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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념일

[어린이날] '어린이'라는 좋은 말 사라지는게 안타까워…

잠용(潛蓉) 2013. 5. 5. 13:52

[잠용칼럼] <어린이>라는 휼륭한 용어가 사라지는게 안타까워

 

나이가 어린 사람도 독립적 인격체로 인정하고
성인과 똑같이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 담긴 아름다운 말 '어린이'

초등학교 자모모임에서 잘 차려입은 멋쟁이 숙녀들이 “우리 아이”, “당신 애” 와 같은 천박스런 말을 거리낌 없이 하거나, 뉴스나 드라마에서 “아이 생각” “아이 장난감” “아이 과외선생” 어쩌고 하는 듣기에 별로 고상하지 않는 말은 이제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어린이> 대신에 <아이>라는 말은 아무런 주저도 없이 튀어나오고 우리 귀에도 벌로 거슬리지 않게 오늘의 우리 사회가 많이 변해버해버린 것을 느낀다.

 

심지어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학교 선생님이나 공영방송 아나운서조차 <어린이>란 용어보다는 <아이>나 <애>라는 말을 더 선호하고, 당연한 듯이 사용하는 것이  참으로 놀라울 뿐이다. 소중한 우리의 새싹들이 마치 이웃집 강아지를 “이개 저개” 부르듯이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마구 내뱉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오늘을 <아이 날>이라고 하고, <아이 대공원>이라고 고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어린이>라는 존경스럽고 고상한 말이 엄연히 있는데도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천박하게 되었나? 해방후 1980년대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어린이>라는 말을 사회에서나 방송에서 자주 쉽게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들어보기가 어렵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아이>가 표준말이고 <어린이>는 듣기에 좀 이상한 <사투리> 같은 느낌으로 우리 귀에 다가온다. <어린이>라는 말을 처음 만든 방정환 선생이 이런 것을 본다면 통곡할 노릇이다. 

 

남달리 어린이를 사랑했던 방정환 선생

이 나라에 <어린이>란 말을 처음 창안한 분은 잘 아시아시피 선생이다. 소파(小派)

방정환(方定煥)은 아동 문학가이면서 ·사회사업가로  1899년 11월 9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 보성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도요대학(東洋大學) 철학과에 입학하였다. 그때부터 어린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어 1921년 귀국하자마자 어린이에 대한 존댓말 쓰기 운동을 벌였다. 그리고 1922년 동화집 <사랑의 선물>을 발행하고, 이듬해 잡지〈어린이〉를 창간한다. 이어서 손진태 · 윤주영 등과 <색동회>를 조직하여 5월 1일을 첫 어린이 날로 정하도록 정부에 요구하였다.

 

그러면서 잡지 <별건곤>과 <신여성>을 발간하는 한편, 동화대회와 세계 아동미술 전람회를 개최하였다. 1931년 새로운 월간 잡지 <혜성>을 발간했으나, 갑자기 병을 얻어 그만 1931년 7월 23일 33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957년 그를 기념하기 위해 ‘소파상’이 제정되었다. 저서로는 《소파전집》이 있다. 생전에 방정환은 이 나라의 새싹인 어린이에게 많은 관심을 가졌고, 그런 관심이 <어린이날>을 만든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또, 여러가지 어린이를 위한 사회운동도 많이 벌였으며, “어린이를 존중하자”라는 가치를 내걸었다고 생각한다. 어린이를 존중하자는 가치를 중요시 했던 방정환은 참으로 이 나라에 가치 있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어린이>라는 말은 나이가 어린 사람을 말한다. 그때까지는 아이(줄여서 '애'), 아니면 ‘아동’(兒童)이라고 불러왔다. '어린이'라는 호칭은 소파 방정환이 처음으로 만들어 보급하였다. 보통 만 4~6세부터 12세까지, 아직 사춘기에 도달하지 못한 어린 사람을 <어린이>라고 했다. 다시 말하면 <어린이>라는 말은 <어린 사람>, <나이가 어린 분>이라는 아이들에 대한 존경의 의미가 담겨 있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에서는 어린이의 권익 향상을 위해 1957년 <어린이 헌장>을 제정 선포하였고, 1975년부터 어린이날인 5월 5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각종 행사도 벌이고 있다. 일본도 1948년에 5월 5일을 그들의 <어린이날 子供の日>을 정하였다.

 

전통적 용어의 변천

<아이>라는 말의 전통적 어원을 살펴보면 고어에 보면 아해(해의 아는 아래아)<석보상절>, 아희<소학언해>, 아히<번역소학> 등의 표기가 있는데, 아+해, 희, 히의 구조를 생각할 수 있다. 이 때 '아'는 아버지의 '아', 어머니의 '어' 등과 비교되며, 중국의 한자 아(兒, 我)와도 통하고, 일본어 와타시[아타시)에서 변한 것으로 여기서 <다시>를 빼면 <아>만 남는데 이것이 나(我)다]의 '아'와도 비교된다. 그리고 뒤에 붙는 '해, 희, 히'는 접미사로 보는데 그 어원도 근원적으로는 '사람'이란 뜻이라고 밝힌 박사논문도 있다.

 

<아해 兒孩>란 표기는 취음표기라 본다. 물론 <아기>의 '아'도 兒와 관련은 있지만 그러나 아기의 '아'가 한자어에서 왔다는 것은 아니다. 인칭은 세계 공통어적인 성격이 있다. 다만 한 언어의 음운체계에 맞게 변한다. 마마, 파파(빠빠)는 세계 공통어다. 참고로 어린 아이를 한자로는 동몽(童蒙)이라 했다. 그래서 어린아이가 먼저 배우는 책이 <童蒙先習>이다. 그밖에 <아이>를 이르는 한자어로는 兒, 童, 孩, ,瓔, 稚, 孺 등이 있다. [http://etymon.kr/bbs/zboard.php?id=qa&no=237]

 

그런데 우리말의 '어리-'는 한글이 처음 창제된 15세기 무렵에는 주로 '어리석다'는 의미로 사용되었으나, 16세기 이후에 '나이가 어리다'라는 의미를 얻게 되었고, 18세기에 들어와 후자의 의미만 남게 되었다. <어린이>라는 용어는 17세기의 《가례언해》와 《경민편언해》에 나이가 어린 사람을 뜻하여 "어린이"의 형태로 나타나며, 후에 소파 방정환 선생이 '젊은 사람을 <젊은이>라고 하듯이 나이가 어린 사람도 <어린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며 <어린이>라는 용어가 탄생했고 그는 이 말을 보급하는 데도 크게 힘썼다.

 

법률상의 용어

법률적 용어를 살펴보면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제 1조는 '이 협약의 목적상, “아동”이라 함은 아동에게 적용되는 법에 의하여 보다 조기에 성인 연령에 달하지 아니하는 한 18세 미만의 모든 사람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는,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 등이 ‘만 14세 미만의 <아동>으로부터 개인정보 수집ㆍ이용ㆍ제공 등의 동의를 받으려면 그 법정 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그 아동에게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기 위하여 필요한 법정 대리인의 성명 등 최소한의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 고 규정하고 있다. (제31조 제1항)

 

개인적인 제안

개인적으로 나의 주장은 기왕에 있는 <어린이>라는 훌륭한 용어를 버리지 말고 계속 사용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래서 제안하는데 일반가정에서는 자기 자식(子息)에게는 ‘우리 아이’ ‘우리 애’라고 지금처럼 그대로 사용하도록 하고, 남의 아이나 사회적으로, 또는 방송이나 교과서 등 공공적인 경우에는 모두 <어린이>로 통일했으면 좋겠다. 다시 말하면 자기 자식에게만 ‘아이’라고 부르고, 일반 미성년자나 사회적 공적 용어에서는 모두 ‘어린이’로 확실히 통일해서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이’는 예삿말, ‘어린이’는 존댓말, 또는 표준말로 정해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 어린이헌장 >

우리나라의 <어린이헌장>은 한국동화작가협의회에서 제정, 1957년 5월 5일 보건사회부에서 선포한 헌장이다. 어린이를 위해 국가와 사회가 해야 할 일을 명문으로 후세에 남겨놓은 것으로, 법적 강제력은 없다. <어린이헌장>은 1988년 한 차례 개정되었다.

 

1957년 3월 1일 한국동화작가협회의 마해송·방기환·강소천·이종항·김요백·임인수·홍인순 등 7인이 성문화 하고 처음 발표하였고, 보건복지부가 아동 및 모자 관련 단체, 전문가들과 함께 심의, 보완·수정하여 같은 해 5월 5일 내무부·법무부·교육인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4부 장관 명의로 9개항으로 된〈어린이 헌장〉이 선포되었다. 그뒤 1988년 보건복지부에서 11개항으로 다시 개정하였다. 1957년 제정 당시의 전문(前文)과 본문(本文)은 다음과 같다.

 

어린이는 나라와 겨레의 앞날을 이어나갈 새 사람이므로 그들의 몸과 마음을 귀히 여겨 옳고 아름답고 씩씩하게 자라도록 힘써야 한다
1. 어린이는 인간으로서 존중하여야 하며 사회의 한 사람으로서 올바르게 키워야 한다.
2. 어린이는 튼튼하게 낳아 가정과 사회에서 참된 애정으로 교육하여야 한다.
3. 어린이에게는 마음껏 놀고 공부할 수 있는 시설과 환경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4. 어린이는 공부나 일이 몸과 마음에 짐이 되지 않아야 한다.
5. 어린이는 위험한 때 맨 먼저 구출하여야 한다.
6. 어린이는 어떠한 경우에라도 악용(惡用)의 대상이 되어서는 아니된다.
7. 굶주린 어린이는 먹여야 한다. 병든 어린이는 치료해주어야 하고, 신체와 정신에 결함이 있는 어린이는 도와주어야 한다. 불량아(不良兒)는 교화하여야 하고 고아(孤兒)나 부랑아(浮浪兒)는 구호해야 한다.
8. 어린이는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고 과학을 탐구하며 도의를 존중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9. 어린이는 좋은 국민으로서 인류의 자유와 평화와 문화발전에 공헌할 수 있도록 키워야 한다.

 

어린이날 노래

윤석중 작시, 윤극영 작곡


(1)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2) 우리가 자라면 나라의 일꾼
손잡고 나가자 서로 정답게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어린이날 노래 - 윤석중 작시, 윤극영 작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