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실각설’ 정부, 하룻새 신중 태도로 돌아서
[한겨레신문] 2013.12.04 21:39 수정 : 2013.12.04 23:30
류길재 통일 “단정 어렵다” 김관진 국방 “정보 더 필요”
전날 국정원 ‘졸속 발표’ 뒷수습… 국민 혼란만 부추겨
4일 정부는 전날 국가정보원이 공개한 ‘장성택 실각 가능성’에 대해 하루 만에 신중한 태도로 돌아섰다. 장성택 조선노동당 행정부장의 실각은 아직 최종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실각이 아니라 실각 가능성이 높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전날 국정원의 갑작스런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 이후 장 부장의 실각 가능성이 기정사실이 돼가는 데 대해 대북정책 책임자로서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더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김 장관은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완전한 실각 여부는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해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며 발을 뺐다. 장성택 실각은 아직까지 전적으로 신뢰할 만한 정보로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정부의 실제 대응도 북한의 2인자 실각 가능성에 따른 엄중함이나 긴박감을 주지 않았다. 정부는 이날 우려할 만한 안보 사안이 생길 때 통상 소집하는 외교안보장관회의도 열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장성택 실각설과 관련해서 합참이 정보감시 및 작전 대비태세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군 전체로 보면 대비태세가 약간 강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설명과 달리, 군도 공식 경계태세인 ‘진돗개’를 발령하지 않았다. 그만큼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와 관련해 아무런 발언이나 지시가 없었다. 청와대의 한 당국자는 “장성택 실각설에 대해 박 대통령과 관련된 어떤 것도 언급할 게 없다. 다만 안보 관련 부처에서는 여러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의 뜨뜻미지근한 움직임은 전날 국정원의 ‘뜨거웠던’ 보고와 크게 비교된다. 국정원의 전례없는 졸속 공개에 대해 통일부와 국방부 등 대북 관련 부처들이 뒤늦게 수습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3일 이뤄진 국정원의 보고는 방식이나 절차, 내용 등에서 정보기관답지 않은 어설픈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폭발력이 큰 대북 정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충분한 확인 없이 공개를 ‘감행’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보기관 스스로 대북 정보의 신뢰도를 낮췄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대체로 대북 정보는 여러 가지 첩보들을 수집한 뒤 충분한 확인과 판단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신뢰할 만한 정보가 된다. 특히 북한처럼 불투명한 사회의 경우, 첩보 확인을 위해 맥락과 배경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예컨대 장 부장이 실각했다는 첩보가 있다면 그 실각의 배경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정보와 첩보들이 있어야 정보로서 신뢰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통일부 출신의 한 인사는 “국정원처럼 권위 있는 정보기관에서 정보를 다룰 때는 정보의 맥락과 이유 등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국정원의 장성택 실각 가능성 보고에는 그런 설명이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또 “국정원의 국회 보고는 사실상 공개를 전제로 하는 것인 만큼 이번 일은 정보기관이 사실상 스스로 정보를 공개한 것이다. 이렇게 정보기관이 직접 나서서 정보를 공개하는 것도 다른 나라에서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하어영 최현준 기자 suh@hani.co.kr]
국정원 나섰지만 물음표 찍힌 '장성택 실각설'
[오마이뉴스] 2013.12.04 20:02 최종 업데이트 13.12.04 20:02
▲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외통위 '장성택 실각'관련 긴급 간담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희훈
통일부·국방부 '실각설' 신중 접근... 민주 "하루 만에 메시지 오락가락"
'북한 2인자'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정말 '실각'했을까. 국가정보원이 지난 3일 공개한 '장성택 실각설'에 물음표가 찍히고 있다. 이와 관련한 정부 각 부처의 '말'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권력지형이 급변할 수 있는 일인데도 정부 부처의 대응이 일사불란하지 못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게다가 '기획폭로' 논란까지 겹쳐 있다. 그동안 국정원은 북한 관련 주요 정보를 공개할 경우, 통일부 등 관련 부처를 앞세웠다. 그러나 이번 일은 국정원이 전면에 섰다. 이 때문에 국정원 개혁 특위나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 등을 논의하고 있던 여야 4자 회담을 겨냥, 국정원이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 했던 것 아니냐는 시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통일부·국방부 "장성택, 실각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어"(?)
초점은 국정원에 의해 공개된 '장성택 실각설'이 실제보다 부풀려졌는지 여부에 쏠려 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4일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 "장성택 측근인 이용하 당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의 공개 처형 사실이 확인됐고 장성택 조직과 연계인물 구속조치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장성택 실각설'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장 부위원장의 신변 및 행방을 묻는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는 "상세한 것은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 "신변에는 이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택의 부인이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의 신변에 대해서도 "특별히 이상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알고 있는 바는 없다"고 답했다.
최룡해 북한 인민국 총정치국장과 '권력투쟁' 패배 가능성을 실각 사유로 분석하는 것에는 "장성택의 실각 원인 중 하나로 보도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직접적인 관련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는 곤란하지만 권력투쟁이 숙청의 하위적 개념일 수 있어 두 가지가 다 겹쳤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거리를 뒀다.
또 "최룡해와 장성택의 갈등 구도도 이미 오래전부터 나온 얘기다, 그렇지만 이번 경우에는 그것하고는 깊은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추측한다"고도 덧붙였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이 "45세 이하만 고위직 간부에 임명하고 나머지는 다 퇴진할 것이라는 정보가 들어갔는데 (그것이) 자극적으로 '실각'이나 '숙청' 이야기로 나온 것으로 안다, 국정원의 최초 입수내용은 건조한 내용으로 알고 있다"면서 따지자, '실각설'에서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그는 "장성택이 지금 실각했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실각인지 아닌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관진 국방장관 역시 '장성택 실각설'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장관은 이날 오후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 "장성택 실각설과 관련해 좀 더 상황을 예의주시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기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북한 언론과 그 외 복수채널로 북한 상황을 파악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김 장관은 '아직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 새누리당 중진회의에 참석한 김관진 장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이용걸 방위사업청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김 국방부장관은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과 국방 현안보고를 하기 위해 참석했다. ⓒ 유성호
"정부 부처 말 엇갈리는 이유 뭐냐?, '타이밍 정치' 결과물이면 큰일"
이처럼 '장성택 실각설'와 관련한 정부 각 부처의 '말'이 엇갈리자, 민주당은 "우리나라의 중대한 안보상황이 될 수 있는 북한 2인자의 실각과 관련된 정부의 메시지가 하루 사이에 오락가락 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국정원은 어제 하루 종일 '장성택 실각설'로 나라를 들썩이게 했는데, 오늘 국장장관은 '장성택 실각설 판단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놓고, 통일부장관은 '장성택 신병 이상 없다'는 얘기를 국민 앞에 내놨다"며 "각각 다 사실일 수 있지만 이것이 정부의 대북정보 혼선과 정책기조의 엇박자라면 크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성택 실각설이) 국정원이 정치적 이유로 고도의 타이밍 정치를 한 것이라면 더욱 큰 일"이라며 "북한 내부의 중요 정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정부라면, 강대국 사이에서 어떻게 국가안보를 지킬 수 있을지 국민들은 몹시 불안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장성택 실각설'을 계기로 전날 여야 합의된 '국정원 개혁특위' 설치를 좌초시키려는 목소리도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4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장성택 실각설은) 아주 빠른 시간 내에 북한의 내부에 큰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큰 사건"이라며 "이런 긴장된 정세에서 그를 총괄해서 (대북) 정보를 백업해줘야 하는 정보기관이 한 달, 혹은 두 달 그 이상까지도 이 문제(특위)에 묶여버리면 과연 우리 정보기관의 기능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특위 설치를 반대했다.
[이경태(sneercool) 이희훈(leeheehoon) ]
민주 "국정원發 장성택 실각설, 공개 시점에 의문"
[뉴스토마토] 입력 : 2013-12-04 오전 11:46:32
"여야 합의 불발 겨냥했던 것 아닌지 의문... 그래도 국정원 개혁은 시대적 과제"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민주당은 국가정보원이 장성택 실각설을 3일 공개한 것에 대해 "시점과 관련해 의문을 갖는 국민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박용진 대변인(사진)은 4일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여야가 국정원 개혁특위 합의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필 장성택 실각설을 국정원이 공개한 것은 여러 가지로 의문점이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변인은 "4자 회담 진행 중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을 강행해 여러 구설수를 만든 박근혜 대통령이나, 개혁특위 합의를 앞두고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 설익은 정보를 공개한 국정원의 태도가 혹시 여야 합의 불발을 겨냥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의심했다.
그는 이어 "국정원의 장성택 실각설이 매우 정치적이고, 분명한 계산을 깔고 선택된 타이밍이었다면 국정원은 너무나 순진한 집단"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장성택 실각설'이 국정원으로서는 회심의 카드였을지 모르지만 국민들은 이미 국정원의 패를 읽어버렸고, 국정원 개혁은 돌이킬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는 것이다.
박 대변인은 "의도가 드러난 행동은 의도한 대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을 것"이라면서 "민주당과 국민들은 국정원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과 국민들은 국정원의 정상화, 국정원의 선진화를 추진하려 하는 것이지 국정원의 폐지, 불능화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면서도 "국내 정치개입, 선거개입 등의 일탈행위를 막고, 대북 안보 관련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관으로 국정원을 키워 국익에 헌신토록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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