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법원 "정유라, 1월30일까지 구금 연장"..정씨 항소할 듯(종합)
연합뉴스ㅣ2017.01.03 02:57 수정 2017.01.03 08:17 댓글 811개
"아이와 같이 있게 해주면 내일이라도 귀국"..'읍소'했지만 안 먹혀
각종 의혹 추궁에 "엄마가 다 했다"·"난 모른다" 해명으로 일관
(올보르<덴마크> =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덴마크 올보르 지방법원은 2일 오후(현지시간) 현지 경찰이 전날 긴급체포한 정유라(21) 씨의 구금 기간 연장 여부에 대한 심리를 벌여 정 씨의 구금 기간을 오는 30일 오후 9시까지로 4주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 씨는 향후 4주간 올보르 시내 별도 구금시설에서 머물면서 각종 의혹에 대한 덴마크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됐다.
정 씨와 정 씨의 변호인은 법원의 구금 연장 결정에 대해 항소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앞서 정 씨는 전날 올보르 외곽의 한 주택에서 은신해 있다가 JTBC 취재진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4시간 현장 조사 끝에 오후 8∼9시께 체포된 바 있다. 덴마크에서는 긴급 체포한 뒤 24시간 내에 조사를 마치지 못해 추가 조사 기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법원에서 구금 기간 연장에 대한 판단을 받아야 한다.
↑ 정유라 덴마크서 현지 경찰에 체포 (서울=연합뉴스)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1일(현지시각) 덴마크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당하는 모습을 JTBC가 공개했다. 경찰청은 2일 "덴마크 경찰이 정유라 씨를 포함한 4명을 덴마크 현지시각으로 1일 검거했다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전문을 오늘 접수했다"고 밝혔다. /2017.1.2 [JTC화면=연합뉴스TV] jjaeck9@yna.co.kr
↑ 정유라 심리 브리핑하는 담당 검사 (올보르<덴마크>=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비선 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 씨의 구금연장 심리가 덴마크 올보르 지방법원에서 열린 2일(현지시각) 심리를 마친 데이비드 슈미트 헬프런드 검사가 취재진에게 브리핑하고 있다. /2017.1.3 photo@yna.co.kr
↑ 인터뷰하는 정유라 씨 변호인 (올보르<덴마크>=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비선 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씨의 구금연장 심리가 덴마크 올보르 지방법원에서 열린 2일(현지시각) 심리를 마친 정유라 씨 변호인 얀 슈마이더 변호사가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2017.1.3 photo@yna.co.kr
정 씨는 이날 심리에서 "사회기관이든, 보육원이든, 병원이든 아이와 함께 있게 해주면 내일이라도, 언제든 귀국하겠다"며 불구속을 조건부로 귀국해 특검의 조사에 응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또 정 씨는 울먹이며 "내가 (집에) 없으면 19개월된 아이를 봐 줄 사람도 없다"면서 "집 앞에 기자들이 있어서 어디로 도망갈 수도 없고 갈 곳도 없다"며 구금 연장을 불허할 것을 읍소했다.
이어 정 씨는 각종 의혹에 대해선 "엄마가 다 했다", "나는 모른다"라고 발뺌으로 일관했다. 이화여대 학점 특혜 의혹과 관련해선 "2015년에 출산한 뒤 F학점을 받아 엄마한테 자퇴를 요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면서 "2016년에도 학교에 안나가고 애만 키워서 '아웃'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학점이 나왔다"고 말했다. 정 씨는 "2016년에 대학에 가서 최경희 (당시) 총장과 류철균 교수를 만난 뒤 나는 먼저 나오고 엄마가 학교에 더 남아 있었다"면서 "나는 퇴출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학점이 정상적으로 나오게 됐는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신에 대한 삼성그룹의 특혜 자원과 관련,"엄마로부터 삼성에서 6명의 승마선수를 지원하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지원하게 됐다"면서 "나는 (삼성에서 지원을 받은) 6명 중에 한 명이라고 엄마로부터 들었다"고 해명했다. 삼성그룹이 승마를 지원하는 대가가 무엇인지 알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는 "엄마가 계약서를 가져와서 주요 부분은 포스트잇으로 가리고 나에게는 사인만 하라고 해서 사인만 했다"면서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독일로 올 때 외화를 불법유출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아버지의 강원도 땅을 담보로 36만유로를 담보받아 우리 (부부) 이름으로는 1원 한 장 대출 안받았다"며 "나중에 한국에서 돈을 다 갚았고, 독일에선 세금을 다 냈다"고 주장했다. 정 씨는 "덴마크에는 지난 9월에 와서 계속 머물렀고, 2주 전에 독일 비자 때문에 프랑크푸르트에 간 적이 있지만 쇼핑은 하지 않았다"고 '호화쇼핑설'을 반박했다.
변호사 선정에 대해선 "독일에선 돈세탁 혐의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고용했지만, 덴마크에서는 국선변호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며 정 씨를 도와주는 것을 알려진 데이비드 윤씨에 대해선 "연락 안한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평소 박근혜 대통령을 '이모'로 불렀다고 알려진 데 대해선 "박 대통령을 만난 것은 아버지가 (박 대통령 비서실장격으로) 일할 때 였다"면서 "오래 전 초등학교 때 일"이라고 주장했다. [bingsoo@yna.co.kr]
[단독] 정유라 "삼성 돈, 엄마만 알아"... 덴마크 올보르 법원 일문일답
경향신문ㅣ강진구 기자ㅣ입력 2017.01.03 02:03 수정 2017.01.03 02:36 댓글 2098개
[경향신문] 덴마크에서 체포된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가 2일(이하 현지시각)“삼성이 스폰서를 해서 말을 타러 독일에 왔고 엄마가 몇몇 서류에 사인을 하라고 해서 했을 뿐 나는 아무것도 아는게 없다”며 무고함을 주장했다. 정씨는 “돈이 얼마나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아는 사람은 (승마코치) 캄플라데와 엄마 밖에 없다”고 했다.
↑ 재판 휴정 중인 정유라/ 현지 교민 제공
정씨는 1일 덴마크 올보르 은신처에서 체포된 후 법원에서 구류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같은 주장을 폈다.
사전에 누군가로부터 치밀하게 법률적 조언을 받은 듯 정씨는자신에 대해 적용될 죄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모든 혐의를 최씨에게 미루는 태도를 보였다. 이화여대 부정입학과 학점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입학후)이화여대에 단 한번 밖에 가지 않았고 (학점특혜로 구속된)유철균 교수와 최경희 총장도 한번 밖에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를 돌 볼 다른 식구가 있느냐’는 변호사 질문에 “내 자식과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언제라도 한국에 가겠다”고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다음은 덴마크 올보르 법원 구류심사과정에서 정씨가 검사와 변호사의 신문에 대한 답변이다.
▲ 검사 신문
-언제 덴마크에 들어왔냐?
“(지난해) 9월28일 들어왔다”
-9월28일 들어온 후 나간적 있느냐?
“나간적 있다. 독일집에 간적이 있고, 프랑크푸르트에 비자문제로 간적이 있다.”
-왜 독일로 왔느냐?
“승마훈련을 하러 왔다.”
-말을 사러 오거나 수출·입 하러 온거는 아니냐?
“삼성이 스폰서로 말을 대는 것일 뿐이고 나는 말을 탈 뿐이다. 엄마가 사인을 요구해서 몇몇 서류에 사인했을 뿐 나는 정말 아는 게 없다. 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얼마가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그것을 아는 사람은 캄플라데와 엄마 밖에 없다”
▲ 변호사 신문
-한국에 보내주면 갈 거냐?
“내 자식때문에 고민이 많다. 벌을 받을까봐 고민 많다. 나는 대학교도 그렇고 고등학교때도 그렇고 상황을 전혀 모른다. 내가 가면 감옥에 갈 거고 내 자식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부모도 이혼했고 나도 이혼했고 나는 세상에서 혼자다.”
-왜 여기 덴마크에 관광 비자로 왔느냐?
“2018년 까지 비자가 있어 들어왔다.”
-삼성 돈에 대해서 아느냐?
“삼성은 6명의 선수를 지원 했는데 나는 그 중의 하나일 뿐이다.”
-당신이 국제대회에서 이룬게 뭐냐?
“고등학교 레벨에서 승마를 하다가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땄다”
-지금 아이가 함께 있느냐?
“19개월된 아이가 있다.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 11개월때 아빠가 떠났고 컨택이 없다.”
-다른 식구는 없느냐?
“없다. (더 큰 소리로 흐느낌)”
-아기는 돌볼 사람이 있느냐?
“없다. 누구도 없다. 다만 아기는 2018년까지 독일에 머물 수는 있다.”
-독일의 집이 당신 집이냐, 렌트냐?
“내 집이다. 덴마크의 집은 렌트다.”
-한국에서 경찰이 온다면 만나겠느냐?
“내 사정을 잘 들어줄 것 같지 않지만 만나겠다. 내가 내 자식과 있을 수만 있다면 언제라도 한국에 들어갈 수 있다. 나는 오로지 자식을 생각한다.”
-한국 대사관을 통해 대화를 하겠느냐?
“하겠다. 나는 오로자 자식을 생각하고 경찰에서 아이와 함께 있게만 해준다면 언제라도 한국에 간다. 나는(현 사태를) 전혀 모른다. 2015년 이후 언제나 엄마와 다퉜고 남자친구와 딴집에 살았고 대화가 단절돼 있었다.”
-이화여대 부정입학 사태에 대해 아는 게 있느냐?
“2015년도 이화여대 입학후 첫학기 F, 그 다음 학기도 F, 그 다음에 퇴학을 당한 것으로 안다. 한국 경찰이 온다면 다 이야기하겠다. 이화여대 단 한번 갔다. (학점 특혜를 준)유철균(교수)와 최경희 총장은 단 한번 만났다. 전화를 한 적도 없고 컨택한 적도 없다.” <강진구 기자 kangjk@kyunghyang.com>
[단독] 특검 "정유라 불구속 요구 말도 안돼.. 협상 불가"
입력 2017.01.03 07:33 수정 2017.01.03 07:34 댓글 742개
↑ 정유라 덴마크서 현지 경찰에 체포 (서울=연합뉴스)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씨가 1일(현지시각) 덴마크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 당하는 모습을 JTBC가 공개했다. 경찰청은 2일 "덴마크 경찰이 정유라씨를 포함한 4명을 덴마크 현지시각으로 1일 검거했다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전문을 오늘 접수했다"고 밝혔다. [JTC화면=연합뉴스TV] jjaeck9@yna.co.kr
[연합뉴스 자료사진]
"구속·불구속은 수사팀이 결정.. 원칙 훼손 안 돼"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전명훈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불구속 수사를 보장해주면 자진 귀국하겠다는 최순실(61·구속기소)씨 딸 정유라(21)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3일 "정씨의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얘기로 (범죄 혐의자와) 협상이 어디 있느냐"고 밝혔다. 특검팀은 전날 자정께 외교부가 덴마크 현지 영사 면담 결과를 전해오자 구속, 불구속 결정은 어디까지나 수사팀이 범죄 혐의, 수사 진전 상황 등에 따라 판단할 것으로 수사 대상자와 협상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의 수사 기간이 기본 70일로 한정돼 있어 정씨의 시급한 자진 귀국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수사 원칙을 훼손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1일(현지시간) 덴마크 경찰에 전격 체포되고 나서 우리 정부 측에 불구속 수사 보장을 전제로 자진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는 이어 현지 법원에서 출석해서도 "보육원이든, 사회기관이든, 병원이든 아이와 함께 있게 해 준다면 내일이라도 귀국하겠다"며 "내가 한국에 가서 체포되면 19개월 된 아들을 돌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덴마크 법원은 그러나 정씨의 석방 호소에도 이달 20일까지 구속 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특검은 정씨에 대해 업무방해 등 혐의로 최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기소중지·지명수배하고 인터폴에 '적색수배' 발령을 요청한 상태다. 외교부를 통한 여권 무효화 절차도 진행했다. 법무부는 2일 오후 7시께 외교부를 통해 긴급인도구속 청구서를 덴마크 외교부로 발송했다. 이에 따라 인터폴 적색수배가 곧 발령되고 정씨가 인신보호 청구 등 이에 저항하는 별도의 법적 절차를 밟지 않으면 덴마크 사법당국이 정씨를 국내로 돌려보내는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cha@yna.co.kr]
체포된 딸 걱정에.. 최순실 심경 변화 가능성
한국일보ㅣ남상욱ㅣ입력 2017.01.03 04:42 수정 2017.01.03 05:52 댓글 391개
정유라 덴마크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
이대 특혜 입학 등 의혹 당사자 삼성 지원 계약ㆍ국외재산 연루도
최순실 압박카드로 수사 급물살 기대
인터폴 적색수배 아직 발령 안돼
덴마크 경찰 무한정 구금 못해
불법체류 등 혐의로 강제추방 때 가장 빨리 국내 송환될 수 있어
정씨가 덴마크에 소송 제기 땐 수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릴 수도
↑ 덴마크 북부 올보르그에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덴마크 경찰에 의해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됐다. 사진은 JTBC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정유라 체포 당시의 모습. /JTBC 제공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 딸 정유라(21)씨의 신병이 2일 확보됨에 따라 박영수(65) 특별검사팀이 정씨를 최대한 빨리 국내 송환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화여대 특혜 입학의 당사자이자 최씨 측과 삼성 간 지원계약의 대가성 여부를 밝힐 주요한 고리라는 점에서 정씨 조사는 필수다.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는 최씨 입을 열게 할 압박 카드도 될 수 있어 특검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이화여대 특혜 입학.학사관리 의혹에 대해 학부모인 최씨만이 아니라 당사자인 정씨 역시 조사 대상이다. 특검팀은 ▦이화여대가 2015학년도 입시 때 체육특기생 대상 종목을 늘리면서 승마를 포함한 점 ▦입학과정에서 입학처장이 ‘금메달을 가져온 학생을 뽑으라’고 말한 점 ▦원서 마감 이후에 획득한 금메달이 서류 평가에 반영된 점 등 정씨의 특혜입학 정황을 다수 확보했다. 교육부 감사결과에 따르면 정씨는 면접 중 “금메달 보여드려도 돼요”라고 묻는 등 이미 특혜 입학이 거래된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특검팀은 앞서 발부 받은 체포영장에 특혜 입학에 따른 업무방해 혐의를 적시했다.
또한 정씨는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도와주는 대가로 삼성 측이 220억원을 지원한다는 뇌물성 지원계약 의혹과, 국외재산 도피에도 연루돼 있다. 삼성으로부터 지원금을 건네받은 독일회사 비덱스포츠도 최씨와 정씨가 100% 지분을 소유하는 등 다수의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재산은닉 혐의도 받고 있다. 다만 정씨를 당장 국내로 불러들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몇 가지 변수가 있다. 특검팀이 지난달 27일 인터폴에 정씨의 적색수배를 요청했지만 아직 발령이 안 된 상태여서 덴마크 경찰이 정씨를 무한정 구금해 놓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만약 적색수배 발령 전 정씨가 풀려날 경우 범죄인인도청구는 물론 신병을 다시 확보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덴마크 경찰이 정씨를 체포한 혐의는 처음에 불법체류라고 알려졌으나 특검팀이 수사 중인 다른 범죄혐의가 체포의 근거가 됐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아직 정씨의 여권 효력이 상실되지 않은데다 여행이 자유롭고 비자 연장도 쉬운 유럽연합(EU)의 사정상 덴마크 경찰이 불법체류 혐의만으로 체포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덴마크 경찰이 인터폴을 통해 우리가 수사 중인 정씨의 혐의를 사전에 인지한 후 체포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 경우 덴마크 측의 협조로 조기 송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빨리 정씨가 국내 송환되는 길은 덴마크 당국이 불법체류 등의 혐의로 정씨를 강제추방하는 것이지만 이는 덴마크 당국에 달려있다.
그러나 정씨가 추방을 포함한 덴마크 측 처분에 소송을 제기할 경우 수 개월에서 1년 이상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공범으로 수사 대상에 올랐던 유씨 장녀 섬나씨가 2014년 5월 프랑스에서 체포됐지만, 이런 식으로 아직도 한국 땅을 밟지 않고 있다. 정씨는 독일에서 현지 검찰의 신병 확보 등에 대비해 현지 변호인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유씨의 최측근 김혜경씨의 송환 성공 전례를 기대하고 있다. 김씨는 미국에 잠적하고 있다가 현지 경찰에 체포, 한달여만에 강제추방돼 국내로 송환됐다. 김씨가 별다른 이의 제기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이 “자진귀국이 최선”이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다만 정씨의 신병이 확보된 것만으로도 특검팀은 최씨의 진술 태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국회 국정조사특위가 연 구치소 비공개 청문회에서 딸의 얘기가 나오자 울음을 터뜨리는 등 최씨가 보인 모습을 볼 때 딸의 체포 소식에 심경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최씨가 지금까지는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입을 닫고 있었겠지만, 앞으로는 대통령보다는 딸을 지키기 위한 모습을 보일 공산이 크다”고 관측했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단독]정유라, "(주사 아줌마)누구인지 알 것 같다"...
현지 답변태도 분석, 사전 짜맞춘듯 증언
경향신문ㅣ강진구·강순원 통신원(덴마크 올보르)ㅣ입력 2017.01.03 07:37 댓글 373개
↑ 덴마크 올보르 법원에서 잠시 휴정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정유라씨 /사진=현지교민제공
[경향신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21)는 덴마크 경찰에 체포된 후 2일(현지시각)법원에서 심문이 진행되는 도중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지만 휴정 시간 한국 기자들에 둘러 쌓여서는 거침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현지 언론은 정씨가 체포될 당시 옷장에 숨어있다가 발각됐다고 보도했지만 기자들 앞에서는 소심한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이화여대 학점특혜, 삼성의 승마훈련지원, 외국환 관리법위반, 도피 조력자에 대한 질문이 여기저기서 쏟아졌지만 정씨는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다. 이미 체포될 경우에 대비해 이미 상당히 치밀하게 답변 준비를 마친 모습이었다.
먼저 이화여대 학점 특혜의혹에 대해서는 “(2015년)학교에 입학하고 2016년 처음으로 (학점특혜로 구속된)유철균 교수하고 최경희 총장님을 학교에 가서 봤다”며 두 사람과 전혀 사전접촉이 없었음을 강조했다. 정씨는 “당시 엄마랑 학교에 같이 갔는데 나는 먼저 왔고 엄마만 학교에 남았다. 그리고 난 다음에 아예 몰랐는데 학점이 나왔다”며 학점 특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이미 구속된 최씨에 떠넘겼다. 정씨는 ‘독일에 오기전 휴학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나는 아이를 난지 두달만에 독일에 왔고 자퇴를 하려고 했다”며 “학교를 아예 안가서 담당교수님이 누군지도 모른다”고 했다.
독일에 올 때는 자퇴를 결심했기 때문에 편법으로 학점을 취득할 생각은 없었고 모든 과정은 어머니 최씨와 이대 교수 사이에 이뤄진 일이라는 것이다. 독일로 오기전 삼성그룹 차원의 치밀한 사전 승마훈련 지원계획이 있었다는 의혹은 개인적인 인연으로 답변을 풀어갔다. 정씨는 “삼성의 박원오 전무님이 내가 얘기를 낳고 심경도 복잡하고 엄머가 남자친구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 자꾸 싸움만 하는 것을 보고 (권유를 해서)독일로 오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박 전무님이 ‘머리도 식힐 겸 말타지 않을 래’라고 해서 처음 여기 온 것인데 나중에 갑자가 박 전무님이 삼성에서 승마선수 6명을 뽑아서 말을 지원해준다고 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만 19세 나이에 신용장을 발부받는 방식으로 KEB·하나은행 독일현지 법인으로부터 특혜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그것은 확실하게 설명 드릴 수 있다”며 기다렸다는 듯 준비된 답변을 내놨다. 정씨는 “아버지랑 어머니가 이혼하면서 물려받은 아빠 몫 땅으로 담보를 잡았고 외환은행에서 2차례에 걸쳐 총 6만 유로의 대출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내 땅을 담보로 1원 한장 다른 도움없이 그 대출만으로 독일의 집을 샀고 한국에서 대출금을 모두 갚았다”며 외국환관리법은 전혀 문제가 될게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정씨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KEB하나은행의 외화대출이 1차례가 아니라 2차례 있었던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9월말 덴마크를 은신처로 삼은 후 독일을 오고가며 도피행각을 벌인 의혹에 대해서는 말이 오락가락했다. 정씨는 언제 독일로 들어갔냐는 질문에 “2주전쯤 간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대략 2주전이면 지난달15일 독일교민이 프랑크푸르트 시내에서 최씨 모녀의 현지 조력자인 데이비드 윤과 정씨가 BMW 차량을 타고 가는 것을 봤다고 한 것과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정씨는 ‘1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내에서 누군가 봤다고했는데’라는 질문이 나오자 “나는 그때 쇼핑은 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얼떨결에 교민이 목격한 그 시기에 프랑크푸르트 시내에 데이비드 윤과 함께 있었음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실언을 의식한듯 곧바로 말을 바꿨다. 그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얼마나 머물렀냐’는 질문이 나오자 “하루 머물다가 왔다. 그리고 프랑크푸르트도 아니고 슈미텐 윗쪽에 동네 이름은 잘 모르는데 매매계약서 때문에 다녀 온 적이 있다”고 황급하게 행선지를 바꿔서 말했다. 조력자 데이비드 윤에 대해서도 “만난지가 한달이 넘었다. 데이비드 윤은 나와 연락 자체를 안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씨가 체포된 은신처 주변 주민들은 정씨 일행이 온 뒤로 3달 동안 5~6차례 BMW차량이 마당에 주차된 것을 목격했다고 했다. 데이비드 윤 형제가 아니라면 BMW를 타고 정씨 일행을 찾아올 사람이 누구인지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답변태도가 엇갈렸다. ‘대통령을 이모라고 부른다는데 사실이야’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 대통령을 보기는 했지만 내가 마지막으로 본게 거의 초등학교때 일 것”이라고 대통령과 거리를 유지했다. 2014년 세월호 사태 당시 박대통령의 의문의 7시간 행적에 대해서는 “그때는 내가 임신중이어서 어머니하고 사이가 완전히 틀어진 시기기 때문에 (엄마로부터)들은 얘기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간호장교를 대신해 박 대통령에게 주사를 놓은 의혹을 받고 있는 ‘백 선생’(주사아줌마)에 대해서는 “누구인지 알 것 같다”며 대통령을 곤궁에 빠트릴 뭔가를 쥐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정씨의 답변 한마디 한마디에는 한국으로 강제송환될 경우에 대비해 누군가 사전에 치밀하게 훈련을 시킨 흔적이 역력했다. 1차적으로 최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경재 변호사가 연상되지만 정씨는 “이 변호사님은 바쁘신지 잘 연락이 안 된다”고 했다. 정씨가 체포될 경우에 대비해 어떤 전략을 짜놓았고 누가 배후에 있는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정씨의 답변태도로 봐서는 당초 기대와 달리 쉽게 ‘비밀’을 털어놓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강진구·강순원 통신원(덴마크 올보르) kangj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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