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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민속·역사

[스크랩] 한민족이 해질 무렵에 결혼식을 시작했던 이유

잠용(潛蓉) 2018. 1. 23. 09:22

 

 

한민족이 해질 무렵에 결혼식을 시작했던 이유

결혼식()' 황혼()’

 

한민족의 전통 결혼식은 원래 밤에 거행됐다고 한다. ‘고려사춘관통고라는 문헌에는 한민족의 결혼식이 저녁, 곧 밤낮이 교차되는 때에 시작됐다고 기록하고 있다. 결혼을 의미하는 ()’ 이라는 한자 자체가 저녁을 뜻하는 어두울 혼()’ 을 포함하고 있다. 중국의 백호통이라는 문헌에도 결혼식은 저녁에 치른다는 기록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유대인의 결혼식 역시 저녁에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스라엘과 중국 등과 동일하게 한민족도 결혼식을 밤에 치렀던 이유는 무엇일까.

 

저녁에 시작된 결혼식

 

중국 백호통이라는 문헌을 보면 ()이란 혼시(昏時: 어두워질 무렵)에 예()를 올린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나와 있다. 곧 밤낮이 교차되는 시기에 올리는 예식이라 해서 혼례(婚禮)’ 라고 한다는 것이다.

 

 

▲ 혼례에 앞서 양가(兩家)의 어머니가 나와 푸른색, 붉은색의 초에 불을 밝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초가 바로 화촉(華燭)이다. 결혼 청첩장에도 '두 사람이 양가(兩家)의 친지(親知)를 모시고 화촉을 밝히게 되었사오니…….'라고 쓴다. 화촉을 밝힌다는 말은 결혼한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결혼을 뜻하는 혼인할 혼()' 자는 과거에는 해질 무렵을 뜻하는 ' 이라고만 적었다. 갑골문의 형태로 보면 이 글자는 자와 자로 구성되는데, 해가 사람의 키 높이 정도까지 내려와 있는 시간을 뜻하는 글자였다. 따라서 처음에는 결혼식이 치러지는 시간인 해질 무렵을 뜻하는 자로 결혼하다는 뜻을 나타내다가 후에 를 더해 이라 쓰게 된 것이다. 저녁결혼식에 대한 이러한 내용은 수호전’(水滸傳)이나 시경’(詩經)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주나라의 고서인 의례(儀禮)’ 에도 결혼은 저녁에 치렀던 예식이라고 얘기한다. ‘()’ 자는 다소곳이 꿇어앉은 여자의 형상인 와 황혼 녘을 뜻하는 으로 구성돼 있다. 이것은 신부의 집에서 날이 저물 무렵 혼례식을 올렸다 해서 만들어진 글자라는 설명이다. 또 글자에서 볼 수 있듯이 혼인은 여자 중심의 의식이었다는 것이다.

 

 

▲ 한민족의 혼례는 밤에 치뤄졌다. 어두운 밤이니 혼례 할 때 화촉(華燭)을 밝혔고, 신랑 신부가 첫날 밤을 지내는 신혼 방에서도 사용했는데, 여기서 나온 말이 화촉동방(華燭洞房)이다

 

 

한민족의 전통 저녁 혼례식

 

한민족의 혼례식은 원래 밤에 치러졌다고 한다. 신라 북사(北史)’ 라는 책에는 신부가 저녁()에 시집에 가 시부모에게 절하는 것으로 예식이 시작된다고 기록돼 있다. ‘고려사에는 우리나라의 법이 혼석(婚夕)에만 화촉을 켰다는 내용으로 보아 고려시대에도 혼례를 밤에만 치른 것으로 알 수 있다.

 

조선조의 예법을 적은 춘관통고(春官通考)’ 라는 책에서도 신랑이 저녁에 닭을 안고 신부집에 가 올리는 혼례가 중도에 이지러진 것을 명종 때 서화담이 바로 잡았다는 내용이 있다. 또 결혼을 의미하는 말로 화촉(華燭)을 밝힌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결혼식이 저녁에 시작됐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스라엘 유대인의 혼례식

 

현대의 이스라엘 민족도 결혼식을 대개 저녁에 시작한다. 한 예로 이스라엘 민족의 지혜의 저자인 건국대 류태영 교수는 자신이 받은 결혼 청첩장의 일부 내용을 소개했다. 1978610일 목요일 오후 7시에 하이파 시() 헤르젤 가() 41번지에 있는 이라는 결혼회관에서 식을 올립니다.이 내용을 볼 때 현대 유대인들도 저녁 해질 무렵(오후 7)에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건국대 최명덕 교수는 결혼식이 오후 늦게 행해지는 이유를 유대인의 하루에 개념에서 찾는다. 유대인에게 있어 하루는 저녁 해지는 시간부터 시작해 다음날 해지는 시간에 끝난다. 곧 결혼은 하루를 시작하는 해 지는 시간에 시작한다는 것이다.

 

 

▲ 어느 유대인의 결혼식에 신랑의 모습. 뒤에 배경을 볼 때 해 질 무렵에 결혼식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대인의 전통에 따르면, ‘결혼식 날은 신랑 신부의 지난날의 모든 죄가 용서되는 날이며, 동시에 완전히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날로 인식돼 있다는 것. 따라서 신랑과 신부는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하루의 시작인 해질 무렵에 결혼식을 올린다는 얘기다.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

 

저녁 결혼식에 대한 얘기는 성경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야곱이 삼촌 라반의 큰 딸인 레아와 결혼식을 올린 것도 저녁이었다(29:21-25).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간 열 처녀의 얘기에서는 저녁 혼례식 이후 진행된 혼인잔치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25:1-14).

 

 

▲ 현대 이스라엘의 결혼식 장면. 전통에 따라 결혼식이 저녁에까지 이르고, 신랑과 신부가 있는 곳에는 장막이 쳐져 있다. 남자 하객들은 스트라이멜(유대인의 챙이 없는 둥근 모자)을 썼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은 왜 결혼식을 해질 무렵에 시작했을까. 이스라엘의 하루는 해질 무렵인 저녁 시간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창세기 1장에서도 6일 동안의 창조사역이 완성될 때마다 하루를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라고 기록하고 있다(1:5, 8, 13, 19, 23, 31). 곧 하루의 시작을 저녁으로 본 것이다.

 

또 성경은 결혼은 타락한 인류가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것을 상징한다(62:5, 9:15, 21:2, 9). 그렇다면 이스라엘의 저녁 결혼식은 타락했던 인류가 예수를 믿음으로 새 삶을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1:5, 8:12, 26:18, 13:12, 5:8). 따라서 본래 한민족의 전통이었다는 저녁 혼례식도 죄 없이 새롭게 시작한다는 사상을 포함한 예식이 아니었을까.

    

출처 : 한민족역사정책연구소
글쓴이 : 빛내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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