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의원 -모두를 울린 "운명" 시낭송-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 2017.5.20 시민문화제)
"운명" (殞命) / 도종환
당신,
거기서도 보이십니까?
산산조각 난 당신의 운명(殞命)을 넘겨받아
치열한 희망으로 바꾸어 온
뜨거운 순간들
순간의 발자국들이 보이십니까?
당신
거기서도 들리십니까?
송곳에 찔린 듯 아프던 통증(痛症)의 날들
그 하루하루를 간절함으로 바꾸어
이겨낸 승리
수만 마리 새떼들 날아오르는
날갯짓 같은 환호(歡呼)와 함성(喊聲)
들리십니까?
당신이 이겼습니다
보고싶습니다
당신 때문에
우리가 아팠습니다
당신 떠나신 뒤로
야만(野蠻)의 세월을 살았습니다
어디에도 담아둘 수 없는 슬픔
어디에도 불지를 수 없는 분노(忿怒) ·
촛농처럼 살에 떨어지는 뜨거운 아픔을
노여움 대신 열망(熱望)으로
혐오 대신 절박함으로 바꾸며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해마다 5월이 오면
아카시꽃 하얗게 지는 5월이 오면
나뭇잎처럼 떨리며
이면(裏面)을 드러내는 상처(傷處)
우리도 벼랑 끝에
우리 운명(殞命)을 세워두곤 했다는 걸
당신도 알고 계십니까?
당신의 운명(殞命)으로 인해
한순간에 바뀌어버린 우리의 운명(運命)
고통스런 운명을 숙명으로 받아드리며
지금 우리
역사의 운명을 바꾸고 있습니다
시대의 운명을 바꾸고 있습니다
타오르되 흩어지지 않는 촛불처럼
타오르되 성찰하게 하는 촛불처럼
타오르되 순간순간 깨어있고자 했습니다
당신의 부재(不在)
당신의 좌절(挫折)
이제 우리 거기 머물지 않습니다
당신이 이루지 못한 꿈
당신이 추구하던 의롭고 따뜻하고
외로운 가치(價値)
그 이상(以上)을 그 너머의 별을
꿈꾸고자 합니다
그 꿈을 지상(地上)에서
겁탁(劫濁)의 현실 속에서
이루고자 합니다
보고싶은 당신
당신의 아리고, 아프고, 짧은
운명(殞命) 때문에
많은 날 고통스러웠습니다
보이십니까?
당신이 이겼습니다
당신이 이겼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우리들이
우리들이 이겼습니다.
(한자는 이해를 돕기 위해 편집자가 첨부했습니다)
---------------------------------
* 운명(殞命) :
'사람사는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노무현사저 공개] 5월부터 매일 개방… 박물관 등록 준비 (0) | 2018.05.01 |
|---|---|
| [이재명] "盧에 가장 먼저 알리고 싶었다" (0) | 2018.03.24 |
| [노무현 8주기] 오늘 故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 [생중계] (0) | 2017.05.23 |
| [美 CIA문서] "5·18 때 북한 개입하지 않았다" (0) | 2017.04.05 |
| [스크랩] 박정희는 일본군이 아니었음을 입증한 김대중 (0) | 2016.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