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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불교·죽음

[불경] 대방광불화엄경 (大方廣佛華嚴經) '입법계품' (入法界品) (4)

잠용(潛蓉) 2013. 6. 30. 10:17

(Sudhana meets Bodhisattva Guanyin to seek advice)

 

 


       
(27) 비슬지라(琵瑟祗羅) 거사를 찾다

 

그 때 선재동자는 점점 가다가 선도성(善度城)에 이르러 거사의 집에 나아가 발에 엎드려 절하고 합장하고 서서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자온즉 거룩한 이께서 잘 가르친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거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 반열반의 짬에 들지 않음’[不般涅槃際]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렇게 여래가 이미 반열반에 들었다거나, 이렇게 여래가 지금 반열반에 든다거나, 이렇게 여래가 장차 반열반에 들리라거나 하는 생각을 내지 아니하노라. 나는 시방 모든 세계의 부처님 여래들이 필경에 반열반에 드는 이가 없는 줄을 알거니와 중생을 조복하기 위하여 일부러 보이는 것을 제외할 것이니라. 선남자여, 내가 전단좌여래의 탑 문을 열 때에 삼매를 얻었으니 이름이 ‘부처의 종자가 다함이 없음’[佛種無盡]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생각마다 이 삼매에 들고, 생각마다 모든 한량없이 훌륭한 일을 아느니라.”

선재동자가 물었다.
“이 삼매는 그 경계가 어떠하나이까?”


거사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내가 이 삼매에 들고는 차례차례 이 세계의 부처님들을 보았으니, 이른바 가섭불(迦葉佛)· 구나함모니불(拘那含牟尼佛)· 구류손불(拘留孫佛)· 시기불(尸棄佛)· 비바시불(毗婆尸佛)· 제사불(提舍佛)· 불사불(弗沙佛)· 무상승불(無上勝佛)· 무상연화불(無上蓮華佛)이니, 이런 이들이 우두머리가 되었으며, 잠깐 동안에 백 부처님을 보고, 천 부처님을 보고, 백천 부처님을 보고, 억 부처님· 천억 부처님· 백천억 부처님· 야유다 억 부처님· 나유타 억 부처님을 보며,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들을 차례로 다 보노라.


또 저 부처님들이 처음으로 마음을 내고 선근을 심고 훌륭한 신통을 얻고 큰 원을 성취하고 묘한 행을 닦고 바라밀을 구족하며, 보살의 지위에 들어가서 청정한 법의 지혜를 얻고 마군들을 항복 받고 정등각을 이루어 국토가 청정하고 대중이 둘러싸고 있음을 보노라. 큰 광명을 놓으며 묘한 법륜을 굴리며 신통으로 변화하는 가지가지 차별을, 내가 다 지니고 내가 다 기억하고 살펴보고 분별하여 나타내노라. 미래의 미륵불 등 여러 부처님과 현재의 비로자나불 등 여러 부처님도 다 그와 같이하며, 이 세계에서와 같이, 시방세계에 계시는 삼세의 모든 부처님· 성문· 독각· 보살  대중들도 그와 같이 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들이 얻는 반열반의 짬에 들지 않는 해탈을 얻었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한 생각의 지혜로 삼세를 두루 알며, 잠깐 동안에 모든 삼매에 두루 들어가며, 여래의 지혜 해가 항상 마음에 비치어 모든 법에 분별이 없으며, 모든 부처님이 다 평등하고, 여래와 나와 모든 중생이 평등하여 둘이 없음을 알며, 모든 법의 성품이 청정함을 알아 생각함도 없고 움직임도 없지만, 모든 세간에 두루 들어가며, 모든 분별을 여의고 부처의 법인(法忍)에 머물러서 법계의 중생들을 모두 깨우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으로 가면 보달락가(補怛洛迦)산이 있고, 거기 한 보살이 있으니 이름의 관자재(觀自在)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그리고 게송을 말하였다.

 

바다 위에 산이 있고 성인 많으니
보배로 이루어져 매우 깨끗해
꽃과 과실 나무들이 우거져 섰고
샘과 못과 시냇물이 갖추어 있는데

 

용맹하고 장부이신 관자재보살
중생을 이익하려 거기 계시니
너는 가서 모든 공덕 물어 보아라.
그대에게 큰 방편을 일러 주리라.

 

이 때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28)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을 찾다

 

그 때 선재동자는 일심으로 저 거사의 가르침을 생각하여 저 보살의 해탈하는 갈무리에 들어가고, 저 보살의 생각을 따라주는 힘을 얻었고, 저 부처님들의 나타나시는 차례를 기억하고, 저 부처님들이 계속하는 차례를 생각하고, 저 부처님의 명호의 차례를 지니고, 저 부처님들의 말하시는 법을 관찰하고, 저 부처님들의 갖추신 장엄을 알고, 저 부처님들의 정등각을 이룸을 보고, 저 부처님들의 부사의한 업을 분명하게 알고서, 점점 찾아 다니다가 그 산에 이르러 간데마다 물어 그 대보살을 찾고 있었다.


그 때 문득 바라보니, 서쪽 골짜기에 시냇물이 굽이져 흐르고 수목은 우거져 있으며 부드러운 향풀이 오른쪽으로 쓸려서 땅에 깔렸는데, 관자재보살이 금강석 위에서 가부하고 앉았고, 한량없는 보살들도 보석 위에 앉아서 공경하여 둘러 모셨으며, 관자재보살이 대자대비한 법을 말하여 그들로 하여금 모든 중생을 거두어 주게 하고 계시었다.


선재동자가 보고는 기뻐 뛰놀면서 합장하고 눈도 깜짝이지 않고 쳐다보면서 생각하기를 “선지식은 곧 여래며, 선지식은 모든 법 구름이며, 선지식은 모든 공덕의 광이라, 선지식은 만나기 어렵고, 선지식은 십력(十力)의 원인이며, 선지식은 다함이 없는 지혜의 횃불이며, 선지식은 복덕의 싹이며, 선지식은 온갖 지혜의 문이며, 선지식은 지혜 바다의 길잡이며, 선지식은 온갖 지혜에 이르는 길을 도와주는 도구로다” 하고 곧 대보살이 계신 데로 나아갔다. 그 때 관자재보살은 멀리서 선재동자를 보고 말하였다.


“잘 왔도다. 그대는 대승의 마음을 내어 중생들을 널리 거두어 주고, 정직한 마음으로 불법을 구하고, 자비심이 깊어서 모든 중생을 구호하며, 보현의 묘행이 계속하여 앞에 나타나고, 큰 서원과 깊은 마음이 원만하고 청정하며, 부처의 법을 부지런히 구하여 모두 받아 지니고, 선근을 쌓아 만족함을 모르며, 선지식을 순종하여 가르침을 어기지 않고, 문수사리의 공덕과 지혜의 바다로부터 났으므로 마음이 성숙하여 부처의 세력을 얻고, 광대한 삼매의 광명을 얻었으며, 오로지 깊고 묘한 법을 구하고, 항상 부처님을 뵈옵고 크게 환희하며, 지혜가 청정하기 허공과 같아서 스스로도 분명히 알고 다른 이에게 말하기도 하며, 여래의 지혜의 광명에 편안히 머물러 있도다.”

 

이 때 선재동자는 관자재보살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고 합장하고 서서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자온즉 거룩한 이께서 잘 가르치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보살이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도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크게 가엾이 여기는 행의 해탈문을 성취하였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 보살의 ‘크게 가엾이 여기는 행의 문’으로 모든 중생을 평등하게 교화하여 끊이지 아니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 크게 가엾이 여기는 행의 문에 머물렀으므로 모든 여래의 처소에 항상 있으며 모든 중생의 앞에 항상 나타나서, 보시로써 중생을 거두어 주기도 하고, 사랑하는 말로써 하기도 하고, 이롭게 하는 행으로써 하기도 하고, 같이 일함으로써 중생을 거두어 주기도 하며, 육신을 나투어 중생을 거둬 주기도 하고, 가지가지 부사의한 빛과 깨끗한 광명을 나타내어 중생을 거둬 주기도 하며, 음성으로써 하기도 하고, 위의로써 하기도 하며, 법을 말하기도 하고, 신통변화를 나타내기도 하며, 그의 마음을 깨닫게 하여 성숙케 하기도 하고, 같은 형상으로 변화하여 함께 있으면서 성숙케 하기도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 ‘크게 가엾이 여기는 행의 문’ 을 수행하여 모든 중생을 구호하려 하노니, 모든 중생이 험난한 길에서 공포를 여의며, 번뇌의 공포를 여의며, 미혹한 공포를 여의며, 속박될 공포를 여의며, 살해될 공포를 여의며, 빈궁한 공포를 여의며, 생활하지 못할 공포를 여의며, 나쁜 이름을 얻을 공포를 여의며, 죽을 공포를 여의며, 여러 사람 앞에서 공포를 여의며, 나쁜 길에 태어날 공포를 여의며, 캄캄한 속에서 공포를 여의며, 옮아 다닐 공포를 여의며, 사랑하는 이와 이별할 공포를 여의며, 원수를 만나는 공포를 여의며, 몸을 핍박하는 공포를 여의며, 마음을 핍박하는 공포를 여의며, 근심 걱정의 공포를 여의어지이다 하노라. 또 원하기를, 여러 중생이 나를 생각하거나 나의 이름을 일컫거나 나의 몸을 보거나 하면, 다 모든 공포를 면하여지이다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런 방편으로써 중생들의 공포를 여의게 하고, 다시 가르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고 영원히 물러가지 않게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크게 가엾이 여기는 행의 문을 얻었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보현의 모든 원을 깨끗이 하였고, 보현의 모든 행에 머물러 있으면서, 모든 착한 법을 항상 행하고, 모든 삼매에 항상 들어가고, 모든 그지없는 겁에 항상 머물고, 모든 삼세 법을 항상 알고, 모든 그지없는 세계에 항상 가고, 모든 중생의 나쁜 짓을 항상 쉬게 하고, 모든 중생의 착한 일을 항상 늘게 하고, 모든 중생의 죽살이의 흐름을 항상 끊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그 때 동방에 한 보살이 있었으니, 이름은 정취(正趣)이고, 공중으로부터 사바세계에 와서 철위산[輪圍山] 꼭대기에서 발로 땅을 누르니, 사바세계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모든 것이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하였다.
정취보살이 몸에서 광명을 놓아 해와 달과 모든 별과 번개의 빛을 가리니, 하늘·용들의 팔부와 제석·범천·사천왕의 광명들은 먹덩이와 같아지고, 그 광명이 모든 지옥· 축생· 아귀· 염라왕의 세계를 두루 비추어 모든 나쁜 길의 고통을 소멸하여 번뇌가 일어나지 않고 근심 걱정을 여의게 하였다.


또 모든 부처님 국토에서 모든 꽃· 향· 영락· 의복· 당기· 번기를 내리며, 이러한 여러 가지 장엄거리로 부처님께 공양하고, 또 중생의 좋아함을 따라 모든 궁전에서 몸을 나타내어 보는 이들을 모두 기쁘게 하였다. 그런 뒤에 관자재보살이 있는 데로 오니, 관자재보살이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 정취보살이 여기 오는 것을 보느냐?”


선재는 말하였다.

“보나이다.”


관자재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29) 정취보살(正趣菩薩)을 만나다

 

이 때 선재동자는 가르침을 받들고 곧 그 보살이 계신 데 나아가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합장하고 서서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자온즉 거룩한 이께서 잘 가르치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말하여 주소서.”


정취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넓은 문 빠른 행’[普門速疾行]이니라.”


선재동자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어느 부처님에게서 이 법문을 얻었으며, 떠나 오신 세계는 여기서 얼마나 멀며, 떠나 오신 지는 얼마나 오래였나이까?”


정취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일은 알기 어려우니라. 모든 세간의 하늘· 사람· 아수라· 사문· 바라문들이 알지 못하느니라. 오직 용맹하게 정진하여 물러가지 않고 겁이 없는 보살들로서, 모든 선지식이 거두어 주고 부처님이 생각하시고 선근이 구족하고 뜻이 청정하여, 보살의 근기를 얻고 지혜의 눈이 있는 이라야, 능히 듣고 능히 지니고 능히 알고 능히 말하느니라.”


선재동자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제가 부처님의 신통하신 힘과 선지식의 힘을 받자와 능히 믿고 능히 받겠사오니,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정취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동방 묘장(妙藏) 세계의 보승생(普勝生)부처님 계신 데로부터 이 세계에 왔으며, 그 부처님 처소에서 이 법문을 얻었고, 거기서 떠난 지는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을 지냈느니라. 낱낱 찰나마다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걸음을 걸었고, 낱낱 걸음마다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부처 세계를 지나 왔는데, 낱낱 부처 세계마다 모두 들어가서 그 부처님께 아름다운 공양거리로 공양하였으니, 그 공양거리는 모두 위없는 마음으로 이룬 것이며, 지음이 없는 법으로 인정한 것이며, 여러 여래께서 인가한 것이며, 모든 보살이 찬탄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또 저 세계의 모든 중생을 보고 그 마음을 다 알며 그 근성을 다 알고, 그들의 욕망과 이해를 따라서 몸을 나타내어 법을 말하는데, 광명을 놓기도 하고 재물을 보시하기도 하여 가지가지 방편으로 교화하고 조복하여 조금도 쉬지 아니하였노라.


동방에서와 같이 남방· 서방· 북방과 네 간방과 상방· 하방에서도 그와 같이 하였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넓은 문 빠른 행의 해탈을 얻었으므로 빨리 걸어 모든 곳에 이르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시방에 두루하여 가지 못하는 데가 없으며, 지혜의 경계도 같아서 차별이 없고, 몸을 잘 나투어 법계에 두루하되, 모든 길에 이르고 모든 세계에 들어가며, 모든 법을 알고 모든 세상에 이르러 평등하게 모든 법문을 연설하며, 한꺼번에 모든 중생에게 비추고, 부처님들에게 분별을 내지 아니하며, 모든 곳에 장애함이 없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타라발지(墮羅鉢底)라는 성이 있고, 거기에 한  신(神)이 있으니 이름은 대천(大天)이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이 때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30) 대천신(大天神)을 찾다

 

그 때 선재동자는 보살의 광대한 행에 들어가서 보살의 지혜의 경계를 구하며, 보살의 신통한 일을 보고, 보살의 훌륭한 공덕을 생각하고, 보살의 크게 환희함을 내고, 보살의 견고한 정진을 일으키고, 보살의 부사의하고 자유자재한 해탈에 들어가고, 보살의 공덕의 지위를 행하고, 보살의 삼매의 경지를 관찰하고, 보살의 다 지니는 지위에 머물고, 보살의 크게 원하는 지위에 들어가고, 보살의 변재의 지위를 얻고, 보살의 모든 힘의 지위를 이루고서, 점점 다니다가 그 성에 이르러 “대천신(大天神)이 어디 있느냐?”고 물으니, 사람들이 대답하기를 “이 성안에 있어서 광대한 몸을 나타내고 대승에게 법을 말한다”고 하였다.


그 때 선재동자는 대천신에게 가서 그의 발에 절하고 앞에서 합장하고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자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치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이 때 대천이 네 손을 길게 펴서 네 바다의 물을 움키어 얼굴을 씻으며 황금꽃을 선재에게 흩고 말하였다.
“선남자여, 모든 보살은 보기 어렵고, 듣기 어렵고, 세간에 나오는 일이 드물어서, 중생 가운데 가장 제일이며 사람들 중에 분타리꽃 이니라. 중생들의 돌아갈 곳이며 중생을 구원하는 이며, 세간을 위하여 평안할 곳이 되고, 세간을 위하여 큰 광명이 되며, 미혹한 이에게 편안한 길을 가리키고, 길잡이가 되어 중생을 인도하여 불법의 문에 들게 하며, 법의 대장이 되어 온갖 지혜의 성을 수호하느니라. 보살은 이와 같이 만나기 어려우니, 오직 몸과 말과 뜻에 허물이 없는 이라야 그 형상을 보고 그 변재를 들으며 온갖 시간에 항상 앞에 나타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미 보살의 해탈을 성취하였으니 이름이 ‘구름 그물’[雲網]이니라.”


선재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구름 그물 해탈의 경계가 어떠하오니까?”

 

이 때 대천은 선재의 앞에서 금더미· 은더미· 유리더미· 파리더미· 자거더미· 마노더미· 큰 불꽃 보배더미· 때 여읜 보배더미· 큰 광명 보배더미· 시방에 두루 나타나는 보배더미· 보배 관더미· 보배 인장더미· 보배 영락더미· 보배 귀고리더미· 보배 팔찌더미· 보배 자물쇠더미· 진주 그물더미· 가지각색 마니보배더미· 모든 장엄거리더미· 여의주더미들을 산같이 나타내었다.


또 모든 꽃· 모든 화만· 모든 향· 모든 사르는 향· 모든 바르는 향· 모든 의복· 모든 당기 번기· 모든 음악· 모든 다섯 가지 오락 기구를 산더미 같이 나타내며, 또 수없는 백천만억 아가씨[童女]들을 나타내고, 대천이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물건을 가져다가 여래에게 공양하여 복덕을 닦고, 또 모든 중생에게 보시하여 그들로 하여금 보시[檀] 바라밀을 배우고 버리기 어려운 것들을 버리게 하라. 선남자여, 내가 그대에게 이런 물건을 보여 주고 그대로 하여금 보시를 행하게 하듯이, 모든 중생을 위하여서도 그렇게 하며, 이 선근으로써 삼보와 선지식에게 공양하고 공경하여 착한 법을 증장케 하고 위없는 보리심을 내게 하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중생이 오욕(五欲)을 탐하여 방일하는 이에게는 부정한 경계를 보여 주고, 어떤 중생이 성 잘내고 교만하여 언쟁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매우 무서운 형상을 보여 주되, 나찰 따위가 피를 빨고 살을 씹는 것을 보여서 놀래고 두려워 마음이 부드럽고 원수를 여의게 하며, 어떤 중생이 혼미하고 게으르면 그에게는 국왕의 법과 도적과 수재· 화재와 중대한 질병을 보여서 두려운 마음을 내고 근심과 고통을 알아서 스스로 힘쓰게 하노라. 이러한 가지가지 방편으로써 모든 착하지 못한 행동을 버리고 착한 법을 닦게 하며, 모든 바라밀의 장애를 버리고 바라밀을 구족케 하며, 모든 험하고 어려운 길을 벗어나서 장애가 없는 곳에 이르게 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구름 그물 해탈을 알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제석천왕과 같이 모든 번뇌의 아수라를 항복 받으며, 큰 물과 같이 모든 중생의 번뇌의 불을 소멸하며, 맹렬한 불과 같이 모든 중생의 애욕의 물을 말리며, 큰 바람과 같이 모든 중생의 여러 소견의 당기를 꺾어 버리며, 금강과 같이 모든 중생의 나[我]라는 산을 깨뜨리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염부제 마갈제국(摩竭提國)의 보리도량에 땅 맡은 신이 있으니 이름은 잘 머무름[安住]이니라. 그에게 가서 그대는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31) 잘 머무는 땅 맡은 신[安住神]을 찾다

 

그 때 선재동자는 점점 걸어서 마갈제국의 보리도량에 있는 ‘잘 머무는 땅 맡은 신’의 처소에 찾아갔다. 백만의 땅 맡은 신들이 함께 있어서 서로 말하였다.
여기 오는 동자는 곧 부처의 광이니, 반드시 모든 중생의 의지할 곳이 될 것이며, 반드시 모든 중생의 무명 껍데기를 깨뜨릴 것이다. 이 사람이 이미 법왕의 문중에 났으니 마땅히 때 여의고 걸림없는 법 비단을 머리에 쓸 것이며, 지혜 보배의 큰 광을 열고 모든 삿된 이론(異論)하는 외도들을 꺾으리라.”


이 때 ‘잘 머무는 땅 맡은 신’ 등 백만의 신이 큰 광명을 놓아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비추니, 온 땅이 한꺼번에 진동하며 갖가지 보물이 곳곳마다 장엄하며, 깨끗한 그림자와 흐르는 빛이 번갈아 사무치었다. 모든 잎 나무는 한꺼번에 자라나고, 모든 꽃 나무는 한꺼번에 꽃이 피고, 모든 과실 나무는 과실이 모두 익었으며, 모든 강물은 서로 들어가 흐르고, 모든 못에는 물이 넘치며, 가늘고 향기로운 비를 내려 땅을 적시고, 바람은 꽃을 불어다가 위에 흩으며, 무수한 음악을 일시에 잡히고, 하늘의 장엄거리에서는 아름다운 음성을 내니, 소와 코끼리와 사자들이 모두 기뻐서 뛰놀고 영각(영각)하니 마치 큰 산이 서로 부딪쳐 소리를 내는 듯하고, 백천의 묻힌 갈무리가 저절로 솟아나왔다.


이 때 ‘잘 머무는 땅 맡은 신’이 선재에게 말하였다.
“잘 왔도다. 동자여, 그대가 이 땅에서 선근을 심었을새 내가 나타나노니, 그대는 보려는가?”


그 때 선재동자는 땅 맡은 신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합장하고 서서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보려 하나이다.”


이 때 ‘잘 머무는 땅 맡은 신’이 발로 땅을 눌러서 백천의 아승기 보배 광이 저절로 솟아오르게 하고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보배 광은 그대를 따라다니는 것이니라. 이것은 그대가 옛적에 심은 선근의 과보며, 그대는 복덕으로 유지하는 것이니, 그대는 마음대로 사용하라.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은 ‘깨뜨릴 수 없는 지혜 광’[不可壞智慧藏]이니라. 항상 이 법으로 중생들을 성취하느니라.


선남자여, 내가 생각하니, 연등(然燈)부처님 때로부터 항상 보살을 따라서 공경하고 호위하였으며, 보살들의 마음과 행과 지혜의 경계와 모든 서원과 청정한 행과 모든 삼매와 광대한 신통과 자유자재한 힘과 깨뜨릴 수 없는 법을 살펴보았으며, 모든 부처님의 국토에 두루 가서 모든 여래의 수기를 받았으며, 모든 부처님의 법륜을 굴리며, 모든 수다라(修多羅)의 문을 널리 말하며, 큰 법의 광명으로 널리 비추어 모든 중생을 교화하고 조복하며, 모든 부처님의 나타내는 신통변화를 내가 모두 받아 지니고 모두 기억하노라. 선남자여, 지나간 옛적 수미산 티끌 수의 겁을 지나서 장엄겁이 있었는데, 그 세계의 이름은 달당기[月幢]요, 부처님 명호는 묘안(妙眼)이니, 그 부처님에게서 이 법문을 얻었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 법문에서 들락날락하면서 닦고 익히고 증장케 하였으며, 여러 부처님을 항상 뵈옵고 떠나지 않았으며, 이 법문을 처음 얻고부터 현겁(現劫)에 이르기까지 그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여래· 응공· 정등각을 만나서 받들어 섬기고 공경하고 공양하였으며, 또 저 부처님들이 보리좌에 나아가 큰 신통을 나타내심을 보았으며, 또 그 부처님들이 가지신 모든 공덕과 선근을 보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깨뜨릴 수 없는 지혜 광 법문을 알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부처님을 항상 따라다니면서 모든 부처님의 말씀을 능히 지니며, 모든 부처님의 깊은 지혜에 들어가서 잠깐잠깐마다 모든 법계에 가득하며, 여래의 몸과 같고 부처님의 마음을 내며 부처님의 법을 구족하고 부처의 일을 짓는 것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염부제 마갈제국의 가비라성에 밤 맡은 신[主夜神]이 있으니, 이름이 바산바연지(婆珊婆演底)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이 때 선재동자는 땅 맡은 신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32) 바산바연지 밤 맡은 신[婆珊婆演底夜神]을 찾다

 

이 때 선재동자는 일심으로 ‘잘 머무는 땅 맡은 신’의 가르침을 생각하고 보살의 깨뜨릴 수 없는 지혜 광 해탈을 기억하여, 그 삼매를 닦고 그 규모를 배우고 그 유희를 살피고 그 미묘한 데 들어가고 그 지혜를 얻고 그 평등함을 통달하고 그 그지없음을 알고 그 깊이를 헤아리면서 점점 걸어서 그 성에 이르렀다.


동문으로 들어가서 잠깐 섰는 동안에 해는 문득 넘어가고, 마음에 보살의 가르침을 순종하면서 저 밤 맡은 신을 보려 하며, 선지식은 여래와 같다는 생각을 하였고, 또 생각하기를 '선지식으로부터 두루한 눈을 얻어 시방의 경계를 볼 것이며, 선지식으로부터 광대한 지해를 얻어 모든 반연을 통달할 것이며, 선지식으로부터 삼매의 눈을 얻어 모든 법문을 관찰할 것이며, 선지식으로부터 지혜의 눈을 얻어 시방의 세계 바다를 밝게 보리라'고 하였다. 이렇게 생각하다가 그 밤 맡은 신이 허공에 있는 보배 누각의 향연화장(香蓮華藏) 사자좌에 앉아 있은 것을 보았다.


몸은 금빛이요, 눈과 머리카락은 검푸르고, 용모가 단정하여 보는 이마다 즐거워하며, 보배 영락으로 몸을 장엄하고, 몸에는 붉은 옷을 입고 머리에는 범천관을 썼으며 여러 별들이 몸에서 반짝거리고, 털구멍마다 한량 없고 수 없는 나쁜 길 중생들을 제도하여 험난한 길을 면하게 하는 형상을 나타내는데, 이 중생들이 인간에 나기도 하고 천상에 나기도 하며, 이승의 보리로 향해 가기도 하고 온갖 지혜의 길을 닦기도 하였다.


또 저 털구멍마다 가지가지 교화하는 방편을 보이는데, 몸을 나타내기도 하고 법을 말하기도 하며, 성문승의 도를 나타내기도 하고, 독각승의 도를 나타내기도 하며, 보살의 행· 보살의 용맹· 보살의 삼매· 보살의 자재· 보살의 있는 곳· 보살의 관찰· 보살의 사자의 기운 뻗음· 보살의 해탈과 유희를 나타내기도 하여, 이렇게 가지가지로 중생을 성숙케 하였다.


선재동자는 이런 일을 보기도 하고 듣기도 하고는 매우 기뻐서 땅에 엎드려 밤 맡은 신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합장하고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나이다. 저는 선지식을 의지하여 여래의 공덕과 법장을 보호하려 하오니, 바라옵건대 저에게 온갖 지혜에 이르는 길을 보여 주소서. 그 길로 행하여 십력의 지위에 이르고자 하나이다.”


그 때 그 밤 맡은 신이 선재에게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깊은 마음으로 선지식을 공경하여 그 말을 듣고 가르치는 대로 수행하나니, 수행하는 연고로 정녕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모든 중생의 어둠을 깨뜨리는 법 광명의 해탈을 얻었노라.


선남자여, 나는 나쁜 꾀를 가진 중생에게는 크게 인자한 마음을 일으키고, 착하지 못한 업을 짓는 중생에게는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고, 착한 업을 짓는 중생에게는 기뻐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착하고 나쁜 두가지 행을 하는 중생에게는 둘이 아닌 마음을 일으키고, 잡되고 물든 중생에게는 깨끗함을 내게 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삿된 길로 가는 중생에게는 바른 행을 내게 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용렬한 이해를 가진 중생에게는 큰 이해를 내게 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생사를 좋아하는 중생에게는 바퀴 돌기를 버리게 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이승의 길에 머문 중생에게는 온갖 지혜에 머물게 하는 마음을 일으키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 해탈을 얻었으므로 항상 이런 마음과 서로 응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밤이 깊고 사람이 고요하여 귀신과 도둑과 나쁜 중생들이 쏘다닐 때에나, 구름이 끼고 안개가 자욱하고 태풍이 불고 악수가 퍼붓고 해와 달과 별빛이 어두워 지척을 분별 못할 때에, 중생들이 바다에 들어가거나, 육지에 다니거나, 삼림 속에서나, 거친 벌판에서나, 험난한 곳에서 도둑을 만나거나, 양식이 떨어졌거나, 방향을 모르거나, 길을 잃었거나 해서, 놀라고 황겁하여 벗어나지 못하는 이를 보고는 가지가지 방편으로 구제하여 주노라.


바다에서 헤매는 이에게는 뱃사공이 되고 큰 고기· 큰 말· 큰 거북· 큰 코끼리· 아수라(阿修羅)나 바다 맡은 신장이 되어, 그 중생을 위하여 폭풍우가 멎고 파도가 가라앉게 하고, 길을 인도하여 섬에나 언덕을 보여 주어 공포에서 벗어나 편안케 하고, 또 생각하기를 '이 선근을 중생에게 회향하여 모든 괴로움을 여의게 하여지이다' 하느니라. 육지에 다니는 중생들이 캄캄한 밤에 무서운 일을 당했을 적에는, 해나 달이나 별이나 새벽 노을이나 저녁 번개나 갖가지 광명이 되기도 하며, 집이 되고 여러 사람이 되기도 하여 위태한 액난을 면하게 하고, 또 생각하기를 '이 선근을 중생에게 회향하여 모든 번뇌의 어둠을 멸하여지이다' 하느니라.


모든 중생으로서 목숨을 아끼거나 명예를 사랑하거나 재물을 탐하거나 벼슬을 소중히 여기거나 이성(異性)에게 애착하거나 처첩을 그리워하거나, 구하는 일을 이루지 못하고 근심하는 이들을 내가 모두 구제하여 괴로움을 여의게 하느니라.


험한 산악 지대에서 조난한 이에게는, 착한 신장이 되어 나타나서 친근하기도 하고, 좋은 새가 되어 아름다운 소리로 위로하기도 하며, 신기한 약초가 되어 빛을 내어 비춰 주기도 하고, 과실 나무를 보여 주고 맑은 샘을 보여 주고 지름길을 보여 주고 평탄한 곳을 보여 주어 모든 액난을 면하게 하느니라.


거친 벌판이나 빽빽한 숲 속이나 험난한 길을 다니다가, 덩굴에 얽히었거나 안개에 싸이어 두려워하는 이에게는 바른 길을 지도하여 벗어나게 하고, 또 생각하기를 '모든 중생이 삿된 소견의 숲을 베며 애욕의 그물을 찢고, 생사의 벌판에서 뛰어나며 번뇌의 어둠을 멸하고, 온갖 지혜의 평탄한 길에 들어서서 공포가 없는 곳에 이르러 끝까지 안락케 하여지이다' 하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중생이 국토에 애착하여 근심하는 이에게는, 나는 방편을 베풀어 염증을 내게 하고, 또 원하기를 '모든 중생들이 오온에 애착하지 말고 모두 부처님의 살바야(薩婆若) 경지에 머무르게 하여지이다' 하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중생이 고향 마을을 사랑하고 집에 탐착하느라고 어둠 속에서 항상 괴로움을 받는 이에게는, 나는 법을 말하여 싫증을 내고 법에 만족하며 법에 의지하여 있게 하고, 또 생각하기를 '모든 중생이 여섯 군데 마을에 탐착하지 말고 생사의 경지에서 빨리 벗어나 끝까지 온갖 지혜의 성에 머물러지이다' 하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중생이 캄캄한 밤길을 가다가 방위를 잘못 알아, 평탄한 길에는 험난한 생각을 내고, 위험한 길에는 평탄한 생각을 내며, 높은 데를 낮다 하고 낮은 데를 높다 하여, 마음이 홀리어 크게 고생하는 이에게는, 나는 좋은 방편으로 광명을 비추어서, 나가려는 이는 문을 보여 주고 다니려는 이는 길을 가리키고, 내를 건너려는 이는 다리를 보여 주고, 강을 건너려는 이는 배를 주며, 방향을 살피는 이에게는 험하고 평탄함과 위태하고 편안한 곳을 일러 주고, 쉬어 가려는 이에게는 도시와 마을과 물과 숲을 가리켜 주고, 또 생각하기를 '내가 여기서 캄캄한 밤을 밝혀 주어 세상의 모든 일을 편하게 하듯이, 모든 중생에게 생사의 캄캄한 밤과 무명의 어두운 데를 지혜의 광명으로 두루 비추게 하여지이다' 하느니라.


모든 중생들이 지혜의 눈이 없고 허망한 생각과 뒤바뀐 소견에 덮이어서, 무상한 것을 항상하다 생각하고, 낙(樂)이 없는 것을 즐겁다 생각하고, 나[我]가 아닌 것을 나라 생각하고, 부정한 것을 깨끗하다 생각하며, 나[我]다 사람[人]이다 중생(衆生)이다라는 고집과 오온·십이처·십팔계의 법에 굳이 집착하여, 원인과 과보를 모르고 착하고 나쁜 것을 알지 못하며, 중생을 살해하고 내지 잘못된 소견을 가지며, 부모에게 불효하고 사문과 바라문을 공경하지 않으며, 악한 사람·선한 사람을 알지 못하고 나쁜 짓을 탐하고 삿된 법에 머물며, 여래를 훼방하고 바른 법륜을 파괴하는 이들과, 보살들을 훼방하고 해롭게 하며 대승을 업신여기고 보리심을 끊으며, 신세진 이에게는 도리어 상해하고 은혜 없는 곳에는 원수로 생각하며, 성현을 비방하고 나쁜 사람을 친근하며, 절이나 탑의 물건을 훔치고 다섯 가지 역적죄[五逆罪]를 지으며, 오래지 않아서 삼악도(三惡道)에 떨어질 이들을 '원컨대 내가 지혜의 광명으로 중생의 캄캄한 무명을 깨뜨리고,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하여지이다' 하느니라. 발심한 뒤에는 보현의 법을 보여 주고 십력을 일러 주며, 여래 법왕의 경계를 보이고 부처님의 온갖 지혜의 성을 보이며, 부처님의 수행과 부처님의 자재와 부처님의 성취와 부처님의 다라니와, 모든 부처의 한결같은 몸과 모든 부처의 평등한 곳을 보여서 그들을 편안히 머물게 하느니라.


선남자여, 모든 중생이 병에 붙들리기도 하고 늙음에 시달리기도 하며 빈궁에 쪼들리기도 하고 화난(禍難)을 만나기도 하며 국법을 범하고 형벌을 받게 될 적에, 믿을 데 없어 매우 두려워하는 이들을 내가 구제하여 편안케 하고, 다시 생각하기를 '내가 법으로써 중생들을 포섭하여 모든 번뇌와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일과 근심· 걱정· 고통에서 해탈케 하며,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고 법보시를 항상 행하고 착한 업을 부지런히 지으며, 여래의 청정한 법의 몸을 얻어 필경까지 변천하지 않는 자리에 머물러지이다' 하노라.


선남자여, 모든 중생이 소견인 숲에 들어가 삿된 길에 머물며, 여러 경계에 잘못된 분별을 내며, 착하지 않은 몸의 업· 말의 업· 뜻의 업을 행하고 갖가지 잘못된 고행을 부질없이 지으며, 바른 깨달음이 아닌데 바른 깨달음이라 생각하고, 바른 깨달음을 바른 깨달음이 아니라 생각하며, 나쁜 동무에게 붙들리어 나쁜 소견을 내고, 나쁜 길에 떨어지게 되는 것을 여러 가지 방편으로 구호하여 바른 소견에 들어서 인간이나 천상에 나게 하노라. 그러고 다시 생각하기를 '내가 이 나쁜 길에 떨어질 중생을 구원하는 것처럼, 모든 중생을 널리 구원하여 온갖 괴로움에서 해탈하고 바라밀인 세상에서 벗어나는 성인의 도에 머물러서, 온갖 지혜에서 물러나지 않게 하며, 보현의 서원을 갖추어 온갖 지혜에 가까워지며, 보살의 행을 버리지 않고 부지런히 모든 중생을 교화하게 하여지이다' 하노라.


이 때 바산바연지 밤 맡은 신이 이 해탈의 뜻을 다시 펴려고, 부처님의 신통한 힘을 받잡고 시방을 관찰하며 선재동자에게 게송을 말하였다.

 

내가 얻은 이 해탈문
깨끗한 법의 광명을 내어
캄캄한 어둠을 깨뜨리고
때를 기다려 연설하노라.

 

내가 옛날 그지없는 세월
넓고 큰 인자함을 행하여
여러 세간 두루 덮었으니
불자들은 닦아 배우라.

 

고요하고 가엾이 여기는 바다
삼세 부처를 내어
중생의 고통 멸하나니
그대들 이 문에 들어가라.

 

세간의 낙도 내고
출세간의 낙도 내어
내 마음 즐겁게 하나니
그대들 이 문에 들어가라.

 

함이 있는 근심 버리고
성문의 과도 멀리 하며
부처의 힘 깨끗이 닦나니
그대들 이 문에 들어가라.

 

나의 눈 매우 청정해
시방세계를 모두 보고
그 세계의 부처님들
보리수 아래 앉으심도 보나니

 

잘 생긴 몸매로 몸을 장엄하고
한량없는 대중이 둘러 있는데
털구멍에서
가지각색 광명을 내네.

 

또 모든 중생들은
여기서 죽어 저기에 나고
오취(五趣)에 헤매면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더라.

 

나의 귀 매우 청정해
듣지 못하는 것이 없어
모든 말 바다를
듣고 기억하고

 

부처님들 법륜을 굴리는
그 음성 비길 데 없어
여러 가지 말과 글자를
모두 기억하고

 

나의 코 매우 청정해
모든 법에 막힘이 없고
온갖 것에 자유자재해
그대들 이 문에 들어가라.

 

나의 혀 매우 넓고 크고
청정하고 말을 잘하여
알맞게 묘한 법을 말하니
그대들 이 문에 들어가라.

 

나의 몸 매우 청정해
삼세가 모두 진여와 평등
중생의 마음을 따라
온갖 것을 모두 나타내.

 

나의 마음 걸림없이 청정해
허공에 삼라만상 있는 듯
모든 여래를 생각하여도
그러나 분별하지 않아.

 

한량없는 세계
모든 마음들
근성과 욕락 모두 알지만
그러나 분별하지 않아.

 

나의 큰 신통의 힘
한량없는 세계 진동하며
가지 못하는 데 없어
억센 중생들 모두 다 조복하네.

 

나의 복 엄청나게 커
허공이 다하지 않는 듯
모든 여래를 공양하고
일체 중생을 이익하며

 

나의 지혜 넓고 청정해
모든 법의 바다 분명히 알고
중생의 의혹 없애나니
그대들 이 문에 들어가라.

 

나는 삼세 부처들과
모든 법을 모두 알고
그 방편까지 알아
이 문이 넓고 비길 데 없어


낱낱 티끌 속마다
삼세 모든 세계를 보며
그 세계의 부처님 보니
이것은 넓은 문의 힘.

 

시방세계의 티끌 속마다
노사나(盧舍那)부처님
보리수 밑에서 성도하고
법 연설함을 보네.

 

이 때 선재동자가 밤 맡은 신에게 여쭈었다.
“당신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낸 지는 얼마나 오래되었고, 이 해탈은 언제 얻었사온대, 이렇게 중생을 이익케 하나이까?”


밤 맡은 신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지나간 옛적, 수미산 티끌 수 겁을 지나서 적정광(寂靜光)이란 겁이 있었고, 묘한 보배 내는[出生妙寶] 세계가 있었는데, 5억 부처님이 그 세계에서 나셨느니라. 그 세계에 한 사천하가 있으니 이름이 보배 달 등빛[寶月燈光]이며, 성의 이름은 연꽃빛[蓮華光]이며, 그 성에 있는 임금의 이름은 선법도(善法度)니라. 법으로 교화하여 일곱 보배를 성취하였고 사천하의 왕이 되었으며, 왕의 부인의 이름이 법혜월(法慧月)인데 밤이 깊도록 잠을 잤느니라.


이 때 성의 동쪽에 적주(寂住)라는 큰 숲이 있고, 그 숲에 큰 보리수가 있으니 이름이 일체광마니왕장엄(一切光摩尼王莊嚴)이었느니라. 그 나무에서 모든 부처님의 신통한 힘의 광명이 솟아 나오는데, 일체법뇌음왕(一切法雷音王)부처님이 그 보리수 아래서 등정각을 이루시고, 한량없는 빛이 있는 광대한 광명을 놓아서 묘한 보배 내는 세계에 두루 비추었느니라.


연꽃빛 성에 밤 맡은 신이 있었으니 이름이 깨끗한 달[淨月]이었느니라. 왕의 부인 법혜월에게 나아가 몸에 있는 영락을 흔들어 부인을 깨우고 말하기를 '부인이여, 일체법뇌음왕여래가 적주 숲에서 위없는 깨달음을 이루시고, 부처님들의 공덕과 자유자재한 신통의 힘과 보현보살의 행과 원을 말씀합니다'라고 하여 부인으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어 부처님과 보살과 성문 대중에게 공양하게 하였느니라.


선남자여, 그 때 왕의 부인 법혜월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이 몸이었느니라. 내가 그 부처님에게서 보리심을 내고 선근을 심었으므로 수미산의 티끌 수 겁 동안에 지옥· 아귀· 축생의 악취(惡趣)에 태어나지 아니하고, 미천한 집에도 태어나지 아니하였으며, 모든 감관이 구족하고 고통이 없어, 천상과 인간에서 복덕이 훌륭하였고, 나쁜 세상에 나지도 않으며 언제나 부처님과 보살과 큰 선지식을 떠나지 않고 그들의 계신 데서 선근을 심었으며, 80수미산의 티끌수 겁을 지내면서 안락을 받았지만 보살의 근성을 만족하지 못하였느니라.


이러한 겁을 지내고 또 1만 겁을 더 지낸 뒤에 이 현겁(賢劫) 전에 근심 없이 두루 비추는 겁이 있었고, 그 세계는 이름이 ‘때 여읜 묘한 빛’[璃垢妙光]이었으며, 그 세계는 깨끗하고 더러움이 서로 섞이었으며, 5백 부처님이 나셨는데, 그 첫째 부처님의 이름이 수미당적정묘안(須彌幢寂靜妙眼)여래· 응공· 정등각이었느니라. 나는 명칭(名稱)장자의 딸이 되었으니 이름이 묘한 지혜 광명[妙慧光明]인데 단정하게 생겼었다. 저 깨끗한 달밤 맡은 신은 서원한 힘으로 때 여읜 세계의 어떤 사천하에서 묘당왕성(妙幢王城)에 태어나서 밤 맡은 신이 되었으니 이름이 ‘깨끗한 눈’[淸淨眼]이었느니라.


나는 어느 때 부모의 곁에서 밤에 잠을 자는데, ‘그 깨끗한 눈’ 밤 맡은 신이 나에게 와서 나의 집을 흔들며 큰 광명을 놓고, 그 몸을 나타내어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였느니라. '묘안(妙眼)여래가 보리좌에 앉아서 바른 깨달음을 이루셨다' 하고 나와 부모와 권속들에게 권하여 빨리 가서 부처님을 뵈어라 하면서, 길을 인도하고 부처님 계신 데 가서 공양을 성대하게 하였느니라.


나는 부처님을 뵈옵고 곧 삼매를 얻었으니 이름이 '부처를 보고 중생을 조복하는 삼세 지혜의 광명을 내는 바퀴'니라. 이 삼매를 얻고는 수미산 티끌 수의 겁을 기억하며, 그 동안에 부처님들이 나심을 보았고, 그 부처님이 묘한 법을 말씀함을 들었으며, 법을 들은 연고로 곧 모든 중생의 어둠을 깨뜨리는 법 광명의 해탈을 얻었느니라.


이 해탈을 얻고는 나의 몸이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에 두루 이름을 보았으며, 저 세계에 있는 부처님들도 보고, 또 나의 몸이 그 부처님 계신 데 있음을 보았으며, 또 그 세계의 모든 중생을 보고 그 말을 알고 그 근성을 알고, 지난 옛적에 선지식의 거두어 주었음을 알았으며, 그들이 좋아하는 대로 몸을 나타내어서 그들을 기쁘게 하였느니라.


나는 그 때 거기서 얻은 해탈이 잠깐잠깐 자랐으며, 그와 동시에 내 몸이 백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에 두루 간 것을 보았고, 또 동시에 내 몸이 천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에 두루 이름을 보고, 또 동시에 내 몸이 백천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에 이름을 보았으며, 이와 같이 잠깐잠깐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세계에 이르렀고, 그런 세계의 모든 여래를 보았으며, 또 내 몸이 저 부처님들의 처소에서 법을 듣고 받아 지니고 기억하고 관찰하여 결정함을 보았노라.


또 그 부처님들의 예전에 나셨던 일[本事]과 큰 서원을 알았으며, 저 여래께서 부처 세계를 깨끗이 장엄하였고 나도 장엄하였으며, 또 그 세계의 모든 중생을 보고 그들에게 알맞은 몸을 나타내어 교화하고 조복하였느니라. 이 해탈문이 잠깐잠깐 자라서 내지 법계에 가득하였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이 모든 중생의 어둠을 깨뜨리는 법 광명의 해탈을 알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보현의 그지없는 행과 원을 성취하고, 모든 법계 바다에 두루 들어가고, 보살들의 금강 지혜 당기인 자재한 삼매를 얻고, 큰 서원을 내고, 부처의 종자에 머물러 있으며, 잠깐 동안에 모든 큰 공덕 바다를 이루고, 모든 광대한 세계를 깨끗이 장엄하고, 자유자재한 지혜로 모든 중생을 교화하여 성숙케 하고, 지혜의 해로 모든 세간의 어둠을 멸하고, 용맹한 지혜로 모든 중생의 잠을 깨우고, 지혜의 달로 모든 중생의 의혹을 결단하고, 청정한 음성으로 모든 생사의 집착을 끊으며, 모든 법계의 낱낱 티끌마다 자유자재한 신통을 나타내고, 지혜의 눈이 깨끗하여 삼세를 평등하게 보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그 묘한 행을 알며, 그 공덕을 말하며, 그 경계에 들어가서 그 자재함을 보이겠는가?


선남자여, 이 염부제 마갈제국 보리도량에 밤 맡은 신이 있으니 이름이 보덕정광(普德淨光)이니라. 나는 본래 그에게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고, 그가 항상 묘한 법으로 나를 깨우쳐 주었느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그 때 선재동자는 바산바연지 신을 향하여 게송을 말하였다.

 

당신의 청정한 몸을 보오니
좋은 모습 세간에 우뚝 뛰어나
문수사리보살도 같고
보배의 산과도 같네.

 

당신의 법의 몸 깨끗하여
삼세에 모두 평등하고
세계들도 그 속에 들어가
성립되고 파괴됨이 걸림이 없으며

 

모든 태어나는 길을 보니
당신의 형상 모두 보겠고
하나하나의 털구멍 속에
별과 달이 각각 나뉘었으며

 

그대의 마음 넓고 큰 것이
허공 시방세계 두루하듯이
부처님들 그 가운데 다 들어가도
청정하여 분별이 없고

 

털구멍마다
무수한 광명을 놓아
시방의 부처님 계신 데

장엄거리를 널리 내리고

 

털구멍마다
무수한 몸을 나타내
시방의 모든 국토에
방편으로 중생을 제도

 

털구멍마다
무수한 세계를 보이며
중생의 욕망 따라서
갖가지로 청정케 해

 

어떤 중생이
이름 듣거나 몸만 보아도
모두 공덕을 얻어
보리를 성취하나니

 

오랜 세월 나쁜 길에 있다가
비로소 당신 보오며
환희하게 받자올지니
번뇌를 멸하는 까닭.

 

일천 세계의 티끌 수 겁에
한 터럭 공덕을 찬탄하여도
세월은 끝날 수 있어도
공덕은 다할 수 없어.

 

선재동자는 이 게송을 말하고는 발에 엎드려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서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33) 보덕정광 밤 맡은 신[普德淨光夜神]을 찾다


그 때 선재동자는 바산바연지(婆珊婆演底) 밤 맡은 신의 처음으로 보리심을 내던 일과 보살의 장(藏)을 내던 일과 보살의 원을 세우던 일과 보살의 바라밀을 깨끗이 하던 일과 보살의 지위에 들어가던 일과 보살의 행을 닦던 일과 보살의 벗어나는 길을 행하던 일과 온갖 지혜의 광명 바다와 중생을 구원하는 마음과 널리 두루하는 크게 가엾이 여기는 구름과, 모든 부처 세계에서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보현의 행과 원을 항상 내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 점점 나아가 보덕정광(普德淨光) 밤 맡은 신에게 이르러 그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지위를 수행하며 어떻게 보살의 지위를 내며 어떻게 보살의 지위를 성취하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밤 맡은 신이 대답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고 이제 또 보살의 지위를 수행하고 내고 성취함을 묻는구나. 선남자여, 보살은 열 가지 법을 성취하며, 능히 보살의 행을 원만히 하느니라. 무엇이 열인가? 하나는 청정한 삼매를 얻어 모든 부처님을 항상 봄이요, 둘은 청정한 눈을 얻어 모든 부처님의 잘생긴 모습으로 장엄함을 관찰함이요, 셋은 모든 여래의 한량없고 그지없는 공덕의 큰 바다를 앎이요, 넷은 법계와 평등한 한량없는 부처님 법의 광명 바다를 앎이요, 다섯은 모든 여래의 털구멍마다 중생의 수효와 같은 큰 광명 바다를 놓아 한량없는 중생을 이익함이요, 여섯은 모든 여래의 털구멍마다 모든 보배빛 광명 불꽃 내는 것을 봄이요, 일곱은 생각마다 모든 부처님의 변화하는 바다를 나타내어 법계에 가득하고 모든 부처의 경계에 끝까지 이르러 중생을 조복함이요, 여덟은 부처님의 음성을 얻고 모든 중생의 말과 같아서 삼세 온갖 부처님의 법륜을 굴림이요, 아홉은 모든 부처님의 그지없는 이름 바다를 앎이요, 열은 모든 부처님께서 중생을 조복하는 부사의하고 자재한 힘을 앎이니라.


선남자여, 보살이 이 열 가지 법을 성취하면 보살의 모든 행을 원만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고요한 선정의 낙으로 두루 다님’[寂靜禪定樂普遊步]이니라. 삼세의 모든 부처님을 두루 보고 그 부처님들의 청정한 국토와 도량에 모인 대중을 보며, 신통과 이름과 법을 말함과 수명과 말씀과 모습이 각각 같지 아니함을 모두 보면서도 집착함이 없느니라. 왜냐 하면 모든 여래는 가는 것이 아니니 세상 길이 아주 없어진 연고며, 오는 것이 아니니 자체의 성품이 남이 없는 연고며, 나는 것이 아니니 법의 몸이 평등한 연고며, 없어지는 것이 아니니 나는 모양이 없는 연고며, 진실한 것이 아니니 눈어리[幻] 같은 법에 머무는 연고며, 허망한 것이 아니니 중생을 이익케 하는 연고며, 변천하는 것이 아니니 생사를 초월한 연고며, 무너지는 것이 아니니 성품이 변하지 않는 연고며, 한 모양이니 말을 여읜 연고며, 모양이 없으니 성품과 모양이 본래 공한 연고니라.


선남자여, 내가 이렇게 모든 여래를 아는 때에, 보살의 고요한 선정의 낙(樂)으로 두루 다니는 해탈문을 분명하게 알고 성취하고 자라게 하며, 생각하고 관찰하여 견고하게 장엄하며, 모든 허망한 생각과 분별을 일으키지 않고 크게 가엾이 여김으로 모든 중생을 구호하며, 한결같은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초선(初禪)을 닦았으며, 뜻으로 짓는 모든 업을 쉬고 모든 중생을 거두어 주며 지혜의 힘이 용맹하고 기쁜 마음이 매우 즐거워 제이선을 닦았으며, 모든 중생의 성품을 생각하며 생사를 여의어 제삼선을 닦았으며, 모든 중생의 온갖 고통과 번뇌를 모두 멸하여 제사선을 닦았노라.


그래서 모든 지혜와 서원을 증장하고 원만히 하며, 모든 삼매 바다를 내고, 보살들의 해탈 바다의 문에 들어가며 모든 신통에 유희하고 모든 변화를 성취하여, 청정한 지혜로 법계에 두루 들어갔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 해탈을 닦을 적에 가지가지 방편으로 중생을 성취하였으니, 이른바 집에 있으면서 방일하는 중생에게는 부정한 생각· 싫은 생각· 고달프다는 생각· 핍박하는 생각· 속박되는 생각· 나찰이라는 생각· 무상하다는 생각· 괴롭다는 생각· 나[我]가 없다는 생각· 공한 생각· 남이 없는 생각· 자유롭지 못한 생각· 늙고 병들어 죽는 생각을 내게 하며, 스스로도 다섯 가지 욕락에 집착을 내지 않고, 중생에게도 권하여 집착하지 않게 하며, 다만 법의 즐거움에 머물러서 집을 떠나 집 아닌 데 들게 하였느니라.


어떤 중생이 고요한 데 머물렀으면, 나는 그에게 나쁜 소리를 쉬게 하고, 고요한 밤에 깊은 법을 말하여 순조롭게 행할 인연을 주고 출가하는 문을 열어 바른 길을 보이며 광명이 되어 어두운 장애를 제하고 공포를 없애며, 출가하는 일과 불보· 법보· 승보와  선지식을 찬탄하여 공덕을 갖추게 하며, 또 선지식을 친근하는 행을 찬탄하였느니라.


또 선남자여, 내가 해탈을 닦을 때에는 중생들로 하여금 법답지 못한 탐욕을 내지 않게 하고 삿된 분별을 일으키지 않게 하며 여러 가지 죄를 짓지 않게 하고, 이미 지은 것은 모두 쉬게 하였으며, 만일 착한 법을 내지 못하였거나 바라밀의 행을 닦지 못하였거나 온갖 지혜를 구하지 못하였거나 큰 자비심을 일으키지 못하였거나 인간과 천상에 태어날 업을 짓지 못한 것들은 모두 내게 하고, 이미 낸 것은 더욱 증장하게 하여, 이렇게 도에 순종하는 인연을 주기도 하고 내지 온갖 지혜의 지혜를 이루게 하였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고요한 선정의 낙으로 두루 다니는 해탈문을 얻었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보현에게 있는 행과 원을 구족하고 모든 그지없는 법계를 통달하며, 항상 모든 선근을 증장하고 모든 여래의 십력을 비추어 보며, 모든 여래의 경계에 머물러서 생사 중에 있으면서도 장애가 없고 온갖 지혜와 원을 빨리 만족하며, 모든 세계에 널리 나아가 모든 부처님을 두루 뵈오며, 모든 부처의 법을 다 듣고 모든 중생의 어리석음을 능히 깨뜨리며, 나고 죽는 밤중에 온갖 지혜의 광명을 내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멀지 않은 보리도량의 오른쪽에 밤 맡은 신이 있으니 이름이 ‘기쁜 눈으로 중생을 보는 이’[喜目觀察衆生]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의 행을 어떻게 배우며, 보살의 도를 어떻게 닦느냐?’고 물으라.”


그 때 보덕정광 밤 맡은 신이 이 해탈의 뜻을 다시 펴려고 선재동자에게 게송을 말하였다.

 

믿고 이해하는 마음이 있어
삼세 부처님을 모두 본다면
그 사람 눈이 깨끗해
부처님 바다에 들어가오리
.

 

부처님들의 몸매를 보라.
청정한 모습으로 장엄하시고
잠깐 동안에 신통한 힘으로
법계에 가득하시나니

 

노사나여래께서
도량에서 바른 깨달음 이루고
모든 법계에서
청정한 법륜을 굴리시나니

 

여래는 법의 성품이
고요하여 둘이 아님을 아시고
청정한 모습으로 장엄한 몸을

여러 세간에 보이시느니라.

 

부처님 몸 부사의하여
법계에 충만하시며
모든 세계에 나타나시며
여러 중생을 못 보는 이 없고

 

부처님 몸의 늘 있는 광명
모든 세계의 티끌 수처럼
가지각색 청정한 빛이
잠깐잠깐마다 법계에 두루해

 

여래의 한 털구멍으로
부사의한 광명을 놓아
여러 중생에게 비추어
번뇌를 멸하게 하고

 

여래의 한 털구멍으로
끝이 없는 화신을 내어
법계에 가득하시어
중생들의 괴로움을 없애버리며

 

부처님이 묘한 음성을 내어
여러 종류를 알게 하시고
광대한 법을 널리 비추어
보리심을 내도록 하네.

 

부처님이 옛날 수행하실 때
나를 거두어 주셨으므로
오늘날 여래께서
모든 세계에 나타나심을 보고

 

여러 부처님 세간에 나심이
중생의 수효와 같으며
가지가지의 해탈한 경계
나로서는 알 수 없으며

 

모든 보살들
부처님의 한 털구멍에 드나니
이와 같은 미묘한 해탈
나로서 알 수 없노라.

 

이 근처에 밤 맡은 신이 있어
이름은 ‘기쁜 눈으로 중생을 보는 이’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의 수행을 물으라.

 

이 때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34) 기쁜 눈으로 중생을 보는 밤 맡은 신[喜目觀察衆生夜神]을 찾다

 

이 때 선재동자는 선지식의 가르침을 공경하고 선지식의 말을 실행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선지식은 보기 어렵고 만나기 어려우니, 선지식을 보면 마음이 산란치 않고, 선지식을 보면 장애의 산을 깨뜨리고, 선지식을 보면 크게 가엾이 여기는 바다에 들어가 중생을 구호하고, 선지식을 보면 지혜의 빛을 얻어 법계를 널리 비추고, 선지식을 보면 온갖 지혜의 길을 다 수행하고, 선지식을 보면 시방의 부처 바다를 두루 보고, 선지식을 보면 부처님들이 법륜 굴리는 것을 보고 기억하여 잊지 아니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기쁜 눈으로 중생을 보는 밤 맡은 신’에게 가려는 생각을 내었다.


이 때 ‘기쁜 눈으로 중생을 보는 신’은 선재동자에게 가피하여 선지식을 친근하면 모든 선근을 내어 증장하고 성숙케 함을 알게 하였다. 이른바 선지식을 친근하면 도를 도와주는 거리를 닦음을 알게 하고, 선지식을 친근하면 용맹한 마음을 일으킴을 알게 하고, 선지식을 친근하면 깨뜨릴 수 없는 업을 지음을 알게 하고, 선지식을 친근하면 굴복할 수 없는 힘을 얻음을 알게 하고, 선지식을 친근하면 그지없는 방편에 들어감을 알게 하고, 선지식을 친근하면 오래도록 수행함을 알게 하고, 선지식을 친근하면 그지없는 업을 마련함을 알게 하고, 선지식을 친근하면 한량없는 도를 행함을 알게 하고, 선지식을 친근하면 빠른 힘을 얻어 여러 세계에 이름을 알게 하고, 선지식을 친근하면 본래 있던 곳을 떠나지 않고도 시방세계에 두루 이름을 알게 하였다.

 

이 때 선재동자는 이러한 생각을 내었다.
“선지식을 친근함으로 온갖 지혜의 길을 용맹하게 닦고, 선지식을 친근함으로 큰 서원 바다를 빨리 내게 되고, 선지식을 친근함으로 모든 중생을 위해서는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그지없는 고통을 받을 수 있고, 선지식을 친근함으로 크게 정진하는 갑옷을 입고 한 티끌 속에서 법을 말하는 소리가 법계에 두루하고, 선지식을 친근함으로 모든 방위의 바다에 빨리 가게 되며, 선지식을 친근함으로 한 터럭만한 곳에서 오는 세월이 다하도록 보살의 행을 닦고, 선지식을 친근함으로 잠깐마다 보살의 행을 행하여 끝까지 온갖 지혜의 지위에 머물게 되고, 선지식을 친근함으로 삼세 모든 여래의 자재한 신통으로 장엄한 길에 들어가고, 선지식을 친근함으로 모든 법계의 문에 항상 들어가게 되고, 선지식을 친근함으로 항상 법계를 반연하여 조금도 동하지 아니하고 시방세계에 가리라.”


선재동자는 이렇게 생각하고 ‘기쁜 눈으로 중생을 보는 밤 맡은 신’에게 나아가니, 그 신은 여래의 대중이 모인 도량에서 연화장 사자좌에 앉아 큰 세력으로 널리 기쁘게 하는 당기 해탈[大勢力普喜幢解脫]에 들어갔다. 그 몸에 있는 털구멍마다 한량없는 나툰 몸 구름을 내어 그들에게 알맞은 묘한 음성으로 법을 말하여 한량없는 중생들을 두루 거두어 주어 환희하며 이익을 얻게 하였다. 이른바 한량없는 나툰 몸 구름을 내어 시방의 모든 세계에 가득하여서 보살들이 보시바라밀[檀波羅蜜]을 행하던 일을 말하여 모든 일에 미련이 없고 모든 중생에게 두루 보시하여 주며 마음이 평등하여 교만이 없고 안팎의 것을 모두 주되 버리기 어려운 것을 버리게 하였다.


중생의 수효와 같이 한량없는 나툰 몸 구름을 내어 법계에 가득하게 모든 중생의 앞에 나타나서 깨끗하게 계율을 지킴을 말하며, 범죄하지 아니하고 여러 가지 고행을 닦아 다 구족하며, 모든 세간에 의지하지 않고 모든 경계에 애착이 없으며, 생사하는 데서 바퀴 돌듯이 오고 감을 말하며, 인간과 천상의 성하고 쇠하고 괴롭고 즐거움을 말하며, 모든 경계가 다 부정하다고 말하며, 모든 법이 다 무상하다고 말하며, 모든 변천하는 것이 다 괴롭고 맛이 없다고 말하며, 세간 사람들로 하여금 뒤바뀐 것을 버리고 부처의 경지에 있어서 여래의 계율을 지니게 하며, 이렇게 여러 가지 계율을 말하여 계율의 향기가 널리 풍기어 중생들을 성숙케 하였다.


또 중생의 수효와 같은 갖가지 몸 구름을 내어 모든 고통을 참으라 말하나니, 이른바 베고 오리고 때리고 꾸짖고 업신여기고 욕하여도 마음이 태연하여 흔들리지도 어지럽지도 말며, 여러 가지 행에 낮지도 높지도 말고 중생들에게 교만한 마음을 내지 말며, 법의 성품에 편안히 머물고 그대로 알며, 보리심을 말하되 다함이 없나니, 마음이 다하지 않으므로 지혜도 다하지 않아 모든 중생의 번뇌를 끊으며 중생들의 미천하고 누추하고 완전치 못한 몸을 말하여 염증을 내게 하고, 여래의 청정하고 미묘하고 위가 없는 몸을 말하여 즐거움을 내게 하나니, 이런 방편으로 중생들을 성숙케 하였다.

 
또 중생 세계와 같은 갖가지 몸 구름을 내어 중생들의 좋아함을 따라서 용맹하게 정진하여 모든 도를 도와 주는 법을 닦으라 말하며, 용맹하게 정진하여 마와 원수를 항복 받으라 하며, 용맹하게 정진하여 보리심을 내고 흔들리지도 물러가지도 말라 하며, 용맹하게 정진하여 모든 중생을 제도하여 생사의 바다에서 벗어나게 하라 하며, 용맹하게 정진하여 모든 나쁜 길[惡道]의 험난을 멸하라 하며, 용맹하게 정진하여 무지한 산을 깨뜨리라 하며, 용맹하게 정진하여 모든 부처님 여래에게 공양하되 고달픈 생각을 내지 말라 하며, 용맹하게 정진하여 모든 부처님의 법륜을 받아 지니라 하며, 용맹하게 정진하여 모든 장애의 산을 무너뜨리라 하며, 용맹하게 정진하여 모든 중생을 교화하여 성숙케 하라 하며, 용맹하게 정진하여 모든 부처님의 국토를 깨끗하게 장엄하라 하나니, 이런 방편으로 중생을 성숙케 하였다.

 
또 갖가지 한량없는 몸 구름을 내어 여러 가지 방편으로 중생들의 마음을 기쁘게 하여 나쁜 뜻을 버리고 모든 욕망을 싫어하게 하는데, 부끄러움을 말하여 중생들이 모든 감관을 숨겨 보호하게 하며, 위없이 깨끗한 행을 말하고 욕심 세계는 마(魔)의 경계라고 말하여 두려움을 내게 하며, 세상의 욕락을 좋아하지 말라고 말하여 법 즐거움에 머물되 차례차례로 모든 선정과 삼매의 낙에 들어가게 하며, 그들로 하여금 생각하고 관찰하여 모든 번뇌를 멸하게 하며, 또 모든 보살의 삼매 바다와 신통한 힘으로 변화하여 나타나서 자유자재하게 유희함을 말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환희하고 기뻐서 모든 근심을 여의고 마음이 깨끗하며 모든 근(根)이 용맹하여 법을 소중하게 여기어 닦아 증장하였다.


또 중생 세계와 같은 갖가지 몸 구름을 내어 그들을 위하여 시방 국토에 가서 부처님과 스승과 선지식에게 공양하고 모든 부처님의 법륜을 받아지니되 부지런히 정진하고 게으르지 말라고 말하며, 또 모든 여래의 바다를 찬탄하고 모든 법문 바다를 관찰하라고 말하여 모든 법의 성품과 모양을 나타내 보이며, 모든 삼매의 문을 열며 지혜의 경계를 열고 중생의 의심 바다를 말리며, 지혜의 금강으로 모든 중생의 소견을 깨뜨리게 하며, 지혜의 해가 떠서 중생들의 어리석은 어둠을 파하여 그들이 환희하여 온갖 지혜를 이루게 하였다.

 
또 중생의 세계와 같은 여러 가지 몸 구름을 내어 모든 중생의 앞에 나아가서 그들에게 알맞게 여러 가지 말로 법을 말하는데, 세간의 신통과 복력도 말하고 삼계가 모두 무서운 것이라 말하며, 세간의 업을 짓지 말라고 말하여 삼계를 여의고 소견의 숲에서 벗어나게 하며, 온갖 지혜의 길을 칭찬하여 그들로 하여금 이승의 지위에서 뛰어나게 하며, 생사에 머물지도 말고 열반에 머물지도 말라고 말하여, 함이 있는[有爲] 데나 함이 없는[無爲] 데 집착하지 않게 하며, 천궁에 머물거나 내지 도량에 머물라고 말하여 그들로 하여금 보리심을 내게 하나니, 이런 방편으로 중생들을 교화하여 필경에 온갖 지혜를 얻게 하였다.

 
또 모든 세계의 티끌 수 몸 구름을 내어 모든 중생의 앞에 나아가서 잠깐잠깐마다 보현보살의 모든 행과 원을 보이며, 잠깐잠깐마다 청정한 큰 원이 법계에 가득함을 보이며, 잠깐잠깐마다 모든 세계 바다를 깨끗하게 함을 보이며, 잠깐잠깐마다 모든 여래의 바다에 공양함을 보이며, 잠깐잠깐마다 모든 법문 바다에 들어감을 보이며, 잠깐잠깐마다 모든 세계의 바다의 티끌 수 세계 바다에 들어감을 보이며, 잠깐잠깐마다 모든 세계에서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온갖 지혜의 도를 청정하게 수행함을 보이며, 잠깐잠깐마다 여래의 힘에 들어감을 보이며, 잠깐잠깐마다 모든 삼세의 방편 바다에 들어감을 보이며, 잠깐잠깐마다 모든 세계에 가서 갖가지 신통 변화를 나타냄을 보이며, 잠깐잠깐마다 모든 보살의 행과 원을 보여서,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온갖 지혜에 머물게 하여, 이렇게 하는 일이 쉬지 아니하였다.


또 모든 중생의 마음 수효와 같은 몸 구름을 내어 모든 중생의 앞에 나아가서 보살들이 온갖 지혜를 모으는 데 도를 도와 주는 법을 말하되, 그지없는 힘과 온갖 지혜를 구하는 데 깨뜨릴 수 없는 힘과 다하지 않는 힘과 위없는 행을 닦아 물러가지 않는 힘과 중간에 끊어지지 않는 힘과 나고 죽는 법에 물들지 않는 힘과 모든 마의 군중을 파하는 힘과 모든 번뇌의 때를 여의는 힘과 모든 업장의 산을 깨뜨리는 힘과 모든 겁에 있어서 크게 가엾이 여기는 행을 닦는 데 게으르지 않는 힘과 모든 부처님의 국토를 진동하여 중생들을 환희케 하는 힘과 모든 외도를 깨뜨리는 힘과 넓은 세간에서 법륜을 굴리는 힘을 말하여 이런 방편으로 중생들을 성숙하여 온갖 지혜에 이르게 하였다.

 
또 중생들의 마음 수효와 같은 한량없이 변화하는 몸 구름을 내어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에 나아가서 중생의 마음을 따라 모든 보살의 지혜와 행을 연설하나니, 이른바 모든 중생의 세계 바다에 들어가는 지혜를 말하며, 모든 중생의 근성 바다에 들어가는 지혜를 말하며, 모든 중생의 수행 바다에 들어가는 지혜를 말하며, 모든 중생을 제도하되 때를 놓치지 않는 지혜를 말하며, 모든 법계의 음성을 내는 지혜를 말하며, 잠깐마다 모든 법계 바다에 두루하는 지혜를 말하며, 잠깐 동안마다 모든 세계 바다가 무너짐을 아는 지혜를 말하며, 잠깐 동안마다 모든 세계 바다가 이루어지고 머물고 장엄이 차별함을 아는 지혜를 말하며, 잠깐 동안마다 모든 여래를 자재하게 친근하고 공양하며 법륜을 듣는 지혜를 말하며, 이러한 지혜[智]바라밀을 보이어 중생들을 기쁘게 하며 화창하고 즐겁고 마음이 청정하여 결정한 이해를 내고 온갖 지혜를 구하여 물러감이 없게 하였다. 보살의 모든 바라밀을 말하여 중생을 성숙케 하듯이, 모든 보살의 가지가지 수행하는 법을 말하여 이익케 하였다.  또 낱낱 털구멍 속에서 한량없는 종류의 중생들의 몸 구름이 나왔다.


이른바 색구경천(色究竟天)· 선현천(善現天)· 선견천(善見天)· 무열천(無熱天)· 무번천(無煩天)과 비슷한 몸 구름을 내고, 소광천(少廣天)· 광과천(廣果天)· 복생천(福生天)· 무운천(無雲天)과 비슷한 몸 구름을 내고, 변정천(徧淨天)· 무량정천(無量淨天)· 소정천(少淨天)과 비슷한 몸 구름을 내고, 광음천(光音天)· 무량광천(無量光天)  소광천(少光天)과 비슷한 몸 구름을 내고, 대범천(大梵天)· 범보천(梵輔天)· 범중천(梵衆天)과 비슷한 몸 구름을 내고, 자재천(自在天)· 화락천(化樂天)· 도솔타천(兜率陀天)· 수야마천(須夜摩天)· 도리천(忉利天)과 그들의 천녀  천자들과 비슷한 몸 구름을 내었다.


제두뢰타(提頭賴) 건달바왕· 건달바 아들· 건달바 딸과 비슷한 몸 구름을 내고, 비루륵차(毘樓勒叉) 구반다왕·구반다 아들· 구반다 딸과 비슷한 몸 구름을 내고, 비루박차(毘樓博叉) 용왕· 용의 아들· 용의 딸과 비슷한 몸 구름을 내고, 비사문(毘沙門) 야차왕· 야차의 아들· 야차의 딸과 비슷한 몸 구름을 내고, 대수(大樹) 긴나라왕· 선혜(善慧) 마후라가왕· 대속질력(大速疾力) 가루라왕· 라후(羅) 아수라왕· 염라법왕(閻羅法王)과 그 아들·딸과 비슷한 몸 구름을 내었다.


사람의 왕과 그 아들과 딸과 비슷한 몸 구름을 내고, 성문과 독각과 부처님들과 비슷한 몸 구름을 내고, 땅 맡은 신· 물 맡은 신· 불 맡은 신· 바람 맡은 신· 강 맡은 신· 바다 맡은 신· 산 맡은 신· 나무 맡은 신과, 내지 낮 맡은 신· 밤 맡은 신· 방위 맡은 신들과 비슷한 몸 구름을 내어 시방에 두루하고 법계에 가득하였다. 저 모든 중생의 앞에서 가지가지 소리를 내었으니, 이른바 바람 둘레 소리· 물 둘레 소리· 불꽃 소리· 바다 조수 소리· 땅이 갈라지는 소리· 큰 산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 하늘 성(城)이 진동하는 소리· 마니 구슬이 부딪치는 소리· 천왕의 소리· 용왕의 소리· 야차왕의 소리· 건달바왕의 소리· 아수라왕의 소리· 가루라왕의 소리·긴나라왕의 소리· 마후라가왕의 소리· 사람 왕의 소리· 범왕의 소리· 천녀들의 노랫소리· 하늘의 음악 소리· 마니보배왕의 소리들이었다.

이런 여러 가지 음성으로써 기쁜 눈으로 중생을 보는 밤 맡은 신이 처음 발심한 적부터 모은 공덕을 말하였으니, 이른바 모든 선지식을 받들어 섬기며 부처님을 친근하여 착한 법을 수행할 적에, 단(檀)바라밀을 행하여 버리기 어려운 것을 버리며, 시(尸)바라밀을 행하여 왕의 지위와 궁전과 권속을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닦으며, 찬제(提)바라밀을 행하여 세간의 모든 괴로움과 보살이 닦는 고행을 참으며, 가지는 바른 법이 모두 견고하여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며, 모든 중생이 나의 몸과 마음에 나쁜 짓 하고 나쁜 말 하는 것을 능히 참으며, 여러 가지 업을 참아 다 무너뜨리지 않고, 온갖 법을 참아서 결정한 지해를 내며, 모든 법의 성품을 참아 잘 생각하였다.


정진(精進)바라밀을 행하여 온갖 지혜의 행을 일으키고 모든 불법을 이루며, 선(禪)바라밀을 행하여 그 선바라밀에 있는 도구와 있는 닦아 익힘과 있는 성취와 있는 청정과 있는 삼매의 신통을 일으킴과 있는 삼매 바다에 들어가는 문을 드러내보이며, 반야(般若)바라밀을 행하여, 그 반야바라밀에 있는 도구와 있는 청정과 큰 지혜의 해와 큰 지혜의 구름과 큰 지혜의 광과 큰 지혜의 문을 다 드러내 보이었다.


방편(方便)바라밀을 행하여 그 방편바라밀에 있는 도구·있는 수행·있는 성품·있는 이치[理趣]·있는 청정·있는 서로 응하는 일을 다 드러내 보이며, 소원[願]바라밀을 행하여 그 소원바라밀에 있는 성품·있는 성취·

있는 닦아 익힘·있는 서로 응하는 일을 다 드러내 보이며, 힘[力]바라밀을 행하여 힘바라밀에 있는 도구· 있는 인연· 있는 이치· 있는 연설· 있는 서로 응하는 일을 다 드러내 보이었다.


지혜[智]바라밀을 행하여 그 지혜바라밀에 있는 도구· 있는 성품· 있는 성취· 있는 청정· 있는 처소· 있는 자라남· 있는 깊이 들어감· 있는 광명· 있는 드러내 보임· 있는 이치· 있는 서로 응하는 일· 있는 가려냄· 있는 행상(行相)· 있는 서로 응하는 법· 있는 거두어 주는 법과, 아는 법· 아는 업· 아는 세계· 아는 겁· 아는 세상· 아는 부처님의 나타나심· 아는 부처님· 아는 보살· 아는 보살의 마음· 보살의 지위·보살의 도구· 보살의 나아감· 보살의 회향· 보살의 큰 원· 보살의 법륜· 보살의 가려내는 법· 보살의 법 바다· 보살의 법운 바다· 보살의 이치 따위의 지혜바라밀과 서로 응하는 경계를 다 드러내 보여 중생을 성숙케 하였다.


또 이 밤 맡은 신의 처음 발심한 적부터 모은 공덕의 계속하는 차례와, 익힌 선근의 계속하는 차례와, 한량없는 여러 바라밀의 계속하는 차례와, 여기서 죽어 저기 나는 이름의 계속하는 차례와, 선지식을 친근하고 부처님을 섬기며 바른 법을 받아 지니고 보살의 행을 닦음을 말하며, 여러 삼매에 들어가서 삼매의 힘으로 널리 부처님을 보고 여러 세계를 보고 여러 겁을 알고 법계에 깊이 들어가 중생을 관찰하며 법계 바다에 들어가 중생들이 여기서 죽어 저기 나는 것을 알며, 청정한 하늘 귀를 얻어 온갖 소리를 듣고, 청정한 하늘 눈을 얻어 모든 빛을 보고, 남의 속 아는 지혜를 얻어 중생들의 마음을 알고, 전생 일 아는 지혜를 얻어 앞의 일을 알고, 의지함도 없고 지음도 없이 뜻대로 움직이는 트임을 얻어 자재하게 다니며 시방세계에 두루하나니, 이러한 일이 계속하는 차례와, 보살의 해탈을 얻고 보살의 해탈 바다에 들어가며, 보살의 자유자재함을 얻고 보살의 용맹을 얻으며 보살의 걸음걸이를 얻고 보살의 생각에 머물고 보살의 도에 들어가는 이러한 모든 공덕이 계속하는 차례를 모두 연설하고 분별하여 보이어서 중생들을 성숙케 하였다.

 

이렇게 말할 때에 잠깐잠깐마다 시방으로 각각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 국토들을 깨끗하게 하며, 한량없는 나쁜 길 중생을 제도하며, 한량없는 중생을 인간과 천상에 나서 부귀하고 자재하게 하며, 한량없는 중생을 죽살이 바다에서 벗어나게 하며, 한량없는 중생을 성문이나 벽지불의 지위에 머물게 하며, 한량없는 중생을 여래의 지위에 머물게 하였다.


이 때 선재동자는 위에 나타낸 모든 희유한 일을 보고 듣고는, 생각생각에 관찰하고 생각하고 이해하여 깊이 들어가 편안하게 머물렀으며, 부처님의 위신의 힘과 해탈의 힘을 받잡고, 보살의 부사의한 큰 세력과 널리 기뻐하는 당기의 자재한 힘을 내는 해탈을 얻었다.


무슨 까닭이냐? 기쁜 눈으로 중생을 관찰하는 밤 맡은 신과 더불어 지난 세상에 함께 수행한 연고며, 여래의 신통한 힘으로 가피한 연고며, 부사의한 선근으로 도와주는 연고며, 보살의 모든 근성을 얻은 연고며, 여래의 종류에 태어난 연고며, 선지식의 힘으로 거두어 주는 연고며, 여래의 호념하심을 받은 연고며, 비로자나여래께서 교화하신 연고며, 저러한 선근이 이미 성숙한 연고며, 보현보살의 행을 닦을 만한 연고니라. 그 때 선재동자는 이 해탈을 얻고 마음이 환희하여 합장하고 기쁜 눈으로 중생을 관찰하는 밤 맡은 신을 향하여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한량없고 수없는 겁 동안에
부처님의 깊은 법 배우고
교화할 만한 이를 따라서
묘한 몸을 나타내시네.

 

모든 중생들 미혹하고
망상에 빠진 줄 알고
갖가지 몸을 나타내어
마땅한 대로 조복하나니

 

법의 몸 항상 고요해
청정하여 두 모양 없지만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하여
가지각색 형상 나타내며

 

모든 오온· 십이처· 십팔계에
집착하지 않지만
행동과 육신을 보이어
모든 중생을 조복하며,

 

안과 밖 모든 법에 집착하지 않고
나고 죽는 바다에서 뛰어났지만
가지가지 몸을 나투어
모든 세계에 머물고

 

여러 가지 분별 멀리 여의고
희롱거리 언론에 흔들리지 않으나
망상에 집착한 이를 위해
십력을 선전하도다.

 

한결같은 마음 삼매에 머물러
한량없는 세월에 동하지 않지만
털구멍으로 변화한 구름 내어
시방 부처님께 공양하고

 

부처님 방편의 힘을 얻어
생각생각 그지없는 즈음에
갖가지 몸 나타내어
여러 중생들 붙들어 주고

 

모든 생사의 바다
갖가지 업으로 장엄한 줄 알고도
걸림이 없는 법을 말하여
모두 청정케 하며

 

형상 있는 몸 짝없이 묘하고
깨끗하기 보현과 같지만
중생의 마음을 따라
세간의 모든 모양을 보이네.

 

이 때 선재동자는 이 게송을 말하고 밤 맡은 신에게 여쭈었다.
“당신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신 것은 어느 때이며, 이 해탈을 얻은 지는 얼마나 오래였나이까?”
기쁜 눈으로 중생을 관찰하는 밤 맡은 신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생각컨대 지나간 세월
세계의 티끌 수 겁 전에
마니광명 세계가 있고
겁의 이름은 ‘고요한 음성’

 

그 때 백만 나유타 구지
사천하가 있는데
그런 수효의 임금들이
그 세계들을 통치하였다.

 

그 중에 한 나라의 서울은
이름을 향당보(香幢寶)라 하는데
장엄이 가장 훌륭하여
보는 이마다 기뻐하였고

 

그 서울에 있는 전륜왕
풍신이 아주 아름답고
삼십이 거룩한 모습과
여러 가지 잘생긴 모양으로 장엄

 

연꽃 속에서 화생하여
금빛이 찬란한 몸에서
광명이 간 데마다 비치고
염부제에 널리 미치네.

 

그 임금의 천 명의 태자들
용맹하고 신수가 좋고
일억이나 되는 여러 신하들
지혜 있고 수단도 좋아.

 

궁녀들은 십억인데
얼굴은 하늘 아가씨
마음씨 곱고 아름다우며
착한 뜻으로 왕을 모시니

 

그 임금 법으로 백성을 교화
사천하에 두루 미치고
철위산 안 넓은 국토가
모두 풍성한데

 

나는 그 때 여보(女寶)가 되어
범천의 음성을 구족하고
몸에서는 금빛 광명이
일천 유순에 비치었소.

 

날은 이미 저물고
음악도 고요한데
대왕과 궁녀들
모두 깊은 잠에 들었고

 

그 때 덕해(德海)부처님
세상에 나시어서
신통한 힘을 나투어
시방 세상에 가득

 

큰 광명 바다를 놓으니
그 수효 세계의 티끌
가지가지 자재하신 몸
시방세계에 가득하시고

 

땅이 진동하며 묘한 소리로
부처님 나셨다고 포고하니
하늘·사람· 용과 귀신들
모두 기뻐서 어쩔 줄 모르고

 

낱낱 털구멍에서
부처님 나툰 몸[化身] 나와
시방에 가득
묘한 법 연설하셨네.

 

그 때 나는 꿈 속에서
부처님 신통 변화를 보며
미묘한 법문을 듣고
마음으로 기뻐하는데

 

밤 맡은 신 일만 명이
공중에 함께 있어서
부처님 나셨다 찬탄하며
나에게 깨우치는 말

 

슬기로운 이여, 빨리 일어나라.
너의 나라에 부처님 나시니
오랜 세월에 만날 수 없고
뵙기만 하면 청정해지나니
.

 

나는 그 때 깨어나
찬란한 광명을 보고
이 광명 어디서 오나
보리수 아래 부처님 계시니

 

거룩한 모습 장엄하신 몸
보배의 수미산 같으시고
모든 털구멍에서
큰 광명 바다를 놓고 계시네.

 

그것을 보고 마음이 즐거워
이런 생각을 하였으니
나도 부처님처럼
광대한 신통 얻어지이다.

 

그리고 나는 또
대왕과 권속을 깨워
부처님 광명을 보게 하니
모두들 기뻐하였고

 

나 대왕과 함께
천만억 말탄 시종들과
한량없는 중생을 데리고
부처님 계신 데 나아가

 

이만 년이 되도록
그 부처님께 공양하고
칠보와 사천하
모든 것을 받들어 보시하네.

 

그 부처님께서는
공덕보운경(功德普雲經)을 말하여
중생들의 마음에 맞추어
소원 바다를 장엄케 했으며

 

밤 맡은 신이 나를 일깨워
이익을 얻게 하였고
나는 또 이런 몸 얻어
방일한 이를 깨워지이다.

 

나는 이 때에 처음으로
보리를 이루려는 원을 세우고
모든 생사 중에 오가면서
그 마음 잊지 않았네.

 

나는 그 뒤에
십억 나유타 부처님께 공양
항상 천상· 인간의 낙을 받으며
여러 중생을 이익케 했으니

 

첫 부처님은 공덕해(功德海)
둘째 부처님 공덕등(功德燈)
셋째는 묘보당(妙寶幢)
넷째는 허공지(虛空智)

 

제오는 연화장(蓮華藏)
제육은 무애혜(無礙慧)
제칠은 법월왕(法月王)
제팔은 지등륜(智燈輪)

 

제구 양족존(兩足尊)은
보염산등왕(寶焰山燈王)
제십 조어사(調御師)는
삼세화광음(三世華光音)

 

이런 여러 부처님
내가 모두 공양했으나
지혜 눈 얻지 못하여
해탈 바다에 들지 못하고

 

그 후부터 차례로
일체보광(一切普光) 세계가 있으니
겁의 이름은 천승(天勝)이요
오백 부처님이 세상에 나셨네.

 

첫 부처님은 월광륜(月光輪)
둘째 부처님 이름이 일등(日燈)
셋째 부처님은 광당(光幢)
넷째 부처님은 보수미(寶須彌)시다.

 

제오 부처님 화염불(華佛)
제육은 등해(燈海)부처님
제칠은 치연불(熾然佛)
제팔은 천장불(天藏佛)

 

제구는 광명왕당(光明王幢)
제십은 보지광왕불(普智光王佛)이다.
이러한 여러 부처님께
나는 일찍이 공양했으나

 

그래도 모든 법에 대하여
없는 것을 있다고 생각하였소.
그 뒤에 또 겁이 있으니
이름이 범광명(梵光明)이요

 

세계의 이름은 연화등(蓮華燈)
장엄이 매우 훌륭했으며
그 세계의 한량없는 부처님
부처님마다 한량없는 대중들

 

내가 다 공양하면서
존중하고 법문 들었소.
제일은 보수미불(寶須彌佛)
제이는 공덕해불(功德海佛)

 

제삼은 법계음불(法界音佛)
제사는 법진뢰불(法震雷佛)
제오는 법당(法幢)부처님
제육은 지광(地光)부처님

 

제칠은 법력광(法力光)부처님
제팔은 허공각(虛空覺)부처님
제구는 수미광(須彌光)부처님
제십은 공덕운(功德雲)부처님

 

이러한 모든 여래께
나는 다 공양했지만
법을 분명히 알지 못하여
부처님 바다에 들지 못했고

 

그 뒤에 또 겁이 있는데
그 이름 공덕월(功德月)
그 때에 있는 세계는
이름이 공덕당(功德幢)이고

 

그 세계에 나신 부처님
팔십 나유타신데
나는 미묘한 공양거리로
정성을 다해 받자왔노라.

 

첫 부처님은 건달바왕(乾闥婆王)
둘째 부처님은 대수왕(大樹王)
셋째는 공덕수미(功德須彌)부처님
넷째는 보안(寶眼)부처님

 

다섯째는 노사나불(盧舍那佛)
여섯째는 광장엄(光莊嚴)부처님
일곱째는 법해불(法海佛)
여덟째는 광승불(光勝佛)

 

아홉째는 현승불(賢勝佛)
열째는 법왕불(法王佛)
이러한 여러 부처님을
내가 다 공양했으나

 

깊은 지혜를 얻지 못하여
법 바다에 들어가지 못하고
그 뒤에 또 겁이 있으니
이름이 ‘고요한 지혜’

 

세계 이름은 금강보(金剛寶)인데
장엄이 가장 훌륭해
그 겁 동안에 일천 부처님
차례차례 나시었으며

 

중생들은 번뇌가 적고
모인 대중은 모두 청정하였소.
제일은 금강제불(金剛臍佛)
제이는 무애력불(無礙力佛)

 

제삼은 법계영불(法界影佛)
제사는 시방등불(十方燈佛)
제오는 비광(悲光)부처님
제육은 계해(戒海)부처님

 

제칠은 인등륜(忍燈輪)부처님
제팔은 법륜광(法輪光)부처님
제구는 광장엄(光莊嚴)부처님
제십은 적정광(寂靜光)

 

이러한 여러 부처님을
내가 다 공양하였으나
허공처럼 청정한 법을
깊이 깨닫지 못하고

 

여러 세계로 다니면서
거기서 수행하였소.
그 다음에 있는 겁은
이름이 선출현(善出現)

 

세계는 향등운(香燈雲)인데
정토(淨土)·예토(穢土)가 섞여 되었고
억 부처님이 나타나시어
세계와 겁을 장엄하시고

 

가지가지로 말씀한 법을
나는 다 기억했노라.
첫 부처님은 광칭불(廣稱佛)이고
다음은 법해(法海)부처님

 

제삼은 자재왕(自在王)이며
제사는 공덕운(功德雲)부처님
제오는 법승불(法勝佛)이요
제육은 천관불(天冠佛)이며


제칠은 지염불(智佛)이고
제팔은 허공음(虛空音)부처님

제구의 양족존은
이름이 보생수승불(普生殊勝佛)


제십의 무상사(無上士)는
이름이 미간승광명(眉間勝光明)

이러한 여러 부처님
내가 다 공양했지만

 

그러나 청정하게
장애하는 길 여의지 못했고

그 다음 겁 이름은
집견고왕(集堅固王)이요


세계의 이름은 보당왕(寶幢王)이니
모든 것이 잘 벌려 있었고

오백 부처님이
거기에 나타나시니


내가 공경하며 공양하여
걸림없는 해탈을 구했노라.

맨 처음 부처님은 공덕륜(功德輪)
그 다음은 적정음(寂靜音)부처님


셋째 부처님 공덕해(功德海)시고
넷째 부처님 일광왕(日光王)

다섯째는 공덕왕(功德王)
여섯째는 수미상(須彌相)이고


다음 부처님 법자재(法自在)
그 다음도 공덕왕불(功德王佛)

아홉째가 복수미(福須彌)부처님
열째는 광명왕불(光明王佛)이라.


이런 부처님들을
내가 다 공양했으며

그들의 청정한 길에

남김 없이 들어갔으나


그래도 들어가야 할 문에서
지혜를 이루지 못했고

그 다음에 있는 겁은
이름이 묘승주(妙勝主)요


세계는 적정음(寂靜音)이니
중생들은 번뇌가 얇으며

그 때에 나시는 부처님
팔십 나유타신데


내가 다 공양하옵고
가장 높은 도를 닦아 행했소.

첫 부처님 이름은 화취(華聚)이시고
다음 부처님은 해장(海藏)이시며


그 다음은 이름이 공덕생(功德生)이요
또 다음은 천왕계(天王髻)부처님이라.

제오는 마니장(摩尼藏)부처님이요
제육은 이름이 진금산(眞金山)이며


제칠은 보취존(寶聚尊)부처님이고
제팔은 이름이 법당불(法幢佛)이며

제구 부처님 승재(勝財)라 하고
제십은 이름이 지혜불(智慧佛)이니

열 분을 으뜸으로 하여
여러 부처님께 공양하였소.


그 다음에 있는 겁은
이름이 천공덕(千功德)
그 겁에 세계 있으니
이름이 선화당등(善化幢燈)이라.

 

육십억 나유타 부처님이
그 세계에 나시었는데
첫 부처님 적정당(寂靜幢)이요
그 다음은 사마타(奢摩他)시며

 

셋째는 이름이 백등왕(百燈王)이고
넷째 부처님 적정광(寂靜光)이며
다섯째는 운밀음(雲密陰)이요
여섯째는 이름이 일대명(日大明)이라.

 

일곱째는 법등광(法燈光)부처님이요
여덟째는 수승염(殊勝)부처님이요
아홉째는 천승장(天勝藏)부처님이요
열째는 대후음(大吼音)부처님이니

 

이러한 여러 부처님들을
내가 항상 공양했으나
청정한 법인을 얻지 못하여
법의 바다에 못 들어갔소.


다음에 다시 겁이 있으니
이름은 무착장엄(無着莊嚴)이요

그 때에 있던 세계 이름을
무변광(無邊光)이라고 불렀으며

 

그 겁 동안 부처님 나신 수효는
삼십육 나유타 분인데

제일은 공덕수미불(功德須彌佛)
제이는 허공심(虛空心)이고


제삼을 구장엄불(具莊嚴佛)이라 하고
제사는 법뢰음(法雷音)부처님이며

제오는 법계성(法界聲)이라 하시고
제육이 묘음운불(妙音雲佛)이며


제칠은 조시방(照十方)부처님이며
제팔이 법해음(法海音)부처님이요

제구는 공덕해불(功德海佛)이신데
제십은 공덕당(功德幢)이라 합니다.


이렇게 많은 부처님들도
내가 모두 다 공양하였소.

그 다음 나신 부처님은
이름이 공덕당(功德幢)이니


그 때에 나는 월면천(月面天)으로
그 부처님께 공양했더니

그 부처님이 나를 위하여
의지 없는 묘한 법 말씀하시니


나는 그 법문을 듣고
여러 가지 소원을 냈으며

나는 또 청정한 눈과

고요한 선정, 총지(總持)를 얻어


생각생각마다 능히
여러 부처님을 보았으며

크게 가엾이 여기는 광과
두루 밝은 방편의 눈을 얻어


보리심을 자라게 하고
여래의 힘도 성취하였소.

중생들이 뒤바뀐 소견으로
항상하고 즐겁고 나[我]이고 깨끗하다 하고


어리석은 데 가리워져
허망하게 번뇌를 일으키며

나쁜 소견의 숲 속에 가고 그치고
탐욕 바다에 쏘다니면서


나쁜 길에서 태어날
한량없는 업을 짓고는

여러 가지 길에
업을 따라 태어나서


나고 늙고 죽는 근심과
끝없는 고통에 쪼들리네.

저러한 중생을 보고
위없는 마음 내가 내어서


시방세계에 계시는
십력이신 세존과 같이

부처님과 중생들을 인연으로
큰 서원의 구름 일으키고


그 때부터 공덕을 닦아
방편의 길에 들어갔으며

서원의 구름 두루 가득해
모든 도에 널리 들어가서


바라밀을 구족하고
법계에 충만했으며

여러 가지 지위와
삼세 방편에 빨리 들어가


모든 부처님의 걸림없는 행을
한 생각 동안에 모두 닦았소.

불자여, 나는 그 때에
보현의 도에 들어가서

열 가지 법계의
차별한 문을 분명히 알았소. (계속)

 


Anugama - ‘Eternal Traveller’ (영원한 방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