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에도 나온 이정미 '헤어롤'...
"헌신적으로 일하는 여성의 상징"
서울신문ㅣ2017.03.10 22:16 수정 2017.03.10 23:26 댓글 4756개
↑ 얼마나 업무에 집중했으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사건 최종 선고일인 10일 오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그는 탄핵심판 선고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듯 머리에 분홍색 헤어롤 두 개를 꽂은 채 출근해 눈길을 끌었다. /연합뉴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10일 ‘헤어롤 해프닝’이 외신에까지 비중 있게 소개됐다. 미국 AP통신은 이날 머리 위에 핑크색 헤어롤 두 개를 얹은 이 권한대행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한국인 여성 재판관이 자기 일에 헌신하는 여성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선고 시간보다 3시간 전 출근한 이 권한대행이 ‘깜박 잊고’ 머리에서 헤어롤을 제거하지 않은 채 차량에서 내렸고, 이 사건이 한국 포털사이트 검색어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여성의 몸무게 같은 외적인 모습을 가혹한 농담 소재로 삼는 일이 빈번하다”면서 “그러나 이 권한대행의 모습은 아시아권 국가에서 ‘일하는 여성’의 모습을 되짚어 보는 순간이 됐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지적하는 일도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과도 비교했다.
외신은 지난 2014년 수백 명의 학생이 사망한 세월호 참사일에 박 전 대통령은 전속 미용사를 불렀고 첫 긴급회의 자리에 거의 ‘완벽한’ 머리 상태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반면 이 권한대행은 탄핵심판 선고기일이라는 중요한 날임에도 스타일리스트를 고용하거나 미용실에 들르지 않고 스스로 머리를 손질하는 소박한 모습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AP통신은 “이 권한대행은 헌재 8인 재판관 중 유일한 여성”이라며 “그가 만장일치로 선고된 박 전 대통령 탄핵 결정문을 낭독했다”고 덧붙였다. [김서연 기자 wk@seoul.co.kr]
'헤어롤' 출근..이정미 대행도 긴장시켰던 '운명의 날'
SBSㅣ김정기 기자ㅣ입력 2017.03.10 20:15 댓글 506개
<앵커> 오늘(10일) 아침에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 대행이 미용 도구를 머리에 꽂은 채 출근하는 모습이 하루 종일 화제였죠. 얼마나 긴장했으면 그랬겠냐, 아니다. 모종의 신호다, 해석이 분분했습니다. 김정기 기자입니다.
<기자> 오늘 아침 7시 50분 헌법재판소 앞.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조용호 재판관 등에 이어 5번째로 출근합니다. 이 권한대행이 빠른 걸음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기자들의 카메라 셔터가 일제히 터졌습니다. 그런데 머리 위에 분홍색 미용 도구가 보입니다. 바로 머리에 볼륨을 주기 위해 여성이 즐겨 사용하는 '헤어롤'입니다. 이 권한 대행은 평소 집에서 머리를 손질하고 출근했지만, 오늘은 출근 시간을 앞당기면서 이동 시간을 활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탄핵 선고에 집중한 나머지 헤어롤을 빼고 차에서 내린다는 것을 깜빡 잊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통령 탄핵 심판이란 운명의 날인 만큼 긴장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인터넷에선 2개의 헤어롤 모양이 헌재 재판관 8명, 만장일치 탄핵 인용을 암시한 것이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결정문을 낭독하는 이 권한 대행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침착했습니다.
[이정미/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 대의 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의 정신을 훼손한 것입니다.] 시민들은 헤어롤 해프닝이 오직 일만 생각한 이 권한대행의 아름다운 실수였다며 그동안 고생한 헌재 재판관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영상편집 : 오노영) [김정기 기자kimmy123@sbs.co.kr]
헤어롤 2개 단 채 출근 '국민 화제'된 이정미 대행
중앙일보ㅣ김현예.우상조.윤호진ㅣ입력 2017.03.11 02:00 수정 2017.03.11 07:19 댓글 327개
↑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오른쪽)이 10일 오전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이 권한대행의 머리 위에 분홍색 헤어롤(원 안)이 보인다. [사진 우상조 기자]
13일 퇴임하는 헌재소장 권한대행 살해 위협에도 흔들림 없이 심리
주변선 "법리에 충실, 합리성 중시"
부산고법 부장판사로 승진 발령 땐 아이들 뒷바라지 위해 사표 고민도
10일 오전 7시50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검은색 에쿠스 한 대가 들어섰다. 차문이 열리고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이어졌다. 이정미(55)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었다. 그는 말없이 취재진을 향해 목례를 하곤 바삐 걸음을 옮겼다. 불과 열 발짝 남짓한 사이 사복경찰에 에워싸인 그의 모습은 취재진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뒤 ‘이 권한대행의 출근길’이란 사진 한 장이 화제에 올랐다. 분홍색 헤어롤 두 개가 뒷머리에 매달려 있는 사진이었다. 한 법조인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 선고를 앞두고 긴장한 나머지 실수한 것 같다”며 “인간적인 모습으로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 권한대행은 지난 1월 31일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퇴임한 뒤 소장 권한대행에 선출됐다. 헌정 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심판이란 중차대한 상황에서 그것도 ‘8인 체제’의 비상 헌재를 이끌어왔다. 이 권한대행은 극렬한 대립이 벌어진 탄핵 찬반 여론 속에 살해 위협까지 받으면서도 흔들림 없이 심리를 진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권한대행과 함께 근무했던 한 법관은 그를 ‘외유내강(外柔內剛)’형 인물로 평가했다. “외부로 밝히지 않을 뿐 자기 생각이 분명한 사람으로 온건하고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것이다.
지난 석 달간 대통령 탄핵 재판 과정 중에서도 그런 면모가 드러났다. 재판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 김평우 변호사로부터 “왜 헌법재판관씩이나 하느냐”는 막말을 들었지만 법정 퇴장으로 응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권한대행이 여성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된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임명했단 이유로 중도진보로 평가받기도 하지만 법리에 충실하고 합리성을 중시하는 전형적인 법관”이라고 평했다.
이 권한대행이 처음부터 법관의 길을 꿈꾼 것은 아니었다. 경남 마산여고 출신인 그는 수학선생님을 꿈꿨지만 고3 시절이던 1979년 법관으로 진로를 바꿨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집 근처에서 과격한 시위가 일어났다. 어떤 방향이 사회가 올바로 가는 길일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려대 법학과에 진학한 이 권한대행은 84년 사법시험(제26회)에 합격했다. 그의 연수원 동기는 “말수가 적고 착실한 친구”라고 회상했다. 당시 별명은 ‘소외(訴外) 이정미’. 소외는 소송에서 소송 당사자인 원고와 피고가 아닌 제3자를 뜻하는 법률 용어다. 연수원 교수들은 늘 말없이 공부만 하는 공부벌레 이 권한대행에게 재미삼아 이런 호(號)를 붙였다.
법관으로서 최고 영예인 헌법재판관까지 올랐지만 여성으로서의 삶은 여느 ‘일하는 엄마’와 다를 바 없었다. 한 동료 법관은 2010년 이 권한대행이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했을 때 축하전화를 걸었더니 “사표를 냈어야 했나 보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놀랐다고 했다. 이 권한대행은 당시 중학생 자녀 둘을 키우고 있었는데 한참 엄마손이 필요할 때 지방으로 내려가야 하니 판사직을 내놔야 하나라는 고민이 되더라는 것이다. 이 권한대행은 사표를 내는 대신 주말마다 비행기로 서울을 오가며 아이들을 보살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데 어려웠다. 늘 보따리를 들고 다녔다. 애들이 자면 일을 하고, 아니면 새벽에 일어나서 일을 했다. 잠은 짬짬이 잤다”고 말했다.
가수 윤종신 “헤어롤, 짠하고 뭉클”
헌재의 탄핵 결정 후 전여옥 전 국회의원은 블로그에 “뒷머리에 클립을 하고 출근하는 장면. 이것이 바로 일하는 여성의 진짜 모습”이라며 “이정미 권한대행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가수 윤종신씨는 인스타그램에 “이 모습이 얼마나 짠하고 뭉클했는지, 재판관님들 그동안 너무 고생하셨고 상식과 우리 모두를 위한 이 아름다운 실수를 잊지 못할 겁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이 권한대행은 오는 13일 30년간의 법관 생활을 마친다.
[글=김현예·윤호진 기자 hykim@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XP셔터스토리]
'탄핵심판의 날' 이정미 재판관, 핑크 헤어롤과 함께한 출근길
엑스포츠뉴스ㅣ2017.03.10 09:47 / 기사수정 2017.03.10 09:51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인 10일 오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서울 양재동 헌법재판소로 출근했다. 경호를 받으며 출근하는 이정미 권한대행. 그런데...뒷머리에 무언가 꽂혀있는 것이 보인다. 헤어롤을 한 채로 출근한 이정미 권한대행. 그의 긴장감과 조급함이 여실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날 오전 11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정미 권한대행의 재판개시 선언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운명적 탄핵심판 인용 선고가 시작되었다. [lobelia12@xportsnews.com / 정리=채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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