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패배 책임론' 부글부글… "다 허물고 재건축해야"
[서울경제] 2012.12.20 18:06:19
문재인 2선 후퇴 불가피, 박지원도 예산안 처리후 사퇴
조만간 비대위 체제 전환 예상, 신당 등 정계개편 가능성도
민주통합당 서울 영등포 당사는 20일 정적만이 흘렀다.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은 조용하고 짧게 끝났다. 흡사 초상집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는 말이 당사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지난 4월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패하면서 민주당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멘붕(멘탈 붕괴)' 상태에 빠졌다. 또 한편으로는 패배 책임을 놓고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정권이 아니라 민주당이 민심의 심판을 받았다는 지적과 함께 '친노(친노무현)' 세력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대선 기간 민주당뿐 아니라 진보정의당과 시민사회 등이 뭉쳤던 '국민연대'가 더 큰 민주당을 위한 신당의 모태가 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우선은 당을 큰 틀에서 구조까지 바꾸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벼랑 끝에 내몰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지도부는 이날 회의도 생략한 채 오후3시 선거캠프 해단식만 간단히 열어 인사를 나눈 뒤 뿔뿔이 흩어졌다. 문재인 전 후보는 해단식 인사말을 통해 "새 정치, 새 시대를 제가 직접 이끌어보겠다는 개인적인 꿈은 끝이 났지만 우리 민주당은 더 발전해 더 좋은 후보와 함께 세 번째 민주정부를 만들어내는 일을 반드시 성취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를 지켜보던 당직자들과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는 탄식과 함께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문 전 후보는 "민주당이 이번에 함께 한 시민사회ㆍ국민연대 등 우리 쪽 진영 전체가 더 큰 역량을 키워나가는 노력을 앞으로 하게 된다면 늘 힘을 보태겠다"고 했지만 당 정상화를 위한 수습책에 대해서는 별 언급이 없었다. 당의 한 관계자는 "패배의 충격이 엄청나다. 회복조차 못한 상태"라며 "시간이 얼마간 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당은 조만간 환골탈태형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 과정에서 이해찬 전 대표 등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문 후보에게 전권을 위임해 지도부 공백상태다. "역사에 죄를 진 것 같다"고 스스로 밝힌 문 후보는 당분간 정치 2선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 그가 비대위원장을 지명할지 다른 방법을 제시하고 떠날지조차 가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비대위가 출범하면 대선 패배로 공중에 뜬 당을 수습하며 향후 진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이지만 속도를 내기는 어려운 형국이다. 이에 따라 내년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 처리는 박지원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예결위 계수조정소위 위원들과 기획재정위원회 의원들이 새누리당과 협의해 대응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 원내대표 역시 연말 예산안 처리를 마치면 물러날 예정이다.
그러나 비대위 체제가 수습책과 향후 진로를 순조롭게 모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대선 패배 책임론이 비등해지며 정권교체 실패에 따른 거센 후폭풍이 가시화하고 있다. 1차 표적은 당의 주류를 형성해온 친노 세력의 패권주의다. 경기의 한 중진의원은 "당 쇄신을 얘기하면 선대위나 당 지도부는 선거를 앞두고 분열주의를 획책하는 것으로 몰아붙였다"며 "이번 대선은 달라진 것이 없는 민주당에 새 정치를 기대할 수 없다는 민심의 냉엄한 심판"이라고 강조했다. 비대위부터 친노를 완전 배제하고 백지 위에서 민주당의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당의 공황 상태에도 일부에서는 정계 개편 등 야권의 새 판 짜기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진정한 쇄신정당으로 거듭나려면 기존 민주당을 넘어서 새로운 형태의 정당 체제 구축이 불가피하다는 것으로 신당론이다. 우선 대선 때 구축한 '국민연대'를 중심으로 대학생과 직장인 등으로 당의 외연을 확대하고 인터넷 등 온라인을 통해 시민의 정당 활동 참여가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는 신당을 창당하자는 얘기다.
그러나 신당 창당 등 정계개편이 대선 패배 직후에도 여전히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에 매몰돼 있다는 거센 비판을 받을 수도 있어 이른 시일 내 탄력이 붙기는 어렵다는 지적들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내 또 다른 중진 의원은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잘할 것인지 진솔한 사과와 반성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민주당 쇄신이 먼저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후 대선 패배의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면 거대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진보 진영의 대결집을 겨냥한 '더 큰 민주당'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확산될 것으로 관측된다. 신당 창당 등 야권의 정계 개편론이 불붙을 경우 전날 투표 직후 미국으로 떠난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역할에도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손철기자 runiron@sed.co.kr , 유병온기자 rocinante@sed.co.kr]
안철수 당분간 독자노선 걷겠지만…" 정치 계속" 의지 여전
[서울경제] 2012.12.20 18:06:04
중도세력 신당 창당 땐 합류 암중 모색
재보선 출마할 수도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는 당분간 미국에서 야권발(發) 정계개편을 지켜본 후 독자 노선을 걸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대선 패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기존 '국민연대' 세력을 포함한 신당 창당에 나설 경우 합류 여부도 고민의 대상이다. 안 전 후보는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도착, '정치를 계속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전에 한다고 말씀 드리지 않았느냐"면서 "생각을 정리하러 왔다"고 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전 대선 후보의 낙선 소식을 비행기 안에서 전해 들은 안 전 후보는 이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은 채 공항을 빠져나갔다.
대선 패배로 격랑에 휩싸인 야권의 재편 논의에 '안철수 역할론'이 또다시 대두되고 있지만 안 전 후보는 당분간 미국에 머물며 암중모색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섣불리 행동에 나서기에는 본인 스스로도 문 전 후보의 패배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안 전 후보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무소속으로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낀 만큼 어떤 형태로든 정치 세력화에 나서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안 전 후보가 자신의 지지 기반인 '중도 세력'을 중심으로 하는 신당 창당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나온다. 이 과정에서 안 전 후보가 내년 4월 예정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나서 국회에 입성할 가능성도 대두된다. 안 전 후보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을 한 번 하고 이 길을 걸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했었다. '정치인 안철수'로서의 본격적인 길을 걷기 전에 새정치연구소 등을 꾸리는 방안도 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계 복귀 전 세웠던 아태재단이 그 예다. 다만 안 전 후보의 최종 종착지가 5년 뒤 대선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에 다시금 등장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야권은 안 전 후보에게 꾸준히 '러브콜'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민주당이 대선 패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국민연대'와 함께 신당 창당에 나설 경우 안 전 후보에게 일정한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올 수 있다. 안 전 후보가 이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 내 친안(친안철수)파 의원들이 독자 세력화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 전 후보 측 관계자는 "대선 결과에 따른 시나리오별 논의는 없었다"며 "앞으로의 상황 전개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유병온기자 rocinante@sed.co.kr]
패배후 야권 정계개편... 열쇠는 다시 철수?
[아시아경제] 2012년 12월 20일(목) 오후 01:45
-文 패배후 민주당 공황상태... 정개개편 불가피
- 미국 간 철수... 차기 행보 로드맵이 변수
- 일각에서 패배 성찰 후 논의해도 늦지 않아
[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 김종일 기자]'민주정부 3기'를 갈구했던 민주통합당의 꿈은 좌초됐다. 투표율이 높을수록 유리할 것이라는 야권의 신화도 함께 깨졌다. '75.8%'라는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면서도 '정권 교체'에 실패한 민주당과 문재인 대선 후보는 '책임론'을 벗을 수 없다. 때문에 민주당은 "왜 졌는가"를 놓고 백가쟁명식의 극심한 내홍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멀게는 4월 있을 재보궐 선거가, 가깝게는 내년 초로 예정된 전당대회가 향후 5년 민주당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문 후보는 완패했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이 61%에 달한다는 여론조사에도 불구하고 과반의 민심을 얻어내지 못했다는 점은 최악의 결과다. 국민연대를 통해 야권 대결집을 이루고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와 단일화까지 이뤄냈음에도 패배했다. 대선에서 야권이 후보를 단일화하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공식도 처음으로 깨졌다.
문 후보의 패배는 '친노'(親盧 친노무현)의 꼬리표를 완전히 떼내지 못한 탓이 크다. 당내 경선 경쟁자들도 그리고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도 '박정희 대 노무현' 구도로 대선 승리 못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더구나 근소한 차이로 대선에 패배함으로써 '만약(if)'라는 회한을 야권에게 남기게 됐다.
정권교체에 실패한 민주당은 존재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월 '민주통합당' 창당 이후 4ㆍ11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연이어 패배하면서 민주당의 운명은 벼랑끝으로 몰렸다. 정계 개편은 불가피하다. 이르면 내년 1월 열리는 전당대회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 과정 이후 민주당 지도부가 일괄 사퇴하면서 현재로선 문 후보가 당의 전권을 쥐고 있다. 비노(非盧 비노무현) 진영은 문 후보가 대표 권한대행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당권과 대권을 거머쥔 '친노'세력의 영향력을 현저하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비노ㆍ반노' 진영은 친노 핵심 인사들에게 2선 후퇴론을 제기하면서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민주당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당 수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작년 총선 이후 골이 깊어진 친노와 비노간의 해묵은 갈등이 당권잡기 과정에서 폭발할 가능성도 크다.
당내 일각에서 '친노 대 비노' 대립을 뛰어넘는 새로운 틀을 짜야한다는 요구도 분출될 수 있다. 두번의 실패에 직면한 민주당이 젊은 모습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 고 김근태계가 세대 교체를 들고 나올 수 있다. 특히 당 예비경선 때부터 쇄신을 주문해 온 시민사회계 출신들의 입김도 거세게 나올 듯 하다.
최대 변수는 역시나 새정치를 그동안 주장해온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다. 안 전 후보는 한두 달간 미국에 머물며 신당 창당 등 향후 정치활동을 구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투표 직후 미국으로 출국한 안 전 후보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해 "(정치는) 제가 전에 한다고 말하지 않았나요?"라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도 "생각을 정리하러 왔다"고 밝혔다. 향후 자신의 정치 인생, 높게는 대권의 로드맵을 짜러 온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안 전 후보가 첫 걸음으로 '신당 창당'을 제시한다면 '제3정당'의 길은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표심을 바탕으로 '상식적 보수'를 구현하는 독자적 신당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내년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안 전 후보 측이 신당창당을 가시화한다면 민주당 내 일부 세력들이 이에 빨려 들어갈 가능성도 크다.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 내 비노세력들이 안 전 후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비노 진영 일각에서 '민주당 +안철수+시민사회'를 한 데 묶는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제3정당이 추진될 경우 야권은 '안철파'와 '비안철수파'로 양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반면 야권의 정계개편 논의가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시사평론가 김중배씨는 20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야권의 재편은 불가피하지만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을 것 같다"면서 "안 전 후보의 출국으로 정계 재편의 축이 공백상태이며 지금은 민주진보진영이 비전과 가치에 있어 실패했고, 패착이었는가에 대한 자기진단이 선행되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승미 기자 askme@,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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