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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기지] 강원도 땅밑 1100m에 우주 기원 캐는 과학기지 건설

잠용(潛蓉) 2019. 4. 9. 09:31

강원도 땅밑 1100m에 우주 기원 캐는 과학기지
즁앙일보ㅣ허정원 입력 2019.04.09. 00:03 수정 2019.04.09. 06:43 댓글 136개


▲ 2015년 노벨 물리학상 연구의 토대가 된 일본 기후현의 ‘슈퍼 가미오칸데’ 내부. [사진 NASA]


'노벨상 0순위' 암흑물질 등 연구
정선 철광산에 지하실험실 착공

강원도 정선군 철광 지하 1100m에 암흑물질·중성미자 등을 연구하기 위한 ‘우주입자연구시설(ARF)’이 본격적으로 구축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은 오는 12일 강원도 정선군 예미산 일대 한덕철광산업 광산에서 ARF 착공식을 진행한다고 8일 밝혔다. 연구단이 암흑물질 연구를 위해 운영해 온 기존 양양 지하 실험시설보다 면적이 10배 이상 면적이 큰 2000㎡ 규모로 깊이도 400m 더 깊다. 정선 ARF의 주 연구대상인 암흑물질과 중성미자는 우주가 생성된 과정과 그 구성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노벨물리학상 ‘0순위’ 후보로도 거론된다. 그만큼 연구 가치가 크다는 얘기다. 김영덕 IBS 지하실험 연구단장은 “일본은 ‘가미오칸데’와 ‘슈퍼 가미오칸데’와 같은 입자연구시설을 구축해 두 차례나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며 “한국에도 이 같은 기초 연구시설을 추가 건설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ARF 시설이 인적이 드문 강원도 광산의 지하 1.1㎞ 지점까지 파고 들어가는 이유는 잡음이 적기 때문이다. IBS 측은 “암흑물질과 중성미자가 내는 신호는 민감도가 매우 높은 검출기를 사용해도 1년에 수 차례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만큼 우주선(線)을 비롯한 기타 배경 신호는 최대한 줄이는 것이 연구 성패를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 역시 지하 깊은 곳에 입자연구시설을 구축하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은 1958년 일찌감치 기후현 가미오카 광산 지하 1000m에 중성미자 관측 장치인 ‘가미오칸데’를 설치하고 1996년까지 운영했다. 이후에는 이 시설을 보다 향상시킨 ‘슈퍼 가미오칸데’가 그 역할을 이어받아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일본은 2002년과 2015년, 이 두 개의 지하 입자연구시설을 이용해 노벨 물리학상을 거머쥐었다.


고시바 마사토시(小柴昌俊·92) 도쿄대 특별 명예교수는 1987년 2월 가미오칸데에 총 5000t의 물을 채워 중성미자가 물 분자 속 수소 원자핵과 충돌, 빛을 발생시키는 현상을 세계 최초로 관찰했고 이를 계기로 200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가지타 다카아키(梶田隆章·60) 도쿄대 우주선 연구소장 역시 슈퍼 가미오칸데에 약 5만t의 ‘초순수(超純水)’를 채워 중성미자에 대한 비밀을 밝혔다. 우주에서 날아 들어온 우주선은 지구 대기와 충돌해 ‘뮤온 중성미자’와 ‘전자 중성미자’를 방출하는데, 뮤온 중성미자의 일부가 지구에서 타우 중성미자로 변한다는 것이 연구의 골자였다. 일본은 슈퍼 가미오칸데에 이어 고감도 광센서를 갖춘 차세대 연구시설인 ‘하이퍼 가미오칸데’ 건설을 검토 중이다.


이 외에도 이탈리아 그란사소국립연구소는 중부 아펜니노 산맥 지하 1.4㎞ 지점에, 미국은 사우스다코다주 지하 1.6㎞ 지점에 샌포드 지하연구소를 구축하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영덕 단장은 “현재 양양의 지하실험시설에서는 암흑물질의 후보로 거론되는 윔프·보이지 않는 액시온 등 물질에 대한 이론을 검증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향후 건설되는 정선 ARF에서는 보다 업그레이드된 ‘차세대 암흑물질 실험’을 이어가게 된다”고 밝혔다. 한편 IBS 관계자는 “2020년 정선 ARF 구축을 완료하고 2021년 본격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기존 배정된 220억원의 예산에 더해 수십억원의 재원이 추가로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