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용의 타임머신... 영원한 시간 속에서 자세히보기

정치권·국회

[구조조정] '최연혜만한 장관 하나가 없다'

잠용(潛蓉) 2014. 1. 2. 08:19

이슈 앞에 존재감 없는 장관들... 정부 개각說 고개
국민일보 | 입력 2014.01.02 02:28

 

"최연혜(코레일 사장)만한 장관 하나가 없다."

박근혜정부가 출범 2년차를 시작한 1일 청와대 관계자는 이렇게 내뱉었다. 청와대는 국정운영의 책임을 지고 있는 장관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에 대해 매우 못마땅하게 여긴다. 실제로 장관들이 안 움직인다.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는 수동적인 태도는 여전하다. 이처럼 장관들의 평가가 좋지 못하면서 일부 부처의 경우 수장 교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초 개각설이 관가에서 들끓는 이유다.

 

정부가 굼뜬 모습을 보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내내 국정과제 추진에 속도를 내 달라며 장관들에 대한 답답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때로는 다그치기도 했지만 정부 출범 초반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장관들이 현안이 벌어졌을 때 너무 움직이지 않는다"며 "대통령이 굳이 쓴소리를 해야 움직이는 답답한 분위기가 바뀌지 않고 있다"고 한탄했다.

 

정부는 철도노조 파업 21일째인 지난달 29일에야 '철도파업, 불편한 진실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설명자료를 기획재정부 블로그에 게시했다. 이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철도 민영화와 관련된 각종 유언비어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진 뒤였다. 게다가 하루 뒤인 30일 정치권의 중재로 철도노조가 파업을 중단키로 하면서 정부는 체면을 단단히 구긴 모양새가 됐다.

 

이마저도 박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남의 일 보듯 하고 있다"며 철도노조 파업에 대처하는 장관들의 수동적 태도를 질책하고 나서야 나온 결과물이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같은 날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부 입장에 대한 대국민 홍보 강화를 지시했고,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틀 뒤 "명분 없는 파업을 계속하는 것은 국가경제의 동맥을 끊는 일"이라며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후 이정현 홍보수석은 지난달 27일 각 부처 대변인들을 모아놓고 홍보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국정홍보비서관이 주재하는 이 회의에 이 수석이 직접 참석하자 부처 대변인들이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 수석은 "철도 민영화란 말이 나왔는데 국민들에게 거부감을 준다. 대통령이 경쟁체제 도입이라 했는데 이를 제대로 알려 달라"고 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부처 장관들은 파업 초반부터 여론전에 적극적이던 여당보다도 못했다. 선제적으로 이슈에 대응하기는커녕 이슈가 터져도 손을 놓고 있었다는 얘기다. 최 사장이 직접 현장을 뛰어다니며 강단 있게 철도노조 파업에 대응할 때 관련 부처 장관들은 방관만 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청와대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와 소통하면서 의견을 조율해야 할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지시만 내리고 있고, 부처는 경직된 분위기에서 수동적인 모습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권 내부에는 박 대통령의 정확한 의중이 정부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오피니언] 박근혜 ‘내각 2.0’ 待望論
[문화일보] 2014년 01월 01일(水) 

 
이현종/논설위원

영국의 경제학자 아나톨 칼레츠키는 자본주의 경제가 18세기 태동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크게 4단계 발전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유방임(1.0)과 정부 주도의 수정자본주의(2.0), 신자유주의(3.0)를 거쳐 정치와 경제가 서로 협력하는 4.0시대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 단계마다 전쟁과 대사건이 있었지만 자본주의가 몰락하지 않은 것은 끊임없이 수정하며 변화하는 자생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나라도 사회적 갈등이 많고 분쟁도 있지만 내적 수정 기능이 작동한다면 역사의 수레바퀴가 거꾸로 가는 일은 없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원년인 지난해는 박 대통령이 목표한 ‘비정상의 정상’을 찾아가는 혼돈의 시기였다. “정부와 정치권, 사법부는 물론 노사에 이르기까지 비정상적 기득권이 있다면 내려놓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소신을 관철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에서 비롯된 야권의 ‘대선 불복’여파로 박 대통령이 공약했던 일들이 대부분 국회 앞에서 발목이 잡혔다. ‘법과 원칙’이 바로서야 자본주의 4.0시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제는 옳지만 이를 수행할 액션플랜과 국민적 공감대, 그리고 주체가 형성되지 못한 것이 한계였다. 이 중에서도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이해하고 실천해 나가야 할 최전선에 선 내각(內閣)의 책임이 무겁다. 문화일보가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 결과 장관들의 업무수행 평가에 대해 ‘만족한다’는 응답이 30.8%인데 반해 ‘불만족한다’는 응답은 2배인 61.7%에 달했다. 개각 필요성에 대해서도 대폭(25.8%) 및 중·소폭(49.2%) 개각 합쳐 75%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받아쓰기 내각’이라는 혹평을 받을 정도로 현재의 ‘내각 1.0’은 존재감이 미약하다.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 땐 장관들은 대통령의 발언을 받아 적느라 시험장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각 부처의 수장들이 모인 국무회의가 이런 모습으로 흘러가는 것은 옳지 않다. 국회 상임위에서 업무 파악도 안돼 국회의원들에게 질책을 당한 장관이 많고 “청사진이 없다”며 힐난받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지난해 철도노조 파업이 한창일 때 노동정책의 주무부서인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조 집행부와 접촉을 해 봤느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설득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아마 했어도 내말을 듣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해 여야 모두로부터 질책을 받았다. “각 부처 장관들이 철도 파업 문제를 남의 일 보듯이 하고 있다”는 박 대통령의 불호령이 떨어지고 나서야 총리를 비롯해 장관들이 현장을 방문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만기친람(萬機親覽)하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 탓도 있지만 장관들 스스로가 마지막 공직(公職)으로 생각하고 소신과 열정을 불사르기보다는 청와대 눈치보기에만 급급한 탓도 크다.

 

새해 박정부는 ‘내각 2.0’으로의 업그레이드가 절실하다. 올해에는 철도노조 파업 못지않은 근로시간 단축, 정년 연장, 원격진료 허용 등 폭발력이 큰 사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고 6월 지방선거, 7월 재·보궐선거도 치러진다. 이런 상황을 헤쳐나가기에는 현재 ‘내각 1.0’으로는 역부족이다.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와 소통, 헌신의 능력을 가진 인재들을 십고초려(十顧草廬)해서라도 데려와야 한다. [leehun@munhwa.com]

 

[오피니언] 지금은 ‘大寒民國’
[문화일보] 2013년 11월 22일(金)  


박학용/논설위원

“남 교수, 그동안 정부 하는 일에 비판 많이 했지? 이제 맛 좀 봐!”
1969년 10월 박정희 대통령은 백면서생(白面書生) 남덕우 서강대 교수를 재무부 장관에 발탁한 뒤 임명식장에서 뼈있는 이 한마디를 던졌다. 남 교수는 당시 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평가교수단으로 박 대통령의 정책에 쓴소리를 해온 ‘눈엣가시’였다. 지난 5월 작고한 그는 회고록에서 “내 딴에는 정부 시책에 온건하고 건설적인 비판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후 14년간 관료의 쓴맛, 단맛을 톡톡히 봤다”고 돌아봤다.

 

박정희정부 때 최장수 재무부 장관·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국무총리를 역임한 그는 1970∼1980년대 ‘한강의 기적’을 이끌며 ‘성공한’ 박 대통령을 만드는 데 일등공신 역(役)을 했다. 박정희식 ‘통큰’ 용인술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 1963년 10월 직접선거로 치러진 제5대 대통령 선거에서 어렵사리 당선된 그는 첫 국무총리에 ‘미운 털 박힌’ 동아일보 최두선 사장을 선임했다. 동아일보는 대선 이틀 전 당시 박정희 공화당 후보가 여수·순천사건에 관련 있다는 호외를 수백만 장 뿌려 박정부의 ‘괘씸죄 1호’로 꼽혔다.

 

연말연초 개각설이 또 슬몃슬몃 나오고 있다. 발원지는 일부 ‘문제 장관들’에 불만이 많은 여야 정치권. 박근혜 대통령 집권 2년 차를 앞두고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그 배경이다. 현재의 난맥(亂脈)이 야당의 사사건건 트집잡기에 있다고 보는 박 대통령의 인식과 내년 6월 지방선거 직후 또 개각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혹 박 대통령이 개각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면 이번엔 40여 년 전 아버지 박 전 대통령의 비판자 영입을 벤치마킹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신상털기’식 청문회를 기피하는 인사들의 각료 제의 거부로 인력 풀이 빈약한 상황에서‘유능한’ 비판자 발탁은 더 절실하다. 국정 협조도 얻어내고 포용력과 여유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다득(多得)의 용도’인 셈이다.

 

겨울 초입인데도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大寒民國)’에 살고 있다. 원인 제공자가 누구든 국민은 극도의 피로감과 무력감에 빠져 있다. ‘진영(陣營)의 줄’ 앞에서 마주보고 있는 국민은 매일 달라지는‘오늘의 메뉴’를 놓고 국회에서, 회사에서, 가정에서, 주석(酒席)에서‘내전(內戰)’을 치르고 있다. 이럴 때 대통령이 개각이나 청와대·공기업 인사 등에서 ‘스토리 있는’ 비판자들을 전격 등용한다면 국민은 모처럼 만에 온기(溫氣)를 느낄 수 있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