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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남북통일

[김정은 위원장] 올해는 신년사 없이 연하장으로 대신

잠용(潛蓉) 2021. 1. 1. 18:58

당 대회 '올인' 김정은, 신년사 없이 연하장만 "힘차게 싸울 것"
중앙일보ㅣ유지혜 입력 2021. 01. 01. 14:37 댓글 0개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를 맞아 인민들에게 친필 서한을 보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일 1면에 보도했다. /뉴스1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일 2면에 보도했다.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새해 신년사를 사실상 생략하고 주민들에 보내는 연하장으로 대신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1일 “김정은 동지께서 희망찬 새해 주체 110년(2021년)을 맞으며 전체 인민들에게 친필 서한을 보냈다”며 1면에 연하장을 게재했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집권 이후 거의 매년 1월 1일 육성 신년 메시지를 냈다. 통상 당일 오전 일찍 조선중앙방송 등이 신년사 방송을 예고하고, 노동신문은 신년사 내용이 공개된 뒤 평소보다 늦게 1월 1일 자를 발행해 전문을 소개했다. 하지만 이날은 방송 매체의 예고도 없었고, 노동신문도 일찌감치 발행됐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건너뛴 것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그래도 지난해 1월 1일에는 직전에 치러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 결과 보도(사업총화 보고 연설)라는 형식을 빌려 대내외 메시지를 발신했는데, 올해는 이날 오후까지 그마저도 없다.

 

다만 이는 특별한 상황이 있다기보다는 1월 초순으로 예고된 8차 노동당 대회에 집중하려는 의도가 짙다는 분석이다. 최대 이벤트인 당 대회에 대한 주목도와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한 의도적 생략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만 생략했을 뿐이지 1일 0시에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안장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등 공식 일정은 예상대로 이어갔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 본인과 당의 모든 역량을 8차 당 대회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신년사에서 메시지를 발표하고 당 대회에서 또 한 번 내면 집중도가 분산되고 전달 효과도 떨어질 것으로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연하장에는 특별한 메시지를 담지는 않았다. 노동신문이 보도한 친필 연하장에서 김 위원장은 “우리 인민의 이상과 염원이 꽃필 새로운 시대를 앞당기기 위하여 힘차게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언제나 지지해주신 마음들에 감사를 드립니다” “위대한 인민을 받드는 충심, 일편단심 변함없을 것을 다시금 맹세하면서” 등의 표현을 써 ‘애민 지도자’ 이미지 연출도 꾀했다.

 

이런 강약 조절은 당 대회가 임박했다는 징후이기도 하다. 8차 당 대회를 앞두고 속도전 형식으로 진행한 ‘80일 전투’와 관련, 조선중앙통신은 1일 “자력갱생 대진군을 힘차게 벌여 역사적인 80일 전투를 자랑찬 승리로 빛냈다”며 방역 성과 등을 과시하는 ‘보도’를 발표했다. 5년 만에 열리는 이번 당 대회에서는 김 위원장이 직접 예고한 대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등이 발표될 전망이다. 대미ㆍ대남 메시지 수위와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에 새로운 지위를 부여할지도 관심이다. 하지만 상황적 유동성 등 때문에 구체적 구상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아직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에 대해 알 수 없고 이런 상황은 새 행정부 출범 뒤에도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라며 “그렇다고 핵 개발에 열중하던 과거처럼 ‘사생결단의 각오로 어려움을 극복하겠다’고 내지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 8차 당 대회에서도 거창하고 구체적인 메시지를 발표하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ㆍ정진우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