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용의 타임머신... 영원한 시간 속에서 자세히보기

우주·지구·기상

[강원산불] 강원 산불 조기진화 뒤엔 '그들의 땀'

잠용(潛蓉) 2019. 4. 8. 07:32

산속 깊이 들어가 불길과 육탄전...

숨은 영웅 '공중진화대' 있었다
동아일보ㅣ속초=한성희 기자 입력 2019.04.08. 03:00 수정 2019.04.08. 04:11 댓글 17개


강원 산불 조기진화 뒤엔 '그들의 땀' 
강원 영동 일대가 화마로 뒤덮이던 4일 오후 7시 반경. 홍성민 씨(46)를 비롯한 산림청 강릉산림항공관리소 공중진화대원 11명이 미시령 입구에 도착하자 군데군데 불이 번지고 있었다. 홍 씨 등은 곡괭이처럼 생긴 ‘불갈퀴’를 들고 불길에 휩싸여 가는 산으로 돌진했다. 불갈퀴로 흙을 파헤쳐 불길을 덮고 가연물질을 제거하며 조금씩 정상으로 전진했다. 하지만 1m가량 불을 끄면 바람을 타고 30m 넘게 불이 번졌다. 인근 냇가에서 펌프로 물을 끌어와 필사적으로 뿌렸다. 지난해 말 위암 수술을 받은 김세환 씨(43)까지 나서 신발과 장갑을 새까맣게 그을리며 12시간 넘게 싸운 끝에 겨우 불길을 잡았다.



▲ 산림청 공중진화대원들이 4일 오후 강원 인제군 남면 야산에 난 불을 초기 진화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소방차 닿지 않는 곳 먼저 돌진

공중진화대원은 강원 산불 진화의 ‘숨은 영웅’이다. 전국 12개 산림항공관리소에서 이날 강원 산불 현장으로 투입된 대원 66명은 소방차가 닿지 못하는 산속 깊은 곳에서 불갈퀴와 소형 펌프만 들고 불과 싸웠다. 산불 진압 전문가인 이들이 모세혈관처럼 산속 곳곳을 누비지 않았다면 하루 만에 큰 불길을 잡기는 불가능했을 거라는 게 중론이다. 충남 청양산림항공관리소의 최관식 씨(28)는 앞서 3, 4일 전북 남원의 산불을 진압하자마자 5일 강릉 현장에 투입됐다. 대원들은 관할 지역이 아니어도 산불이 크면 어디든 출동한다. 전날 한숨도 못 잔 최 씨는 5시간을 운전해 강릉 옥계면 현장에 도착해 전국에서 온 다른 대원들과 합류했다. 새벽인 데다 바람이 강해 안전을 위한다면 낮까지 기다려야 했지만 산불 현장 앞이 시멘트 공장이라 자칫 대형 폭발이 우려돼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최 씨 등 대원 56명은 2개 조로 나눠 불을 잡으러 나섰다. 선봉대가 인근 냇가에서 펌프로 끌어온 물을 뿌리고 불갈퀴를 휘두르며 직진하면 후발대는 선봉대 양옆의 불길을 잡아줬다. 모두 한꺼번에 정상으로 돌진했다간 바람을 타고 번지는 불길에 고립될 수 있다. 6시간 사투 끝에 연기가 잦아들며 헬기가 불이 타오르는 지점에 정확히 살수할 수 있었다. 공중진화대원은 산림청 소속 6∼9급 공무원이지만 소방처럼 교대 근무할 인력은 없다. 강릉관리소를 제외한 10곳은 대원이 한 자릿수다. 2017년 6월 개소한 제주관리소에는 산불이 적게 난다는 이유로 대원이 없다. 특수수당도 월 4만 원이 전부여서 신입 대원 월급은 150만 원 남짓이다. 최 씨는 “가장 위험한 곳에 가장 먼저 진입하는 산불 전담 대원이란 사명감 하나로 일한다”고 말했다.


‘일당 10만원’ 특수진화대원도 맹활약

산림청 소속 계약직 대원인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의 활약도 빛났다. 관할 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특수진화대원 331명은 매년 2∼11월 계약직으로 활동한다. 출동할 때마다 일당 10만 원을 받는다. 이번 산불에서는 대원 183명이 소방관, 공중진화대원과 최일선에서 싸웠다. 양양국유림관리소 특수진화대원 양승현 씨(45)는 4일 밤 강원 속초 산불 현장에서 지름 40mm 관창(물을 뿌리는 노즐)을 들고 불길과 맞섰다.


강풍에 몸이 휘청거리면서도 다음 날 아침까지 사투를 벌였다. 강릉국유림관리소 신재웅 씨(51)는 새벽부터 소방호스를 1km 넘게 잇고 또 이어 산으로 끌고 올라갔다. 7일 자신을 특수진화대원이라고 밝힌 A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방관의 열악한 처우는 많이 알려졌지만 저희는 더 열악하다”고 밝히며 자신이 착용했다는 마스크 사진을 올렸다. 시중에서 약 2000원 하는 제품이었다. 서울∼양양 고속도로도 이번 화재 진압에 큰 역할을 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2017년 6월 서울∼양양 고속도로 개통 전에는 수도권에서 고성이나 속초로 가려면 영동고속도로를 통해 강릉을 거쳐 국도로 돌아가야 했지만 이번엔 최단거리로 출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속초=한성희 chef@donga.com / 고성=김민찬 기자]


"방독면도 없이 밤새 산불 잡았는데" 기간제 특수진화대의 한숨
서울신문ㅣ신형철 입력 2019.04.08. 03:36 댓글 538개

 

1~6월에만 채용.. 열악한 '특수진화대'
평소 병해충 등 업무… 산불땐 즉각 투입
일당 10만원에 성과급·퇴직금조차 없어
저가 마스크만으로 버텨도 관심 못받아

[서울신문] 강원 산불 진압을 계기로 ‘언성 히어로’(이름 없는 영웅)로 떠오른 ‘산불재난 특수진화대’의 열악한 처우가 도마에 올랐다. 산림청과 소방청, 지방자치단체 등에 나누어져 있는 산불 진압 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7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산림청은 산불 진압을 위해 특수진화대를 운영한다. 이들은 소방청의 경방(화재 진압) 대원과 같은 일을 한다. 하지만 소방관이 정규직인 것과 달리 특수진화대원은 매해 1~6월 6개월씩 일하는 기간제 노동자다. 이들은 계약기간 중 국유림관리소에서 근무하다가 산불이 나면 재난발생 지역에 투입된다. 특수진화대원들은 산불뿐 아니라 산사태, 병해충, 산림 훼손 등 산림과 관련한 대부분의 업무에 참여한다. 이번처럼 큰 산불이 나면 산속으로 들어가 진화 작업을 하는 ‘수색대’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고된 노동에 비해 처우는 열악하다. 산림청은 2016년부터 특수진화대를 자체적으로 뽑기 시작했다. 현재 특수진화대는 총 330명으로, 전국 5개 지방청과 20여개 관리소에 소속돼 있다. 특수진화대원은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를 하며 일당 10만원을 받는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법정수당만 수령하고 별도의 성과급과 다른 수당은 없다. 월급은 200만원도 되지 않고 퇴직금도 없다. 이날 페이스북에서는 자신을 특수진화대원이라고 소개한 A씨의 사연이 화제가 됐다. 그는 “산속에서 밤새 산불을 끄는 건 비정규직인 산림청 특수진화대인데 언론에 나오는 건 대부분 정규직 소방관이더라”며 “소방관의 열악한 처우는 많이 알려졌지만 저희 산림청 계약직 노동자들은 훨씬 더 열악하다”고 주장했다. 소방관들은 방독면을 쓰고 화재 현장에 들어가지만 A씨는 본인이 직접 착용한 것이라며 검게 그을린 마스크 사진을 올렸다. 시중에서 1500원도 하지 않는 저가 제품이었다. 한 공무원은 “큰 산불이 나지 않으면 이런 문제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산불 진압의 효율성을 위해 시스템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법에 따르면 국유림 화재는 산림청이, 사유림 화재는 지자체가 담당한다. 소방청은 산불과 관련한 권한이 없다. 이번 산불처럼 초대형 화재가 났을 때만 총출동해 진압을 돕는다. 소방청이 산림 화재에서 배제돼 있어 오히려 화재 감시에 구멍이 생길 수 있는 구조다. 조성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그렇다고 해서 지금도 업무가 과중한 소방청에 산불까지 맡으라고 하면 제대로 된 업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부처 간 상시 공조체계를 구축해 거대 산불에 공동 대응하는 시스템이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경북 예천 산불은 성묘객이 조상에게 담배 바치려다 발생
경향신문 박용근·백경열 기자 입력 2019.04.07. 21:13 댓글 1831개


[경향신문] 경북 예천에서 난 산불은 성묘객이 조상에게 바치기 위해 불 붙인 담배를 꽂아 놓은 것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됐다. 경북도 소방본부는 7일 오후 4시 33분쯤 경북 예천군 유천면 광전리 한 야산에서 불이 나 1㏊(1만㎡)를 태우고 1시간 20분 만에 꺼졌다고 밝혔다. 산림 당국은 불이 나자 헬기 6대, 산불 진화차 4대, 소방차 4대, 인력 101명을 동원해 불을 진화했다. 불길은 성묘를 온 ㄱ씨(57)가 조상에게 바치기 위해 묘지에 담배를 꽂아놨다가 번진 것으로 조사됐다. 예천군 관계자는 “조상에게 담배를 올리려고 묘에 담배를 꽂았다가 불이 난 것으로 보인다”며 “실화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박용근·백경열 기자 yk2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