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정규 기자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내건 정치 관련 공약의 화두는 한 마디로 '정치혁신'이다. 특히 사퇴한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가 기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발판으로 '새 정치'를 내세워 정치혁신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박·문 후보 역시 정치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세우고 있다.
이들이 내세운 정치 관련 공약 중에서는 국무총리 권한 강화 및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국민참여경선 확대 등을 공통점으로 꼽을 수 있다. 이 밖에 박 후보의 경우 기회균등위원회 설치, 대선 4개월 총선 2개월 전 후보 확정 제도화 등을 정치 공약에 포함해 내세우고 있는 반면, 문 후보의 경우 대선 결선투표제와 함께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등을 앞세우고 있다.
◇ 대통령 4년 중임제·책임총리제 '한 목소리'
이들 후보의 정치 관련 공약은 일단 공통점이 많다. 대통령에 지나치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고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는 등 정당개혁안에 대해서도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 후보의 경우 국무총리와 장관에게 헌법과 법률에 따른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내용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문 후보의 경우 '책임총리제'를 내세우고 있다. 양 후보 모두 총리의 권한을 강화함으로써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겠다는 입장이다.
개헌에 있어서도 비슷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4년 중임제에 대해 공통적으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박 후보는 "개헌과 관련해서는 시한부 추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집권 후 4년 중임제와 국민의 생존권적 기본권 강화 등을 포함한 여러 과제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개헌 추진 방침을 밝혔다.
문 후보 역시 "국민적 공감대가 있는 4년 중임제, 부통령제 등은 '원 포인트'로 대선 과정에서 공약하고 지지를 받은 다음 정권 초기부터 바로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회의원 선출과 관련해서는 두 후보 모두 국민참여경선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지역구도 및 기득권을 타파하기 위해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의 경우 정당공천을 폐지하겠다는 공약도 공통적이다.
또 선거구 획정의 경우 박 후보는 외부 인사에게 전담시키겠다는 내용을 내걸었고 문 후보도 "독립적인 기구가 선거구 획정을 하도록 해 당리당략이 끼어들 여지를 봉쇄하겠다"고 밝혀 독립기구에 맡기겠다고 모두 공언한 상황이다. 국회의원들의 자질 확보 측면에서 박 후보는 국회 윤리위원회를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하겠다는 입장이고 문 후보도 국회윤리심사자문위원회 권한을 실질화해 결정에 구속력을 갖도록 하겠다고 밝히는 등 비슷한 공약을 포함하고 있다.
이 밖에 국회의원 수 축소의 경우 두 후보 모두 공약으로 포함시키지는 않았지만 최근 양측에서 모두 의원 수 축소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입장이 비슷해진 양상이다.
◇ 朴 "대선 4개월 전 후보 확정"…文 "대선 결선투표제"
박 후보는 공약에서 탕평인사를 위한 '기회균등위원회'의 신설을 내걸었다. 특정지역이나 학교 출신에게 공직이 몰리지 않게 감시하고 인권평등 차원에서 사회적 소수자의 공직진출도 배려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정당의 국회의원 후보는 선거일 2개월 전까지, 대통령 후보는 선거일 4개월 전까지 확정하도록 법으로 정하겠다는 내용도 약속했다. 주로 야권에서 후보 단일화를 통해 뒤늦게 후보를 확정하는 점을 겨냥한 모습이다.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하고 여야와 소통하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매년 정기국회에서 행정부 수반으로서 연설하도록 정례화하겠다는 공약도 별도로 내세웠다. 이 밖에 부정부패 사유로 재·보궐선거가 발생할 경우 원인 제공자가 재·보선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한편,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엄격히 제한하고 불체포특권 폐지도 추진키로 했다.
반대로 문 후보의 경우 가장 눈에 띄는 공약 중 하나가 대선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다. 당초 공약에 포함돼있진 않았지만 최근 단일화 과정에서 깜짝 제안한 카드로,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되는 문제점을 개선하고 결선에 나설 후보를 국민들이 직접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지역구도의 기득권을 깨기 위해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대신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하겠다는 게 당초 문 후보의 공약이다. 최근엔 의원 수 축소의 가능성도 함께 언급했다. 아울러 전국을 몇 개의 권역으로 나눠 비례대표명부를 작성하는 권역별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도입도 공약했다. 이미 법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 세비 30% 삭감과, 영리목적의 겸직 금지, 헌정회 연금 포기 등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포기하는 내용 및 국정감사 상시화 등도 문 후보가 내건 약속이다.
이 밖에 부정부패 방지를 위해 대통령 후보 때부터 형제·자매 및 배우자까지 재산을 공개하도록 하는 한편,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고 고위공직자 인사에서 부동산투기·세금탈루·위장전입·병역비리·논문표절 등을 저지른 경우 인사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시키겠다는 게 문 후보의 공약이다.
[pjk76@newsis.com 박정규(기자) ]
[대선 D-10] 정책분석 ② 남북관계·외교·국방
-남북관계…朴 '신뢰 구축', 文 '관계 회복'에 방점
-'한미동맹', '균형외교' 놓고 인식차
【서울=뉴시스】안호균 기자 = 외교·통일·안보 정책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사이에 차이점이 큰 분야 중 하나다. 두 후보의 공약을 살펴보면 남북 대화 재개, 북핵 폐기, 서해 북방한계선(NLL) 사수, 인도적 지원 등 유사한 부분을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지만 기본적인 인식에 있어서는 시각차가 뚜렷하다.
◇ 朴 '신뢰 구축', 文 '관계 회복'에 방점
대북정책의 경우 박 후보의 공약은 '신뢰 구축', 문 후보는 '남북관계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박 후보는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서는 우선 천안함·연평도 사태,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등에 대한 북측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선행돼야 한다는 방침을 견지하고 있다.
10·4공동선언, 6·15공동선언 등 남북이 협의한 약속의 이행과 경제 협력도 이런 조건들이 충족돼야 지켜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문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즉시 남북간 대화 채널을 복원하고, 남북이 당면한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인수위 출범시부터 북한에 특사를 보내고 남북 핫라인 재가동과 '남북경제공동위원회',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개설도 약속했다. 특히 천안함·연평도 사태는 남북간 대화 과정에서 해결해야할 의제이며,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울 성질의 문제가 아니라는 논리다.
금강산 관광재개 문제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2009년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재발 방지 약속을 받은 만큼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남북정상회담에 있어서는 두 후보간 의견이 확연히 다르다. 박 후보는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경우'라고 거리를 두고 있는 반면, 문 후보는 '취임 첫 해' 바로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다. 대북 식량지원 및 이산가족 상봉은 두 후보 모두 정치 문제와 구분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 '북핵 불용', 'NLL 사수'…제목은 같지만 해법은 달라
북핵 반대, NLL(북방한계선) 사수 등 안보를 기초로 한 외교·통일 정책에 있어서는 두 후보 모두 큰 틀에서 궤를 같이 한다. 하지만 문제 해결 방법을 들여다보면 큰 차이를 엿볼 수 있다.
박 후보는 강력한 억지력을 갖춘 뒤 협상의 다각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 억제를 한미동맹을 포함한 포괄적 방위 역량을 강화하고 핵·미사일 위협을 무력화할 수단도 갖춰나간다는 계획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 중국 등 국제사회의 협력 확대와 비핵화의 진전 수준에 따라 우리 측도 상응하는 조치를 내놓을 방침이다. 이와 함께 외교·안보·통일정책 '컨트롤 타워'(가칭 국가안보실) 구축 방안도 제시했다.
문 후보는 '핵문제 우선 해결론'이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보고, 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병행 추진을 모색하고 있다. 문 후보는 조속한 시일 내에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북핵 문제 논의를 시작하고, 동시에 평화협정 체결 등을 준비해 나가는 '투트랙'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NLL 문제의 경우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해 충돌 없이 NLL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고, 남북연락사무소 개설을 통해 우발적인 무력 충돌을 방지하겠다는 계획이다.
◇ 남북 경제협력 증진 '한 목소리'
남북 경제협력 구상은 두 후보의 공약중 가장 유사성이 많은 부분이다. 박 후보는 비핵화가 진전돼 군사적 긴장이 완화될 경우 남북 경제공동체부터 건설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북한 경제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 전력·교통·통신 등 인프라를 확충하고 개성공단의 국제화와 지원자원의 공동개발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남북 철도 연결로 남방과 유라시아를 연결하고, 이를 남북 경제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비전도 제시하고 있다.
문 후보는 경제 협력을 제도화해 평화-경제-안보가 선순환하는 관계를 구축한다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임기 중 북한과 경제협약을 체결해 경제연합의 법률적 토대를 마련하고 기존에 남북이 합의한 경제 협력 의제들도 이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제2 개성공단을 조성하고 북한 지역 인프라 개발을 위해 국제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한반도 인프라 개발기구'를 설립한다는 방안도 마련됐다. 한반도 공동시장을 발판으로 북방경제권을 개발해 나간다는 구상도 박 후보와 유사하다.
◇ '한미동맹', '균형외교' 시각차
외교 문제의 경우 두 후보 모두 '조화롭고 균형있는' 외교를 강조한다. 하지만 접근법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박 후보는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를 모두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다만 '동맹'인 한미관계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인 한중관계의 우선 순위를 인정하고 있다.
문 후보는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가 균형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데 무게 중심을 싣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한미 동맹에 지나치게 치중해 한중 관계가 악화됐다는 지적이다. 박 후보와 문 후보는 지난 4일 대선 후보 TV토론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박 후보는 "문 후보의 외교 공약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겠다는 동북아 균형자론은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됐고 한·미 동맹의 손상을 가져왔으며 국익에도 손상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 후보는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굳건히 하면서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심화하고 러시아·일본 등과의 관계도 균형 있게 해 나가겠다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의 경우 미국에 대한 편중 외교를 해 중국과의 관계가 최악으로 나빠졌다"고 반박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경우 두 후보 모두 재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표현은 미묘하게 다르다. 박 후보는 "필요할 때 재협상하겠다.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문 후보는 "국민적 우려가 많은 만큼 재협상하겠다"고 말했다. 재협상의 필요성에 대한 시각차가 존재하는 셈이다.
◇ 제주 해군기지 사업…朴 "정상 추진", 文 "사업 중단"
두 후보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를 놓고 분명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박 후보는 정상 추진을, 문 후보는 사업 중단을 예고한 상태다. 박 후보는 제주 해군기지 문제와 관련, "안보와 제주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크루즈 관광허브로 확실히 키워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예정대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반면 문 후보는 "지금 강정 해군기지는 (민군 복합항이라는) 당초의 취지와 어긋나 있다"면서 "지금 잘못돼 가고 있는 사업을 원상으로 돌리기 위해서라도 사업이 중단돼야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 밖의 국방 관련 정책에서는 박 후보가 독자적 방위력 완비 등 원칙적 측면에 중점을 뒀고, 문 후보는 군정예화, 3군 균형발전, 군복무기간 18개월 단축 등을 공약했다. 전시 작전권 전환 이행은 두 후보의 공약에 포함돼 있다. [ahk@newsis.com 안호균(기자) ]
[대선 D-10] 정책분석 ③ 경제 민주화
朴, 대기업 규제보다 '공정경쟁' 유도하며 점진적 개선 추진
文, 순환출자금지·출총제 부활 등 과감한 '재벌개혁'에 초점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에게 있어 경제민주화는 경제분야 정책의 공통분모인 동시에 가장 뚜렷한 대척점이다. 두 후보 모두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는 양극화의 심각성에 인식을 같이 하고 경제민주화를 대선 공약의 우선순위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성장(이명박)과 분배(정동영)의 대결이었던 지난 17대 대선과 달리 이번 대선은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적 화두의 각축장이 됐다.
하지만 경제민주화를 달성할 구체적 실행방안에서 두 후보는 분명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공정경쟁에 중을 둔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를 '온건론'이라 부른다면 재벌개혁을 강조한 문 후보의 경제민주화는 상대적으로 '강경론'에 가깝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 경제 약자 중소기업·소상공인 보호에는 '한목소리'
공통분모부터 살펴보면 두 후보는 경제적 약자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보호를 한 목소리로 강조하고 있다.
문 후보는 대형마트로부터 골목상권을 보호하는 입점 허가제를 도입하고 중소상공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동반성장을 위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적합업종 특별법도 제정키로 했다.
박 후보도 적합업종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협동조합에 단가조정협의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중소기업의 납품단가 협상력을 제고하겠다고 선언했다. 중소기업 보호 차원에서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 필요성에도 두 후보는 공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두 후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공정거래 관련 행위의 금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기술탈취에만 적용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나 대금 미지급 등 불공정거래 전반으로 확대하고 소송에 참여하지 않아도 동일한 유형의 피해에 대해 일괄적으로 배상해 주는 집단소송제를 확대한다는 공약도 공통점이다. 이에 더해 박 후보는 불공정행위 관련 소비자보호기금의 설립과 소비자 피해구제 명령제 도입을, 문 후보는 원자재가격-납품단가 연동제와 이익공유제 실시를 각각 '플러스 알파'로 내놨다.
◇ 총수일가·대주주 등 범죄엔 집행유예 불가 등 강력 대응
재벌의 사익추구와 경제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도 두 후보간에 차이점이 크지 않다. 박 후보는 총수일가의 대기업 총수 일가의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에 대해서는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형량을 강화하고 대주주나 경영자가 저지른 중대 범죄는 사면권 행사를 제한키로 했다.
문 후보 역시 기업범죄에 대한 사면과 집행유예를 제한하면서 유죄판결을 받은 재벌 총수 및 그 일가는 그룹 경영에서 일정기간 배제한다는 안을 내놨다. 총수일가의 사익추구를 위한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제재와 과세를 강화해 부당이익을 환수한다는 공약도 두 후보 모두 제시했다. 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소유를 규제하는 '금산분리' 강화 정책도 두 후보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양쪽 모두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한도를 현행 9%에서 4%로 낮추기로 했다.
이에 더해 박 후보는 금융보험사의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한도를 10%로 설정하고 이를 5년간 1%포인트씩 인하해 5%까지 줄이는 한편 지주회사의 금융계열사가 일정요건 이상인 경우에는 중간금융지주회사 설치도 의무화하고 문 후보는 보험지주회사·증권지주회사 등 비은행지주회사의 비금융 자회사 소유를 금지시킬 계획이다.
◇ 재벌개혁 입장차는 확연…순환출자 "신규만 제한" 對 "기존 것도 포함"
하지만 경제민주화 이슈에서 가장 크게 부각되고 있는 재벌개혁을 두고 두 후보의 입장차이는 명확히 드러난다. 박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의 의결권 제한과 주요 경제범죄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의무화, 대기업집단법 등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성안했던 경제민주화 공약을 상당부분 제외시켰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자칫 '재벌 때리기'로 비춰질 수 있는 정책들로 대기업을 위축시켜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기존 순환출자는 그대로 두고 신규 순환출자만 제한했다. 사실상 재벌총수가 적은 지분으로도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현재의 지배구조를 인정한 모양새다.
박 후보는 "우리 기업이 외국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에 노출될 수 있고 지금 어려운 시점에 합법적으로 인정되던 과거의 의결권까지 제한한다면 기업이 큰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며 "그 혼란은 기업에 몸담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대신 소액주주 등 비지배주주들이 독립적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토록 해 사외이사의 경영감시기능을 강화하는 보완책을 내놨다.
반면 문 후보는 신규 순환출자는 물론 기존 순환출자까지 제한함으로서 대기업의 지배구조에 직접적으로 '메스'를 들이댔다. 기존 순환출자는 3년의 유예기간을 주고 자율적으로 해소하되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해당 순환출자분의 의결권이 제한되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 때문에 지금과 같은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가 이뤄졌다"며 "기존 출자분을 규제하지 않고 어떻게 재벌개혁을 할 수 있느냐"고 당위성을 강조했다. 지난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이 폐지한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부활도 약속했다. 문어발식 기업확장 방지가 목적인 출총제는 다른 회사의 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총액에 제한을 두는 제도로 대기업 규제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박 후보와 새누리당은 외국기업과의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실효성에도 한계가 있다며 일찌감치 검토 대상에서 제외시킨 터였다.
문 후보는 공기업을 제외한 상위 10대 기업집단에 대해 순자산의 30%까지만 출자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순자산의 30%를 초과하는 출자는 3년의 유예기간을 줘 자율적으로 해소토록 한다는 안을 내놨다. 재벌개혁과 관련한 두 후보의 방안에 대해 시민단체와 재계는 각 후보를 비판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해 "기존 순환출자 금지를 제외시킨 것은 결과적으로 재벌의 기득권을 그대로 인정해 주며 경제민주화를 포기한 선언에 지나지 않는다"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기존 순환출자 금지와 관련해 외국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에 노출될 수 있으며 기업이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박 후보의 설명은 재벌의 주장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경제양극화의 근본적인 원인인 재벌의 경제력 집중 해소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경제민주화 열망을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문 후보의 공약과 관련해 "위기극복과 경제성장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대기업 때리기 위주의 경제정책을 발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순환출자 규제, 지주회사 규제 등의 정책은 대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일자리 창출을 어렵게 함으로서 그 폐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불만을 나타내면서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인위적으로 바꾸거나 기업의 투자활동을 제한하는 반시장적인 규제를 도입하려는 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phites@newsis.com 김형섭(기자) ]
[대선 D-10] 정책분석 ④ 의료·복지
아동보육 지원확대와 노령연금 인상엔 한뜻
【서울=뉴시스】김민자 기자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복지정책은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로 대별된다.
박 후보는 지원이 필요한 분야부터 선별적으로 혜택을 준다는 입장인 반면, 문 후보는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선 두 후보가 분명한 인식 차이를 드러낸다. 박 후보는 증세 보다는 세출 구조조정과 세제개편을 선호하는 반면, 문 후보는 부자·대기업에 대한 증세에 무게를 두고 있다.
◇ 의료, "4대 중증질환 지원" vs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
의료정책은 두 후보의 공약 중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분야다. 박 후보 공약은 암·심장병·중풍·난치병 등 4대 중증 질환에 대한 지원을 2016년까지 국가가 100% 부담한다는 게 핵심이다. 아울러 200만~400만원인 의료비 본인부담상한제를 세분화해 100만원 구간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65세 이상 노인에 대해 임플란트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경증 치매 환자 1만4000여명에 대해 장기요양보험을 적용할 방침이다. 문 후보는 환자 본인부담을 연간 100만원 이내로 줄이는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이던 선택 진료비와 MRI, 초음파 등을 급여 대상에 포함시켰다.
또 임신·출산에 필요한 의료비 전액을 지원하고 저소득층의 건강보험료를 면제 또는 보조하기로 했다. 암 환자에 대한 호스피스 지원도 전면 확대할 방침이다. 박 후보는 현재 63% 수준인 건강보험 보장률을 장기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8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며, 문 후보는 여기에 더해 입원 진료비 보장률을 90% 수준까지 높인다는 구상이다.
◇ 보육, "0~5세 무상보육" vs "아동수당 10만원 지급"
박 후보와 문 후보 모두 0~5세 무상 보육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박 후보는 0~5세에 대한 양육수당을 월 10~20만원 지급하고 한부모가정 자녀 양육비는 현행 월 5만원에서 15만원으로 3배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문 후보는 12세 미만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아동수당 지급하기로 했다.
두 후보 모두 어린이집 확대에 찬성했지만 세부안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박 후보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매년 50개 확대하고, 민간 보육시설도 매년 1000개를 선정해 국공립 어린이집 수준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문 후보는 임기 동안 현재 9%인 국공립 어린이집을 시설 기준 20%, 이용아동 기준으로 40%까지 늘리고, 민간 보육시설을 매입해 장기 임대하기로 했다.
이 밖에 박 후보는 임신기간 동안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남편에게는 출산 후 1개월의 유급휴가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후보는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육아휴직 1개월 동안 통상임금을 100% 지급하고, 0세 아버지에 대한 '2주 휴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 노인, "노인연금 월 20만원" vs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
고령화가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두 후보 모두 '노인 복지'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박 후보는 월 20만원의 노인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고, 문 후보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하는 현행 기초노령연금을 2배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노령화 문제 해소차원에서 두 후보 모두 60세 정년 연장을 약속했다. 박 후보는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를 연계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문 후보는 60세 정년 법제화와 더불어 '65세까지 단계적 정년 연장'을 약속했다. 일자리가 곧 복지라는 개념에서다.
◇ 재원, "증세 없는 재정조달" vs "부자·대기업 증세"
문제는 두 후보의 복지공약을 실천하려면 엄청난 재원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박 후보와 문 후보가 현재까지 밝힌 공약 실현을 위해선 각각 135조원, 190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박 후보는 증세 없이 재정과 조세 개혁만으로 연간 27조원씩 5년간 135조원에 달하는 복지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산 절감과 세출 구조 조정(71조원), 복지행정 개혁(10조6000억원) 등 세출을 줄여 60% 정도를 확보하고, 세제 개편(48조원)과 기타 재정수입 확대(5조원) 등 세입 증가로 나머지 40%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토건예산의 복지예산 전환 ▲조세감면 혜택 삭감 ▲부자증세라는 '3단계 실천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소득세 최고 세율 38% 적용 대상을 '과세표준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확대하고, 법인세 최고 세율도 22%에서 25%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rululu20@newsis.com 김민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