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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명화] 'Plein Soleil' (태양은 가득히) - Rene Clement

잠용(潛蓉) 2013. 8. 11. 14:41
 '태양은 가득히'
(Plein Soleil 플레이앙 솔레일, Eyes Full Of Sun 1960)

▲ 감독 : Rene Clement (르네 끌레망, 이탈리아)

▲ 주연 : Alain Delon, Maurice Ronet, Marie Laforet
▲ 음악 : Nino Rota
▲ 런닝타임 : 1시간 52분







우리나라 사람들이 1960-70년대에 가장 좋아했던 프랑스의 남성 배우는 누가 뭐래도 단연, 알란 드롱(Alain Delon)이었다. 이 알랑 드롱 하면 당시 프랑스 영화계의 대표적인 아이콘이기도 했지만, 그러나 고유명사의 영역을 넘어 잘생긴 남성을 지칭하는 대명사도 되었고, 그래서 알랑 드롱같이 생겼다 하면 아무리 영화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무슨 뜻인지를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이미 일반적인 단어가 되었던 것이다. 과연 그의 외모는 같은 남자들이 봐도 정말 완벽하다는 느낌이 들었으니 여성들이 당시 그에게서 느꼈던 감정이야 가히 말을 안해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 이다. 물론 지금이야 그렇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1960~70년대에는 이 178cm 키의 알랑 드롱보다 더 잘 생긴 남성 배우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는 1935년 11월 8일이 생일이라 하니 청춘의 상징이었던 그도 지금은 70이 훨씬 넘었다. 프랑스 남부의 쏘(Sceaux) 라는 작은 도시에서 한 결손가정에 태어나, 어린 시절에 고생도 많이 하였고, 또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않으면서 방황도 많이 했다고 하는데, 17세라는 어린 나이에 이미 군대 자원을nbsp;하는 등곱상한 얼굴과는 달리 베트남전에서 터프한 공수 부대원으로 복무도 했다고 한다. 제대 후(1950년 중반)에는 웨이터와 시장에서의 짐꾼(Porter) 생활도 잠시 했다고 하는데, 그러나 그 잘생긴 외모가 어디 가겠는가? 당시 미국에서 한참 인기있던 제임스 딘(James Dean. 1931-1955, 미국)같은 굴지의 배우를 찾던 제작자에게 발탁이 되어 드디어 그는 1957년에 미국 영화계에 발을 디디게 된다.



  
그의 데뷔작은 ‘여자가 사건에 말려들 때(Quand La Femmes en Mele, 1957)’이지만 알랑 드롱의 이름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린 그의 출세작은 6번 째 출연작인 바로 이 작품이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합작 영화인 <태양은 가득히>에서 그는 야망을 채우기 위해, 살인을 포함한 온갖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뚤어진 청춘역으로, 다시 말해 악한으로서 출연을 하였는데도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이후 갱(Gang) 영화에서의 연속적인 성공을 하면서 1964년부터 제작까지 직접 하게 되고 1973년부터는 감독도 하고 또 1976년부터는 각본도 직접 쓰게 된다. 현재까지 약 90여 편 이상의 영화에 출연하였는데, 약 50년이 넘는 활동기간에 비하면 그리 다작을 한 편은 아닌 셈이다.

‘얼굴 값을 한다’는 우리나라 속담도 있지만, 로미 슈나이더(Romy Schneider. 1938-1982)와의 5년간의 동거를 비롯하여, 나탈리 드롱(Nathalie Delon. 1941, 모로코)을 포함한 세 명의 부인들과 모두 다 이혼을 하고 (2002년에 마지막 이혼), 현재는 (젊은 여성모델과 함께) 혼자서(?) 살고 있다고 한다. 한편 소문에만 머물렀던 그의 동성애 편력은 사실이라고 최근 직접 밝혔다.




<태양은 가득히>의 줄거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한 고아 출신의 20대 중반의 청년, 탐 리플리에(Tom Ripley-Alain Delon, 1935, 프랑스)가 이탈리아로 건너가서 방탕 생활을 하고 있는 고교 동창, 필립(Philippe Greenleaf-Maurice Ronet, 1927-1983, 프랑스)을 데려오면 5,000 달러(지금으론 약 10만 달러)의 현금을 주겠다는 재벌가 필립 아버지의 제안을 받아들여 나폴리로 날아간다. 그러나 현지에 도착하니 마르쥬(Marge-Marie Laforet, 1939, 프랑스)라는 여자와 연애를 하면서 제 멋대로 살고있는 필립은 리플리에를 마치 하인 대하듯 우습게 보고 무시한다.

그러다 마르쥬와 함께 셋이서 나선 요트 여행(리플리에가 사전에 계회관 여행일 수도 있다). 그에게 쌓여 있던 콤플렉스와 질투가 어느새 변하여 증오가 되고, 급기야 탐은 요트 위에서 필립을 살해하게 된다. 그리고 죽은 필립의 행세를 하며 예금통장에도 자기 사진을 붙여 인출하고, 편지도 사인을 위조하면서 음모를 꾸며가며 못된 야망을 불태운다.




그렇지만 거짓은 거짓을 낳고 죄는 또 죄를 낳는 법, 모든 걸 눈치챈 필립의 친구 프레디마저도 할 수 없이 살해를 하는 탐. 그리고 필립이 프레디를 죽이고 자살을 한 것처럼 위장을 한 후, 짝사랑하던 마르쥬 의 사랑도 빼앗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경찰이 항상 말하고 주장하는 대로 완전범죄란 없는 것인가? 요트를 팔기 위해 그 배를 포구로 인양하는 과정에서 아, 탐이 바다 속으로 빠뜨렸다고 생각했던 필립의 시체가 그 배의 스크류에 감긴 채 끌려 올라오고... 경찰은 그동안 의심해 왔던 탐의 모든 범행을 알게 된다.

이것이 너무나 유명한 대반전 끝 장면, (아래 동영상 참조)...

“리플리 씨, 전화 왔어요..” 라는 호텔 여주인의 말에 해변 의자에서 일어나 웃으며 걸어오는 탐의 얼굴 뒤로 이글거리는 태양(빛)이 두 눈에 가득한 아름다운 바다 전경이 다시 보인다.... 그리고 FIN... 



한편 르네 끌레망(Rene Clement. 1913-1996, 프랑스) 감독은 1946년에 2차대전 당시의 프랑스 레지스탕스 이야기를 다룬 <철로 변의 전투 La Bataille Du Rail>로 깐느 그랑프리를 수상하고, 이어, 1952년에 발표한 <금지된 장난 (Jeux Interdits)>으로 이미 세계적인 스타급 감독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당시에 이탈리아에서 고다르(Jean Luc Gordard. 1930, 파리) 등이 주도하며 급물살을 타던 누벨 바그(Nouvelle Vague) 운동을 그때에는 별로 탐탁하지 않게 생각하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누벨 바그가 뭐 새로울 게 있느냐는 듯이, 전 세계적으로 충격을 준 (새 도전장 같은) 이 영화를 발표하였는데, 오히려 이 작품이 마치 누벨 바그의 주류 작품인 듯, 비평가들의 대단한 찬사를 받게 되었으니 역시 베테랑 감독의 역량이라는 것은 무슨 새로운 풍조라는 것과는 별로 관계가 없는 듯도 하다. 특히 이 영화에선 영웅이 주인공이 아니고, 악한이 주인공인데도 관객들로 하여금 그 나쁜 주인공과 동화되게 끔 한 기막힌 그의 연출솜씨는 과연 높이 살만하다. 바로, 영화가 끝 장면으로 가면 갈수록,주인공 리플레이의 편을 들어주게 되는 이유는 단지, 주인공인 알랑 드롱이 잘 생겨서만은 절대 아닐 것이다. (르네 끌레망의 자세한 이야기는 1952년의 금지된 장난 리뷰에서)




1999년도에 <리플리에 (The Talented Mr. Ripley)>라는 또다른 버전의 영화로 리메이크 된 적이 있지만, 이 작품의 원작은 1955년에 출판된 미국 텍사스 출신의 패트리시아 하이스미스(Patricia Highsmith. 1921-1995, 미국)의 <재주 많은 미스터 리플리에 The Talented Mr. Ripley> 인데 추리소설 작가인 그녀는 이 작품 이후에 <Mr. Ripley, Under Ground>(1970년 출판-2004년에 ‘Mr. Ripley's Return’으로 영화화가 됨)에 이어 <Mr. Ripley, Under Water’ 1991년 출판>까지 모두 5편의 ‘미스터 리플리에(Mr. Ripley)시리즈’를 출판하였다.

따라서 왼만한 감독 같으ㅇㅇ 끝레망 감독의 장면을 달리 해서라도 후속 작을 <속 태양은 가득히 같은 것>도 생각해 봤을 것도 같은데, 끌레망 감독은 아예 생각조차도 안 하였다고 하니, 역시 흥행보다는 단 한편이라도 작품성부터 먼저 생각하는 비범한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그런데 ‘태양은 가득히’의 원작 소설은 속편을 위해 탐의 완전 범죄로 끝이 남/ 원작소설에 좀더 충실하고 또 다양한 재즈 삽입곡들로 영화 음악적으로도 뛰어난 앤소니 밍겔라(Minghella)감독의 < The Talented Mr. Ripley 1999 > 도 매우 우수한 리메이크 작품이다.


그리고,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합작이라서 그런지 영화 음악은 이탈리아 출신으로 당시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올라있던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 1920-1993, 이태리)의 오랜 짝꿍(Collaborator)이던 니노 로타(Nino Rota. 1911-1979, 이태리)가 맡았는데 멜로디가 동양적 감각의 따뜻한 느낌으로 쉽게 외울 수 있도록 만든 아름다운 주제곡(Main Theme)은 영화의 히트 못지않게 우리나라에서도 연주 음악으로 상당히 널리 알려졌었다.



곡의 테마(주제)를 여러 스타일로 변주하면서(재즈 스타일 포함) 여러 번 반복하는데, 때론 실로폰으로, 다시 바이올린으로 또 색소폰과 피아노로도 연주하고 있다. 영화 초반에 마르쥬(마리 라포레)가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지만, 알랑 드롱도 우리가 잘 아는 노래, <사랑의 기쁨 Plasir D' Amour>을 부르는 장면이 잠깐 나온다.


알랑 드롱은 얼굴만 잘 생긴게 아니라 목소리도 상당히 섹시해서, 음반도 여러 장 낸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달리다(Dalida)와 함께 부른 듀엣 곡 <빠롤레 빠롤레 Paroles, Paroles>는 큰 히트를 하였었다. 한편 영화에서도 노래를 부르지만 마리 라포레 역시 나중에 이 영화의 주제곡을 음반으로 발표도 하였고 (‘금지된 장난’의 주제곡도 포함), 또 잠시 가수로서도 활동한 적이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하늘과 바다 색깔이 어쩌면 저렇게 푸를 수가 있을까? 생각이 내내 들 정도로, (마치 물감으로 칠을 한 듯한) 너무나 컬러풀한 화면이 인상적인데, 무공해의 맑은 태양빛 아래서 찍은 환상적인 자연 풍광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다시 봐도 너무도 깨끗하다.


영화 촬영은 나폴리를 중심으로 인근의 작은 어촌 마을에서 하였다고 하는데, 어느 일본인이 너무나 멋지게 작명한 ‘태양은 가득히’ 라는 제목 (영어 제목은 자주빛 정오 ‘Purple Noon’)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밝은 톤의 원색 화면이 참 보기에 좋다. 이렇게 화면 좋고, 음악 좋고, 거기에다 배우까지도 보기에 좋으니 (또 스릴 있고 짜임새 있는 줄거리까지) 이 영화는 분명 세월이 아무리 흘러가도 영원히 남을 명작임에는 틀림이 없다. 더군다나 우리들의 영원한 미남, 알랑 드롱을 이야기 하자면 절대로 빼 놓을 수가 없는 작품인 것도 틀림이 없다. (사족) 그나저나 아직도 그는 영화 출연을 계속하고 있다는데 (2년에 약 한 편 정도), 왜, 그의 근작은 통 볼 수가 없는지 아쉬운 마음이 든다. [김제건의 영화음악 이야기]






= 지금 보아도 충격적인 결말 부분(2분38초)  


※ 사진은 아래 동영상에서 캡쳐했습니다


신(神)이 질투할 정도로, 미켈란젤로의 조각상같이 잘 생긴 외모의 소유자 리플레이(알랑 드롱)는 지독하게 가난한 청년이다. 그의 친구 필립(모리스 르네)은 아름다운 여자 친구와 재력가 아버지를 둔 그야말로 모든 것을 가진 청년이다.


도저히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은 두 남자가 ‘친구’라는 명분으로 요트 여행을 떠나게 되고 얼마후 돈 많은 필립의 리플레이에 대한 지나친 천대와 멸시를 참지 못하고 그는 그만 우발적으로 친구를 죽이고 만다. 그리고나서 평소의 떠돌이 생활에서 터득한 리플레이의 마법과 같은 기술이 나타나게 된다. 그는 필립의 주민등록증에 자신의 사진을 붙이고 필립의 행세를 시작하면서 그의 재산까지 따돌리고 필립의 여자친구까지 유혹하며 완전범죄로 묻히게 되는데... 그러던 어느날...


마지막 반전이 너무도 충격적인 영화 <태양은 가득히>는 알랑 드롱이라는 프랑스 배우를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올라서게 만든 작품이었다. 파도보다 더 푸른 눈빛의 알랑 드롱은 비록 그가 천하의 나쁜 범죄자로 등장하였지만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주인공으로도 너무 잘 어울린다. 또한 니노 로타가 작곡한 영화 음악은 지금까지도 영화 세계의 명곡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때부터 알랑 드롱은 국내와 해외 특히 일본에서 최고의 흥행배우로서 1980년대초까지 절정의 인기를 누리기도 하였다. 왜 그런지 일본 여성은 거의가 알란 드롱의 열광 팬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이 <태양은 가득히>는 40여년이 지난 1999년에 앤소니 밍겔라 감독이 맷 데이먼이 리플리역, 주드 로가 필립 역으로 출연한 미국판 리메이크작 <리플리, The Talented Mr. Ripley 1999>를 만들어 개봉했지만 오리지날 작품에는 한참 못미치는 아쉬움을 보여주었다.


('태양은 가득히'의 대단원 장면)


[출처: http://blog.naver.com/PostView.nhn


= 예고편과 동영상 모음 = 



'Plein Soleil' (1960 伊) Theme Music
Nino Rota 작곡- Alain Delon, Marie Laforet and Maurice Ronet 출연 


Nino Rota - Plein Sole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