들의 목소리는 배제되고 있고,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해야 하는 것이 많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해서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외쳐야 하는 것이다."
이날 저녁 촛불집회 본행사에 앞서 전국에서 모인 수백 명의 중고등학생들이 서울 시청에서 광화문광장 방면으로 행진하며 "부역자를 처벌하라" "교육비리 청산하라" "조기대선 16세부터" "청소년에게 선거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시민들은 촛불집회의 커다란 축으로 자리잡은 이 학생들에게 격려를 보냈다. 반면 행진을 따라가는 와중에 마주친 몇몇 어른들의 입에서는 "어린 것들…"이라는 투의 말이 흘러나왔다. 글쓴이 공 씨는 기사에서 "그런데 '우리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여 구구절절 과거를 회상하는 그들이 있다"며 "백골단과 싸웠던 그때를 떠올리며 '이게 운동이냐'며 지금의 집회 참가자들을 비난하기도 한다"고 꼬집고 있다.
"손에 들린 술잔과 대화에 가득한 과거 회상을 내려놓고, 오롯이 권력자들에게만 향한 화살을 본인에게도 겨누어 보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살아가고 싶은 세상은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 희망은 10, 20대에게 달려 있는 것도 아니며, 우리만 책임져야 할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 세상은 함께 바꿔나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당신들은 바뀌어야 한다."
◇ "어른 말 잘 들으라고요? 어른 말 믿어서 어떤 일이 생겼는지 아시잖아요"
↑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7차 대규모 촛불 집회가 열린 10일 오후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수백 명을 태운 배가 바다 한가운데서 빠르게 가라앉는 와중에도 "가만히 있으라"며 '윗선'의 지시를 기다리던 어른들, 당시 구조보다는 '윗분'들에게 보고하는 데 여념이 없던 어른들이 빚어낸 참사는 수렁에 빠진 지금 대한민국의 초상이다. 2014년 4월 16일 TV 생중계로 '우리들의 죽음'을 목격했던 '세월호 세대'는 광장으로 밀려오고 또 밀려오고 있다. "박근혜 즉각 퇴진"이라는 구호에 담긴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염원을 실현하는 데 뜻을 같이 하는 동지로서 말이다. 대통령 박근혜 탄핵소추안의 국회 가결 뒤 처음으로 열린 이날 촛불집회는 이러한 의미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날 집회 자유발언에 나선 안산 단원중 1학년 이창규 군은 "제 생일은 2003년 4월 16일이고요, 저는 2014년 4월 16일을 똑똑히 기억합니다"라는 말로 운을 뗐다.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봄이었습니다. 그때 제가 2교시를 마치니까 선생님이 단원고에 형제자매가 있는 학생들은 다 집으로 돌려보내셨어요. 그때 선생님의 컴퓨터 뉴스에 학생들이 전원 구조됐다는 뉴스가 있어서 저도, 집에 가는 친구들도 별일 아니고 수학여행 가다가 일어난 사고인 줄로만 알았어요. 그리고 몇 시간 뒤에 저와 가족들과 친구들은 분향소에 있었습니다."
그는 "그 이후로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해경을 축소시켜 국민안전처 산하로 들여보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수학여행과 수련회를 전면 폐지시켰습니다"라며 "과연 이게 옳은 일이었을까요. 지금 와서는 저 청와대에 앉아 있는 사람이 시킨 짓이 아닌지라는 의혹이 들고 있습니다"라고 꼬집었다. "큰 사건이 생길 때마다 누군가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유가 있어서 살아남은 것이니 사고로 죽은 사람에 대해 죄책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저희는 세월호에 있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메르스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경찰의 물대포에 맞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있어서 살아남은 것일까요? 만약에 이유가 있었더라도 저희는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살아남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군은 "어떤 분들이 그랬습니다. 학생들이 무엇을 아냐고, 학생들이 무엇 때문에 이 자리에 나오냐고, 공부하기 싫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 물어봅니다"라며 "저는 공부하고 싶어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배운 내용이 실제로 이뤄지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나왔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자신을 "평택에서 온 고등학교 1학년"이라고 소개한 이수진 양은 "저는 비록 유권자는 아니지만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이 자리에 나오게 됐습니다"라며 말을 이었다.
"만약 탄핵이 돼 박근혜가 퇴진한다면 제가 차기 대통령 되시는 분들께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여러 형태의 현장 체험 학습들이 축소 혹은 취소돼 왔습니다. 피해자분들이나 유가족분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수학여행을 못 가는 것 따위는 아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그럴 일 절대 없다고, 너희들이 어디를 가든 안전하다고, 위험에 빠진다고 해도 모두 구하고 책임질 준비가 돼 있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는 "어른 말을 잘 들으라고요? 어떻게 믿겠습니까"라며 "어른 말을 믿어서 어떤 일이 생겼는지 아시잖아요"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모두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밤새우며 코피 흘려 가면서 노력을 해도 돈 많은 애, 빽 좋은 애 못 따라간다는 건 너무 비참한 것 아닙니까. 정유라 특례입학 같은 것 말고 노력하면 된다는 걸 뉴스에서 보고 싶습니다." 이 양은 "마지막으로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뽑아준 정치인들 아닙니까. 재벌이나 개인이 아닌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뽑아 준 정치인들 아닙니까"라며 "정치인이라는 특권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짓밟지 말아 주십시오. 제가 21대 총선에서 투표권이 생기는데 지켜보겠습니다"라고 경고했다.
우지수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헬조선에서 연애도 취업도 먹고 살기도 힘든 우리 청년들, 탈조선하고자 했던 청년들에게 박근혜 지지율 몇 %입니까. 0%로 수렴합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박근혜가 청년들에게 뭘 해줬습니까. 어떤 막말들만 일삼아 왔습니까"라며 우리가 살고 싶은 탈조선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나라, 대학생들 청년들이 만들어가겠습니다"라고 역설했다. "대학생들 다음주면 많이 종강합니다. 집 내려가기 전에, 종강파티하기 전에, 광장에 모여서 종강촛불 만들어가겠습니다. 12월 17일 대학생 종강촛불로 박근혜 즉각 퇴진 목소리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더 크게 만들어보겠습니다. 24일 크리스마스 촛불로 박근혜 즉각 퇴진할 때까지 광장을 다시 한 번 뜨겁게 달굴 것입니다. 대학생들, 박근혜 퇴진할 때까지 결코 가만히 있지 않고 시민들과 함께 촛불 밝히면서 계속 열심히 싸워가겠습니다.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주진우 "'그것이 알고싶다' 박근혜 5촌 살인사건, 만감 교차"
노컷뉴스ㅣ2016-12-17 09:04ㅣ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사진=주진우 기자 페이스북 페이지 화면 갈무리)
'시사IN' 주진우 기자가 17일 밤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박근혜 대통령 5촌간 살인사건을 다루는 것에 대해 "만감이 교차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주 기자는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17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박근혜 대통령 5촌 살인사건을 다룬다고 합니다. 만감이 교차하네요. 시대가 변했구나…"라고 운을 뗐다. "제가 무서운 취재 참 많이 했습니다. 조폭, 국정원, 사이비 종교집단, 중국 삼합회에게도 쫓겨봤지요. 하지만 이 살인사건 취재 때보다 무서운 적은 없었어요. 쫓기고 또 쫓기고, 살해 협박도 예사로 당했지요. 육영재단 폭력에 관여했던 한 조폭은 제게 손도끼를 지니고 다니라고 하더군요. 제 머리를 쇠망치로 노리고 있다면서…. 살해당한 분의 부인이 제 생명을 걱정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래도 보도했지요. 기자니까요."
그는 "박근혜가 당선되자, 조폭 대신 검사들에게 쫓겼지요. 팩트에서 벗어난 게 하나도 없는데, 이상한 살인사건을 이상하다고 했는데…"라며 "제게는 구속영장까지 청구했죠. 수갑차고, 유치장에 끌려가고… 겨우겨우 무죄받고, 지금도 이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죠(이건령 검사님, 미국연수도 다녀 오시고, 승진해서 잘 지내시더군요)"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주 기자는 "참, 슬퍼요. 무죄인 사건을 무죄받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이… 우리 세금으로 월급받는 검사님들이 악의 편에 서서 저를 잡으려 한다는 사실이… 외국 언론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언론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꼬집으며, 함께 재판을 받는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의 1심 재판 당시 최후 진술을 소개했다. 아래에 그 진술을 전한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박근혜·최순실로 향했다
미디어오늘ㅣ정상근 기자ㅣ입력 2016.12.18 09:59 댓글 1676개
[리뷰] 박근혜 대통령 5촌간 살인사건의 의혹…
‘ㅇㅇㅇ가 시켰다’ 그 이름은 드러날 것이다
[미디어오늘 정상근 기자] 누군가는 영화 같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공포를 느꼈다고 말했다. 1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의 대통령 5촌간 살인사건을 다룬 에피소드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를 본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그만큼 이번 그알의 주제와 취재 결과는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2011년 9월6일,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 수유분소 앞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박용철과 거기서 3km가량 떨어진 야산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 된 박용수, 수사 당국은 이 죽음에 대해 박용수가 박용철을 살해하고 죄책감에 스스로 목을 맸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몇가지 사실들은 수사 결과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한다.
박용철은 예기로 인해 목숨을 잃었음에도 가해자는 다시 둔기로 박용철을 가격한 흔적이 있었고(즉 전문가의 소행으로 보이고), 그의 몸속에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이 상당량 검출됐으며, 이 졸피뎀은 가해자로 지목된 박용수에게도 일부 검출됐다. 박용수는 박용철을 살해한 뒤 2시간이 넘게 산 속을 걸어 자살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으며, 자살 직전 설사약을 먹기도 했다.
▲ 17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싶다 예고.
여기에 그알은 새로운 정황증거를 하나 발견했는데, 바로 박용수가 걸어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산 입구의 센서다. 이 센서는 한 명이 지나갈 때마다 카운팅을 하는데, 박용수가 걸어갔을 무렵 이 기록은 박용수를 포함한 3명의 사람이 지나간 사실을 보여줬다. 또한 박용수 시신 옆에서 발견된 가방이 박용수가 평소에 들고 다니던 가방이 아니라는 의혹을 제기했으며, 경찰이 증거로 활용한 흉기 구입과 관련해서는 경찰의 부실수사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렇다면 핵심은 왜 수사 당국이 이런 의혹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고 서둘러 이 사건을 ‘5촌 간 살인사건’으로 규정했을까 라는 점이다. 주진우 시사IN 기자 등이 이미 의혹을 제기한 바 있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이 사건의 배후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자녀들이 개입되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박정희의 자녀들은 육영재단을 놓고 두 차례 다툼을 벌었는데, 조직폭력배를 동원할 만큼 그 정도가 심각했다. 박용철이 등장했을때는 2007년,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을때인데, 이때는 박지만씨가 박근령·신동욱 부부를 육영재단에서 쫓아내는 상황이었고 박용철은 그때 박지만 밑에서 일을 했다.
그리고 신동욱이 박근혜 대통령 미니홈피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자 박용철이 신동욱을 중국에서 살해하려 했고 신동욱은 이때 간신히 도망쳐서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신동욱은 자신을 살해하려는 사람이 박지만 회장이라고 주장했고, 그동안 수사당국과는 별개로 많은 사람들이 신동욱 청부살해사건과 5촌간 살인사건에 박지만이 개입되어 왔을 것이라 봤다. 실제로 신동욱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을 때 박용철이 증인으로 재판정에 섰는데, 박용철이 신동욱의 혐의를 벗겨줄 증거를 자신이 가지고 있다는 식으로 말했고, 이에 앞서 육영재단 전 관계자가 재판에서 “박지만이 박용철에게 신동욱을 제거하라고 지시한 육성 녹음이 있다”는 얘기를 박용철에게 들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하지만 그알의 취재는 박지만을 살짝 비껴간다. 이 사건에 개입된 새로운 사람을 두바이에서 찾아냈는데 그가 바로 정윤회다. 2011년 당시 정윤회가 박용철과 접촉했고 우리나라 돈으로 110억원 가량을 주기로 약속했다는 증언이 나온 것이다. 이 돈의 대가는 바로 신동욱 재판에서 증언하지 않는 것이다. 알려졌다시피 박근혜 대통령과 박지만의 사이는 썩 좋지 않다. 물론 대통령의 가족이고 2011년이면 대선을 치르기 1년 전으로 사실상 새누리당의 차기 대선주자로서 박근혜가 활동해왔기 때문에 가족과 관련된 구설이 오르내리는 것이 좋을리는 없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조직으로 활동해왔던, 그리고 그 핵심인 최순실의 남편인 정윤회가 무려 110억원이나 되는 돈을 제안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단순히 박지만 EG회장의 죄를 가리기 위해서라기엔 무척 큰돈이다. 오히려 그알에 나온 증언자는 박용철이 박지만 회장에게 요구한 돈은 20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박용철 가족의 증언으로 박용철의 핸드폰이 감쪽같이 사라진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됐고 어떤 증언자는 박용철이 박근혜 대통령과도 통화했다고 증언했다. 그 말을 100% 신뢰할 수는 없지만 자꾸 박용철과 박근혜 대통령의 관계가 드러나고 있다. 돌이켜보면 얼마 전 신동욱은 자신을 살해하려 했던 사람도 박지만인줄 알았는데 최순실이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러고 보면 그알이 가린 마지막 증언, 박용철에 대한 살인청부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어떤 사람이 꺼낸 그 이름, ‘000가 시켰다’는 말. 그것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의 주변부를 가리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 같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이 사건의 배후에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와 위임받지 않은 권력을 누린 비선 실세들이 얽혀 있다는 의혹,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우리는 지난 몇 달간 그 말도 안 되는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지는 것을 봤다. 불과 몇 년 전 이 진실을 추적했던 주진우 기자는 그야말로 감옥에 갈 뻔 했지만, 여전히 그를 수사했던 이건령 검사 등은 미국 연수도 다녀오고 승승장구 한다고 하지만, 그알의 보도는 진실로 한 걸음 더 들어갔다. 진실은 곧 밝혀질 것이다.
"딸 박근혜가 '박정희 유령' 껴안고 자폭"
노컷뉴스ㅣ2016-12-10 06:00ㅣ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사회학자 이나영 교수 "헌법재판소, 역사의 죄인으로 안 남으려면"
↑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9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도서관에서 바라본 청와대가 적막한 모습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을 불러와 한국 사회를 수렁에 빠뜨린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9일 오후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이제는 헌법재판소(헌재)의 탄핵 심판에 온 국민의 눈이 쏠리고 있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나영 교수는 "법은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라고 만든 것"이라며 "(만약 헌재가 국민의 뜻에 반하는 탄핵 기각 결정을 내리면) 영원히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 사회는 법을 만들면 '법 프레임'에 갇혀서 그것에 따라 국민을 재단합니다. 그런데 그 법 프레임도 결국 국민으로부터 나왔다는 것을 헌재에서는 분명하게 인지할 필요가 있어요. 사실 이 정국에서 정치인들이 중간중간 정치 프레임에 갇혀 엉뚱한 짓을 할 때마다 국민들이 계속 질타를 했잖아요. 헌재 역시 굉장히 협소한 법 프레임으로 이 문제를 보려고 하면 역풍을 맞을 겁니다."
이 교수는 대통령 박근혜의 결격 사유로 '역사적으로 민주주의를 완전히 퇴행시킨 것"을 꼽았다.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공고화 되는 과정에서 굉장히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그 제도가 작동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결국 광장에 운집한 시민들이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데는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체제 개혁에 대한 열망이 담겨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정치권은 단순히 대통령 하야나 퇴진에 집중했어요. 야당은 다음 정권을 잡는 것을 목적으로 갖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시민들은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체제 개혁에 대한 열망이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어찌 보면 지난 9년간 이어져 온 보수정권의 역설이기도 해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민주화의 분위기를 체험했던 국민들은 그것을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긴 점이 있어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설 수 있었던 데는 사람이 바뀐다고 해서 제도가 이렇게까지 후퇴할 것이라고는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그는 "지난 9년, 특히 박근혜 정권을 통해 국민들은 민주주의라는 게 현실적으로 지켜 나가지 않으면 사라지는 이상과도 같다는 점을 깨달아 가고 있다"고 봤다.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을 밝히는 국정조사를 통해 본 야당 의원들의 무능력함을 비롯해 지금 정치권의 행태에 국민들은 상당히 실망하고 있습니다. '유령'은 사라진 것 같지만 현실에 여전히 영향을 끼치는 것을 일컫는데, 가만히 돌이켜보면 식민지 시대의 유령들, 박정희·전두환 독재체제의 유령들, 그리고 심지어는 그들과 맞서 싸우면서 같이 괴물이 됐던 사람들까지 좀비처럼 마구 얽히고설켜 아직까지도 정국을 휘졌고 있는 것에 대한 실망감이 너무 큰 탓이겠죠."
◇ "시민들은 구태에 분노하고 있다…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
↑ 중앙대 사회학과 이나영 교수(사진=이 교수 제공)
이 교수는 광장의 촛불에 대해 "기존의 진보, 보수라는 이데올로기적 대치를 넘어 민주주의의 실질적인 가치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그것을 어떻게 현실로 구현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민의 등장"이라고 분석했다.
"지난주(3일 전국적으로 232만 명이 운집한 제6차 촛불집회)에 많은 시민들이 나왔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촛불에 불을 댕긴 건 친박도 비박도 아닌 야당의 박지원(국민의당 원내대표)이었어요. 결국 국민들은 '눈치를 봐야 할 상대는 친박도, 비박도 아닌 국민'이라는 것을 계속 보여주고 있는 거죠. 그 열망을 담아 제도로 만들어낼 책임은 정치인들에게 있습니다. 그것마저 국민에게 떠넘기면 안 되겠죠."
그는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벌어질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에 대해서도 공론장에서 논의한 결과를 국민들이 위에 요구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벌써부터 헌재 재판관들이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를 알리는 글들이 SNS에 올라오고 있잖아요. 시민들이 재판관들과 김기춘, 박근혜와의 인연을 하나하나 캐고 있는 거죠. 시민들이 헌재에 기대감을 갖고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탄핵의 공이) 헌재로 넘어갔더라도 시민 동력은 떨어지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국민들은 헌재를 움직일 힘이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어요."
이러한 성숙한 시민의식이 앞서 언급했던 '유령'의 존재를 청산하는 힘이 될 것이라고 이 교수는 내다봤다.
"박정희의 유령을 청산해야 한다는 우리의 의지는 꾸준히 있어 왔어요. 다만 어떻게 청산해야 할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딸 박근혜가 스스로 그 유령을 안고 자폭하는 바람에 역설적으로 역사적 청산이 이뤄진 겁니다. 김기춘으로 대표되는 박정희 좀비들도 그 민낯을 드러내면서 철거되고 있잖아요." 그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로 대표되는, 1987년 6월항쟁을 이끈 운동권 세대는 당분간 파워집단이 될 것"이라며 "이분들이 좀비 같은 존재로 남지 않으려면 계속해서 스스로를 일신해야만 한다"고 당부했다.
"그 경고를 언론에서 강하게 줘야 해요. 지금 시민들은 과거의 고리타분한 위계질서 강화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어요. 우상호 원내대표가 한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광장 정치' '의회 정치'를 구분하는 바람에 욕을 많이 먹었잖아요.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나이가 어떻게 되냐'고 물은 것도 단적인 예입니다. 위계질서에 따라 정렬시키지 않더라도 삼성 등 재벌의 잘못을 충분히 지적할 수 있어요. 시민들은 이러한 구태에 분노하고 있는 거예요."
◇ "창은 이미 열렸다…인식의 변화,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
↑ 지난 3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제6차 민중총궐기 대회가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지향한다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민주주의가 구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정확하게 인지하는 시민들이 등장했다"는 데 이 교수는 방점을 찍었다. "가치 안에 위계질서를 세우고 자기가 가장 옳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만이 가장 정당한 대의라는 것, 그 외에는 사소한 것이니 배제하고 무시해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행태는 곧 민주주의의 걸림돌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지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한 세대가 아직은 대한민국의 허리로 있는데, 광장에 나선 시민들이 이들을 어르고 달래고 때로는 저항하면서 끌고 가는 양상입니다. 결국 시민들이 '단순한 구호로서의 다양성이 아니라, 그 다양성 안에 차별이 있고 위계질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성찰하고 다른 방식으로 실천하라'고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는 거죠."
그는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는 1987년부터 시작됐다고 보는데, 서구가 200~300년간의 실험을 통해 제도화한 것에 비하면 30년으로 굉장히 짧다"며 "민주주의는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만들어져 가는 것이라는 점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참 대단하다"고 평했다. "그 30년 과정 안에서 민주주의가 무엇이다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실현시키고자 하는 열망이 대단한 거죠. 오히려 차기 정권으로 이 열망을 담아내지 못하는 정권이 들어선다 하더라도, 광장에 나왔던 사람들의 의식과 무의식에 각인되고 체현된 인식 덕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계속 발전할 거라고 봅니다. 지금 당장 제도적으로 많이 나아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 지금 광장에 나온 20, 30대 젊은이들이 우리 사회의 허리가 될 때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는 확실히 자리 잡힐 겁니다."
이 교수는 특히 '하나이면서 여럿이고 여럿이면서도 하나'로 표현되는, 개인에 기초한 다양성을 품은 광장의 풍경에 주목했다. "지금의 20대 청년층은 특정 소수자 집단에 대한 차별과 멸시를 강하게 비판합니다. 심지어 동물에게도 인격이 있다고 말하니까요. 우리 윗세대는 그것이 왜 문제인지 몰랐고, 알았어도 소수의 이야기라는 이유로 외면했죠. 그것이 단순하게 생물학적으로 구분되는 여성 남성이나 장애 비장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이제 사람들이 얘기하고 있어요. 그것을 이미 인지하고 구현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생겼습니다. 결국 인식이 변한 건데, 이제 다시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요. 창은 이미 열려 버렸으니까요. 이 사람들이 이끌 대한민국은 훨씬 밝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보수단체 집회서 일부 태극기 버려져 논란
연합뉴스ㅣ2016.12.17 18:34 댓글 4561개
현행법상 국기 함부로 버려지지 않도록 주최측에 관리 책임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태극기 집회'를 표방한 보수단체 집회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적절하지 않은 방식으로 버리는 등 관리가 제대로 안돼 논란이 예상된다. 17일 보수성향 50여 단체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의 집회 현장인 종로 안국역 앞 쓰레기통에는 참가자들이 갖고 있던 태극기가 버려진 모습이 여러 곳에서 눈에 띄었다.
일부 태극기는 건괘 등 일부만 남고 찢긴 채 쓰레기 봉지에 담겨 있었고, 길가 정원에 버려지거나 도로에 나뒹굴다 자동차에 밟히는 사례도 목격됐다. 일부 참석자는 별생각 없이 태극기를 쓰레기통에 버렸다가 기자들의 지적을 받고 황급히 꺼내기도 했다. 이날 주최 측은 무대에서 "우리 집회는 '맞불집회'가 아니라 '태극기 집회'"라고 강조하고 나무젓가락 모양의 깃대에 종이 또는 비닐로 된 국기가 달린 수기(手旗)를 참석자들에게 배포했다.
무대에서 발언을 마칠 때마다 참석자들에게 태극기를 흔들 것을 독려했다. 그러나 국기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폐기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안내하지는 않았다. 현행 국기법 10조는 국기가 훼손되면 지체 없이 소각 등 적절한 방법으로 폐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또 집회 등에서 수기를 사용할 때는 행사 주최 측이 국기가 함부로 버려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관리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comma@yna.co.kr]
박사모는 되고 촛불은 안 되고... 헌재 앞 100m '이중잣대'
JTBCㅣ김도훈ㅣ입력 2016.12.18 21:33 댓글 1715개
[앵커] 어제(17일) 광화문 광장과 헌법재판소 인근에서는 촛불집회 시민들과 일부 친박단체의 집회와 행진이 잇따라 열렸습니다. 법원이 애초 헌법재판소 앞 100미터까지 행진을 허용했었는데요. 경찰이 이에 대해 촛불집회 참가자들과 친박단체에 대해 이중잣대를 적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어제 저녁 6시 30분쯤.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광화문에서 헌법재판소로 행진을 시작합니다. 법원이 헌법재판소 앞 100m 지점까지 행진을 허용하면서 시민들 상당수가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헌재로 향하는 안국역 사거리를 막아서기 시작했습니다. 안국역 사거리에 들어선 시민들을 강제로 밀어내기 시작한 겁니다. 법원에서 허용한 행진 구간이 안국역 4번출구까지라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앞서 박사모 등 친박단체 회원들에게는 안국역 2번 출구 인근까지 행진을 허용했습니다. 헌법재판소까지 촛불집회 참가자들에게 허용했던 거리와 40m 가량 차이가 납니다. 결국 경찰이 집회 가능 구역인 헌법재판소 앞 100미터 지점에 놓고 친박단체와 촛불집회 참가자들에게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경찰은 어제 서울지역 촛불집회 참가자도 주최측이 추산한 65만명의 10분의 1 수준인 6만명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촛불집회에 비해 숫자가 훨씬 적었던 친박단체 집회 인원은 3만3천명으로 발표해 편파 집계라는 논란도 제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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