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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대선

[반기문] "인격 살해" "UN 권위추락"… 전격 불출마 선언

잠용(潛蓉) 2017. 2. 1. 16:56

[전문] 반기문 “인격 살해 가까운 음해 당했다”… 전격 불출마 선언
뉴스천지ㅣ2017.02.01 16:04:24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을 찾아 “저는 제가 주도해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 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는 결정을 했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날 반 전 총장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제가 주도해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 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는 결정을 했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대선 불출마 선언문 전문.

갑자기 요청한 기자회견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12월 12일 귀국 이후 여러 지방 도시를 방문하여 다양한 계층의 국민을 만나 민심을 들을 기회를 가졌습니다. 또 종교 사회 학계 등 정치 여러 지도자 두루 만나 그 분들 얘기도 들었습니다. 제가 만난 모든 분들은 우리나라가 정치, 안보, 경제, 사회 모든 면에 있어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오랫동안 잘못된 정치로 인해서 쌓여온 적폐가 더이상 외면하거나 방치해둘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들을 토로했습니다.


여기에 최근 최순실과 대통령 탄핵 소추로 인한 국가 리더십에 위기가 닥쳤습니다. 최근 이러한 민생과 안보, 경제위기, 이러한 난국 앞에서 정치지도자는 국민들이 믿고 맡긴 의무는 접어둔 채, 목전의 좁은 이해관계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많은 분들이 개탄과 좌절감을 표현했습니다. 제가 10년간 나라 밖에서 느껴왔던 우려가 피부로 와닿는 시간이었습니다. 전세계를 돌면서 성공한 나라와 실패한 나라를 보고, 그들의 지도자를 본 저로서는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는데 미력이나마 몸을 던지겠다는 일념에서 정치에 투신할 것을 심각히 고려해왔습니다. 그래서 갈갈이 찢어진 국론을 모아 국민 대통합을 이루고 협치와 분권의 정치융합을 이뤄 내겠다는 포부를 말씀드리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제 몸과 마음을 바친 지난 3주간의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를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이슈로 인해서 정치교체의 명분은 실종되면서 오히려 저 개인과 가족, 그리고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되면서 결국 국민에게 큰 우려를 안겼습니다. 또한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도 지극히 실망스러웠고, 결국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런 상황에서 저는 제가 주도하여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 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는 결정을 했습니다. 저도 이런 결정을 하려는 저 자신에게 혹독한 질책을 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이런 결정을 하게된 심경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서 너그러이 양해 해주시길 바랍니다.

본인의 결정으로 그동안 저를 열렬히 지지해주신 많은 여러분과 그동안 저에게 따뜻한 조언을 해주신 분들, 그리고 저를 도와 가까이서 함께 일해주신 많은 분들을 실망시켜 드린데 대해서는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어떤 질책도 달게 받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루고자 했던 꿈과 기준은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대면하는 데 있어서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유아독존식의 태도도 버려야합니다.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우리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서는 각자 맡은 분야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해 나가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10년간에 걸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경험과 국제적 자산으로 나라의 위기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어떤 방법이든지 헌신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가정에 부디 평안과 행복이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민환 기자 swordstone@newscj.com]



반기문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 대선 불출마 선언
오마이뉴스ㅣ2017.02.01 15:32 최종 업데이트 2017.02.01 17:17



▲ 대선 불출마 선언하는 반기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후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돌아서고 있다. ⓒ 이희훈
 

[기사 보강 : 1일 오후 5시 20분]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은 1일 "정치 교체와 국가 통합을 이루겠다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며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날 그는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갑작스레 불출마를 발표했다. 반 전 총장은 오전에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을 방문한 뒤 오후 3시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만나 환담을 나눴다. 반 전 총장 쪽 관계자는 심 대표를 만난 뒤 간단한 내용을 설명하겠다며 오후 3시 반쯤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예고했다. 예정된 시각에 마이크 앞에선 반 전 총장의 표정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그는 "1월 12일 귀국한 이후 여러 지방 도시를 방문하며 민심을 들을 기회를 가졌다. 모든 분들은 우리나라가 모든 면에서 위기에 처했고 오랫동안 잘못된 정치로 인해 쌓여온 적폐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고 말했다.


또 "난국 앞에서도 정치 지도자들은 목전의 좁은 이해관계만 급급하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인격 살해에 가까운 모해, 각종 가까운 뉴스로 인해 정치 교체의 명분은 실종됐다"며 "저와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 봉직했던 UN의 명예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됐다"고도 했다. 이어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도 지극히 실망스러웠고, 결국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는 그의 발언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급작스런 기자회견 그리고 불출마 선언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전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하지만 곧이어 나온 말은 기자회견장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런 상황에 비추어 저는 제가 주도하여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는 결정을 했다. 저도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저 자신에게 혹독한 질책하고 싶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제가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심경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서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  반 전 총장은 "오늘의 결정으로 많은 분들을 실망시켜 드리게 된 점 깊은 사죄 말씀드린다"며 "어떤 질책도 달게 받겠다"고 덧붙였다. 또 "제가 이루고자 했던 꿈과 비전은 포기하지 않겠다"며 "UN 사무총장으로서의 경험과 국제적 자산을 바탕으로 나라의 위기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이룩하는 데에 어떠한 방법으로든 헌신하겠다"고 했다. 약 5분짜리 불출마 선언을 마친 그는 추가 질문을 받지 않은 채 국회를 떠났다. 


정치권도 당혹스러워... "정치권으로 넘어오며 상처받은 듯"

갑작스런 그의 불출마 선언에 정치권도 당황스런 모습이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곧바로 국회 정론관을 찾아 "반 전 총장의 결단을 존중한다"며 "우리는 처음부터 그가 존경받는 원로로 남아주길 바랐다. 대권을 접었지만 우리 사회에 기여해주길 바란다"는 짧은 브리핑을 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대변인도 "애석하게 생각한다"며 "비록 불출마 선언을 했더라도 반 전 총장의 경험은 소중한 국가적 자산이다. 앞으로도 세계 평화와 남북 평화 정착을 위해 소중한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은 "10년에 걸친 노고를 국민들은 잊지 않을 것"이라며 "대한민국에 큰 보탬과 가르침을 주는 역할을 맡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의 입당 여부를 타진해온 바른정당 쪽은 아쉬워했다. 장제원 대변인은 의원총회 중간에 나와 기자들에게 "굉장히 아쉽다. 대한민국의 정치개혁을 위해 함께 하길 바랐다"며 "당혹스럽다고"도 했다. 그는 "불출마 선언문을 봤는데 본인이 외교 행정가에서 정치권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마음에 상처를 받은 것 같다"며 "결국 정치가 음해하고 헐뜯고 깎아내리는 것을 극복해야 하지 않느냐 라는 강력한 메시지로 본다"고 말했다.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전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대선주자들도 목소리를 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그동안 보여준 각오에 비춰보면 뜻밖"이라며 "좋은 경쟁을 하려고 했는데 안타깝다"고 했다. 또 "반 전 총장은 꼭 정치가 아니더라도 외교 등 다른 분야에서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분"이라며 "외교문제에 관해서 많은 자문과 조언을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부겸 의원은 "반 전 총장이 명예를 지키는 길을 선택했다"며 "대한민국과 국제사회를 위해 더 중요한 일을 감당할 때가 오리라고 믿는다"고 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갑작스러운 소식이지만 고뇌 끝에 내린 결정을 존중한다"며 "정치를 직접 하지 않아도 평생의 경륜과 경험을 대한민국을 위해 소중하게 써주길 바란다"고 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더욱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반 전 총장은 여전히 국가의 큰 자산이다, 원로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불출마 선언 직전 반 전 총장을 만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공교롭게도 저랑 헤어지자마자 회견을 해서 매우 당혹스럽다"며 "반 전 총장 개인에게도,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서도 잘된 일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글: 박소희(sost) 사진: 이희훈(leeheehoon)]


측근도 몰랐던 반기문 불출마... 왜?
뉴스1ㅣ 우경희, 이건희 기자ㅣ입력 2017.02.01 16:15 수정 2017.02.01 16:54 댓글 1766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2017.2.1/뉴스1


이런 정치인들과 함께 길 가는 것 무의미... 입지축소·정치환멸 원인
한때 보수진영 유일의 대안이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캠프 내에서도 1일 불출마 선언이 나올 거라 예상한 인물은 거의 없었다. 반 전총장은 이날 오전 일찌감치 여의도를 찾아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을 방문했다. 오후에는 국회 본관으로 들어와 정의당을 예방한 후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지난달 12일 귀국 이후 국내 정치지도자들을 만난 소회를 풀어놓을 때만 해도 의례적인 회견으로 보였다.


반 전총장이 "인격살인과 음해, 가짜뉴스로 인해 정치명분이 실종되면서 개인과 가족, 10년간 봉직한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를 끼쳤다"고 말하자 취재진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불출마 가능성이 언급됐다. 이날 오찬까지만 해도 캠프 멤버들이 각자 기자들과 만나 '완주'를 다짐했던 터였다. 반 전총장은 끝내 "내가 주도해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10년간의 유엔 사무총장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지 불과 21일. 짧고 허망한 대권행보였다.


반 전총장의 갑작스러운 불출마선언은 귀국 후 축소일로를 걸어 온 본인의 정치적 영향력을 절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귀국 전 한때 대권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던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귀국 후 급락해 10% 초반을 전전해 왔다. 큰 틀의 대권전략과 정치철학 부재가 여지없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작게는 캠프 운영 과정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인력 간 갈등이 발생해 대외 메시지가 매번 혼선을 빚었다. 캠프 운영을 위한 비용문제에 대한 고민을 반 전총장 본인이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캠프 운영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위안부 합의 문제를 물고늘어지는 언론에는 "나쁜놈들"이라고 폭언을 하기도 했다.


외로워진 반 전총장의 처지는 이날 정당방문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반 전총장을 맞은 새누리당은 냉대하지는 않았지만 대권주자로서는 '무관심'에 가까운 태도로 일관했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회동 말미에 "나이가 들면 미끄러져 낙상하면 큰일이니 집에 가만히 있는 게 좋다"는 말로 반 전총장의 처지를 사실상 비꼬았다. 새누리당 한 TK(대구·경북) 소속 의원은 "반 전총장이 귀국 전부터 새누리당에 대해 당연히 나를 도울 것이라고 여겼다는데 이것이 패착"이라며 "그런 나이브한 태도로 국내정치에 임했으니 결국 보수결집은 물론 중도 세력 확장에도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귀국 후 목도한 국내 정치현실에 반 전총장이 환멸을 느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반 전총장은 귀국 직후부터 언론의 혹독한 검증에 시달려야 했다. 공항철도 개찰구에 만원권 두 장을 집어넣으려 한 것부터 편의점에서 수입산 생수를 집은 것까지 비난의 대상이 됐다. 편집된 성묘 영상은 '퇴주잔 논란'을 불러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반 전총장이 "가짜뉴스"라며 울분을 토한 내용이다.


야당은 매 건 반 전총장을 호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반 전총장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도 이어갔다. 측근의 비리에 대한 공세는 날로 수위를 높여갔다. 반 전총장의 재산신고와 엮어 반 전총장의 아들까지 공격의 범위를 넓혔다. 결정타는 야권이 아니라 여권에서 날아왔다. 조기대선이 가시적인 상황에서 강력한 구심점이 될 대선후보가 절실한 여권은 끝내 반 전총장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했다. 바른정당은 반 전총장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세력이 강하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반 전총장과 '밀당'하다가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를 은근히 새 대권주자로 밀어올렸다.


반 전총장은 결국 "이 정치인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말과 함께 불출마를 선언했다. 언제 불출마를 결심했느냐는 질문에는 오늘 오전"이라고 답했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을 만나는 과정에서 결심했다는 거다. 반 전총장은 회견 후 쏟아지는 언론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쓸쓸하게 정론관을 돌아 나갔다. 새로 구한 '반기문 대선캠프' 사무실 입소를 이틀 앞둔 날이었다. [우경희, 이건희 기자]


"정치가 이런 건가?" 회의감에 潘 나홀로 결단...

측근들 "청천벽력" (종합)
연합뉴스ㅣ2017.02.01 19:11 댓글 409개

 


오전 새누리·바른정당 차례로 방문..'개헌·정치교체' 협력
오후 3시26분께 정론관서 전격 사퇴발표.. 참모들 '망연자실'
회견 후 참모진에 "너무 순수했다".. 일부 참모는 눈물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류미나 이슬기 기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1일 대선 불출마 선언은 그야말로 전격적이었다. 이날 오후 3시 26분께 불출마 뜻을 밝히기 위해 국회 정론관에 나타나기 직전까지 반 전 총장은 새누리당·바른정당·정의당을 차례로 방문하는 일정을 계획대로 소화했다. 그뿐만 아니라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정책 분야 '좌장'을 맡기는 등 이날 오전까지도 대선캠프 전열을 새로 가다듬는 작업이 진행될 만큼, 참모진마저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깜짝 발표'였다.


반 전 총장이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 나타난 것은 오후 3시 26분께였다. 앞선 기자회견과 달리 이날은 기자회견 내용이 사전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표정으로 나타났지만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으로 시작되는 기자회견문을 읽어내려가면서는 반 전 총장의 표정이 점차 무거워졌다. 특히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는 결정을 했다"며 예상치 못한 불출마를 선언하는 대목에서는 취재진 사이에서도 탄성이 흘러나왔다. 심지어 반 전 총장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동안 배석했던 실무 보좌진 역시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반 전 총장은 참모진과 상의 없이 불출마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자회견 직후 반 전 총장은 자신에게 몰려든 취재진에 "오늘 오전에 결정했다", "혼자 결정했다"고 짧게 답하며 취재진에 둘러싸여 국회 밖으로 빠져나왔다. 캠프의 실무 보좌진도 망연자실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외곽에서 반 전 총장을 도왔던 한 핵심 조력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어안이 벙벙하고 청천벽력"이라며 "오늘 기자회견을 한다기에 캠프 전열을 새로 정비하는 만큼 새로운 마음으로 재출발한다는 말을 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불출마 회견 직전까지 참모들은 전날 계약한 것으로 알려진 약 200평 규모의 여의도 대하빌딩 사무실에서 실무 준비에 매진 중이었다. 반 전 총장의 독자세력 구축의 기점이 될 것으로 여겨졌던 오는 8일 '대한민국 국민포럼' 출범을 앞두고도 참모진의 준비는 한창이었다. 여기에 반 전 총장이 이날 오전부터 오후까지로 잡혀있던 새누리당·바른정당·정의당 지도부 회동 일정까지 계획대로 소화했기에, 불출마 선언은 정치권에 더욱 뜻밖이었다. 다만 이날 여야 3개 정당 지도부와 나눈 대화 속에 반 전 총장의 고뇌가 엿보이는 대목이 눈에 띄기도 했다.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겨울엔 미끄러워서 여기저기 다니면 낙상하기 쉬워 집에 가만히 있는 게 좋다"며 듣기에 따라 반 전 총장의 모호한 정치적 입장을 꼬집는 농담을 던진 대목에서는 "허허" 웃으며 "알겠습니다"라고 받아넘겼다.


특히 회견 직전 이뤄진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의 면담에서 "꽃가마 대령하겠다는 사람 절대 믿지 마시라. 총장님을 위한 꽃방석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심 대표의 조언에 반 전 총장은 "요즘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심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했다. 또 전날 일부 언론사 간부들과의 만찬에서도 반 전 총장은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지는 않았지만 "권력욕이 없다"는 말을 했고, 전남 진도 팽목항 방문 상황 등을 거론하면서 "음해 공세가 심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반 전 총장은 국회에서 회견 직후 마포 사무실로 향했다. 참모 2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반 전 총장은 "여러분을 너무 허탈하게 만들고 실망시켜 미안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너무 순수했던 거 같다", "정치가 정말 이런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라는 발언으로 귀국 이후 정치권 경험에 대한 소회를 밝혔으며 이 자리에서 일부 참모는 눈물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반 전 총장의 멘토 원로그룹 중 한 명인 한승수 전 총리도 마포 사무실에 찾아가 반 전 총장과 대화를 나눴다. [ykbae@yna.co.kr]


구겨진 유엔총장 명예..반기문 자신·한국사회 모두 손실
한겨레ㅣ이제훈ㅣ입력 2017.02.01 20:36 수정 2017.02.01 22:46 댓글 552개



'퇴임뒤 정부직 삼가야' 권고 외면  대선행보 강행하다 지지율 추락
총장직 성과 상처... 가족비리 들춰져 실리외교 필요한 한국에 불행

분열된 한국사회를 대통합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는 시청률 저조로 조기 종영하는 실패한 단막극으로 막을 내렸다. ‘외교’에서 살길을 모색해야 할 한국사회와 개인 모두에 뼈아픈 손실이다. 전례 없는 모험이었다. 역대 유엔 사무총장 가운데 임기 종료 뒤 바로 국내 정치판에 뛰어든 전례가 없다. 4대 사무총장인 쿠르드 발트하임이 1996년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됐지만, 실권을 지닌 총리가 따로 있는 사실상의 명예직인 데다 ‘퇴임 뒤 5년’이라는 휴지기를 거쳤다. 그러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임기 종료(2016년 12월31일) 전부터 ‘대선 출마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한 직후인 1일 오후 취재진이 반 전 총장의 사무실이 입주한 서울 마포구 도화동 건물 입구에서 반 전 총장을 기다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g555@hani.co.k


유엔은 창립 직후 ‘수석행정직원’(유엔헌장 97조)인 사무총장의 퇴임 뒤 ‘정치 활동’을 제어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1946년 1월24일 제1차 총회에서 채택한 ‘결의 11(Ⅰ)호’가 그것이다. “유엔 회원국은 사무총장의 퇴임 직후 어떠한 정부직도 제공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무총장 자신도 그러한 (정부) 직책을 수락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는 권고가 핵심이다. “사무총장은 많은 (유엔 회원국) 정부의 기밀을 공유하는 절친한 친구이기 때문에, 사무총장이 보유한 이런 기밀 정보가 많은 정부를 당혹스럽게 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은 이 결의의 정신을 외면했다. “저의 선출직과 관련된 정치적 행보를 막는 조항은 아니다”(1월12일 귀국 회견)라고 했다. 그러고는 귀국 직후부터 전국을 돌며 ‘대선 캠페인’에 나섰다. 언론과 정치권의 ‘검증’으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역량과 성과 여부는 물론 가족 비리까지 까발려졌다.



반 총장은 1일 불출마 선언에서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됨으로써 결국은 국민들에게 큰 누를 끼쳤다”고 말했다. ‘조기 종영 단막극’의 후과는 크다. 반 총장이 40년 가까이 몸담은 외교부의 한 간부는 “반 총장 개인에게나 한국사회에나 매우 불행한 사태”라고 말했다. 나라 안팎에서 존경받을 수 있는 국제 지도자라는 국가적 자산을 잃었기 때문이다. 외교부의 다른 관계자는 “어차피 안 될 길, 지금이라도 멈춘 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며 “반 총장이 하루빨리 심신을 추슬러 한국사회가 직면한 외환에 대처하는 데 원로로서 힘을 보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 총장도 불출마 선언에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경험과 국제적 자산을 바탕으로 나라의 위기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어떠한 방법으로든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쉽지 않은 일이다. 초당파적 원로로 한국사회가 나아갈 길을 조언하고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하기엔 귀국 이후 20일 만에 너무 많은 ‘때’를 몸에 묻혔다. 반 전 총장은 불출마 선언에서 언론과 정치권의 ‘검증’을 “인격 살해에 가까운 모해, 각종 가짜 뉴스”라 맹비난했다. ‘단군 이래 최고의 작품’이라 불리는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 출신으로서 ‘초당파적 원로’로 거듭나기엔 시간이 많이 필요해 보인다. 그 과정에서 반 전 총장의 자기 성찰은 필수라는 게 외교가의 고언이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반기문의 ‘기이한 하루’… 불출마 30분 전 심상정 만나
한겨레ㅣ2017-02-01 16:44수정 :2017-02-01 22:14

 

오전엔 새누리·바른정당 방문 ‘대선 의지’ 피력
불출마 선언하던 시각에도 선거 사무실 공사해
가까운 참모들도 몰라… 반 “오늘 오전 혼자 결정”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불출마 선언을 하던 시각,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는 ‘반기문 여의도 캠프 사무실’을 차리기 위한 사무실 공사가 한창이었다. 랜선을 깔아 기자실을 준비하고, 실내 인테리어도 틀을 갖춰 가는 중이었다. 그만큼 갑작스럽고도 예견하지 못한 불출마 선언이었던 셈이다. 반 전 총장을 가까이서 보좌했던 핵심 참모들조차 발표 전까지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반 전 총장이 국회 정론관에서 오후 3시30분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는 내용은 3시10여분께 갑작스레 공지됐다. 그때만 해도 기자들 사이에선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정의당 등 각 정당을 방문한 결과를 브리핑할 것”, “새로 꾸려지는 여의도 선거 캠프에서 일하게 될 영입 인사들의 면면 등을 발표하고 설명하는 자리일 것”이라는 말들이 나왔다. 그 누구도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이 나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불과 전날에도 그의 참모들은 “일각에서 ‘지지율이 떨어지면 완주하지 못할 것’이라고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권력의지가 아주 강하다”라며 일축하는 상황이었다.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국회 정론관에서도 그의 돌발적인 불출마 선언 발언이 나온 직후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미리 준비하지 못한 취재진도 당황했으며, 기자회견을 마치고 반 전 총장이 탄 승용차는 사진기자들 사이에 가로막혀 10여분간 움직이지 못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오후 국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굳은 표정을 지은 채 국회의사당을 나서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날 하루 반 전 총장의 행보도 미스테리하긴 마찬가지다. 불출마 선언을 염두에 둔 행보가 전혀 아니었다. 그는 이날 오전 새누리당을 예방해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만났고, 바른정당을 찾아 정병국 대표 등을 만나 자리에서도 “협치·분권을 통해 온 국민의 걱정거리를 해소해야 한다. 제가 국민의 대통합과 화해 이런 걸 도모해야겠다”며 대권 도전 의지를 분명히 한 바 있다.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 등과 비공개 면담을 할 때도 반 전 총장은 ‘불출마’에 대한 기류나, 태도의 변화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정 대표 등이 “캠프에 자주 가지 마시라. 사람들은 후보 눈도장만 찍으려 하고, 그 사람들의 의견을 다 들으면 판단의 근거가 흐려진다”고 조언하자, “잘 참고하겠다”며 평상시와 다름없는 응대를 했다고 한다. 불출마 선언 직전인 이날 오후 3시에도 반 전 총장은 아무런 일이 없듯이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예방했다.


전날에도 반 전 총장은 오후에 귀국 뒤 처음으로 별도의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해 “개헌을 위해 정치권이 모두 참여하는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하자”며 의욕적인 행보를 보였으며, 저녁엔 일부 언론사 정치부장들과의 만찬 자리를 마련해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정론관에서 불출마 기자회견을 한 뒤 돌아가며 ‘사퇴를 언제 마음먹었느냐’는 질문에 “오늘 오전에 혼자 결정했다”고 짧게 말한 뒤 입을 닫았다. 그를 따르는 참모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