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박근혜 정부 구하라'... 꼬리 밟힌 관제데모
경향신문ㅣ유희곤·박광연 기자ㅣ입력 2017.01.25 06:00 댓글 888개
김기춘 지시로 전경련 지원받은 단체 ‘탄핵 반대’ 주도
특검 “보수단체 대표, 청 정무수석실 직원에 지원 압박”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구속) 지시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자금을 지원받은 보수시민단체(경향신문 1월24일자 1면 보도)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청와대 차원의 지원을 받은 친정부성향 외곽 단체들이 위기에 처한 정권을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선 셈이다.
2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2013년 말에서 2014년 초 사이 김 전 실장이 청와대 정무수석실을 통해 지원을 지시한 보수단체 5곳 중 한 곳의 이모 대표는 지난해 말 박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후 열린 탄핵 반대집회에서 “대통령이 조사도 받지 않았는데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집회의 총본산은 종북 좌파 세력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열린 보수단체의 ‘맞불’ 집회에서는 “촛불시위 이런 시위를 통해 대한민국 정권이 전복되거나 바뀌면 되겠냐?”고도 했다.
당시 지원을 받은 또다른 보수단체의 서모 대표는 “대통령 퇴진 요구는 마녀사냥이고 인민재판”이라고 말했다. 서 대표는 최근 특검의 블랙리스트 수사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좌파독점을 시정하려고 한 것을 특검이 헌법 위반이라고 관리들을 구속시켰다”면서 “이대로 가면 문화계는 친북 좌파들의 철옹성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당시 정무수석실에서 근무했던 ㄱ씨는 최근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에서 “김 전 실장의 ‘우파 시민단체 5곳 지원 지침’이 내려온 후 이 대표가 (나를) 서울 강남 사무실로 불러서 자금지원을 압박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 대표도 전화(통화)나 청와대 인근에서의 만남 등을 통해 자금 지원을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당시는 ㄱ씨가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64)을 통해 김 전 실장의 지시를 받고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58)에게 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있던 때다. 이 부회장은 5곳 중 3곳만 지원하겠다고 했고 청와대와 이 부회장은 줄다리기 끝에 이들 단체가 요구한 예산의 35~40%를 전경련에서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ㄱ씨는 논의 과정에서 흔쾌히 보수단체를 지원하지 않는 이 부회장에게 화가 났다고도 진술했다. 그는 박 전 수석 후임인 조윤선 전 정무수석(51·구속)에게 보수단체 지원 상황과 함께 “이 부회장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도 보고했다고 특검에서 진술했다. <유희곤·박광연 기자 hulk@kyunghyang.com>
[단독]"靑,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10여곳 찍어
금액까지 구체적으로 못 박아 지원 요구"
동아일보ㅣ2017.01.25 03:03 댓글 2114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특검서 진술
"재원 감당 못해 기업서 年30억 걷어"...
정무수석실이 '화이트리스트' 주도
특검, 대통령측과 대면조사 접촉
[동아일보] 청와대가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실을 통해 보수단체 10여 곳을 지정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자금 지원을 요구한 정황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포착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특검은 최근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58)으로부터 “청와대가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10여 곳을 찍어 구체적으로 금액까지 못 박아서 지원을 요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청와대가 이른바 ‘화이트리스트’를 작성해 운용했다는 것. 이 부회장은 특검에서 “청와대 요구를 거부하는 게 두려워서 어쩔 수 없이 들어줬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구속)을 비롯한 청와대 관계자들이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정부 예산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반면 친정부 단체들을 화이트리스트에 포함시켜 지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은 전경련이 자체 재원으론 지원을 감당하지 못해 회원사인 대기업들로부터 매년 30억 원 이상을 걷은 사실도 확인했다. 또 화이트리스트 단체들에 대한 청와대의 지원 요구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 대기업 출연을 압박한 과정과 비슷해 해당 관계자들을 직권남용이나 강요 혐의로 처벌할지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 전직 관계자 등은 특검에서 “화이트리스트 단체 지원을 정무수석실이 주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박준우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64)과 후임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구속)의 개입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특검 조사 결과 화이트리스트 단체들은 전경련의 지원을 당연하게 여긴 것으로 드러났다. 김기춘 전 실장은 특검에서 화이트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부 단체가 나를 직접 찾아와 ‘왜 약속한 돈이 제때 들어오지 않느냐’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화이트리스트 작성과 운용에 박근혜 대통령이 개입한 정황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청와대 압수수색 필요성을 누차 강조해 왔던 만큼 법리 검토는 마쳤다”고 말했다. 특검은 박 대통령 대면조사의 시기와 장소 등을 조율하기 위해 박 대통령 측과 비공개 접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입학과 학사 부정에 관여해 업무방해 및 위증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55)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김준일 기자]
'블랙리스트 모르쇠' 조윤선 관제데모 물증 대자 흔들려
한국일보 김청환 입력 2017.01.25 04:42 댓글 359개
↑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검팀에 소환되고 있다. /홍인기 기자
문화계 블랙리스트(지원 배제 명단) 작성ㆍ관리에 관여한 혐의로 박영수(65) 특별검사팀이 구속한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특검 조사에서 김기춘(78ㆍ구속)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고 있지만 청와대의 ‘관제데모’ 기획만큼은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24일과 지난 22일 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조 전 장관은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재직 시절 청와대가 국정교과서 찬성 등 보수단체가 중심이 된 친(親)정부 집회 등 ‘관제데모’를 기획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특검이 결정적인 물증을 내놓자 마땅한 변명이나 부인을 하지 못하고 “어~, 어~”하며 말문이 막혔다는 후문이다.
특검이 문체부 압수수색과 전직 직원 진술 등을 통해 확보한 직접 증거로, 청와대 정무수석 시절 조 전 장관의 직ㆍ간접적인 개입 사실이 드러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청와대 정무수석실 소속 허모 행정관이 ‘국정교과서 찬성 집회’ 등을 열어달라고 당시 자유총연맹 고위 관계자에게 “콘텐츠를 갖춘 2차 전투에 대비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 등이다.
조 전 장관이 블랙리스트 물증과 증언과 관련해선 완강하게 버티고 있는 반면 일종의 화이트리스트(지원 대상 단체) 물증 앞에선 쩔쩔 매고 있는 셈이다. 조 전 장관은 9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와 관련한 10여 차례 이상 거듭된 질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마지 못해 인정했으나 특검 수사 과정에서 블랙리스트 개입 여부와 관련해 부인 입장을 계속 견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보수단체의 관제데모나 화이트리스트와 관련해 김 전 실장이 2013년 말~2014년 초 박준우(64)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보수단체들에 대한 자금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린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 중이다. 당시 정무수석실은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일부 보수단체 자금 지원을 요청해 집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활동 종료 이후에는 관제데모와 관련한 고소ㆍ고발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심우정)에 관련 증거와 진술을 넘길 방침이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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