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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대선

[소신투표] 26.06%, 1,100만 명 소신투표… '새 정부'에 열망 컸다

잠용(潛蓉) 2017. 5. 6. 12:41

1100만명 '소신투표'... '새 정부' 열망 컸다
동아일보ㅣ입력 2017.05.06. 03:03 수정 2017.05.06. 03:14 댓글 83개


[선택 2017 대선 D-3]사전투표율 26% 역대 최고 기록
세종-전남 34%.. 대구-제주 22%
남은 3100만명 표심 향배 주목

[동아일보] 대선에서 처음 도입된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가 1100만 명을 넘어섰다. 전체 유권자 4247만9710명 가운데 4, 5일 양일간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는 1107만2310명으로 투표율은 26.06%를 기록했다. 지난해 4·13총선 당시 사전투표율 12.19%보다 13.87%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사전투표율이 껑충 뛰어오르면서 최종 투표율이 1997년 대선(80.7%) 이후 20년 만에 80%를 넘어설지 주목된다. 2012년 대선 투표율은 75.8%였다. 지역별 사전투표율은 세종이 34.48%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전남(34.04%) 광주(33.67%) 전북(31.64%) 등 호남 3곳이 나란히 2∼4위를 차지했다. 이 지역의 높은 사전투표율이 호남 표심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득표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반면 사전투표율이 가장 낮은 곳은 대구(22.28%)였다. 이어 제주(22.43%)와 부산(23.19%) 순이었다. 영남의 양 축인 대구와 부산의 낮은 사전투표율을 두고 보수층이 막판까지 ‘전략적 선택’을 고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높은 사전투표율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헌정사상 처음 치러지는 대통령 보궐선거인 점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정치적 무관심이 높아지는 게 세계적 추세인데, 투표율이 올라간 건 지극히 예외적 현상”이라며 “국민의 힘으로 현직 대통령을 파면시킨 만큼 국민의 힘으로 새로운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참여 욕구가 극대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상의 ‘1차 투표’가 끝난 만큼 후보들은 9일 있을 ‘2차 본투표’에 대비하고 있다. 문 후보는 5일 경북 포항 유세에서 “최순실 박근혜 국정농단 공범들이 아무런 반성 없이 또 표를 달라고 하는 것은 국민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대구경북을 호구로 여기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후보는 선거 막판 ‘반문(반문재인) 정서’에 호소했다. 그는 “문 후보가 당선되면 60%의 국민은 당선 첫날부터 팔짱을 끼고 보고 있다가 조그만 실수라도 나오면 그때부터 광화문광장이 뒤집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문 후보의 아들 준용 씨의 한국고용정보원 특혜 채용 의혹에 다시 불을 지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마지막까지 보수 결집에 집중했다. 그는 “홍준표는 강성인데, 대통령 시켜놓으면 대한민국을 어떻게 끌고 갈까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며 “(하지만) 지금은 강한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나라를 제대로 끌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egija@donga.com / 포항·부산=유근형 기자]


최종 투표율 80% 넘을 가능성… 각 캠프 유불리 따지며 촉각
동아일보ㅣ이재명기자,홍수영기자ㅣ입력 2017-05-06 03:00 수정 2017-05-06 03:00


사전투표율 26.06% 껑충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이 넘는 유권자가 4, 5일 사전투표에 참여하면서 5·9대선에 대한 높은 열기가 확인됐다. 이제 관심은 최종 투표율이 1997년 대선(80.7%)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80%를 넘길지 여부다. 또 호남의 높은 사전투표율과 영남의 상대적으로 낮은 사전투표율 등이 후보들의 최종 득표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전 포인트다.



최종 투표율 20년 만에 80% 넘나?

사전투표율 26.06%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조차 예상하지 못한 수치다. 중앙선관위가 지난달 28, 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사전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응답은 20.9%였다. 일반적으로 실제 투표자는 여론조사 수치보다 낮아 중앙선관위도 사전투표율이 20%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종 투표율을 80% 안팎으로 가정할 경우 3분의 1가량이나 투표를 마친 셈이다. 


사전투표율이 예상을 뛰어넘은 건 이번 대선의 특수성과 함께 사전투표에 대한 국민 인식이 크게 높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에 따른 대선인 만큼 시민들의 참여의식이 높아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촛불 민심’과 ‘태극기 민심’이 격렬하게 충돌한 상황에서 대통령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양측 모두 투표 동인이 높다는 얘기다. 전국 단위 선거에서 사전투표를 세 번째 실시하면서 편리성이 많이 알려진 점도 연휴 기간 투표율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에 앞선 지난해 4·13총선은 사전투표율 12.2%에 최종 투표율 58.0%였다. 2014년 6·4지방선거 때는 사전투표율 11.5%, 최종 투표율 56.8%였다. 둘 다 사전투표율이 최종 투표율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이번에는 이미 사전투표자가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을 넘어 ‘5분의 1 법칙’은 깨졌다. 이 때문에 중앙선관위는 최종 투표율이 80%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전투표에 앞서 지난달 25∼30일 실시한 재외국민 투표에서도 역대 최다인 22만1981명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은 75.3%였다. 이는 2012년 대선 때(71.1%)보다 4.2%포인트 오른 수치다. 18대 대선 최종 투표율은 75.8%였다. 여기에 재외국민 투표율 상승치를 단순 합산하면 정확히 80%다. 지난 대선 때는 사전투표가 없었다.



높은 사전투표율, 누구에게 유리할까?


흥미로운 사실은 앞서 두 차례 선거에서 사전투표 결과와 최종 결과가 거의 일치했다는 점이다(그래픽 참조).  각 후보 진영은 높은 사전투표율이 최종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13총선 때도 호남 지역의 사전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사전투표 개표 결과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국민의당이 전남에서 45.75%, 전북에서 42.11%를 득표해 더불어민주당(각각 32.98%, 33.06%)을 앞섰다. 최종 득표율에서도 이런 추세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호남의 높은 사전투표율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지켜볼 대목이다.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5일 “사전투표율이 호남에서 높은 것은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안 후보가 빡빡하게 붙고 있다는 의미”라며 “나한테 좋은 것”이라고 했다. 호남표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문, 안 후보 양쪽으로 적당히 나뉠 경우 자신에게 나쁠 게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부산과 대구의 사전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게 아직 마음을 못 정했기 때문인지, 투표 의욕이 떨어졌기 때문인지 지켜봐야 한다. 지난 총선 당시에도 부산과 대구의 사전투표율이 가장 낮았다. 이때 사전투표에서 새누리당이 얻은 비례대표 득표율은 부산 36.23%, 대구 46.84%로 대구에서조차 과반을 얻지 못했다.


높은 사전투표율을 두고 유권자들이 ‘소신 투표’에 나선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누가 좋아서라기보다 누구를 떨어뜨리기 위해 투표하는 이른바 ‘전략적 투표자’들은 아무래도 막판까지 후보를 저울질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정의당 심상정 후보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처럼 상대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은 후보에 대한 소신 투표가 늘었다면 ‘1강(强)-2중(中) 후보’의 득표율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사전투표는 연휴 기간 중 이뤄져 투표율 상승은 당연한 결과”라며 “이를 두고 각 후보 측이 유불리를 따지는 건 오히려 표심을 왜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홍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