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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日積弊黨

[어용보수] 전직 교수·CEO까지… 그들은 왜 태극기를 들었나?

잠용(潛蓉) 2017. 2. 4. 09:47

[Why] 전직 대학교수·CEO까지… 그들은 왜 태극기를 들었나?
조선일보ㅣ2017.02.04 03:02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 만나보니...
광장이 두려워… 군중 심리에 휩싸여 그 와중에 안보 놓치면…
내 신념이 틀렸다니… 오랜 신념 부인당하면 더욱 그 신념에 매달려
촛불과 태극기의 대화는… 서로의 차이점 인정하고 나만 옳다는 고집 버려야
 



촛불 집회와 거의 동시에 탄핵 반대 집회도 열리기 시작했다. 탄핵 반대자, 이른바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대부분 '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박사모)'로 알려져 있지만, 본지 취재 결과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본지 취재팀은 태극기 집회 참석자 또는 지지자 중 신원과 연락처를 정확하게 밝힌 50명을 대면·전화·서면 조사로 인터뷰했다. 이들의 주장엔 뚜렷한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은 "광장의 목소리가 나라를 주도하는 현 상황이 두렵고 걱정된다"고 했다.


#1. 국내 유명 컴퓨터 회사 계열사 사장을 끝으로 18년 전 퇴직한 이모(75·서울 서초구)씨는 작년 말부터 신문·방송을 보지 않는다. "촛불 집회 얘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대신 집회에 나간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아홉 번 참석했다. 이씨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해서 나간 건 아니다. 다만 촛불 정국이 모든 것을 흔드는 것이 불안하고 걱정된다"고 했다.


#2. 서울대 교수를 지내다 정년퇴임한 A(74·서울 방배동)씨는 최근 20년 지기의 연락처를 지웠다고 했다. A씨는 '촛불 집회 참가자들은 대부분 돈 받고 나온 사람들'이라고 믿는 반면, 친구는 반대로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돈 받고 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논쟁을 벌이다 결국 얼굴을 붉혔다고 했다. A씨는 "그 똑똑한 친구가 진실을 모르는 게 화가 난다"고 했다.


광장에 대한 공포

50명의 나이와 직업, 사는 곳은 제각각이지만 이들 중 상당수(38명)는 70~80대였다. 6·25전쟁을 10대 때 겪었다는 뜻이다. 절반 이상(28명)이 대학을 졸업했고 이들 중 12명은 일본·미국 등지에서 유학한 경험도 있었다. 평생 교사로 일했던 김모(80·경기 과천)씨는 "촛불을 든 세대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 다만 정말 걱정되는 건 나라의 안보"라고 말했다. "요즘 세대들에게 내가 겪은 전쟁의 경험을 아무리 얘기해봤자 이해 못하겠지만, 군중의 흥분과 광기, 그게 곧 전쟁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 민심이 광장에 쏠려 있을 때 우리가 안보를 놓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잠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 나이에도 태극기 집회에 두 번이나 나갔다."


강정인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보에 대한 두려움이 모든 것을 단순화시켜서 그렇다"고 했다. "이런 분들은 일단 촛불 집회를 주도하는 세력을 야권 세력과 동일시한다. 가령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방문하겠다'고 말했을 때 이들에겐 곧 '친북(親北)'의 언어, 다시 말해 안보를 흔들겠다는 말로 들린다. 그래서 반발심이 생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80세 넘은 분들에게 안보에 대한 걱정은 체험에서 나온 트라우마에 가깝다. '촛불 집회를 북한이 주도했다'라는 유언비어가 순식간에 노인들 사이에서 확산되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했다. 이 두려움 때문에 광장의 순기능, 즉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권리에 대한 이해가 증발해 버린다는 분석이다.


"무능한 대통령보다 촛불이 싫다"

스크린 골프장을 운영하는 한모(72·경남 창원)씨는 "촛불 집회 참가자들은 천안함 사태, 북핵 문제에 대해선 촛불 들고 나온 적이 없다. 이들의 목소리는 결국 어떤 특정 세력 목소리 아니냐"고 했다. 전직 영양사였다는 황모(68·경기 성남)씨도 "촛불 집회로 상징되는 광장 정치가 비이성적이고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아 걱정된다"고 했다. 김의영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런 이들의 심리를 두고 "일종의 '반대행동(Countermobility)'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들이 생각하는 정상적인 정치는 제도권 내에서 정당한 과정을 거쳐 정책·제도·법을 만드는 것이다. 촛불 집회는 이와는 반대되는 광장 정치이다. 기존 정치와 다르니 두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일단 싫고, 이들을 '일탈자'로 규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촛불 정국에 대한 반감과 걱정이 대통령의 무능이나 최순실의 국정 농단에 대한 우려를 이긴다는 분석이다. 나진경 서강대 심리학과 교수도 "보는 순간 뇌에서 '싫다'는 기분이 든다면 사람은 창의적으로 변한다. 이미 내린 결론을 합리화하려고 갖가지 증거를 찾아나서게 된다"고 했다.


믿고 싶은 것만 확인한다

대기업에서 30년 일하고 지금 농사를 짓는다는 박모(73·경기 이천)씨는 요즘 '참깨방송' '신의 한수' 같은 유튜브 방송을 즐겨 본다. 보수 성향 인터넷 방송이다. 박씨는 "이걸 보면 촛불 집회 참가자들이 종북 세력이라는 것, 탄핵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혼자 보기 아까워서 친구들에게 알려준다"고 했다. 안도경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믿고 싶어 하는 내용이 진실이라고 확인하고 싶어 한다. 이를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이 확증편향의 행태로 뉴스를 소비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했다. 듣고 싶은 것만 들려주는 뉴스만 골라 소비한다는 얘기다.


안 교수는 "이는 보수나 진보를 가릴 것 없이 최근 들어 더욱 강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했다. 강정인 교수도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오히려 여론 양극화가 심해졌다. '브로드캐스팅(broadcasting)'이 아니라 '내로캐스팅(narrowcasting)'이 되는 것이다. 이럴수록 세대 간 소통은 오히려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김혜숙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이 오랫동안 지닌 신념을 누가 부인하면 사람들은 대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런 스트레스를 받기 싫고, 내게 동조해주는 사람들 말을 들으며 힘을 얻고 싶은 게 기본 심리다. 그렇다 보니 뉴스의 내용이 사실이건 아니건 다들 자신의 입맛에 맞는 내용만 찾아 듣는 것"이라고 했다.


어떻게 대화할 것인가?

젊은 세대와 태극기 세대는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나진경 교수는 "누구나 정보를 받아들일 때 어느 정도의 편향(bias)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걸 서로 인정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내가 옳다'라는 고집부터 서로 버리는 게 먼저라는 것이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태극기 부대의 에너지, 이들의 불만과 분노를 어떻게 사회가 받아야 할지 더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의 불만과 분노를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이용하는 세력이 있다. 싸움을 부추기려고 노인 혐오를 퍼뜨리는 세력도 있다. 이들의 에너지를 이렇게 소모해버려선 안된다. 너와 나를 가르는 풍토를 넘어, 한 차원 넘은 정치적 고민이 필요한 때다."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취재] 송혜진 기자
이한슬(연세대 국어국문 4) 인턴기자
탁지영(서울대 정치학과 3) 인턴기자
김다훈(서울대 영문학·정치학과 3)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