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최태민 일가 재산 정조준... 朴과의 유착구조 '뿌리'로 판단
한국일보ㅣ남상욱ㅣ입력 2016.12.23 04:42 댓글 76개
朴, 축재과정 개입 가능성 주시
40년 친분 고리 찾기 수사 집중
최순실(60.구속기소)씨의 막대한 해외 재산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박영수(64) 특별검사팀이 최태민 일가의 재산 형성과정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씨 집안의 수십년 친분이 재산을 매개로 맺어진 관계인지를 분석해 상식적으로 납득이 잘 안 되는 이들의 유착구조의 뿌리를 드러내겠다는 얘기다. 최씨의 정확한 재산 규모와 재산 축적 과정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1980년대 중반부터 육영재단 유치원과 초이유치원 등을 운영했고, 90년대 서울 강남 일대 부동산에 투자를 하면서 재산을 불려 현재 국내ㆍ외에 340억원 정도의 재산을 가지고 있다는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90년대 부동산 광풍을 고려하더라도 유치원을 운영하다 수 백억원대 부동산 자산가가 된 사실이 석연치 않은데, 여기에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거액의 차명 재산까지 드러나면서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또 다른 종자돈’이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의혹의 시선은 최씨의 부친인 최태민(94년 사망)씨로 향한다. 최태민씨의 막대한 재산의 일부가 최씨게 넘어갔을 것이라는 의심이 나온다.
특검팀은 특히 최태민씨의 재산 축적 과정에 박 대통령이 깊숙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눈여겨 보고 있다. 최태민씨는 구국봉사단 총재를 맡았을 당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박 대통령을 내세워 기업 등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끌어모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70년대 초.중반 생계가 아주 어려웠다. 그러다 (박 대통령을 명예총재로 앉힌 이후) 돈 천지였다”(최태민 의붓아들 조순제씨), “(아버지가) 구국봉사단 일을 맡고 몇 년 뒤 역삼동의 수백 평 저택으로 이사를 가는 등 형편이 확연히 달라졌다”(최태민 아들 재석씨)는 등의 증언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더불어 영남대의 전신인 대구대학 설립자 고(故) 최준 선생의 손자 최염(38)씨가 최근 “박 대통령이 영남대를 장악했던 8년간 최태민 일가는 학교 운영을 좌지우지하면서 법인 재산을 팔아치웠다”고 폭로한 부분도 의미심장하다. 대통령은 80년 4월 28세에 영남대 이사장이 됐는데, 당시 학교 소유의 땅을 헐값에 판 돈이 ‘최태민→최순실’로 흘러갔다는 주장이다.
특검팀은 최근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MB) 후보 캠프에서 ‘박근혜 후보 검증’을 맡았던 정두언 전 의원을 만나 최태민 일가의 재산형성 과정과 박 대통령과의 인연 등을 캐묻는 등 본격적인 수사 행보에 돌입했다. 독일 사정당국에 최씨 일당 10여명의 차명 의심 계좌 거래내역과 페이퍼컴퍼니 설립 과정 등의 자료를 요청, ‘현재(최순실)와 과거(최태민)’를 동시에 살펴보고 있다. 특검은 두 집안의 40년 관계가 재산을 고리로 얽힌 것으로 드러난다면 최씨와 대통령의 비리구조가 명확히 규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최씨의 해외재산에 박 대통령의 재산이 섞여 있거나, 박 대통령이 최씨의 불법적 재산 형성에 영향을 준 사실이 확인된다면 지금보다 더 큰 메가톤급 파장이 일 것”이라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문화융성 혹평에 "조직 혁신"... 초등돌봄 호평에 "현장 더 중시"
동아일보ㅣ입력 2016.12.23 03:05 댓글 3개
[2016 대한민국 정책평가]
평가 결과에 관가 큰 관심
문화체육관광부가 22일 문화융성 및 한류 정책과 관련해 대대적인 인사와 조직 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동아일보와 고려대 정부학연구소가 실시한 ‘2016 대한민국 정책평가’ 결과를 보고 내놓은 대책이다. 올해 정책평가에 대해서도 정부 각 부처는 높은 관심을 보였다. 저조한 평가를 받은 부처들은 “꼭 필요한 정책인데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정책이 상위권에 오른 부처는 “더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며 반색했다.
◇ 홍보 부족 아쉬움 표출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융성 및 한류 관련 정책이 모두 하위권에 머물자 “각오를 하고 있었다”는 반응이었다. 현 정부가 국정 기조로 내세웠던 문화융성 정책은 최순실 차은택 국정농단의 ‘무대’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낮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게 자체 평가다. 문체부는 “창조 융합 문화 기업메세나 등 문화와 관련된 좋은 낱말들이 (최순실 게이트로) 대거 오염된 것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대대적인 인사와 조직 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으로 한중, 한미 외교정책이 모두 낮은 점수를 받은 것과 관련해 외교부는 “외교는 상대가 있고 사안이 복잡해 국민들께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올 초부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가 절차상의 문제로 낮은 평가를 받자 “성과지표를 설정할 때 직원 참여를 보장하고 외부 전문가의 참여를 확대하는 등 공정하고 객관적인 성과평가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이 평가 대상 40개 정책 중 최하위를 차지하자 “전문가들이 한국 경제 구조를 창조경제로 바꿔야 한다는 정책 방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만큼 스타트업 생태계 확충에 일조했던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성과를 적극 홍보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경제 분야 평가를 총괄한 구교준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단순한 홍보의 문제가 아니다. 창업 정책은 필요하지만 (중소기업이 주인공이어야 하는 정책이) 대기업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 호평에는 반색
생활밀착형 정책으로 호평을 받았던 부처들은 결과에 만족해하면서 내년에도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장애인의 방송접근권 보장이 40개 정책 중 1위를 차지하자 “최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국민에게 실질적 혜택을 주려고 노력했던 정책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고무된 모습이었다. 교육부는 초등돌봄교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상위권에 오르자 “새로운 정책도 좋지만 기존의 정책을 현장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얻었다”고 밝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청탁금지법이 사회복지 분야 10대 정책 중 전문가와 일반인 평가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자 정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자평했다. 다만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앞으로 농축산업 피해 등 경제적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제 분야 10대 정책 중 1, 2위를 휩쓴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으로도 중소기업들이 하도급 거래관행 개선을 확실히 체감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법 집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국민체감 향상에는 한목소리
정책에 대한 국민의 체감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모든 부처가 공감했다. 국방부는 북핵·미사일 대응책이 외교안보 분야 10개 정책 중 6위에 그치자 “성과를 뚜렷한 지표로 나타내거나 국민들이 생활에서 체감하기 어려운 특수한 분야이다 보니 노력한 만큼 평가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국민안전처는 “일상에서 불편한 점을 바로 해결해 주는 안전신문고 앱을 국민들이 더욱 활용할 수 있도록 대국민 홍보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정책평가를 총괄한 최진욱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책 대부분이 좋은 의도를 갖고 만들어졌음에도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측면이 많았다”고 총평했다. 이어 “정책의 성공에는 국민적 지지가 필수인 만큼 정책 입안부터 최종 발표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
△경제부=문권모 차장 mikemoon@donga.com
이상훈 손영일 신민기 박민우 기자
△산업부=허진석 차장 신수정 신무경 기자
△정치부=김영식 차장 조숭호 손효주 주성하 기자
△사회부=이성호 차장 정성택 이기진 김준일 기자
△정책사회부=이진한 차장 유덕영 김윤종 유성열 기자
△문화부=전승훈 차장 김정은 기자
"朴대통령, 한밤중에 국토부장관에 전화...
미사리가 어떠냐, 개발 검토하라 지시"
동아일보ㅣ최재훈 기자ㅣ입력 2016.12.23 03:10 댓글 933개
서승환 前국토부장관 진술... 최순실의 하남 땅 인근 지목
대통령 '미사리 개발' 콕 찍어... 특검, 최순실과 경제적 이해관계로 의심
최씨, 작년에 매각해 17억 차익... 서승환 前장관 "관련 인터뷰 거절"
박근혜 대통령이 경기 하남시 미사리에 있는 최순실(60)씨 소유 부동산 인근 지역에 대해 개발을 검토하라고 국토부에 지시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같은 진술을 검찰로부터 넘겨받아 박 대통령이 최씨가 부동산 시세 차익을 올릴 수 있도록 도운 게 아닌지 수사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2013년 9월쯤 당시 국토부 서승환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2018년 평창에서 동계올림픽도 열리고 하니 서울 근교에 복합 생활체육 시설을 만드는 게 좋겠다. 대상 부지를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온 건 밤늦은 시각이었다고 한다.
검찰은 지난달 서 전 장관을 비밀리에 불러 조사하면서 이 같은 진술을 확보했다. 서 전 장관은 당시 "매우 늦은 시각에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대통령이 복합 생활체육 시설 대상 부지 검토를 지시하면서 '서울에서 평창 가는 길목인 미사리쯤이 어떠냐'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지목했다는 미사리 일대는 최순실씨가 2008년 7월 34억5000만원을 들여 사둔 건물(면적 34평)과 토지(4개 필지 365평)가 있는 하남시 신장동으로부터 직선거리로 500여m 떨어진 곳이다. 국토부는 박 대통령이 서 전 장관에게 지시를 내린 지 한달 만인 2013년 10월 복합 생활체육 시설 대상지 3곳을 골라서 청와대에 보고했다.
국토부는 복합 생활체육시설 대상지로 경기 하남시 미사동과 경기 남양주시 마석우리, 경기 양평군 용문면을 선정했다고 보고했다. 국토부가 대상지 3곳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준 곳은 박 대통령이 지목한 하남시 미사리의 조정경기장 인근의 면적 10만7706㎡ 부지였다. 그러면서 '한강 둔치에 있어서 경관이 아름답고, 인근에 쇼핑몰 등 개발 계획이 많다'는 평가를 달았다. 그런데 국토부의 보고서는 청와대에 보고되자마자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거쳐 최순실씨의 손으로 넘어간 사실이 TV조선의 보도와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검찰이 정 전 비서관이 유출했다며 공무상 기밀 유출 혐의를 적용한 정부 비밀 문건 47건 가운데 한 건이 바로 이 보고서이다. 서 전 장관은 22일 본지와 통화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선 인터뷰에 응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최순실씨는 이 부동산에 있던 건물을 음식점에 임대를 주기도 했고, 약 2년간 비워둔 적도 있다. 그러다가 지난해 7월 52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2008년 사들인지 7년 만에 17억5000만원의 차익을 거둔 것이다. 워낙 입지가 좋아 비싼 땅이기도 했지만, 이 일대는 생활체육시설 조성 기대감으로 최근 3년간 매년 땅값이 뛰어올랐다는 것이 인근 부동산 업체들의 말이다. 그러나 국토부의 복합 생활체육시설 조성 사업은 실제 실행은 되지 않았고, 최씨가 이 같은 사실까지 미리 간파해 지난해 부동산을 팔아치운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특검팀은 국토부 관계자들을 다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최씨와 박 대통령 역시 이 부분에 대한 조사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이 최씨가 인근에 부동산을 보유한 사실을 알면서도 '개발 추진 검토' 지시를 했는지가 조사할 핵심 내용이다.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특검팀은 박 대통령과 최씨가 '경제적인 이해관계'까지 함께하는 사이였다는 의심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이명박 캠프에서 '박근혜 후보 검증'을 담당했던 정두언 전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 사후(死後)에 최태민 일가로 '뭉칫돈'이 흘러들어 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아마도 대통령은 생활체육 활성화 차원에서 지시했다고 할 가능성이 크지만, 특검이 이 문제를 통해 박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다각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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