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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어도 관할권 인정 기회 스스로 포기

잠용(潛蓉) 2013. 12. 5. 08:11

한국, 이어도 관할권 인정 기회 스스로 철회
한국일보 | 워싱턴 | 입력 2013.12.05 03:35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 체결과정서
한국외교관의 '이어도는 울릉도에 위치' 발언도 영향 준 듯

 

한국 정부가 이어도 관할권을 인정받을 기회를 스스로 철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한국 외교관은 미국 측에 이어도가 울릉도 근처에 있다고 잘못 설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본보가 4일 입수한 미국 외교문서에서 확인됐다. 한국 정부가 이어도를 포함, 방공식별구역을 확대하려는 과정에서 중국, 일본은 물론 미국을 설득하는데 '불편한 진실'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외교문서 '1951년 아시아태평양편'에 따르면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7월 19일 양유찬 주미 한국대사는 존 덜레스 국무부 대일강화조약 특사를 방문, 일제 점령 영토의 반환 문제를 다룬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 최종안과 관련한 한국 입장을 담은 서신을 전달했다. 딘 애치슨 국무장관 앞으로 보낸 이 서신은 제주도, 거문도, 울릉도, 독도와 파랑도(이어도)의 반환을 명기할 것을 요구했다.

 

덜레스 특사는 양 대사가 앞서 구두로 요구한 쓰시마섬이 빠지고 독도와 이어도가 추가된 사실을 확인한 뒤 두 섬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양 대사와 한표욱 외교관은 "일본해에 있으며 울릉도 부근에 위치한 것으로 안다"고 잘못 말했다. 덜레스 특사는 두 섬이 일제 병합 이전 한국 영토란 역사적 기록이 있다면 반환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긍정적 답변을 했다.

 

미국 외교문서는 한국이 이후 이어도 반환 요구를 거둬들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당시 국무부가 "한국 대사관이 (추가 확인에서도) 독도와 이어도의 위치를 모른다고 했다"며 한국의 요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의견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져 한국 외교관의 '울릉도 해프닝'이 철회의 한 배경으로 추정된다. 딘 러스크 국무부 극동담당 차관보는 8월 9일 덜레스 특사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한 '러스크 서한'에 "이어도가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으로 일본이 영유권을 포기해야 하는 섬에 포함돼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요구는 철회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적었다.

 

러스크 서한은 또 독도에 대해 "한국이 영유권을 주장한 적이 없고 1905년쯤부터 일본 관할 아래 놓여 있다"며 한국 영토로 인정하기를 거부했다. 이는 결국 일본이 독도를 자기 영토로 주장하고 이어도를 자국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키는 한 단서가 됐다. 외교 당국이 당시 적극적으로 대처했더라면 최근 이어도를 둘러싼 한중일 방공식별구역 논란에서 한국이 유리한 입장을 차지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한국 어업외교 구멍... 7조원 '참치 전쟁'서 외톨이
중앙일보 | 유지혜 | 입력 2013.12.05 01:27 | 수정 2013.12.05 05:21

 

태평양수산위, 어획 규제 논의 8개 연안 섬나라들 원양강국 질타
소비 1위 일본 "조업 줄이자" 돌변, 보전 노력 늦은 한국만 코너 몰려

 

호주의 항구 도시 케언스가 '참치 전쟁'으로 뜨겁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참치 조업 구역을 관할하는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 총회에서 규제조치를 마련하고 있어서다. 전체 참치 어획량의 96%를 WCPFC 어장에서 잡는 우리나라 역시 지난 2일부터 닷새 일정으로 진행 중인 총회에서 치열한 '참치 외교'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 편은 찾아보기 힘든 고립무원의 형국이다.

 

WCPFC는 참치 조업을 논의하는 가장 중요한 국제 무대다. 지난해 WCPFC 해역의 참치 어획량은 265만t으로, 전 세계 어획량의 60%를 차지했다. 시장 가치는 70억 달러(약 7조 4200억원)다. 총회에서 한국의 목표는 연승(낚시)어선을 이용한 조업량 감축 규모 최소화 등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회원국들의 시선은 우호적이지 않다.

 

 

우선 나우루 조약 가입국(PNA)들의 입장이 강경하다. 파푸아뉴기니, 투발루 등 남태평양 연안 섬나라 8개국으로 구성된 PNA는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등 해외 원양 강국들에 뿌리 깊은 불만을 갖고 있다. 태평양 참치를 싹쓸이해가면서 참치류 보전 노력에는 동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의 태도가 돌변했다. 일본이 PNA와 함께 일부 참치류 어획량을 거의 절반 정도로 줄이자는 공동 제안서를 내놓은 것이다. 한국이 연간 1억 달러어치씩 잡는 눈다랑어도 주요 표적이다. 미국도 2017년까지 눈다랑어 어획량을 연간 7만5000t으로 제한하는 초안을 내놨다. 이 안대로라면 우리나라는 30%를 줄여야 한다. 결국 한국만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그렇다고 일본의 속내가 자원 보전이라는 순수한 목표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일본은 지난주 남아공에서 열린 대서양참치보전위원회(ICCAT)에서는 어자원 회복 추세가 과학적으로 확인됐다며 참다랑어 어획량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유럽연합(EU) 등의 거센 반대로 일본의 시도는 좌절됐다. 세계야생동물기금(WWF)은 "지난해 지중해 일부 국가가 서류 위조 등을 통해 참다랑어 2만t을 암거래했고, 대부분이 일본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일본은 추가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은 참다랑어 최대 소비국으로, 현재 지중해에서 잡는 대서양 참다랑어의 80%는 일본이 차지한다. 일본에서 인기가 있는 참다랑어는 더 잡고,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눈다랑어의 어획량 감소는 감수하자는 속셈으로 읽힌다. 이처럼 태평양에선 참치류 보호라는 명분을, 대서양에서는 참다랑어 수급 확대라는 실익을 챙기려 하는 일본의 태도는 국내 업체 보호만 중시하다 미국, 유럽연합(EU)으로부터 잇따라 불법 조업 국가 경고를 받은 우리나라와는 대비된다.

 

이는 특히 지난 9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렸던 WCPFC 북부위원회에서 명확히 확인됐다. 일본은 당시 태평양에서 참다랑어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며 어획량의 15%를 즉각 줄이자고 제안했다. 또 참다랑어를 적게 잡는 한국에는 어획량 규제를 적용하지 않았던 예외 조치도 폐지하자고 했다. 미국 등 7개국도 일본의 제안에 적극 찬성했다.

 

우리나라가 연구 등을 이유로 예외 조치를 연장해달라고 하자 일본이 쌍심지를 켜고 나섰다. "지금 당장 자원 고갈 위기라는데, 연장이 웬 말인가." "참다랑어 치어는 안 잡는다면서, 그럼 일본에 수출하는 치어는 대체 뭔가" 등 맹렬하게 비난을 쏟아냈다. 규제안 확정은 유보됐지만 우리나라는 졸지에 해양 자원 보전을 막으려는 방해꾼처럼 몰리고 말았다.

 

1960~70년대 외화벌이로 '효자 산업' 역할을 했던 한국의 원양어업이 국제사회의 문제아가 된 것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조업허가 서류 위조, 오물 투기 등으로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당국에 적발되는가 하면 뉴질랜드에서는 외국인 선원 학대가 문제가 됐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2010~2012년 우리나라 15개 업체 소속 30여 개 선박이 서부 아프리카 국가 당국에 규제 위반으로 적발됐다.

 

그린피스 한국지부의 박지현 해양 캠페이너는 "국제사회뿐 아니라 국민의 기대치도 높아진 만큼 당장 입에 쓰더라도 법제도 정비 등을 통해 참치류 보전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박용석 만평] 12월 4일 '이어도의 대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