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 윤석열, 지지층만 바라본 ‘외교 데뷔전’… “미국 탓” “중국 자극”
국민일보ㅣ2021-11-14 17:40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가 1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존 오소프 미 상원의원을 접견,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최근 미국 상원의원과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방한 등을 계기로 치른 ‘외교 데뷔전’에서 자신의 지지층 결집을 위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차기 정부 대외관계 정책에 부담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선 후보 시절의 스탠스가 새 정부 대외정책에 그대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외교에 관한 후보들의 기본 철학이 여과 없이 공개되면서 미·중·일 등 주요국과 껄끄러운 관계로 대통령 임기를 시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후보가 지난 12일 존 오소프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과의 면담에서 “한국이 일본에 합병된 이유는 미국이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통해 승인했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14일 “(합병 관련) 사실 여부를 떠나 처음 만난 (미 상원의원) 면전에서 미국 탓을 한 것은 과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의 대미 인식에 관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켜 미국이 이 후보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질 수 있는 리스크를 후보 스스로가 만들었다는 진단이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지지자들을 의식한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이 이 후보를 불편하게 여길 수는 있지만, 반미 성향을 드러냄으로써 지지층에 어필하는 것을 우선했다는 설명이다. 윤 후보가 지난 12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사드(THAAD) 추가 배치는 우리 정부의 주권 사항”, “3불 합의는 문재인정부 입장에 불과” 등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윤 후보의 발언은 미·중 패권 경쟁에 대해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대응하겠다는 기존의 중도적 입장에서 좀 더 ‘우클릭’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사드 추가 배치는 중국의 경제보복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사드는) 이런 것들에 대응할 방안까지 고민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현재의 남북관계를 ‘주종 관계’로 규정하며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무력화할 한·미 확장억제력 확충을 공언했다. 북한의 군사적 긴장 고조 행위를 더욱 부추길 우려가 있는 발언이다.
두 후보의 외교적 인식은 차기 정부 대외정책의 근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구체화된 정책들이 나오겠지만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이 후보가 일본에 대해 반감을 갖거나 대미 관계에서 독립성을 추구한다든지, 윤 후보가 대북정책 비중을 낮추고 미국과 협력을 강조한다든지 하는 큰 틀의 방향성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느냐에 따라 미·중·일 등의 한국 정책이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현욱 교수는 “주요국들도 각기 선호하는 정권이 있을 것”이라며 “예컨대 미·일은 이 후보에게, 중국은 윤 후보에게 정권 초기에 호의적이지 않은 태도로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영선 김성훈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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