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 쏟아 부은 '특검·이재용'... 최고 '창과 방패' 총동원
머니투데이ㅣ이태성 기자ㅣ 입력 2017.01.18 17:14 수정 2017.01.18 17:18 댓글 1175개
특검 "수사 위해 구속 반드시 필요" vs 변호인 "불구속 재판해야" 격돌
← [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각자의 명운을 걸고 맞붙었다. 구속만은 피해야 하는 이 부회장과 박근혜 대통령 수사를 위해 반드시 구속에 성공해야 하는 특검. 최고의 '창과 방패'를 총동원한 양측은 18일 서울중앙지법 319호 법정에서 열린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오전 9시15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나왔다. 한마디라도 듣기 위해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으나, 긴장한 모습의 이 부회장은 '여전히 본인이 대통령 강요의 피해자라고 생각하나'는 등의 질문에 일절 대답하지 않은 채 특검 사무실로 향했다. 약 10분 뒤 이 부회장은 특검 관계자와 함께 법원으로 출발했고 오전 10시쯤 법원에 도착했다.
영장실질심사는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오전 10시 30분부터 진행됐다. 319호 법정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부회장 등 재벌 총수 여럿이 거쳐간 장소다. 사안의 중대성 때문인지 조 부장판사는 이날 하루 이례적으로 이 부회장 한 건만 맡았다. 특검팀에서는 양재식 특검보와 김창진 부부장검사, 김영철 검사, 박주성 검사를, 이 부회장은 문강배 변호사 등 변호사 6명을 내세웠다. 영장실질심사는 3시간 반이 넘게 이어졌다. 통상적인 심사보다 훨씬 긴 시간을 사용한 양측은 치열한 법리 다툼을 펼쳤다.
특검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에 필요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 박 대통령의 도움을 얻는 조건으로 최씨 일가를 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국민연금이 문제의 합병에 찬성하도록 박 대통령이 보건복지부를 통해 압력을 넣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국민연금은 일부 절차를 무시한 채 합병에 찬성했고 수천억 원의 손해를 감수했다. 특검은 이 대가로 박 대통령이 2015년 7월과 지난해 2월 이 부회장과 독대한 자리에서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종목인 승마와 최씨 조카 장시호씨 회사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미르·K스포츠재단 등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고 있다. 특검은 이를 근거로 이 부회장에게 430억 원대 뇌물공여, 수백억 원대 횡령 및 위증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거액의 뇌물공여라는 범죄의 중대성, 자신을 '피해자'로 규정짓고 있는 이 부회장의 태도 등을 고려하면 구속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 확고히 했다. 이 부회장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 일가에 제공하거나 제공하기로 약속한 금액,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의 출연금 모두를 뇌물로 봤고, 이를 입증하기 위한 여러 증거도 확보하고 있는 만큼 구속을 자신했다. 앞서 구속된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 다른 피고인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도 이 부회장 구속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법원에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번 구속영장에 대해 지금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 부회장 측은 적용된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것으로 맞섰다. 이 부회장은 대가를 바라고 최씨 일가를 지원하지 않았으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최씨 일가 지원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다. 변호인 측은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은 불구속 상태로 진행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검찰이 세 차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도 특검에 모두 전달됐고, 이 부회장은 출국금지 조치돼 외국으로 도주할 우려도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기업 경영에서의 어려움 등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의 송우철 변호사는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뇌물공여죄에 있어 대가성 여부였다"며 "충분히 소명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양측 모두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했다. 운명을 가를 조 부장판사는 혐의사실, 특검이 확보한 증거, 변호인의 반박 등을 모두 고려해 구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양측의 미래는 확연히 갈리게 된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SK, CJ, 롯데 등 다른 기업들에 대한 특검 수사는 탄력을 받고, 수사 종착점인 박 대통령을 더욱 옥죌 수 있다. 기각될 경우 박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하려 했던 특검은 적잖은 내상을 입을 수 있다. 이 특검보는 이날 "이 부회장의 영장 결과와 상관없이 대기업 수사는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박보희 기자 tanbbang15@mt.co.kr, 양성희 기자 yang@mt.co.kr,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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