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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지방선거

[정계개편] 지방선거 이후, 세 남자의 운명은?

잠용(潛蓉) 2018. 6. 9. 16:22

지방선거 이후, 세 남자의 운명은?
경향신문ㅣ이하늬 기자ㅣ2018.06.09. 13:00 댓글 368개


지방선거 이후, 세 남자의 운명은?

[경향신문] 선거는 전쟁이다. 전쟁 이후 여의도 정치판은 엄청난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6·13 지방선거와 관련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에게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이들은 여당 바람이 부는 가운데 이에 맞서고 있는 야당의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자유한국당의 목표는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6곳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한국당이 갖고 있는 광역단체장 수와 일치한다. 애초 7곳이었으나 홍 대표 본인이 경남도지사에서 사퇴하면서 6곳이 됐다. 홍 대표는 ‘6곳 확보’에 실패할 경우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해 왔다. 홍 대표는 지난해에도 “6개 못 지키면 집에 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당이 소정의 성과를 낼 경우, 홍 대표 체제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홍 대표에 대한 호불호는 갈리지만 지금 한국당에는 홍 대표만큼 스타성 있는 사람이 없다”며 “지방선거에서 목표를 달성할 경우, 어려운 상황에서도 홍 대표니까 이 정도라도 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홍 대표 체제가 장기화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당분간 홍 대표 체제가 유지되겠지만, 한국당 전체 입장에서 본다면 한국당은 숨만 붙어 있는 당이 된다. 보수정치인 누구도 그런 상황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한국당은 집권을 노리는 당이다. 홍 대표 체제로는 집권이 어렵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권호욱 기자. 청와대 사진기자단    


자유한국당 홍 체제 장기화 힘들 듯

한국당이 예상보다 나쁜 성적을 받게 된다면, 홍 대표 책임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최 평론가는 “야권 혹은 보수진영에서는 홍 대표가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주는 게 가장 좋은 그림이다”라며 “홍 대표가 무언가에 개입하려고 하면 실패한 수장이 버티려고 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한국당이 어떤 행보를 보이든 홍 대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책임은 져야겠지만 홍 대표가 만만하게 뒤로 물러설 것 같지는 않다”며 “홍 대표는 그동안 당을 장악하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한국당 당협위원장 공천 당시 일었던 ‘친홍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시 한국당은 62명의 당협위원장 자격을 박탈하고 교체했다. 기초의회 단위에서는 홍 대표의 영향력·조직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당 패배는 야권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한국당 의원은 6월 3일 “지방선거가 끝나면 마음을 비우고 분열된 보수를 통합시키겠다”는 발언을 했다. 최 평론가는 이에 대해 “선거운동 중에 선거 이후를 대비하는 발언은 안 하는 게 보통이다”라며 “홍 대표 이후를 준비하는 그룹이 있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실제 홍 대표는 당 중진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김 평론가는 “김 의원은 자신이 한 발언에 대한 파장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라며 “지방선거 이후 보수통합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때 자신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윤 실장은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일부는 통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조건 합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며 “간판을 바꾸든지, 대표를 바꾸든지 새판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른미래당, 분화할 것인가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의 사정도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안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미있는 성과는 ‘30% 이상을 확보한 2위’ 정도를 의미한다. 안 후보 사정은 여러 모로 좋지 않다. 신생정당에 소속된 데다가 그 안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 평론가는 “바람을 타도 어려운 선거인데 오히려 본인이 찬물을 끼얹는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안 후보가 지난 대선에서 의외의 성적으로 패한 만큼, 이번 지방선거가 안 후보의 정치생명과 연결된다고 입을 모았다. 윤 실장은 “선거 결과가 안 좋으면 일단은 조금 쉬어야 한다. 하지만 안 후보가 평생정치를 선언한 만큼 정계에서 아예 퇴장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보수진영 정계개편을 할 때, 안 후보가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는 ‘안철수’라는 정치브랜드가 가지는 이미지가 있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안 후보가 이번에도 좋지 않은 성적을 받는다면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것이다. 당에서 안 후보 지분은 증발할 가능성이 높다”며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당분간은 정계를 떠나 있어야 하고 새로운 모색을 해야 한다. 초창기 안 후보의 모습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때 부활을 모색해야 한다. 대선 이후 행보를 반복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대선 이후 사실상 ‘자숙기간’ 없이 행보를 이어갔다.


일각에서는 자숙기간이 안 후보 본인에게 좋을 게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 평론가는 “안 후보가 그동안 잔뼈를 키워서 ‘강철수’라는 말까지 듣게 됐다”며 “안 후보는 민주평화당에서 호남이 자신의 패가 아니라고 판단한 이후, 자신의 세력을 만들기 위해 바른정당과 통합했다. 자숙기간을 가진다 해도 판이 다 짜여지기 전에 정계에 돌아오려고 할 것이다. 더 늦어지면 세력 확보가 어렵다”고 말했다.


박지원 운신 폭에도 관심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안 후보의 참패는 곧 바른미래당의 와해국면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민평당으로 다시 돌아가는 의원, 한국당으로 가는 의원,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 세력, 그리고 안 후보 세력. 모두 네 갈래로 찢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제는 유 대표의 경우, 한국당이 쇄신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한국당으로 갈 수도 있지만 안 후보는 한국당이나 민평당 어디로도 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쌓아야 한다.


반면 박지원 민평당 의원은 이런 상황을 여유롭게 지켜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민평당은 광역단체장에서는 전망이 밝지 않으나 시장이나 구청장, 군수 등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 중심으로 약진하고 있다. 민주평화당 관계자는 “지방선거 이후 다른 당은 변화가 많을지 모르나 여기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기초는 나름 많이 당선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엄 소장은 “민평당이 약진하고 있는 곳이 ‘서남벨트’다. 서남벨트의 핵심이 바로 박지원 의원이다”라며 “지방선거 이후 민평당은 독자생존이 가능할 정도의 지역기반을 구축하게 될 것이고, 2020년 총선까지 갈 힘을 얻게 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박지원 리더십’의 재평가다. 이런 결과가 나올 경우, 국회에서 민평당의 위치는 상당히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최 평론가는 “지금 국회에는 친정부 성향의 캐스팅보트인 민평당과 반정부 성향의 캐스팅보트인 바른미래당이 있다. 지방선거 이후 바른미래당 의원 일부가 민평당으로 돌아간다면 힘의 균형이 민평당으로 쏠릴 것이다”라며 “민주당은 의회 과반을 확보하기 위해 합당까지는 아니어도 우호적 관계를 잘 유지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민평당이 이번 선거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받는다 해도 민주당과 합당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김 평론가는 “당 통합을 하려면 민주당에서 민평당에 뭔가를 줘야 하는데 그러기는 싫을 것이고, 정치 9단인 박지원 의원이 아무런 조건 없이 통합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실장 역시 “민주당 입장에서 민평당은 굳이 당을 합치지 않아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