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 새 국면.. 재판 영향 주목
문화일보 | 이현미기자 | 입력 2013.09.24 14:01
법원, 국정원 전·현직 간부 2명 기소명령
법원이 검찰의 기소유예 방침을 뒤집고 국가정보원 전·현직 간부 2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라고 명령함에 따라 국정원 댓글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특히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사건과 관련, 야당 등에서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선거법위반으로 기소한 것이 주요 배경이 됐다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검찰 추가 기소 및 재판 과정이 주목된다.
재정신청사건에서 인용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은 법원이 재정신청 대상자에 대한 형사처벌 검토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법원 고위 관계자는 24일 "재정신청사건에서 인용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은 당사자를 법에 따라 처벌하라는 유죄의 심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원 전 원장을 비롯해 국정원 댓글사건 1심의 결론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 결정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런 면에서 현 사태에 기름을 부은 결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고법 형사29부(부장 박형남)는 전날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에 대한 민주당의 재정신청을 인용해 검찰에 공소제기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직위와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해 이 전 차장과 민 전 단장의 선거법 위반 피의사실에 대해 공소제기를 명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내에선 법원의 이 같은 판단이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검찰의 결정이 타당했음을 방증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법원 고위 관계자는 "이 전 차장이나 민 전 단장의 경우 원 전 원장의 핵심 측근이자 당시 지휘라인에 있었던 만큼 이들에게 적용된 선거법 위반 혐의를 수장이었던 원 전 원장에겐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 된다"고 말했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와 여권이 원 전 원장 등을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한 검찰의 결정과 관련, '결과적으로 박근혜정부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야당 편을 들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채 총장이 청와대와 여권에 "미운털이 박혔고 혼외아들 의혹 제기도 그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돈 것도 이 때문이다. [이현미 기자 always@munhwa.com]
[사설] 국정원 댓글 관련자 처리,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겨레 | 입력 2013.09.24 21:10
[한겨레]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에서 검찰이 기소유예한 국정원 고위간부 2명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도록 법원이 23일 검찰에 명령했다. 민주당이 검찰의 결정에 불복해 낸 재정신청을 서울고법이 받아들인 것이다. 기소단계부터 청와대와 법무부의 외압으로 검찰이 소신껏 처리하지 못했던 터라 법원의 이번 결정은 늦었지만 당연한 귀결이다.
앞으로 검찰이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에 대한 기소절차를 밟겠지만, 애초의 대선개입 사건이 제대로 마무리되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아직도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대선 때 새누리당 대선캠프와 국정원의 조직적 연계 의혹은 이대로 덮고 넘어갈 수 없다. 새누리당 대선캠프를 이끌던 김무성·권영세씨의 의문의 행적뿐 아니라 최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한 여당과 국정원의 공조 의혹까지 제기된 바 있다. 국정원 심리정보국 직원 이아무개씨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박근혜 후보 대선캠프의 공식 트위터가 작성한 글이 여러 차례 전파되고, '십알단'의 윤정훈 목사가 리트위트한 글이 다시 리트위트되기도 했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들이 운영한 트위터 계정 402개를 철저히 조사해 조직적 대선개입 음모를 파헤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또 법원의 재정신청 수용을 계기로 댓글 공작 관련자들에 대한 처리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법원은 김하영씨 등 3명에 대해 "상급자 지시 등에 따라 가담하게 된 점"을 참작해 재정신청을 기각한다며 "일부 수사가 진행중인 점 등을 고려"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수사결과에 따라 처리하도록 여지를 둔 것이다. 기록상 드러난 이들의 행위를 보면 애초 기소하지 않은 것이 검찰의 권한남용에 가깝다. 상부 지시 없이 스스로 자신이 쓴 댓글을 삭제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을 뿐 아니라 심리전단 간부의 신원을 감추기 위해 경찰에서 허위진술을 하기도 했다. 국회 청문회에 이어 법정에서도 여전히 대북심리전이었다고 강변하며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는데도 선처를 고집한다면 검찰이 불법을 조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파문으로 이 사건의 실체 규명 작업도 어려움에 직면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3자회담 발언을 통해 이른바 '채동욱 찍어내기'의 배후가 자신이었음을 사실상 자인했다. 그러나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정보기관이 선거에 뛰어든 명백한 국기문란 사건을 덮을 권한은 없다. 대통령의 노골적인 압력에 직면해 판검사들이 어떻게 처신하는지 국민들은 엄정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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