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용의 타임머신... 영원한 시간 속에서 자세히보기

정의가죽은나라

[무상보육] 지원비 횡령에, 예산 파탄에, 심각한 부작용에…

잠용(潛蓉) 2013. 5. 6. 08:52

어린이집 원장들

국회에 “낙선” 위협… 무릎 꿇은 의원들 법안 철회
경향신문 | 송윤경 기자 | 입력 2013.05.06 00:25 | 수정 2013.05.06 01:07

 

공무원에 사법경찰권 부여 ‘감독 강화’ 하려다 자진 후퇴
새누리당 ㄱ의원은 지난달 초 같은 당 이운룡 의원(비례대표)이 어린이집의 감시·감독을 강화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하려는 사실을 알고 공동발의자로 참여키로 했다. 식품의약품 안전처의 '식품위생감시원'처럼 세금 지원이 많은 어린이집을 감독하는 공무원에게도 특별 사법경찰권을 부여하자는 법안이었다. 그간 어린이집 원장들의 직원급여 착복, 특별활동비 리베이트 등이 문제됐지만 감독기관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많은 터였다.

 

뜻밖의 강한 저항은 지난달 17일 법안이 정식 발의된 뒤부터 벌어졌다. 한국어린이집연합회 등 조직으로 묶인 어린이집 원장들이 법안 철회를 목표로 집단 행동을 시작했다. ㄱ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을 항의 방문하고 의원 사무실엔 업무가 힘들 정도로 전화해 욕설을 해댔다. 이들은 "법안이 철회되지 않는다면 낙선 운동을 하겠다. 지역구에서 우리 힘을 무시하다간 큰코 다친다"며 조직력을 과시했다. 알고보니 ㄱ의원뿐 아니라 공동 발의한 의원 13명이 모두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었다.

 

협박이 계속되자 ㄱ의원은 발의자 명단에서 빠지기로 결심했다. 국회법상 한번 발의된 법안은 발의자를 한 명이라도 빼려면 법안 자체가 철회돼야만 한다. ㄱ의원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보좌진에게 법안이 철회되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의 이름은 빠지도록 하게 만들라고 지시했다. 결국 이 법안은 제출된 지 16일 만인 지난 3일 철회됐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보육 공무원들에게 특별 사법경찰권을 부여해 어린이집의 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가 어린이집 원장들로부터 조직적인 압박을 받아 법안을 자진철회한 사실이 5일 확인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양천경찰서에서 어린이집들이 특별활동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사실이 대거 적발돼 정부도 보육감시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었다"면서 "여당 의원들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었지만 상황이 지지부진해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보건복지부와 지자체의 어린이집 감시인력과 권한은 부족한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어린이집이 예·결산 자료를 허위로 작성하고 리베이트·담합· 임금착복 등을 숨겼을 경우 계좌추적이 불가능해 정확한 확인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어린이집의 부정행위는 날로 광범위해지고 있다. 2010년에 보조금 허위청구 등 행정처분을 위반한 어린이집은 924군데이고 환수금액도 71억원에 달했다. 2011년 적발된 어린이집은 1230곳으로 늘었다.

 

현재 사법경찰권은 산림보호·식품단속·철도공안·소방·공중위생·원산지표시 등 47개 직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에게 부여돼 있다. 이들은 검사 지휘를 받아 해당 직무범위 내에서 수사를 벌일 수 있다.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심선혜 의장은 "사법경찰권만으로 단속효과가 있을지 논란도 있다. 우리는 어린이집 원장을 견제하는 지자체 내 위원회 조직을 더 강화시키자는 입장"이라면서 "하지만 어린이집 원장들의 몰지각한 행동과 여기에 무릎 꿇는 국회의원들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법안을 대표발의했던 이운룡 의원은 "발의자 명단을 조정하고 어린이집과 학부모 등 각 관계자와도 협의해 법안을 다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무상보육 대란 눈앞… 예산 부족한 시군구 229곳중 217곳
조선일보 | 권대열 기자 | 입력 2013.05.06 03:12

 

지자체 양육수당 예산 5000억 구멍… 정치권·정부·지자체는 남 탓만

與野, 대선 거치며 양육수당 범위 15%→100%로 대폭 확대
정부 "지자체, 15% 기준으로 예산 짜놓고 '배째라'식 대응"
지자체 "선거때 표 얻으려 결정해놓고 왜 부담 떠넘기나?"

올해부터 전면 무상 보육(보육료+양육수당) 제도가 시행되면서부터 예산 고갈 사태는 예상됐다. 정부가 전국의 실태를 종합해 5일 국무조정실 등에 제출한 예산 부족 현황 보고 자료를 보면 전국적으로 거의 예외 없이 우려가 현실화되는 상황으로 나타났다. 작년 총·대선 과정에서 충분한 예산 대책 없이 제도가 도입된 탓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자치단체, 국회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 1년 만에 15%에서 100% 무상 보육으로
보육비는 어린이집·유치원에 다니는 0~5세 어린이들에게 지급되는 '보육료'와 이런 곳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에게 지급되는 양육수당으로 나뉜다. 양육수당은 작년까지만 해도 하위 15% 소득 계층 자녀에게만 지급됐다. 그러나 작년 총·대선 과정에서 '무상 보육' 바람이 불면서 여야는 '전면 무상 보육'을 약속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재정 부족"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다가 정치권의 압력을 견디지 못했다. 결국 작년 9월 '소득 하위 70% 가구의 0~2세 아이'로 양육수당 대상을 늘리는 절충안을 내놓고, 이에 따라 정부 예산을 짰다. 지자체도 대부분 이에 따라 올해 예산 집행 계획을 마련했다.

 

그러나 여야는 대선 과정에서 '전면 무상보육'을 공약으로 걸었고, 집권한 새누리당도 총선 때부터 이를 공약했다. 그 결과 대선 직후인 12월 말 국회에서 '0~5세 전면 무상 보육'을 시행하기로 했다. 예산 부담은 '중앙정부 50%, 지자체 50%' 부담 원칙을 적용했다. 또 서울시에 대해선 지원 대상자가 많고 재정 규모도 크다는 등의 이유로 '정부 20%, 서울시 80%' 부담 원칙을 정했다. 일반적인 복지정책에 적용되는 기준이다.

 

◇ 서울시 3098억 중 175억만 배정
이 원칙에 따르면, 서울시는 올해 양육수당으로 필요한 3098억원 중 80%인 약 2500억원을 준비해서 배정했어야 한다. 약 23조5000억원인 서울시 전체 예산의 1% 정도다. 그러나 실제 배정된 금액은 175억원이다. 양육수당 1개월치도 안 되는 것이다. 여기에 구(區)별 재정 상태 등을 감안한 국가 보조금 등을 더해서 보건복지부가 계산한 '집행 가능 예산'이 378억원이었다고 정부 보고서는 밝혔다. 서울시는 3월까지 집행된 보육료가 335억원이었다고 밝혀, 사실상 한 달 만에 예산 전부가 쓰인 것이다. 이후 지금까지는 정부가 미리 지급한 국비 883억원을 당겨서 쓰고 있다.

 

◇ 전국에서 12개 시군구만 예산 완비
서울시만큼 심각하지는 않지만 전국적으로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전국적으로 양육수당은 국가에서 8810억, 지방에서 9045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보고서는 "지자체에서는 하위 15%만 양육수당을 지급하던 과거 기준을 적용해서 3887억원만 편성했다"며 "자기들 몫을 다 채운 지자체는 229개 기초단체 중 12곳뿐"이라고 밝혔다. 1년 전까지 하위 15%만 양육수당을 지급할 때를 기준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나머지는 국가에 손을 벌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보고서는 또 "보육시설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지급하는 '보육료' 예산도 지자체가 2조5530억원을 편성해야 했지만, 1조9587억원만 배정해 5943억원이 부족한 상태"라며 "서울시는 9월이면 보육료까지 소진되고 국비로 전액 지원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경기도는 양육수당 지급에 필요한 예산이 4793억원인데, 실제 편성된 예산은 국비 지원까지 합쳐도 2798억원만 집행이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준비가 가장 잘 된 광역단체는 경상북도로 필요 예산 906억원 중 791억원이 준비돼 준비율 87.3%를 기록했다.

 

대란(大亂) 상황이 눈앞에 와있는데도 누구도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총리실과 복지부 관계자들은 "상당수 지자체가 예년 기준으로 예산을 짜놓고 '배 째라' 식으로 나오는데, 정부가 더 투입해 줄 예산은 없다"고 했다. 지자체는 "정치권에서 표(票) 얻으려고 올려놓고 왜 지방에 부담을 떠넘기느냐"고 한다. 이런 상황을 만든 정치권은 이번 추경안에 이와 관련된 예산을 반영할지 말지를 논의도 않고 있다.

 

[영유아 병드는 사교육]
“아이들, 호기심이 사라졌다”

초등교사가 본 영유아 사교육 부작용
경향신문 | 송현숙 기자 | 입력 2013.05.06 00:25 | 수정 2013.05.06 01:07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서울 강북구 번동의 수송초등학교 박명희 교사(40·사진)는 "수업 시간에 멍하게 딴 곳을 바라보거나 축 처져 있는 아이들이 많다"며 "활발하게 장난치는 아이들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15년 전 처음 교단에 섰을 때와는 너무 달라졌다. 그는 4년 전과 지난해 1학년 담임을 맡았고, 올해는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

 

"1~2학년 때는 한창 생기 발랄하고 호기심이 많아서 엉뚱한 질문도 할 때 잖아요? 근래에는 좀처럼 그런 아이들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요." 너무 피곤해하는 아이들에게 "어제 뭘 했니?" 물어보면 "학원 3개 갔다 왔어요"라는 답이 돌아오기 일쑤이고, 상당수 아이는 3~5세 때부터 해오던 일이라고 했다. 박 교사는 "저학년은 시간이 많다고 생각해 영어·수학 보습학원 외에 수영이나 태권도, 미술, 피아노 등 예체능 학원도 많이 다닌다"며 "몸을 많이 쓰다 보니 체력이 달리고, 힘드니까 호기심이 떨어지고 매사에 의욕이 없어지는 아이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심심할 때 창의력도 생기는 것이 잖아요?"

박 교사는 "예전 아이들은 심심하게 지내다 보니 놀이를 스스로 만들어내면서 놀았다"며 "요즘엔 혼자든 여럿이든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에서 게임이나 웹툰에 접속해 심심할 틈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창의적인 놀이나 대화를 할 때까지 기다려줄 환경이나 시간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교사들 사이에 "어젯밤 12시에 또 그 문자 받았어"란 말이 곧잘 화제에 오른다고 했다. 아이들이 부모나 자기 휴대폰에 저장돼 있는 모든 번호에 게임하자는 '친구 초대' 메시지를 밤늦은 시간에도 무차별적으로 보낸다는 것이다. 박 교사는 "즉각적인 외부 자극에만 길들여진 아이들은 정서적인 문제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산만한 아이들이 많고, 쉬운 자극에만 반응하며 뭔가를 생각해보자고 하면 못견뎌 한다는 것이다.

 

입학 전 영어 사교육을 과도하게 받는 아이들이 늘다 보니 가끔 진풍경도 벌어진다. 태어나서 영어와 한글을 동시에 배우며 영어부터 주입한 아이들은 외려 국어를 어렵게 느끼고 난처한 상황이 되면 영어로 말하기도 한다고 했다. 박 교사는 학교 오기 전에 1~2학년 교육내용을 다 배우는 아이들이 많아져 교사도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평균적으로는 사교육이 적은 지역인데도, 반 아이 26명 중 학습내용을 다 배우고 온 아이들이 열대여섯 명은 되다 보니 수업 수준을 어디에 맞춰야 할지, 이미 내용을 알고 있는 아이들에겐 어떻게 흥미를 유도할지 늘 고민이라는 것이다.

 

그는 경쟁적인 사교육 시장에서 달란트나 문화상품권 같이 항상 과도한 보상 시스템에 길들여진 아이들이 학교에서도 똑같은 것을 바란다는 점도 문제라고 했다. 보상이 없으면 흥미는 급격히 떨어지고 학부모나 아이 모두 상에 대한 집착이 크다는 것이다. 박 교사는 "배움 자체를 즐길 수 없게 만드는 부모들의 태도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교육 학원에서는 "입학 초기에 아이들이 학습에 자신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부추기지만, 정작 그렇게 많은 것을 배우고 온 1학년 아이들에겐 시험점수보다 부모의 반응이 좌절감을 준다는 것이다.

 

박 교사는 "아이들은 공부를 통해서 보다 새로운 것을 접했을 때 생경한 경험을 하면서 호기심과 즐거움을 느낀다"면서 "재미있으니까 뭐든지 하려 하고, 경험을 쌓으면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1학년 아이들은 자기가 받아쓰기에서 빵점을 받아도 '나 빵점 받았다'고 크게 자랑하는데 어른들은 지레 아이가 자신감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하나 틀린 아이에게도 '저 애는 또 100점 받았다며?' 식으로 말하는 게 반복되면 아이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내 경험으로 볼 때 취학 전 사교육의 효과는 길어야 1년"이라며 "과도한 사교육은 단기적인 시험기술로는 이어질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아이들의 발달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초등학교 교육과정 자체가 기초적인 면에 맞춰져 있어 취학 전에 한글 학습이나 수학 교육을 받지 않아도 두 달이나 길면 한 학기, 1년이면 학습격차가 메워진다고 설명했다. 정작 과도한 사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무기력하고 힘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거나 밖에서 노는 것을 힘들어하고 게임에 중독될 확률이 많다고 했다.

 

박 교사는 "1학년 때부터 창의적이고 자기 생각을 잘 말하며 고학년이 돼서도 배움의 호기심을 잃지 않고 스스로 공부에 몰입하는 아이들을 보면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책을 많이 읽어주고 아이들과 즐거운 교감을 한 경우가 많다"면서 "교사로선 그런 아이들의 질문이 많아졌으면 한다. 피곤해도 그런 '피곤한 즐거움'을 자주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송현숙 기자 song@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