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수돗물 '발암물질' 검출에 시민들 분노...
"발암 물질로 분유 태워 먹였다"
중앙일보ㅣ배재성ㅣ2018.06.22. 17:14 수정 2018.06.22. 17:16 댓글 5159개
▲ 22일 오후 경북 구미하수처리장에서 방류한 물이 낙동강으로 합류하고 있다. 대구상수도사업본부는 "구미하수처리장 방류수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 과불화화합물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과불화헥산술폰산이라는 과불화화합물이 배출된 것은 사실이지만 발암물질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22일 대구 수돗물 사태가 확산하면서 대구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대구 수돗물 사태에 대한 정확한 규명과 책임자를 처벌해 달라는 등 관련 항의가 쇄도하고 있다. 22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 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대구시 수돗물 발암물질 검출”이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정수도 안 되고 끓여도 안 되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생활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물인데 낙동강 물이 이 지경이 되도록 뉴스에 한 번도 나오지 않고 심지어 인터넷 뉴스에도 올라오지 않는 게 정상인가?”며 되물었다. 그는 “TBC에서 딱 한 번 뉴스에 나온 것이 전부”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제까지 제 아기에게 발암물질로 분유 태워 먹니 고 그 물로 밥을 지어 먹이고, 씻기고, 옷을 빨아 입히다니…생각만 해도 화가 치솟는다”라며 “빠른 대안을 마련해주시고, 대구시민들이 알 수 있게, 전 국민이 알 수 있게 투명하게 밝혀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해당 청원글은 이날 오후 5시 기준, 2만 9339명의 참여를 얻었다.
[청와대 국민 청원페이지 캡처]
앞서 TBC 대구방송은 21일 대구상수도사업본부 ‘과불화화합물 대책’이라는 제목의 문건 내용을 입수해 보도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대구 매곡·문산 취수장에서 8종의 과불화화합물을 검사한 결과 과불화헥산술폰산 수치가 낙동강 원수에선 152.1~169.6ppt, 정수된 수돗물에선 139.6~165.6ppt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대 산학협력단 연구보고서 등에 따르면 낙동강을 상수원으로 하는 대구 수돗물의 과불화화합물 농도는 78.1나노그램(ng)이었다.
이 같은 수치는 한강을 식수원으로 하는 서울 수돗물의 15ng과 비교해 5배가량 높다. 부산은 대구보다 더 높아 수돗물 과불화화합물 농도가 리터당 109ng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학협력단은 지난해 1∼2월 전국 행정구역별로 가정 수돗물을 수거해 분석했다. 대구상수도사업본부가 지난 20일 구미하수처리장 방류수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는 과불화화합물 농도가 리터당 100ng이었다. 과불화화합물을 아직 먹는 물 수질 기준으로 설정한 나라는 없으며 권고기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상수도사업본부는 “과불화헥산술폰산이라는 과불화화합물이 배출된 것은 사실이지만 발암물질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상수도사업본부는 “환경부가 배출원이 된 구미공단 내 관련 업체를 확인하고 시정조치를 했으며 이후 관련 농도가 낮아졌다”고 덧붙였다. 과불화화합물은 지난달 29일 환경부가 라돈과 함께 수돗물 수질 감시항목으로 새로 지정한 물질이다. [배재성 기자 hongodya@joongnag.co.kr]
[현장] '생수대란' 빚어진 대구... 시민들 "물 대신 콜라 마실 판"
중잉일보ㅣ김정석.김윤호ㅣ2018.06.22. 19:31 댓글 1437개
대구시 서구 상리동에서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이승엽(33)씨는 오전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손님들이 몰려와 저마다 생수를 쓸어담는 통에 금방 동이나고 말았다. 이씨는 "사정을 알고 보니 간밤에 대구 수돗물에서 정수도 안 되는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뉴스가 나왔다고 하더라"며 "생수를 많이 팔아서 당장은 좋지만 앞으로 수돗물 먹기가 불안하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낙동강수계에서 유해물질인 과불화화합물이 다량 검출됐다는 소식에 지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이 신종 유해물질이 끓여도 잘 분해되지 않고 고도정수처리시설에서도 거의 걸러지지 않는다고 알려지면서다.
이준수(29·남구 대명동)씨는 "끓여도 위험하고 정수기도 안 된다고 하니 불안하다. 여름에 더운데 이제 물도 못 마시는 거냐. 주변에서도 벌써 콜라 같은 음료수를 사다 먹고 있다"고 전했다. 주부 최모(59·달서구 송현동)씨는 "집 앞 수퍼마켓에 생수를 사러 갔더니 매진이었다. 앞으로 가족들 식사는 어찌 챙겨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어린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주부 김효주(30·여)씨는 "미세먼지가 난리더니 이번에는 먹는 물이 문제라고 해서 황당하다"며 "이제까지 자녀들에게 독밥을 지어 먹인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대구시 달서구 한 한우전문점은 발빠르게 대응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23일 가게 문을 열기 전 생수 20박스를 구입해 식당 입구에 비치, 손님들에게 생수를 따로 사서 쓰는 모습을 보여주기로 했다. 대구시 수성구 한 편의점 직원은 "생수가 다 팔려나가고 콜라나 주스 같은 음료수까지 계속 팔려나간다. 수돗물 위험하다고 하니 전부 음료수를 사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시민들이 이처럼 수질 안전에 불안감을 느끼는 데는 1991년 '낙동강 페놀 사태'가 한몫했다. 당시 수돗물에 악취가 나 식수 대란을 겪은 기억이 혼란을 더욱 키우면서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대구 수돗물 문제를 해결하라는 청원 글도 게시됐다. 청원인은 "정수도 안 되고 끓여도 안 되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생활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물인데 낙동강 물이 이 지경이 되도록 딱 한 번 뉴스에 나온 것이 전부"라며 "빨리 대안을 마련해 전 국민이 알 수 있게 투명하게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이 청원은 22일 오후 7시 현재 3만3000여 명이 동참했다.
▲ 22일 대구시 한 대형마트에서 한 손님이 카트에 생수를 가득 실어 놓은 모습. /대구=김윤호 기자
▲ 22일 대구시 한 대형마트에서 셍수 진열대가 비어있는 모습. 대구=김윤호기자
▲ 22일 오후 대구시청 상황실에서 먹는 물 안전 확보를 위한 대책회의가 열리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앞서 21일 낙동강수계에서 과불화화합물의 일종인 '과불화헥산술폰산(PFHxS)'이 다량 검출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과불화헥산술폰산은 낙동강수계 정수장에서 2016년까지 최고농도가 0.006㎍/L 수준으로 검출되다 지난해부터 검출수치가 증가(최대 0.454㎍/L)했다. 1㎍/L은 1L의 액체에 1조분의 1g의 성분이 함유돼 있다는 뜻이다. 환경부는 최근 과불화헥산술폰산의 배출이 의심되는 지역의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경북 구미시 구미국가산업단지 하수처리구역에서 과불화화합물이 주로 배출된다는 것을 파악한 환경부는 저감조치에 나섰다.
환경부 조사 결과 과불화헥산술폰산은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8일까지 구미하수처리장 방류수에서 하루 평균 5.8㎍/L 검출됐다. 이는 캐나다 권고기준(0.6㎍/L)보다 10배가량, 호주 권고기준(0.07㎍/L)보다 80배가량 많은 수치다. 환경부의 저감 조치로 구미하수처리장 방류수 과불화헥산술폰산 함유량은 지난 20일 기준 0.092㎍/L로 떨어졌다. 대구시는 안심하고 수돗물을 마셔도 된다는 입장이다.
김문수 대구상수도사업본부장은 22일 브리핑에서 "수돗물 사용에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며 발생원에 대한 조치가 지난 12일 완료돼 배출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상수도사업본부는 환경부가 과불화화합물을 꾸준히 감시해 왔고 지난해 12월부터 그 일종인 과불화핵산술폰산 농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배출원이 된 구미공단 내 관련 업체를 확인하고 시정조치를 했고 이후 관련 농도가 낮아졌다고 설명했다.[대구=김윤호·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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