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찬의 軍] "돈 먹는 하마?"..北 '창조도발' 맞선 군의 딜레마
세계일보ㅣ박수찬ㅣ입력 2017.04.16. 09:03 댓글 66개
서울시청에서 북서쪽으로 50여km 떨어진 휴전선 북측 지역에는 북한군이 수도권 공격에 투입하기 위해 배치한 장사정포 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가장 위협적인 전력은 서울 타격능력을 갖춘 170mm 자주포와 240mm 방사포다. 서울을 대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위력을 갖고 있지만 포탄 한 발의 가격은 기껏해야 수십만원 수준이다. 반면 북한 장사정포를 제압해야 하는 우리 군은 대화력전 체계 구축에 수천억원을 쏟아붓고 있다.
↑ 한국형 구축함을 위시한 해군 함정들이 기동훈련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해군 제공
↑ 한국공군의 차기 전투기 F-35A. 록히드마틴 제공
서북도서와 마주보고 있는 북한 황해도 해안 일대에는 북한군이 설치한 해안포와 방사포, 자주포 수백문에 배치되어 있다. 이 중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부터 쓰였던 76mm포를 비롯해 노후화된 전력이 상당수다. 하지만 이 포들은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당시 연평도 일대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군 당국은 서북도서를 지키기 위해 진지 강화, 대피소 건설, 추가 전력 배치 등으로 또다시 수천억원을 투입했다.
무기 도입으로 북한 도발 억제는 ‘한계’
냉전 종식으로 공산권이 무너진 직후인 1990년대부터 한반도의 군사적 대치 국면은 극적인 변화를 맞았다.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최악의 경제난을 겪은 북한은 자신들이 군사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핵무기, 탄도미사일, 특수전, 장사정포 등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비대칭 전력’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매우 저렴한 노동력과 군수산업을 국가가 독점한 덕분에 북한의 비대칭 전력 증강은 순조롭게 진행돼 핵, 미사일 전력을 담당하는 전략군을 운영할 정도로 비대칭 전력을 키울 수 있었다. 북한은 비대칭 전력을 확보한 2000년대 후반부터 우리 군의 허점을 찌르는 창의적 전술인 ‘창조도발’에 나섰다. 우리 군이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내세웠던 ‘창조국방’보다 10여년 먼저 군사 분야에 창조적 기풍을 불어넣은 셈이다.
1990년대까지 전면전에 대비한 지상전력 증강에 우선순위를 둔 우리 군도 2000년대부터는 북한의 비대칭 전략에 맞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그 대가는 매우 비쌌다. 유사시 북한 후방에 위치한 전략시설과 휴전선 일대 장사정포 제압을 명목으로 2014년 도입을 결정한 F-35A 40대의 가격은 7조3000억원에 달한다. 서북도서에 침투할 가능성이 높은 북한 공기부양정과 고속정 및 북한군 전차 제거용으로 도입된 AH-64E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 36대 가격은 1조8000억원, 2010년 천안함 사건 직후 북한 잠수함 탐지를 위해 도입한 AW-159 와일드캣 해상작전헬기 8대는 4000여억원이 투입됐다. 12대를 도입할 2차 해상작전헬기 사업까지 합치면 전체 사업비는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 해군의 신형 해상작전 헬기 와일드캣. 2차 사업도 조만간 가시화될 예정이다. 아구스타 웨스트랜드 제공
이같은 상황은 북한군의 도발에 방어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우리 군의 한계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군사력을 건설할 때 공격적인 성격보다 방어에 초점을 맞춘 군사력 건설에 필요한 비용이 훨씬 크다. 예를 들어 프랑스가 2차 세계대전을 앞둔 1936년 독일의 침공을 방어하기 위해 알자스-로렌 지방에 쌓은 마지노 요새는 건설과정에서 20조원 이상이 소요됐다.
북한의 비대칭 위협이 대두될 때마다 새로운 무기를 도입해 저지한다는 군 당국의 기존 방식은 북한에 비해 압도적 우위의 경제력을 가진 우리나라에게도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안겨줘 정부로 하여금 예산 삭감을 시도하게 한다. 이는 군 당국이 북한의 비대칭 위협을 대형 무기도입사업의 명분을 내세우면서 기존 전력 운용의 효율화 등 ‘저렴하지만 티가 잘 나지 않는’ 대안 마련을 소홀히 했던 것에 원인이 있다.
위력이 센 무기를 도입해 북한 위협에 맞서려는 군의 전략은 예산 사정을 고려해야 하는 정치권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군사적 긴장 고조는 국방비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경기부양과 복지에 필요한 재정 소요를 잠식한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했던 이명박 정부 시절 군과 청와대, 정부는 예산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2009년 8월 이상희 당시 국방부 장관은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에 국방 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편지를 보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의 국방예산 조정 의중을 읽고 있던 장수만 당시 국방부 차관과 충돌하면서 ‘하극상’ 논란이 일었다. 이 사건 직후 이 장관은 김태영 당시 합참의장에게 장관직을 넘기고 물러나야 했다. 현재는 핵실험 등 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국방예산 확보가 순조롭다. 하지만 다음달 출범할 차기 정부의 국가안보전략과 경제 전망 등에 따라 국방예산에 ‘메스’가 가해질 가능성은 남아있다. “국방예산 증가 폭을 억제하라”는 정치권의 요구가 강해질 경우 지난 10여년 동안 지속된 대형 무기도입 사업의 확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지난 4일 동해안에서 실시된 사격훈련에서 천무 다연장로켓이 불을 뿜고 있다. 육군 제공
軍, 뭔가 깨달은 것 같으나 갈 길은 멀다
군 당국도 첨단 무기 도입을 통해 힘을 과시하는 대신 실질적인 억지력 확보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이를 위해 북한 핵, 미사일 위협 대응에 초점을 맞추면서 육해공군 전력 증강은 기존 틀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군은 차기 정부 출범을 한 달 정도 앞둔 14일 2022년까지 238조원을 전력 증강에 투입하는 ‘2018~2022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했다. 국방 중기계획은 향후 5년 동안의 군사력 건설 및 운영에 대한 청사진으로 1년 단위로 수정한다. 북한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한국형 3축 체계 구축시점을 2020년대 중반에서 2020년대 초반으로 앞당겼다. 5년 간 10조2000억원이 투입되는 한국형 3축 체계는 북한이 도발 징후를 보이면 킬 체인(Kill Chain)으로 탄도미사일을 제거하고, 발사된 미사일은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로 요격하며, 정밀유도무기와 특수부대를 투입해 북한 지도부를 응징하는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구성되어 있다.
↑ 공군 패트리엇 지대공 미사일이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공군 제공
킬 체인의 가동에 필수적인 정찰자산 확보를 위해 3~4대의 정찰위성을 이르면 내년 상반기 해외에서 임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위성과 무인정찰기 등을 통해 확보된 정보를 빨리 처리하는 다출처 융합정보체계를 도입한다. 신호정보 수집체계인 백두 체계의 성능개량과 함께 북한 미사일을 탐지할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 2기를 새로 도입한다. 타격능력 보강 차원에서 170여발이 도입된 타우러스(TAURUS)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90여발 추가 도입한다. KAMD 구축을 위해 PAC-3 미사일을 추가 도입하며 국산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M-SAM)을 조기 전력화한다. KMPR의 핵심인 특수부대 침투자산 확보 차원에서 UH-60/CH-47 헬기를 야간 침투가 가능한 수준으로 개량한다. 특수작전용 무인정찰기(UAV)와 유탄발사기를 도입해 육군 특수전사령부에 배치한다. 서북도서 감시를 위한 UAV도 새로 반영됐다.
군 안팎에서는 2018~2022 국방중기계획이 보여주기식 화려함보다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진지하게 고려한 흔적이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 소식통은 “레이저 등 신무기가 전면에 등장했던 지난해와 달리 기존에 추진하던 계획을 앞당기거나 운용중인 무기의 성능개량이 대거 포함됐다”며 “이번 계획을 보면 ‘북한 도발을 기존 방식으로는 대처할 수 없다.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또다른 군 소식통은 “이번 계획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무인기와 위성”이라며 “서북도서에서 북한 황해도 일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무인정찰기와 특수작전용 무인기, 정보융합체계가 확보되면 기존 타격자산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지난 4일 동해안에서 실시된 사격훈련에서 KH-179 야포가 발사되고 있다. 육군 제공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적 환경은 국방중기계획의 한계로 지적된다. 국방부가 국방중기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차기 정부가 곧 출범한다는 점을 의식, 장기 소요로 분류된 전력증강사업을 국방중기계획에 적극 반영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새 정부의 국방개혁안이 확정되면 전력증강도 영향을 받는다”며 “새로운 사업을 반영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력증강사업들의 우선순위를 제대로 식별하지 못한 채 백화점식 나열에 그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빠듯한 예산 사정을 고려하면 한국형 3축 체계 구축에 필요한 수많은 사업 중 북한 위협 수준과 국내 기술 성숙도, 소요군의 요구사항, 비용 등을 종합해 어느 것을 우선순위에 놓을지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국방중기계획에서는 2018~2022년까지 진행한다는 모호한 표현에 그쳤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시 우리 군이 북한 방사포 등에 큰 피해를 입히지 못했던 것은 K-9 자주포의 성능이나 화력 부족이 아닌, 정찰자산의 부재로 북한군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말처럼 무기 전시장 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첨단무기를 사들였지만 이 무기의 위력을 극대화하는데 필요한 지원체계는 여전히 미숙하다.
우리 군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 동안 말 그대로 ‘돈잔치’를 벌였다. 하지만 잔치에도 끝은 있는 법. 9년에 걸친 돈잔치의 결과는 무기 운영유지에 필요한 후속군수지원비라는 명세서로 나타날 예정이다. 무기 도입비보다 수십배 비싼 후속군수지원비는 우리 군의 주머니 사정을 심각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예산 압박속에서 북한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 대북 억지력을 확보하려면 첨단무기 도입 대신 적은 예산으로 기존 무기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새로운 정부 출범을 앞둔 지금, 우리 군에 필요한 것은 고가의 첨단무기보다는 사고의 전환과 패러다임 혁신을 오래 지속할 의지다.[박수찬 기자 psc@segye.com]
北 김정은, 美 군사압박에 '마이웨이'... 또 "미사일 쏘겠다"
연합뉴스ㅣ입력 2017.04.16. 09:53 댓글 905개
서울=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가 김일성 주석의 105번째 생일(태양절)을 맞아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열병식에 신형 IC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 미사일은 고체연료 방식의 콜드 런치 ICBM으로 추정된다. /2017.4.15
열병식서 신형 ICBM 공개 이어 도발 계속…
"ICBM 1단체 시험하는듯"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북한이 16일 탄도미사일 발사를 시도한 것은 점점 조여오는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전날 열린 김일성 생일 105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3종의 ICBM을 공개한 데 이어 하루 만에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은 '해볼 테면 해봐라'는 김정은의 '마이웨이식'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이날 오전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미사일 1발의 발사를 시도했으나 지상 발사시설로부터 얼마 날지 못하고 실패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5일 같은 장소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도 비정상적으로 60여㎞를 날다가 동해에 추락했다. 군과 정보 당국은 두 미사일의 기종이 동일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5일 발사된 미사일에 대해 한미 군 당국은 KN-15(미국이 북극성 2형에 붙인 이름) 계열로 판단했으나 일각에서는 스커드-ER로 추정하고 있다.
한미가 애초 KN-15로 평가한 것은 신포 인근 해안가의 지상시설에서 발사되어 북극성 2형(2월 12일 발사 성공)의 안정화 시험을 했거나 '북극성 3형'과 같은 새로운 미사일 개발 시험에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북극성 2형을 바탕으로 신형 ICBM급인 북극성 3형을 개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하고 있다. 15일 열병식에서 한 축 바퀴가 7개인 트레일러에 실려 공개된 신형 ICBM이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북극성 3형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공개한 신형 ICBM 발사관에 들어갈 탄체를 개발하기 위해 신포 일대에서 이달 들어 2번째 발사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신형 ICBM 1단 추진체를 개발하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가 김일성 주석의 105번째 생일(태양절)을 맞아 15일 오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중인 열병식을 생중계하고 있다. 사진은 열병식에 첫 등장한 '북극성' SLBM 모습. /2017.4.15
만약 스커드-ER이라면 액체 엔진에서 고체 엔진으로 개량하는 시도였을 가능성도 있다. 사거리 120여㎞의 KN-02와 북극성(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2형만이 고체연료이고 스커드 계열과 노동미사일은 액체 연료를 사용한다. 고체 엔진은 연료를 주입하는 시간이 필요 없어 한미 첩보자산 노출을 피할 수 있고, 이동식발사대(TEL)에 탑재해 신속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북한이 고체 엔진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것도 이런 군사전략적 장점 때문이다.
ICBM에도 고체 엔진을 적용할 경우 미사일 안정화로 미국 본토까지 날려 보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북한이 끊임 없이 신형 엔진을 개발하고 시험하는 것도 이런 능력을 보여주려는 측면이 강하다. 군 당국은 북한이 오는 25일 인민군 창건 85주년을 전후로 또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하고 있다. 이달 안으로 ICBM 1단 추진체가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만약 북한의 ICBM이 비행에 성공한다면 미국의 대북 군사적 압박 강도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북한도 이에 맞서 6차 핵실험 등 전략적 도발로 맞설 가능성이 커 한반도 안보 상황은 여전히 안갯속에 놓이게 됐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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