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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회담 회의록

[대화록 싸움] 검찰은 여야 없이 대화록 의혹 철저히 규명하라

잠용(潛蓉) 2013. 10. 7. 15:45

여당은 잊을 만하면 '대화록 카드'…

야당은 반전 위해 무리수
[한국일보] 2013.10.07 03:35:36수정시간 : 2013.10.07 07:36:34


정상회담 대화록에 발목 잡힌 1년
대선 전… 국정원 댓글… 與 수세 때마다 쟁점화
문재인 "원본 공개" 주장에 사초 실종 논란으로 번져
국감·정기국회 앞길 캄캄

지난 6월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NLL 대화록 관련 발언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8일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폭로한 지 꼭 1년째다. 새누리당은 잊을 만하면 대화록 카드를 꺼내고 민주당은 번번이 '이념 트랩'에 빠지면서 정치권이 1년 내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정국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국정감사는 물론 각종 민생 입법의 정기국회도 대화록 정국에 발목이 잡혀 한치도 전진 못할 위기에 빠졌다.

 

 

 

 

새누리당은 수세에 몰릴 때마다 국면전환용 카드로 정상회담 대화록을 빼들어 정쟁 장기화의 일차적 책임이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문헌 의원이 지난해 10월 8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느닷없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NLL을 포기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폭로한 것도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여론조사상으로 치열한 경합을 벌이던 시점에서 정 의원의 폭로는 북풍(北風) 논란으로 이어졌다.

 

대선 이후 잠잠했던 대화록 정쟁을 재점화 시킨 것도 여권이었다. 민주당이 6월 국회에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서자 정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던 대화록 발췌본을 단독으로 열람한 뒤 "NLL 포기"를 기정사실화하며 공세를 퍼부었다. 하지만 국정원이 대화록 전문을 공개한 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NLL 포기 발언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두 배나 더 많았던 점을 고려할 때 지나친 정치공세라는 비판이 컸다.

 

민주당 역시 정쟁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기회가 몇 차례 있었음에도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무리수를 두면서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당초 대화록 국면의 초점이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었다는 점에서 국정원이 공개한 내용만으로 충분히 판가름이 날 상황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의원까지 대화록 원본 공개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사초 실종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검찰의 중간 수사 발표 이후에도 여야는 음원 공개나 대화록 사전 유출 등 각자에게 유리한 후속 이슈 쟁점화에 전력을 쏟으며 대화록 정쟁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여야 원내대표가 7월 26일 "이제는 민생을 챙기자"며 대화록 정쟁 중단을 선언한 것도 무색하게 돼 버렸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정감사 등 민생 현안이 산적한 만큼 정치권은 대화록 논란은 검찰 수사와 국민적 판단에 맡기고 다른 이슈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대화록 음원공개' 샅바싸움… '출구' 없는 실타래 정국
[연합일보] 2013/10/07 11:08 송고

 

與지도부 일부 "조작본 규명 안되면 음원공개 불가피"
野 "음원공개 속보이는 짓…檢-與, 한몸돼 스캔들 생산"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음원 파일 공개 문제가 원본 조작 여부를 둘러싼 진실 공방의 핵심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야는 7일 대화록 원본의 음원 공개 여부를 놓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대화록 정국'에서 탈출하려는 민주당은 가능한 한 대화록 문제에 대해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이 외곽에서 음원 공개 요구를 계속 제기하면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당론으로 대화록 음원 공개를 요구하지 않는 대신 국회 정보위원들을 중심으로 음원 공개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이른바 '군불'을 때고 있다. 여기에 원내 지도부도 '최후의 수단'을 전제로 음원 공개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민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민주당이 끝까지 '대화록 조작 및 폐기'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음원을 공개하는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화록 삭제 여부가 계속 논란이 되고, 민주당이 검찰 수사를 부인하면 우리로선 방법이 없다"면서 "민주당이 계속 생떼를 쓰고 온갖 발뺌을 하면 최후의 수단으로 공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원내대표는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민주당 문재인 의원에 대해 검찰이 소환 요청을 할 경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은 이날 SBS, YTN, CBS 라디오에 잇달아 출연해 "2007년에 NLL(북방한계선)에 대해서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바조차 없다는 식으로 시작해 거짓말이 몇 년을 이어왔는데, 그렇게 되면 또 문제가 생기므로 아예 음원을 공개해 확실하게 끝을 내자"고 제안했다.

 

서 위원장은 "역사의 기록인데 이것을 마음에 안 든다고 토시를 고쳤든, 내용을 고쳤든 간에 손을 댔다는 것 자체가 용납이 안 되는 것"이라며 "이런 것을 수정본으로 불러서는 절대 안 되니 이것은 조작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검찰 수사에서 '대화록 조작'이 밝혀질 경우 음원을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민주당은 새누리당 일부에서 나오는 음원 공개 요구를 정략적 행태로 보고 일축했다. 이와 함께 검찰이 새누리당과 결탁해 대화록 스캔들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의 정상회담 음원 공개 추진은 속 보이는 웃기는 짓이다. 그만 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새누리당에 대해 "최종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중하고 대화록 장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고, 검찰에 대해선 "대화록 불법열람 유출 사건도 신속히 조사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새누리당과 검찰이 한 몸이 돼서 스캔들을 만들고 언론이 받아쓸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의 재·보선 공천과 인사 파동 등을 거론하며 새누리당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등 정국 반전을 시도했다.

 

김한길 대표는 "정부·여당이 한 것이라고는 여론이 악화될 때마다 정쟁 양산 카드를 꺼낸 것과 대선 때 국민에게 철석같이 약속한 것을 뒤집는 일밖에 없다"면서 "인사 난맥이 국정 난맥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전 원내대표도 "김기춘 대통령실장, 홍사덕 민화협 의장에 이어 서청원 공천을 보면서 국민은 당황하고 어이없어한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올드보이 3인방' 소환을 보면 민심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leslie@yna.co.kr]

 

[취재파일] NLL 대화록 유출의 법률적, 정치적, 상식적 싸움
[SBS] 2013-10-06 18:42

 

 

법은 참 묘합니다. 송사를 한 번이라도 치러본 사람은 압니다. 상식적으로 옳은 것이 반드시 법적으로 옳은 것은 아닙니다. 거꾸로 법적으로는 처벌할 수 없는 일이 상식의 차원에서는 용서받지 못할 일이 되기도 합니다. 법률 싸움에서 승소한 사람이 반드시 정치적 논쟁에서 승리하는 것도 아닙니다. 서로 무관하다고 말 할 수는 없지만 법과 정치 그리고 상식 차원의 옳고 그름의 기준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습니다. 지금 검찰에 넘어와 있는 NLL 대화록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사건 역시 법률적 차원, 정치적 차원, 그리고 상식적 차원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법률적 쟁점: '초본'인가 '완성본'인가?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을 놓고 볼 때, NLL 대화록 사건의 법률적 쟁점은 한 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삭제된 (그리고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복구한) 대화록이 '초본'이냐  아니면 '완성본'이냐"는 문제입니다.

 

검찰은 10월 2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 중에 대화록이 청와대이지원에서 삭제된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이지원을 그대로 복사한 봉하이지원(노무현 전 대통령이 복사해 퇴임 후 봉하마을로 가져 갔다가 2008년 국가기록원에 돌려 준 이지원)을 분석해보니, 삭제된 대화록이 나왔고 이를 복원했다는 겁니다. 검찰은 이 대화록이 일종의 초고 형태라고 말했다가, 나중에는 "'초고' 또는 '초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했죠. 그 이유는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또 검찰은 이와 별도로 봉하이지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좀 더 수정된 형태의 대화록이 삭제되지 않고 저장돼 있는 걸 확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는 대화록까지 합치면, 대화록은 모두 3가지가 있고, 3가지 모두 각각 완결성을 가진 완성본이라고 검찰관계자는 말했습니다. 3가지의 내용에 큰 차이는 없지만 "'의미 있는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도 했죠.

 

그러니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대화록 (1):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이지원에서 삭제됨. 봉하이지원을 통해 복구. 가장 최초에 작성된 '초본' 형태
대화록 (2:) 봉하지원에 저장돼 있던 판본. 초본을 수정한 형태
대화록 (3): 국가정보원이 보관하고 있는 판본.

검찰관계자: "대화록1, 대화록2, 대화록3은 모두 각각 완성본이다.  내용상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의미 있는 차이'는 있다."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실은 대화록1의 삭제입니다. 검찰의 관심사는 '대화록1을 삭제한 행위'를 대통령기록물 파기로 볼 수 있느냐는 겁니다. 애초부터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14조의 위반 여부를 규명하기 위한 수사이기 때문입니다.(이 수사는 새누리당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14조(무단파기ㆍ반출 등의 금지) 누구든지 무단으로 대통령기록물을 파기·손상·은닉·멸실 또는 유출하거나 국외로 반출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30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14조를 위반하여 대통령기록물을 무단으로 파기한 자
2. 제14조를 위반하여 대통령기록물을 무단으로 국외로 반출한 자
②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14조를 위반하여 대통령기록물을 무단으로 은닉 또는 유출한 자
2. 제14조를 위반하여 대통령기록물을 무단으로 손상 또는 멸실시킨 자

 

'대화록1의 파기행위=대통령기록물 파기행위'로 보려면 결국 '대화록1=대통령기록물'이라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검찰이  "대화록1도 완결성을 갖춘 완성본이다. 오히려 대화록1이 완성본에 더욱 가깝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검찰의 주장대로 대화록1이 완성본이라면, 그 자체로 한 건의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있고, 따라서 대통령기록물 파기 행위가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친노 진영은 당연히 검찰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초본은 초본일 뿐"이라는 것이 친노진영의 입장입니다. 초본을 다듬은 수정본을 만들고 나면 초본을 삭제하는 것은 당연한 일처리라는 주장입니다. 다시 말해 대화록1은 그 자체로 완결된 완성본이 아니고, 따라서 대통령기록물도 아니라는 것이죠.

 

앞으로 NLL 대화록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에서도 결국 대화록1의 성격 규정(완성본 vs 초본)이 가장 중요한 쟁점일 것입니다. 그러나 법률적 진실 규명은 이 사안에 대한 절반의 설명에 불과 합니다. 이 사안은 처음부터 정치적인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 정치적 쟁점: 대화록(1)은 왜 삭제됐나? 또는 대화록(1)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는가?

대화록1이 그 자체로 완결된, 완성본이냐(따라서 대통령기록물이냐) 아니면 말 그대로 작업용 초본에 불과하느냐를 법률적으로 규명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대화록1에 대해 최종결재권자가 결재를 했는지, 공용 문서를 분류하는 대장에 적절한 방식으로 등록됐는지, 대화록1의 삭제를 지시한 사람이 이를 일종의 완성본으로 인식하였는가 등등....  검찰과 이에 맞서는 친노 진영이 앞으로 수사 과정과 공판 과정에서 앞으로 치열하게 공방을 주고 받을 사안입니다.

 

그러나 정치적인 차원에서 더 중요한 문제는 "도대체 대화록1은 왜 삭제되었는가?"입니다.

친노진영의 주장은 기본적으로 동일합니다. 대화록1은 초본에 불과하고, 수정본이 만들어지면 초본을 삭제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입니다. 애초에 대화록1은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라 작업용 초본에 불과하므로, 그것을 삭제한 이유는 중요하지 않고, 오히려 삭제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게 친노진영의 말입니다.

 

이에 반해 새누리당은 대화록1에 무엇인가 중대한 내용이 있었기 때문에 삭제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애초에 문제가 됐던 NLL 포기 발언은 물론이고, 그 보다 더 의미심장한 '무언가'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삭제하고, 표현과 내용을 애써 다듬은 수정본만 국정원에 남겨둔 것이라고 새누리당은 의심하고 있습니다.(새누리당은 수정된 판본 조차 참여정부가 국가기록원에 이관하지 않았다는 점도 비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올해 초 검찰 수사 과정에서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 비서관이 했다는 진술 때문에 상황이 좀 더 복잡해졌습니다. 조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화록을 청와대에 남겨두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묶어야 하는데 그러면 다음 대통령이 보기 어려우니, 녹음 파일을 가지고 국정원에 대화록을 새로 생산해 국정원에서 보관하고 청와대에서 대화록을 삭제해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통령지정기록물]
대통령지정기록물은 대통령기록물과는 다른 것입니다. 대통령기록물 가운데 일정 조건에 해당되는 기록물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분류돼야 하는데, 대통령지정기록물이 되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오랜 기간 동안 열람할 수 없습니다.

 

이 진술을 두고도 새누리당과 친노진영의 입장은 엇갈립니다. 새누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화록 삭제를 지시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공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친노진영은 이 진술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의善意'를 보여줄 뿐, 잘못된 건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삭제된 대화록1에 과연 무슨 내용이 담겼는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로 떠오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삭제됐던 대화록1과 대화록2, 대화록3 사이의 '차이점'에 관심이 모이는 것이지요. 만약 새누리당이 의심하는 것처럼 대화록2,3에는 없는 '무언가'가 대화록1에 들어있고, 그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감추고 싶었던 '무언가'라면, 진실 은폐를 위해 대화록을 삭제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이 힘을 얻을 것입니다. 새누리당이 아예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는 정상회담 대화 녹음파일을 공개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대화록1이 아니라 국정원 보관 녹음파일을 공개하자는 이유 중에는 대통령기록물과 공공기록물의 공개 범위 차이라는 기술적 문제도 있는데, 일단 이건 넘어가겠습니다.)

 

반면 대화록1과 대화록2,3의 차이가 거의 없거나, 있어도 무시할만한 것이라면, '은폐를 위한 삭제'라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힘을 잃겠죠. 대신 작업용 초본 삭제에 불과하다는(또는 조명균 전 비서관 진술대로라면 다음 정부를 위한 기술적 배려) 친노진영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것입니다.

 

◇ NLL 대화록 사건에 대한 상식적 해석

서두에 이야기한 것처럼 법률적 승패와 정치적 논쟁의 승패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대화록1이 완성본이라고 재판에서 인정되고 따라서 대통령기록물 파기죄로 누군가 처벌을 받을 수도 있지만, 막상 녹음파일을 공개하고 보면 대화록1에(또는 실제 정상회담 대화에) 특별한 내용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대화록1은 완성본이 아니라고 재판부가 판단해 무죄를 선고하더라도,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만한 표현이 실제 대화에 들어있다면 정치적 논쟁의 결과는 소송의 승패와는 정반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식적인 차원에서 이 사건을 보면, 정치적 논쟁의 승패가 과연 분명하게 판가름날지 의문입니다. 대화록1이 공개되든, 녹음 파일이 공개되든,  각자의 진영에서  각자 속한 진영의 논리에 맞게 사실을 해석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국정원이 NLL 대화록 발췌본을 공개했을 때를 돌이켜 보면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똑같은 글을 보고도 보수진영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고 김정일에게 '굴종적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습니다. 친노진영에서는 정반대로 NLL 포기 발언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고,  노 전 대통령의 표현 역시 외교적 수사 수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똑같은 글을 보고도 정반대 이야기를 내놓으니 아예 국가기록원에 있는 대화록 전문을 보자는 주장이 나왔고, 결국 여야가 함께 기록원에 갔지만 대화록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끝내 고발장이 검찰에 접수된 것이죠.

 

앞으로 정상회담 대화의 녹음 파일이 공개되어도 아마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보수진영은 보수진영의 시각에서 문제되는 발언을 찾아 공격할 것이고, 친노진영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되받아치겠죠. 어떤 언급, 어떤 표현이 나올지에 따라 논쟁의 수준이 좀 달라 질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사실에 대한 객관적 해석보다는 정파적 분석과 주장이 부각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NLL 대화록이 있다 없다, 누군가 감췄다 아니다 보다도, 이 사안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의 수준이 우리 사회의 더 큰 문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같은 문서, 같은 사실을 보고도 상식의 눈으로 살피지 않고,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왜곡해 해석하고, 끝이 없는 정쟁을 이어가는 태도말입니다. 민주주의의 존재 이유는 모두 구성원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정치체제이기 때문입니다. NLL 대화록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의 양상은 민주주의의 존재 이유에 정확히 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SBS 임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