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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복지

[철도파업] 박근혜표 밀어부치기 공기업 대책이 빚은 결과

잠용(潛蓉) 2013. 12. 24. 07:52

[인터뷰] “틈만 나면 '국민행복'과 '소통' 얘기하더니…”
[한겨레] 2013.12.23 19:52 수정 : 2013.12.23 23:01 

 

 
[사진]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정면충돌로 치닫는 노-정]

본부 난입 당한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
‘노동의 상징’ 공권력에 짓밟혀 현 정부의 행위에 분노

민영화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 우리의 요청 철저히 무시당해
국민·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나서줘야

 

정부가 22일 철도노조 지도부 9명을 잡겠다며 경찰 5500명을 투입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본부에 난입했으나 딱 한 곳 발 딛지 않은 곳이 있다. 신승철(49) 민주노총 위원장실이다. 조합원들의 저지로, 쳐들어가 부수는 대신 문을 열고 위원장실 내부만 살핀 뒤 물러섰다고 한다. 하지만 65만명 조합원의 허탈과 분노는 3평 위원장실이 모두 품은 듯 분위기는 무거웠다. 23일 오후 위원장실에서 신 위원장을 만났다.

 

신승철 위원장은 “인적·물적 피해가 크다. 그러나 동지들이 입은 부상이나 깨진 집기쯤은 큰 상처가 아니다. (진짜 상처는) 이 땅의 노동의 상징인 민주노총을 군홧발이 그랬듯, 공권력으로 난입한 행위에 대한 분노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강제 진입을 예상하지 못했나?

“20일께부터 압수수색 소식이 국회나 언론을 통해 들어왔다. 하지만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박근혜 정부를 믿었다기보다 민주노총의 상징성이 있고 상징성을 만들어준 노동자와 시민들을 믿었기 때문이다. 정부도 그 정도 상식은 있다고 생각했지만 폭력으로 깨트렸다. 오판이었고, 우리가 어리석었다.”

-위원장도 1층 전면에서부터 경찰의 진입을 막다 내몰렸다.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은데...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이 뭔지 깊이 생각했다. 노동자와 국민을 통치의 대상으로만 생각한다. 멈춰진 기억 속에 자신을 가두고 그 기억이 원칙인 줄 알고 실행하고 있다.”

-정권이 끊임없이 노동계를 압박해왔다.

“시간제 일자리 등 노사정 의제에 정부가 일관되게 민주노총에 참여를 요청해온 측면도 있다. 우리 의견이 반영될 수 없는 구조라 대화에 응하진 않았지만, 정작 민영화 같은 더 큰 국민적 의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자는 요청은 정부가 철저히 무시한다. 민주노총이 부담되면 그 논의기구에 안 들어가겠다고도 했다. 현 정부의 소통 방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부 1년 만에 정권퇴진 투쟁을 공식화했다. 이명박 정부 4년차에 이뤄진 정권퇴진 선언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이르다. 신 위원장은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확인, 특히 전국공무원노조·전국교직원노조의 법외노조화, 공안수사 등이 진행될 때 정권퇴진 투쟁으로 맞서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대중적 공감이 없는 선언은 무의미하다고 봤다”며 “지금은 대중의 판단과 분노로 현재의 정부를 규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다. 정부가 가져온 결과다”라고 말했다. 철도 민영화 의제가 300여 공공기관의 구조조정, 교육·의료 부문 등으로도 확산되며 ‘노동의제’를 넘어선 ‘시민의제’가 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도 정부의 시민에 대한 일방통행식 통치가 이뤄질 것이라 보는 것이다. 그만큼 대결도 쉽지 않다.

-철도파업 노조원도 지쳐가듯, 결국 약한 건 노동자가 아닌가?

현 정부가 틈만 나면 국민행복과 소통을 얘기했다. 하지만 권력자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원칙과 법만 유지되고 있다. 민영화가 아니라는데 믿지 않는 많은 국민들, 교육·의료 민영화, 55살 이상 파견직 확대에 반대하는 이들과 손잡을 수밖에 없다.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은 존재를 부정당하면서도 조직되지 않은 절반의 노동자, 900만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조합원만으로 정권 퇴진시킬 수 있겠나. 아니다. 우린 촉매제일 뿐이다.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철도파업이 해를 넘길 수도 있겠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정부의 대응을 봤을 때 철도노조가 빈손으로 복귀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도 조직 이상의 역할을 했다. 국민의 힘, 여론 덕분이다. 그렇다고 민영화를 막을 때까지 싸우라고 그들에게 요구할 순 없다. 정부와 정치권이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에 나서야 한다. 민영화 반대한다고 서명해준 100만명 국민과 12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이제 막아야 한다.”

 

2000년대 이후 철도노조는 다섯차례 파업을 했고, 모두 민주노총 내부에 상황실을 구성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박근혜 정부가 치고 들어왔다. ‘파업 세력이 1990년대처럼 다시 종교시설로 가야 하느냐’고 묻자 신 위원장은 “그곳도 안전하지 않다”며 씁쓸해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

 

비판세력에 내세우는 박대통령만의 ‘원칙’… 사회갈등 증폭
[한겨레] 2013.12.23 20:49 수정 : 2013.12.23 22:45 

 

 
[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철도파업 타협 거부]
민영화에 대한 합리적 의심 아닌 ‘노조 이기주의’로만 문제 바라봐
노동 불신·불통 겹쳐 ‘최악 상황’ 전문가들 “갈등조정 정치 없어
집권 2년차 국정운영도 걱정”

 

박근혜 대통령은 2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당장 어렵다는 이유로 원칙 없이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간다면 우리 경제·사회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을 것”이라며, 철도파업 등 노동계 현안에 대해 ‘비타협 강경대응’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전날 공권력 투입에 이어 나온 박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집권 2년차 정국이 더 꼬이게 될 것’, ‘박 대통령이 내세웠던 국민대통합에 역행하는 행보’라고 비판했다. 노동계나 노동 현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배타적 인식이 그 특유의 일방적인 소통 방식과 겹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와대가 공권력 투입 등 ‘노-정 대결’ 국면을 둘러싼 여론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이런 강경 자세를 고집하는 배경에는, 이번 철도노조 파업 사태를 ‘공기업 개혁’ 차원에서 ‘물러설 수 없는 문제’로 보고 있는 박 대통령의 인식이 깔려 있다. 코레일 자회사 설립은 박 대통령이 출범 이후 거듭 강조해왔던 ‘공기업 정상화’와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의 조처인데, 정부가 이번에 물러서게 되면 향후 진행될 다른 공기업에 대한 어떠한 정책이나 조처도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적당한 타협으론 미래가 없다’고 말한 것도, 결국 이런 식으로 대충 넘어가다 보면 공기업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야 하는 집권 2년차의 국정운영 동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정부가 거듭 ‘민영화가 아니다’, ‘민간 매각 때는 면허취소’ 등의 설명을 내놓았음에도 노조가 파업을 이어가는 데는 숨어 있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분위기다. ‘철도노조의 파업=기득권 안주 조직 이기주의’라고 보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을 지키고 모든 문제를 국민 중심으로 풀어가야 한다”, “불편하고 힘들지만 잘 참고 넘기면 오히려 지속 발전이 가능한 기반을 다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결국은 이번 파업이 ‘대다수 서민’에게 불편을 주는 ‘노조 이기주의’라는 생각을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청와대와 박 대통령의 이런 인식과 대응이 소통 부족을 넘어 반대 세력과는 정면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평가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박 대통령의 강경 발언은 힘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 힘의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전략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며 “철도노조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 것 자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비판 세력은 힘으로 제압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도 “국정운영에 있어서 절대 밀려서는 안 된다는 대결적 사고가 이 정권에 강하게 형성돼 있다”고 했다.

 

정부가 사회적 논란의 소지가 있는 정책을 실행하기 위한 합리적 방법론을 결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 입장에선 공기업 개혁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필요가 있겠지만, 이를 위해선 갈등 조정 기능을 활성화해야 하는데, 박 대통령은 갈등 조정을 위한 전략 없이 목적만 얘기했다”며 “목적에 대한 동의 여부는 중요한 게 아니다. 목적 달성을 위한 과정과 수단이 중요한데 이게 없어서 문제” 라고 비판했다.

 

윤희웅 센터장도 “국정운영에서 성과를 내려면 야권·진보진영·시민사회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거나 합리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결적 사고에서 합리적·타협적 사고로 전환해야 국정 지지 기반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권고다. 하지만 지금처럼 비판 세력을 힘으로 억누르는 강경 기조가 지속된다면 박근혜 정부의 미래가 암담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한쪽이 강공을 할 때는 다른 쪽이 한발 물러설 여지가 있을 때라야 파국을 피할 수 있다”며 “공권력 투입으로 정부가 노동 쪽의 퇴로를 완전히 막아버린 만큼 철도노조나 민주노총으로선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 몰렸다”고 우려했다. 서 연구원은 박 대통령의 이런 선택이 결국 노동 현안에 대한 근본적 인식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철도노조에 대한 대응은 전교조와 전공노에 대한 대응의 연장선상에 있다. 과거 정권의 사례에 비춰봐도 (박 대통령의) 의지와 확신이 아니면 전교조, 전공노, 철도노조, 민주노총까지 집권 1년차 안에 모조리 손을 댈 수는 없다. 진심으로 걱정된다”고 말했다.
[석진환 김수헌 김남일 기자 soulfat@hani.co.kr ]

 

'대통령만 안녕'했던 1년을 보내며
한겨레 | 입력 2013.12.22 19:00

 

[한겨레]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년 참 많은 일을 하셨다. "국민을 잘살게 하는 생각 외에는 다 번뇌"라는 수행승의 마음으로. 또 박정희를 다시 우리 역사의 한가운데 굳건히 자리매김시키고 자랑스런 유신의 역사를 되살리려고 새마을운동도 부활시키고 역사 교과서도 뜯어고치고 유신시대의 공신들도 다시 불러내고 동상도 크게 세우고 '반신반인'으로 신격화하는 작업도 하셨다.

 

모두 나라 잘되고 국민들 잘살라고 하는 일인데, 일부 몰지각한 국민들이 불통이네 유신독재네 선거부정이네 심지어는 퇴진해야 하네 하면서 망언을 해대고 있으니 "나라의 최고 어르신이신" 대통령께 이 무슨 못된 짓들인가. 많이 언짢으셨을 텐데도 그런 '못된' 국민들과 "정쟁만 일삼는" 불순한 사람들에게는 일절 눈길 한 번 주지 않으셨다.

 

한 해를 되돌아보면 대통령 덕에 떳떳하게 국민 구실 하게 된 사람이 참 많았다. 파지 줍는 노인들은 대통령께서 지하경제를 적극적으로 양성화해주신 덕분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떳떳한 국민으로 성스러운 납세 의무에 동참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덕에 부자들은 세금 부담이 줄었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하는 매질 덕에 철도노조원들은 새 삶을 살게 되겠지. 기초연금 대상을 확 줄여주신 덕에 많은 노인들이 '실패한 삶을 살았다'고 자괴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게 되었고, '고통 없이 털 뽑는 방식'으로 세금을 거두신 덕에 서민들은 세금 내는 줄도 모르고 세금을 낼 수 있게 되었다.

 

지방 대학을 실제 6년제처럼 되도록 만들어주신 덕에 지방 대학생들은 취직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게 되었고, 반값 등록금을 실질적으로 없던 것으로 해주신 덕에 자라나는 대학생들이 의타심을 버리고 자립심 강한 청년으로 클 수 있게 되었다. 4대 중증질환의 100% 의료보장 약속을 철회하신 덕에 국민들이 스스로 건강을 지키고자 하는 동기를 갖게 될 테지. 또한 창조경제를 비판한 사람들을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어 자신들의 과오를 스스로 깨칠 기회도 주셨다. 이렇듯 박 대통령이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씨 덕분에 우리 민초들은 '안녕'한 거다. 박 대통령께서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밝히신 그 큰 복지의 포부는 그냥 "아주 좋은 추억으로 간직"한 채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철도와 의료 민영화 물꼬를 트는 용단을 내리시어 앞으로 국민들이 떳떳하게 '제값 주고' 기차 타고 '최선의' 진료 혜택을 마음대로 찾아다닐 수 있게 해주셨다. 그리고 재벌들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과감히 푸시고 일감 몰아주기, 순환출자,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은 대충 유야무야 해주셨으니 이제 우리 재벌들은 우리 경제를 창조의 탄탄대로로 이끌어 나가겠지. 절대로 재벌들을 봐주기 위해 그러신 게 아니다. '경제활성화'를 하여 서민들을 도와주시기 위해 그러신 거다.

 

대통령께서 국민들을 걱정하시는 게 어디 경제문제뿐인가. "집권당의 검찰총장"이니 야당이나 국민들이 신경쓰지 않게 미리미리 알아서 잘라주셨고, 또 김정은이 국정원에 대해 너무 많이 알게 되면 국가 안보가 위태로워질 테니 고지식한 수사팀장을 갈아치워 주셨다. 또 국정원이든 군이든 또는 심지어 청와대든 지난 대선 때 정치공작한 일과 손톱만큼이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 사람들은 지체 없이 속시원하게 잘라주셨다. 그 사람들은 "윗선의 지시 없이" 그런 못된 짓을 한 나쁜 사람들이니까 국가의 기강을 바로잡으셔야지. 어디 그뿐이랴. 국민들이 "혼동할 우려"가 있음을 걱정하시어 손석희의 <뉴스9>을 중징계해 주셨다.

 

또 "기본 자세가 안 된" 어린 학생들이 대자보라는 불순한 짓에 빠지는 것을 좌시하지 않으시고 교장으로 하여금 교육자로서의 본분에 구애받지 않고 대자보를 붙인 학생을 경찰에 신고하도록 인도해주시고, 면학 분위기를 고취하기 위해 대자보를 금지하도록 교육부를 통해 전국의 학교에 지침을 시달하시는 자상함도 보여주셨다. 지난 1년은 참 '안녕'했던 한 해였던 것 같다. 다만, "크리스마스이브에 일을 하고 싶어요. 그러면 행복할 것 같아요"라고 절규하는 청년들도 같이 '안녕'했으면 좋겠는데. 새해에는 그런 날이 올까?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