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스마트폰 '좀' 만지더니... 1720만 원 '요금 날벼락'
한겨레 | 입력 2014.01.16 08:40 | 수정 2014.01.16 09:10
[한겨레] 지난해 콘텐츠 분쟁 5183건 중 '미성년자 결제'가 46% 차지,
무료게임 하면서 아이템 결제 등 별다른 인증 절차 안거쳐 '허점',
결제 때 비밀번호 설정 기능 몰라, 구글 앱장터 이용자 피해 많아,
소액결제 차단 서비스 이용 등 스마트폰 '오결제 방지' 주의해야
[사례1] 어머니(52)가 지인의 5살 아들에게 무료 카카오게임 ○○○을 하라며 스마트폰을 건네주셨다. 그런데 아이가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고 19만 8000원을 결제했다. 구글플레이 쪽에 환불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고, 게임사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사례2]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키우고 있는데 방학 동안 아들이 법인카드로 1720만원어치 게임 아이템을 결제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구글 쪽에 사정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개별 게임업체에 알아보라는 얘기를 들었다. 업체들을 개별적으로 알아봤지만, 역시 신통치 않은 답변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요금 관련 분쟁 사례들이다.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쇼핑과 게임, 금융거래 등이 일반화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과다한 요금이 청구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거래 때마다 공인인증서 사용 또는 주민번호 인증 등을 거쳐야 하는 온라인 전자상거래와 달리, 모바일에서는 클릭 한두번만으로 결제가 이뤄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14일 콘텐츠 분쟁조정위 자료를 보면, 지난 한 해 동안 콘텐츠 분쟁 조정신청 5183건 가운데 '미성년자 결제'와 '부당한 요금 청구'가 각각 2417건(46%)과 649건(12%)으로 1, 2위를 차지했다. 미성년자 결제는 아이들이 부모 또는 친인척 등의 스마트폰에서 대금을 결제한 것을 가리킨다. 유료앱 구매 또는 앱 안에서 각종 콘텐츠를 구입하는 경우(인앱 결제)가 대부분인데, 이는 결제 때 별다른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기 때문이다.
콘텐츠분쟁조정위 이인숙 사무국장은 "무료게임을 다운받아 줬는데 결제가 이뤄져 황당하다는 항의가 많다. 또 결제 창이 영어로 돼 있어, 아이들이 돈이 나간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클릭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용자들의 항의는 주로 구글을 향한다. 애플 앱스토어의 경우는 신용카드 결제만 가능한데다, 결제 때마다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하지만 구글 앱장터에서는 비밀번호 입력이 선택 사항인데, 대다수 이용자는 비밀번호 설정 기능 자체를 모른다. 구글코리아는 "앱 구매 또는 인앱 결제 때 비밀번호를 입력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공식 블로그와 에스엔에스(SNS) 등을 통해 알리고 있다"고 밝혔지만, 콘텐츠분쟁조정위 쪽은 "비밀번호 설정 기능을 안내받지 못했다는 경우가 99%다. 접수된 요금 분쟁 가운데 구글플레이에서 구매한 앱과 관련된 게 80%가량을 차지한다"고 전했다.
구글플레이에서의 결제 내역은 스마트폰 개통 때 설정해놓은 계정(지메일 등)으로 통보되는데, 상당수가 대리점에서 만들어준 계정이어서 이용자들이 계정이 있는 사실조차 모르거나 확인을 거의 하지 않는다. 이용자들의 항의는 구글을 향하지만, 환불 여부 결정은 콘텐츠제공업자(CP)의 몫이다. 현재 게임회사 등 콘텐츠 제공업자들은 '사용한 아이템 등은 환불해줄 수 없다'는 원칙을 내세우지만, 미성년자가 직계 가족의 스마트폰을 사용했을 경우 아이템이 소진돼도 한차례에 한해서는 환불해주는 경우가 있다. 또 개별 상황을 고려해 환불을 해주는 경우도 있어, 콘텐츠분쟁조정위(www.kcdrc.kr)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요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서는 미성년 자녀에게는 스마트폰을 가급적 건네지 말고, 구글플레이 등 앱 장터에서 비밀번호를 설정해두는 게 좋다. 또 소액결제나 정보이용료 서비스를 차단하는 것도 방법이다. 통신사 가운데서는 에스케이텔레콤(SKT)이 지난해 9월부터 소액결제 차단을 요청하면 정보이용료까지 차단하도록 하고 있다. 또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줘야 한다면 미성년 자녀 명의로 하는 게 좋다. 부모 동의 없는 미성년과의 계약은 무효가 돼, 업체들이 환불 요구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편 구글코리아는 "구매 때마다 암호를 다시 묻는 절차를 추가하는 것을 테스트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순혁 기자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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